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303화 (303/771)

횐 303화  Ep.302 골디 아스 왕국

꼬르르르륵.

“끄윽.”

뱃가죽이 찢어질 것 같은 공복감에 절로 눈이 뜨였다.

“어씨•••꾈?”

눈을 떴는데도 어두컴컴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도 모르게 흠칫 몸 을 일으켰다.

어둠은 없던 공포도 유발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옳은 말이다.

세상에 어두워도 괜찮은 건 연인과 함께 두른 이불 속뿐이다.

그런 의 미로 나는 다행스럽게 은은한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인지 뭔지 모를, 아무튼 작게 벌어진 틈으로 마법등의 불빛이 스 며들어오고 있었다.

꼬르르륵!!

“미친…….”

농담이 아니 라 누가 뱃속에 들어 가서 위 장을 걷어차고 있는 듯 아릿한 고 통이 몰려왔다.

나는 너무 굶주려 아픈 배를 움켜쥐 며 돌아왔을 그녀를 불러왔다.

‘시스야?’

【제가그렇게 부르지 말라고분명 경고드렸을 텐데요.사원 서민수.】

‘역시 돌아왔구나!!’

【……】

【이번만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좋으면서 아닌 척하기는.’

【……】

그 후로 시 스는 나에 게 대 꾸하지 않았다.

정말로 싫었으면 벌써 시스템 창을 잔뜩 띄워서 나를 괴롭혔을 텐데.

역시 마냥 싫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더는내 시스템 창에 간섭할수 없게 됐다든지.

그런데 아까메시지 창을 날린 걸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역시 그냥부 끄러운모양이다.

저벅, 저벅一

시스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려는데 살짝 열린 틈 밖으로 다수의 발 소리가 들려왔다.

꼬르륵!!

‘도대체 뭔 짓을했길래 배가 이렇게 고픈 거냐…….’

기감을 이용해 다가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려고했으나, 배가 너무 고파 제대로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

처음에 멋모르고 시론과 섹스하다가 생기를 빨렸을 때보다 더한 공복감 에 나는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귀한 분이시여……?”

그런 내 귀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살짝 열린 문틈으로 기에나를 쏙 닮은 벡스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제가 먹을 것들을 가지고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니 사원 서민수는 신 경 쓰지 않고 저들을 안으로 들이시면 됩 니다.]

‘역시 시스…….’

준비성이 철저하구나.

“들어와요.”

“아예.”

벡스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고개를 내빼더니 곧 어정쩡하게 벌어져 있던 틈을 큼지막하게 넓히고는 여러 명의 신도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의 손에는 숯불향이 그득히 베여있는 고기 가 담긴 접시와 술병이 들려 있었다.

가장 먼저 내 앞으로 다가온 벡스는 공손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시중이 필요하신지요? 불편하시다면 이것들만 내려두고 나가 있도록 하 겠습니다.”

예쁜 여자가. 그것도 기에나를 닮은 미인이 옆에서 시중을 들어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사원 서민수는손이 없는 장애인입니까?】

잠깐만 나가 있으세요.”

“그리하겠습니다.”

벡스와 신도들은 내 앞으로 고기가 담긴 접시와 술병을 내 려놓고는 조용 히 밖으로 나갔다.

혼자가 된 나는 눈치 볼 것 없이 손으로 훈제된 고깃덩 이들을 쥐 고 무식 하게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읍,읍!!”

도중에 목이 막혔고 얼른 술병의 마개를 열어 긴 주둥이를 입술에 가져댔 다. 그리고.

“푸흡!! 콜록, 콜록!!”

정신이 아찔해지는 독함에 절반 이상을 뱉어내고 말았다.

“어우…… 이딴 걸 무슨 맛으로 먹는데.”

뭔가 살짝 단맛이 나기는 했으나, 뒤에 올라오는 끔찍한 알코올 향 때문 에 도저히 삼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입가에 흐르던 뭔지 모를 것을 닦아내며 음식이 담긴 접시를 찾아 고개를 돌리는데.

“칙?!”

나는, 정말부끄럽게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무슨일이십니까!!”

그 비명을 밖에서도 들었는지, 벡스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검을 쥐고 안 으로 뛰 어 들어왔다.

“어,음. 그, 다름이 아니라 술 말고 다른 마실 건 없습니까?”

“……금방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벡스는 뽑아 든 칼을 다시 허리춤에 넣으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괜히 화 끈거리는 얼굴에 부채질하며 나를 놀라게 만든 원흉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 렸다.

“이 녀석은왜 이렇게 뻗어 있는 거야……?”

나는 죽은 듯 바닥에 엎어져 있는 칼름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눈을 껌뻑였 다.

그녀의 옅은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면 죽은 건 아니었고 단순히 정신을 잃 은 것으로 보였다.

“저자세로숨을 잘도쉬네.”

생각해 보면 시론도 기에나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곧잘 자고는 했 다. 여자들은 혹시 남자가 모르는 또 다른 숨구멍 이 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시론과 칼름의 수면법에 신기해하며, 그래도 엎드려 자는 것보다는 바로 눕는 게 좋아 보여 나는 칼름의 몸을 바로 돌려一

“…….”

“…….”

나는 흰 자위 를 드러 내고 기 절해 있는 칼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도로 눕 혀주었다. 이마에 주먹만 한혹이 나 있는 건 덤이다.

【세뇌당해 있다가쓰러져서 저렇게 된 겁니다.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나아무말도안했는데.’

【사원 서민수는 잡생각이 많아 괜한 오해를 할 것 같아 미리 알려드린 것 뿐입니다.】

‘어 •••그래. 고마워.’

잘은 모르겠지만 칼름이 저렇게 된 거에 시스가 한몫했다는 건 확실해 보 였다.

시스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나는 그냥 기절 한 칼름을 무시하고 주린 배부터 마저 채웠다.

“고귀한 분이시여.”

마침 적당히 배가불러왔을 때 벡스가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왔다.

‘보면 볼수록 기 에 나를 닮았단 말이 지.’

혹시라도 기에나처럼 인간으로 변한 엘프는 아닐까 생각해 보았으나, 그 녀는 기에나와 다르게 꽤 오랜 시간 모험가 활동을 해왔다고 나이엘이 알려 주었다. 게다가 엘프라면 적어도 기에나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 을 텐데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좋게 쳐 줘도 케르낙스와동급.

그냥하는 행동이 너무 닮아서 그런 생각이 든모양이다.

“들어와요.”

내 허 가가 떨 어 지 자 벡 스가 총총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 고 냉 기 가 느껴 지는 병을 하나 내 밀었다.

“차가운 정수입니다.”

“오…… 고마워요.”

“고맙다니… 그런…….”

내 감사에 그녀는 시원한 냉수가 담긴 병을 나에게 넘겨주며 어쩔 줄몰라 고개를 더욱 아래로 숙였다. 조금만 더 숙이면 바닥과 입을 맞출 정도로 말 이다.

“후우〜”

이 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냉수를 들이켜며 입을 닦는데 머릿속으로 시스 의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지하에 사원 서민수를 잡으려 들었던 모험가들을 붙잡아 두라고 명령해 두었습니다.】

‘그건 또 언제 했대.’

【사원 서민수는 조금 더 제 유능함을 깨닫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그야 당연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

【그 말. 기억해두도록 하겠습니다.】

… …그야 감사는 하는데 또 그런 식으로 기억해두겠다고 하면 마치 내가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무서웠다.

‘그, 붙잡은 모험 가들을 보러 가면 되 나?’

【나이엘이라는 아이도 불러오도록 하세요.】

나이엘을?

나는 뺨을 긁적이 며 벡스에 게 말했다.

“붙잡은 모험가들을 보러 갈 건데, 나이엘을 불러주세요.”

“예. 가는 길은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기. 이녀석좀챙겨주세요.”

“……예.”

벡스는 바닥에 엎어진 칼름을 힐끗 보더니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손으로 무슨 쌀가마니를 옆구리에 끼우듯 칼름을 들어 올렸다.

“모시겠습니다.”

**

벡 스의 안내 를 받아 나는 그 빡빡이 를 만났던 지 하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 고 원래 그녀들이 갇혀 있던 방에는 칼름을 묶고 있던 검은 줄로 속박당한 모 험가들이 바닥에 무릎이 꿇려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위대하신 분의 위 엄을 직접 목도하고 전원 전의를 상실하였습니 다. 고귀 한분이시여.”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나이엘이 입을 조잘조잘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보다 위대한 분은 시스를 말하는 건가.

시스에게 몸을 내어주기 전에 아르메르인가뭔가하는 신의 힘이 오른손 에 깃든 것까지는 기억한다. 그래서 조금 헷갈렸다.

“저 죄인들의 처우는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그냥 내버려 둬도 되지 않을까.

칼름을 구출하기 전이 라면 몰라도 구출하고 원흉이 되 는 것들까지 모조 리 사라진 상황에서 그녀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다.

【사원 서민수. 성장했군요. 저는 처음으로 당신에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그 정도는 아닌거 같은데.’

내가뭐 여자만보면 발정나는 짐승도 아니고.

맞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기도하다. 아무튼.

“이대로 내버려두세요.”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나이 엘이 눈을 반짝이 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저를 포함한 신도들은 준비 가 되 었습니 다.”

준비라니. 무슨 준비?

“어떤 준비를 말하는 겁니까?”

“그야위대한분을 섬길 준비지요.”

나이 엘의 양쪽 뺨에 홍조가 올라오기 시 작했다. 그녀는 살짝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도하듯 가슴 아래에 두 손을 모았다. 덕분에 큼지막한 가 슴이 더욱 부각 되 었다.

“위대한 시스님을 섬길 신도로 거듭나기 위해 다들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기 다리고 있습니 다.”

“•••꾈?”

“고귀한분께서 직접 세례만 내려주신다면 저희는 앞으로 이 보잘 것 없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위대한 시스님과 고귀한 스미스님을 모시는 신도가 될 것입니다.”

나이엘에 이어 한 걸음물러나 있던 벡스까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약간 기 대 에 찬 눈으로 나를 힐끗 올려 다봤다.

‘시스님?’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지시한 적도 없고요. 저들이 스스로 굽히고 들어 오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요.】

?’

【몸을 쉽게 놀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들이 보이는 정성이 기 특하니 이번에는 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저기요?’

【신도들이 생기면 여러모로득을 많이 보게 될 겁니다. 게다가저들이 당신을 위해 몸을 던졌던 걸 생각하면 그 정도 봉사는 해주어도 된다고 봅니 다.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사원 서민수.】

‘그건 그런데一’

捚……해주세요. 저를 위해서.】

“갑시다.”

까짓거. 종교하나만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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