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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342화 (342/771)

횐 342화 >Ep.341 골디아스 왕국

산책을 가자는 시 란님의 갑작스러운 제 안.

그러 나 나는 그 제 안을 받아들였다.

왜냐면 앞선 질문들과 달리, 이번에는 강제하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물론,그게 아니더라도 나 역시 밖이 신경 쓰였기에 굳이 제안을 거절할 이 유가 없었다.

그리 고 나는 정 말로 시 란님 과 산책 을 하는 중이 었다.

방향이 불길한 검은 색으로 뒤 덮인 수도 쪽이라는 것만 아니라면 지극히 평범한 산책 이 었다.

“저… 시란님.”

“왜:

“……이렇게 가도괜찮은걸까요?”

딱 보아도 안에서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괜찮아.”

“그렇군요.”

불안한 나와 달리, 시란님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태연하게 대답하셨 다.

집 결지 에 남아 있는 사람이 라고는 아드리 안과 마르비우스 둘 뿐이 었는데 갑작스러운 소란에 밖으로 나왔던 마르비우스의 시종이 말해주기를 모든 병력이 새벽에 수도를 향해 들어갔다고 했다.

어제까지만해도 멀쩡하던 성벽과 성문이 군데군데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 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주 꿀잠을 자버린 것이다.

아무튼, 내 가 하고 싶은 말은 저 안에 시론이 있을 거라고 시 란님께 말씀 드렸고 시란님은 알고 있다고 대답하셨다.

저 불길해 보이는 검은 무언가에 뒤덮인 곳에 시론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느긋하게 걸으시는 걸 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안쪽은 의외로 괜찮은 걸지도 모른다.

그냥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불안해서 냅다 성벽으로 달릴 것 같았으니까.

“스미스야.”

넵.

서로의 손등이 스칠 정도로 가까이 붙은 채 나란히 걷던 나는 시란님의 부름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시 란님은 앞을 본 상태로 나에게 질문하셨다.

“민수라고 불러주는 게 더 좋으려나.”

“•••아뇨. 이젠 그렇게 불리면 어색해서.스미스라고불러주십쇼.”

“그래. 그럼 스미스야. 너도 언젠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버리는 거 냐?”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몇 발자국 앞서 나가버린 시란님이 나를 따라 멈추시더니.

“힘드냐?”

고개를 살짝 돌리시고는 나를 향해 피식 웃으셨다.

“•••아닙니다.”

나는 얼른고개를 저으며 시란님의 옆에 붙었다.

우리는 한동안 걷기만 했다.

부서지고 무너진 성벽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중에 나랑도 섹스 한 번 해줘라.”

“푸흡……!!”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만 기침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시 란님 이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흘기 며 말했다.

“왜. 애 낳은 여자는싫냐?”

“아니 ••• 그게 아니라…… 저, 시론이랑 사귀고 있는데 …….”

“그런데?”

지성인처럼 보인다는 말은 취소하자.

시란님의 사고방식 역시 정상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 보였다.

“설마 딸년한테 눈치 보여서 그런 거냐?”

“•••꾈예.”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모녀 관계인데 눈치를보지 않는쪽이 더 이상하 지 않을까.

물론, 반대로 좋아하는 쪽도 있지만. 그러나 내가 봤을 때 시론은 절대로 그런 부류가 아니 었다.

내 솔직한 대답에 시 란님 이 잠깐 턱을 쓰다듬더 니.

우리 딸년 말고도 여자 많지?”

“크흠. 옙.”

“그래.그러면 섹스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포기하실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 역시 아르델을 연인으로 받아버린 전과가 있었기에 단호히 거절할 명 분이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으로 미루는 것에 동의했다.

“•••이거들어갈수 있는겁니까?”

우리는 어느새 부서진 성벽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검은색 얇은 막을 가리키며 시란님께 그리 물었다.

“너는뭐 능력 같은 거 없냐? 물건을 만들어낸다거나 없앨 수 있는그런 거

” •

“•••꾈.”

내 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란님 께선 많은 걸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알고 계신다면 뭐…….’

이 꺼림직한 기운을 품은 얇은 막 역시 보관소에 넣어버리면 그만인 일이

다.

“말씀하신 두 개 다 사용할수 있습니다.”

“그러냐.”

시 란님 이 고개 를 끄덕 이 시 더 니 막 앞으로 다가가셨다. 그리 고는 오른손 을 살짝들어 보이더니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一!!

가벼운동작과는 다르게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이 터져 나오더니 나 와 시란님 이 함께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구멍이 생겨났다.

-이더러운이단년들!!

-죽여라!! 이단을 죽여라!!

-꺄하하하하! ।

시란님이 만드신 구멍을 통해 들려오지 않았던 안쪽의 소리가 흘러나오 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고.”

“••옙.”

나는 시란님과 함께 부서진 성벽을 너머 안쪽으로 들어갔다.

-카가가가각!!

소름끼치 는 소리 에 슬쩍 고개를 돌렸는데 시 란님 이 만든 구멍 이 빠른 속 도로 다시 메꿔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칼름 이 녀석…….’

마법진의 핵심 이 되는 왕좌를 부쉈다고 하더니.

나중에 꿀밤을 먹여줘 야겠다.

“죽어!!”

“너나죽어라 이 이단아!!”

“지옥에 떨어질 이 마귀들!!”

“꺄아아아악!!”

시란님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거리를 걷는데 정말 눈 뜨고는 봐주기 힘든 광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환각인가…?’

어제 성벽에서 보았던 병사들이나 마을 주민들은 보이지 않고, 새하얀 법 복과 갑주를 걸친 성기사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두고 신성 마법을 날리며 공격하고 있었다.

“괜찮냐?”

“예? 아, 예.괜찮습니다.”

시란님이 대충 어떤 의도로 물어보셨는지 알 것 같아 나는 솔직하게 고개 를 끄덕였다.

서로를 향해 검이나 메이스 같은 걸 휘두르는 걸 좋게 볼 수는 없었지만, 아직까진 크게 다친 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보지 못했기에 견딜만했다.

“애 기처럼 가슴 좋아하던 것치고는 의외 로 덩칫값 하네.”

“크흠… 가슴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겁니다만.”

시 란님 은 또 피 식 웃기 만 할 뿐, 이 번에 는 대 꾸해 주지 않으셨다.

그렇게 시란님과 함께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던 나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시란님을 피하는 건가?’

나는 시란님과 함께 그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살기를 풀풀 풍기며 싸 우던 성기사들과 다른 성직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피해 옆으로 물러나 싸움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저 우연일 수도 있었지 만, 내 가 보고 느끼기 에는 그러했다.

살벌한 주변과 다르게 나는 시란님과 함께 정말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도로를 걸어 왕궁으로 향할 수 있었다.

콰앙一!!

왕궁과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을 때, 여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 란굉음들이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님.’

이명이 들릴 정도의 굉음과 지면을 흔들 정도의 위력.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이곳에서 세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귀 아프냐?”

“……조금.”

주변이 무척 시끄럽고 연달아 터지는굉음에 이명까지 들리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시란님의 목소리만큼은 무척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잠깐 가만히 있어 봐.”

시 란님은 엄 지를 입으로 가져 가더 니 , 시론과 똑같은 뾰족한 상어 이 빨로 깨물어 피를 내셨다. 그리고는 피가 흐르는 엄지로 내 양쪽 귓불을 문지르시 는데.

시끄럽던 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내 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 란님을 내 려 다봤고, 시 란님은 내 손을 붙잡고 계속해 서 앞으로 걸으셨다.

그렇게 우리는 부서진 내성벽을 넘어 왕궁 안으로 들어섰다.

‘•••엄청 흔들리네.’

중심부로 향하면 향할수록 지면의 떨림이 심해졌다.

시란님이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몇번은휘청거리며 넘어졌을 정도였 다.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들과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며 휘두르고 있는 성직 자들.

그 너머에 피어오른 거대한 불꽃과 얼음꽃. 그리고 성스러운 빛.

시란님이 드디어 걸음을 멈추셨다.

그리고는 걸치고 계시던 외투를 벗어 내 어깨 위로 덮어주셨다.

“여기 얌전히 서 있어라.”

“아,옙.”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귀로 시란님의 목소리만 또 선명하게 들려왔다.

시란님은 나로부터 등을 돌리고서 자연재해보다 더한 현상이 충돌을 일 으키고 있는 곳으로 사라지셨다.

그리고.

후우욱一!!

무언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순식간에 나를 지나쳐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 직후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반파된 왕궁 너머에서 불꽃이 사라졌다.

후우욱一!!

또 다른 무언가가 나를 지 나쳐 사라졌고.

이번엔 얼음꽃이 사라졌다.

‘•••꾈’

후우욱一!!

세 번째 무언가가 나를 지 나쳐 뒤 로 사라졌고 더는 바닥이 흔들리 지 않게 되었다.

바닥의 진동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란님이 내가 있는 곳으로 돌 아오셨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떠 나시 기 전 모습 그대로 말이 다.

굳이 달라진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누님에게 선물했던 검이 시란님의 손 에 들려 있다는 정도일까.

!.

.....

“ 가자.”

시 란님은 내 손을 붙잡더 니 부서 진 왕궁 안으로 데 려 가셨다.

그을리고 녹아내린 벽과 천장.

그 반대편에는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기도 했다.

나를 붙잡고 한참을 안으로 들어 가시 던 시 란님은 천장의 잔해 가 바닥에 깔린 곳에서 멈추셨다.

정확히는 누군가 잔해를 치워낸 것처럼 깔끔하게 비워진 부분 앞에서 말 이다.

시란님을 따라 멈춰선 바닥 아래에는 아래로 이어진 익숙한 형태의 계단 이 이어져 있었다.

“ 자.”

?”

손에 들고 계시던 검을 갑자기 내 손에 쥐여 주셨다. 그리고는 계단 아래 로 나를 밀며 말씀하신다.

“처리하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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