횐 祄이화 Ep.3OO골디아스 왕국
스미스는 치마처럼 길게 늘어진 로브를 한 번 살피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 개를 끄덕였다.
“벡스.”
“예,옛.”
벡스는 더욱 고개를 숙이 며 대 답했다.
스미스는뒤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따라오세요.”
“아, 예에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남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체구.
잘 갈라진 등 근육.
건강미 넘치는 피부.
빠져들 것 같은 검은 머리칼.
그저 서 있는것만으로 여성을 매료시키는존재.
“당신.”
복도를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에 벡스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당신. 그리고 당신. 그쪽도.”
그러나 곧 고귀한 분의 입에 오르내리며 지목당한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는 것을 깨닫고 놀란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 켰다.
벡스는 스미스가 지목한 대상들을 일일이 살폈다.
‘전투 신도들?’
스미스는 당장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는 자들만 골라 지목했다. 그러나 지목당한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자신이 지목당했다는 사실을 알 아차리지 못했다.
“데리고 올라오세요.”
“예? 아, 예.”
스미스는 벡스를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멀어져 가는 스미스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벡스.
“벡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움직이도록하세요.”
“아•••죄송합니다.”
그녀는 손등으로 입 주변을 스윽 닦았다.
손등에 묻어나온 흥건한 타액. 그녀는 진심으로 다들 머리를 숙이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스미스가 지목했던 이들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
세뇌당한 신도들과모험가들을 가둬둔 지하로 이어진 석벽 앞.
양쪽 허리춤에 검을 차고 선 여자.
누이트교에 협력 중인 모험가 길드의 지부장 벨드린.
그녀의 양옆으로 나열해 있는 모험가들. 그중 거대한 망치를 손에 쥔 단발 머리 여자가 벨드린에게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우리도 내려 가 봐야 하는 거 아닙 니까?”
“아니.”
벨드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희도 옮길 때 한 번씩 봐서 알겠지 만, 아래는 무척 좁다. 우리 가 내려간 다해도 실제로 나서서 움직일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세 명. 그마저도 나처럼 칼을 휘 두르는 년이 끼 어 있으면 사실상 혼자 싸워 야 한다고 생 각하는 편이 좋을거다.”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벨드린은 주변 모험 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걱정할 수준의 인간이 아니다. 나를 포함해서 여기 모인 전원이 달려들어도 어찌할 수 없을 수준의 강자를 우리가 걱정하는 것도 우 스운 일이니 그만하도록.”
“끄응
알겠습니다.
모험 가들은 더는 내려 가자고 벨드린에 게 보채지 않았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굳게 닫혀 있는 석벽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나보는 눈이 없으니 몇 년이고동급에서 놀고 있지.’
거한의 진짜무서움은사이한힘이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신체 그자 체라는 걸 다른 녀석들은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강철보다 탄탄한 육신. 인간의 한계를 뛰 어넘은 그 육신에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살상력이 높은 전투 마법을 퍼붓거나 날붙이나 사용하는 무기에 오러를 둘러야지 만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 거다.
그리 고 아래 에 는 그만한 실 력 자가 존재 하지 않는다.
‘우리를 굳이 데 려온 건 뒤 처리를 맡기 기 위 함이 겠지.’
실제로 사교도에 가담했으나 자신들은 칼 한 번 제대로 휘두른 적이 없다. 그저 정신이 망가진 신도나 반항하다가 제 압당한 모험 가들을 묶고 옮겼을 뿐.
벨드린은 이번에도 자신들이 칼을 휘두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거한 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흘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체감상한 시간도 되지 않아 닫 혔던 석벽이 움직임을보였다.
“물러나라.”
석벽에 어떤 짓을 해뒀는지 문이 닫힌 순간부터 거한의 기척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외 소음 같은 것들도 석벽이 죄다 차단했기에 밖에서는 안쪽 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벨드린이 부하들을 뒤로 물린 건, 거한의 체구가워낙 커 미리 공간을 확 보하기 위 함이 었지 그 외 상황은 조금도 생 각하지 않고 내 린 명 령 이 었다.
그르륵一!!
석벽이 앞으로 밀려 나왔다. 그리고 옆으로 움직인다.
숨겨져 있던 통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탄탄한 근육을 가진 장신이 서 있었다.
‘•••꾈?,
벨드린은 복부에 오밀조밀 자리 잡은 탄탄한 근육을 보며 무언가 이상함 을느꼈다.
거한이 몸에 두른 근육들은 굉 장히 크고 흉포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보 는 사람들로 하여 혐오감과 공포라는 감정을 유발하는, 두 번 다신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종류의 것이다.
....
그런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근육은 그 혐오스러운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 아름답다.’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유려한 곡선들.
마법등의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이는 건강미 넘치는 피부.
무엇보다 한 번쯤 만져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쫙 갈라진 복근 이 벨드린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와 동시 에 그녀는 지 금 눈앞에 나타난 상대 가 아래 로 내 려 갔던 거 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힉
귀에 들려온누군가의 작은 비명에 벨드린은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들었다.
화아아악—!!
“아
굳게 서 있던 벨드린의 두 다리가휘청이더니 그녀가곧 바닥에 주저앉는 다.
삼켜질 것 같은 무저갱 같은 검은 눈동자 안에 피 어오른 푸른 안광.
그 안광을 마주한 순간, 벨드린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눈앞의 존재에게 거스르지 말라고.
마주한 것만으로 몸이 떨리고 자연스럽게 머리가 조아려지는… 경외감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벡스.”
고개를 숙인 벨드린의 귀로 들려온, 낮으면서도 중후한 목소리.
곧이어 개방된 통로 아래에서 누군가 다급히 뛰어오는소리가 들려왔다.
“예.고귀한 분이시여.”
“이자들을 묶고……거기 당신.”
중후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차마 고개를 들어 확인해볼 용기가 없던 벨드린의 머리가 강제로 젖혀졌 다.
누군가 머리칼을 붙잡아 강제로 그녀의 고개를 들도록 만든 것이다.
고개를든 벨드린의 눈에 사납게 생긴 여인의 얼굴이 들어왔다. 여인은주 인의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이빨을 박아넣을 것 같은 기세로 입을 열 었다.
“고귀한분의 물음에 성심을 다해 거짓 없이 대답해라.”
크윽!!”
벡스는 벨드린의 머리채를 단단히 붙잡아 고정했다.
그걸 무심한눈으로 지켜보던 스미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몸에서 음식 냄새가 진하게 나는군요. 당장에 먹을 수 있는 음 식들이 남아 있습니까.”
술과 훈제 한 고기 라면 충분히 있습니 다.
“그거면 충분합니 다. 그리고 시 간을 알 수 있을 만한 도구가 있었으면 하 는군요.”
“시계 …… 저희 가 머무는 공간에 시계가 있습니다.”
“벡스.”
“예.”
스미스의 부름에 벡스는 붙잡고 있던 벨드린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으며 대답했다.
“저들을 묶어서 아래로 데려가세요. 그리고 나이엘과 신도들을 시켜 저들 이 머물던 공간에서 먹을수 있는것들을모조리 챙겨 당신들이 제단이라부 르는 곳으로 가지고 오도록 하세 요. 시 간은 대 략 한 시 간 후가 좋겠군요.”
“그리하겠습니다.”
벡스가 고개를 한층 더 깊게 숙이자, 스미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주저앉은 모험가들 지나쳐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
거한. 룬-비델이 떠나고 칼름과 함께 제 단에 남은 나베 리우스.
그는지금 일렁이는 촛불을 앞에 두고 심각한고민에 빠져 있다.
‘세뇌가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 분명한데 ….’
나베리우스는 자신의 명령으로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던 칼름을 향해 물었다.
“어떤 목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한 것이지 ?”
“아무런 목적도 없습니다.”
“……다시 땅이나봐라.”
“네.,,
칼름은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봤다.
‘도대체 뭐지……?’
아무런 목적도 없이 접근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풀리지 않는 의문.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페트미라를 모독하는 말을 시켜 도 보았으나 상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페트미라를 모독하며 세뇌되 었음을 증명했다.
“너는… 너는 정말로페트미라의 사도가맞나?”
‘그렇습니다』
“……네가 받은 은총은 뭐지?”
“원하는 대상으로 변하는 게 가능합니다.”
“상대의 능력까지 완벽하게?”
칼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모습을 닮는 게 고작입니 다.”
“쓰레기 같은능력이군.”
나베리우스는 진심으로 칼름이 하사받은 은총이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 다.
고작해야 겉모습을 닮는 정도라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사람들을 속이는 게 가능할 테지 만, 당장에 자신들에게 협력하고 있는 모험가중 한 사람으로만 변해도 금방 주변인들에 게 의심을 사고 탄로 날 것이다.
칼질로 먹고살던 이가 하루아침에 칼을 쥐는 법도 잊어버린다면 누구라 도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고작 그딴 은총을 받았다고 사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신에게 힘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위로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생 각할 수 있는 건 하나.
‘본래 능력이 뛰어났다는 건가.’
나베리우스는 자연스럽게 칼름이라는 사도가 은총이 아닌, 스스로 지닌 힘으로 사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 생각했다.
‘쯧.세뇌가 어디까지 먹혀든건지 확인할방법이 없으니 질문을하는것도 시간낭비군.’
그는 칼름이라는 사도가 세뇌에는 걸려들었으나, 중요한 정보는 발설 하지 못하도록 교단 차원 에 서 금제 를 가했을 거 라고 판단을 내 렸다.
드르륵一!!
a o”
나베리우스는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닫아뒀던 석문이 움직이고 있었다.
거한,룬-비델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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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베리우스는 곧바로 힘을 끌어올리며 칼름의 뒤로 가 섰다. 언제라도 칼 름을 방패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거운 석문이 바닥을 긁으며 천천히 뒤로 밀려난다. 그에 따라 마법등의 은은한 빛이 어두운 제단으로 스며들어와 조금씩 주변을 밝힌다.
빛이 생겨남에 따라 나베리우스의 뒤로 늘어진 그림자가 더욱 선명해진 다.
주인이 명령하면 당장이라도 쏘아질 준비를 끝낸 검은 기운.
마침내 석문이 완전히 젖혀졌다.
마법등의 빛을 등지고 나타난 거대한 인영.
나베 리우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타난 상대를 아래로부터 훑었다.
‘그 빌어먹을 년보다는 작지 만, 무시할 수 없는 체 격 이군.’
자신의 몇 배는 될 법한 허벅지와 굵고 탄탄한 복부. 넓은 어깨. 그리고 얼 굴은一
“•••꾈?!”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 나베리우스가눈을 크게 뜨며 다급히 뒤로 몇 걸 음물러났다.
일렁거리는 푸른 안광.
아직도 떠올리 면 식은땀을 흘리게 만드는 기 억.
‘저자가 어째서……설마?!’
나베리우스는 멍청하게 서 있는 칼름의 뒤통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젠장……!! 그랬던 건가!! 그랬던 거였군?!’
눈앞의 사도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신들에게 붙잡힌 이유. 그건 전부 저 존재를 믿었기에 그랬던 것이 분명했다.
붙잡힌 것도 어쩌 면 그녀의 의 지 가 아니 라 저 두려운 존재 가 명 령 한 것일 지도 모를 일 이 다. 아니, 분명 저 존재가 명령한 게 틀림 없을 거 다.
나베리우스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한다.
‘그때 보았던 그 불꽃…… 그게 나와 그 빌어먹을 년의 은총을 삼켜버렸던 건가. 빌어먹을….’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두려운 존 재를 살폈다. 그리고 뒤로 이어진 탈출구까지의 거리를 가늠한다.
‘그 미친년은 당했다고 보는 게 옳겠지. 그렇다면 전력으로 이곳에서 빠져 나간다.’
나베리우스는 칼름을 바라봤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지 몰라도 저년이 있다면 시도는해볼 수 있겠지.’
탈출구로 빠져나가자마자 입구를 무너트린다.
저 두려운 존재라면 얼마 안 있어 빠져나올 테지만, 조금이라도 발목을 붙 잡을 수 있는 수단이 남아 있다는 것에 나베리우스는 그저 감사했다.
나베 리우스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 을 끌어올리 며 칼름을 향해 소리 쳤 다.
“칼름-블룸!! 네 가 사용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수단을 눈앞에 서 있는 존 재를 향해 전력으로 사용해라!!”
저 페트미라 사도가 두려운 존재를 향해 힘을 발휘하는 순간, 뒤도 돌아 보지 않고 탈출구를 향해 달린다.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나베리우스는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키며 칼 름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그리 고.
“전력으로 사용…….”
칼름이 작게 중얼거리며 두 손을 옆으로 펼쳤고.
파아아아앗一!!
“아아아아악!!”
태 양보다 강렬한 빛이 나베 리우스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