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367화 Ep.366 골디 아스 왕국
후두두둑.
중앙에 박혀 있던 큼지막한 바윗덩이를 제거하자 나머지 부스러기들이 자 연스럽게 뒤로 넘어갔다.
“끝…… 인 거 같죠?”
“그런 거 같네.”
시란은 나머지 파편들을 툭툭 걷어찬 다음, 환한 불빛으로 가득한 공간으 로 나아갔다. 나는 시란의 품에 안긴 채 주변을 살폈다.
우선, 넓은 원형의 공간이 었으며 중간중간 두꺼운 기둥들이 세워져 천장 을 받치고 있다. 그리고 주변을 밝히는 빛은 천장에 달린 무언가에서 흘러나 오고 있었는데 그 빛이 너무 강해 당장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해 보 였다.
“뭔가 생각했던 거랑은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왜.어떤걸 생각했는데?”
“그야 뭐 …… 칙칙한 동굴에 복잡한 미로?”
“그래서 실망했냐?”
“그럴 리가요.”
내가뭐 탐험 정신이 투철한모험가도 아니고, 아니지. 탐험 정신이 투철한 모험 가도 칙 칙 한 동굴보다는 포근한 느낌 이 드는 이 런 공간을 더 좋아할 것 이다.
만약에라도 탐험 정신이 부족하다거나 시시하다느니 떠드는 이가 있다면 절대로 가까이하지 말도록 하자. 높은 확률로 정신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혹시 저 위에 빛나고 있는 거 하나만 가져다주실 수 있으세요?”
“네가바란다면.”
시란은 나를 바닥에 내려주더니, 특별한준비 동작도 없이 아주 가볍게 뛰 어올랐다. 순식 간에 천장에 닿은 그녀는 손을 슬쩍 움직 였고 툭! 하는 소리 와 함께 빛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아래로 내 려왔다.
‘어우씨발. 눈멀겠네.’
농담이 아니라 무슨 태양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 고 있었기에 나는 일단 걸치고 있던 시란의 로브로 그것을 감쌌다.
그제야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다. 물론, 내 의지랑 상관없이 눈물이 그렁 그렁 나온다는 치 명적 인 문제 가 있었지 만.
“어휴, 바보야. 눈 아프면 이렇게 하면 되잖냐.”
시 란은 로브에 넣은 빛나는 뭐 시 기를 빼 앗더 니 그걸 그대로 뒤 에 달린 로 브의 모자부분에 넣어버렸다.
덕분에 눈물이 멈췄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관찰할 수 없다는 새로운 문제 가 생겨버렸다.
‘버근가.’
나는 속으로 되 지도 않는 소리 를 지 껄 이 며 시 란에 게 물었다.
“혹시 이게 뭔지 아십니까?”
“전구라는 건데 이제는 더 이상못 만들어. 유일하게 만들 줄 알던 사람이 사라졌거든.”
시란의 대답에 나는 잠깐 고민했다.
전구라면 내가 아는 그 전구가 맞을 텐데 …….
나는 아직까지 눈물로 촉촉한 눈가를 손등으로 스윽 닦으며, 장인어른의 위험등급을 한 단계 더 상승시켰다.
“그 사라졌던 사람이 시란의 취향이었던 그 사람이죠?”
“……이제는 너라니까. 진짜….”
시란이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큼지막한 가슴으로 내 팔을 짓누르며 팔짱 을 껴왔다.
“농담입니다.”
“ •••진짜?”
“네.,,
“으응
반대 손으로 턱을 살살 긁어주자, 삐죽이고 있던 그녀의 입술이 안으로 들 어 가고 얼마 지 나지 않아 헤 - 하고 살포시 웃어 보인다.
“근데 시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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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구라는 거 말입니다.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고 계세요?”
“음……뭐랬더라.”
내 물음에 시란은잠깐고운이마를찌푸렸고, 한참이나고개를 갸우뚱 거 린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특별한 소재를 이용해서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인다고 했던가? 그래서 따로 에너지를 공급해주지 않더라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특별한소재를 사용한 덕에 자가발전을 통해 계속 해서 빛을 낼 수 있다. 정도로 알아들으면 될 듯싶었다.
그런 이유로 나중에 나갈 때 전부 챙겨서 나가도록 하서자.
그 전에 뒤통수에서 빛을 쏘아대고 있는 녀석부터 집 어넣고.
‘성물 재료 보관.’
직접 손을 대고 시동어를 외쳤으나,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성물분해…?’
......
그제야 손에 쥐 어져 있던 것이 사라졌다.
내 가 만든 건 아니지 만, 같은 시스템을 통해 창조된 것이라 그런지 장인어 른이 만든 것도 내가 만든 성물로 쳐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이게 왜?’
‘성물’이란성행위에 사용되는물건의 줄임말이다.
즉,저 천장에 달려 반짝이고있는것들이 성적인행위에 사용되는도구의 일종이 라는 소리 였다.
‘시발 스미스 새끼.’
나는괜히 장인어른의 심기를 건드린 과거의 나를 욕하며, 장인어른의 평 범한 수치를 두 단계 아래로 낮췄다.
“그래서?”
“예 ?”
자연스럽게 지구로 복귀한 이후, 장인어른을 어떻게 피해야 좋을지 고민 하던 나는 시란의 목소리를 듣고 제정신을 차렸다.
시 란은 내 게 팔짱을 낀 상태로 사방으로 설치되 어 있는 문들을 가리 키 며 물었다.
“어느곳 먼저가볼래?”
“글쎄요……?”
어차피 싹다 돌아볼 거니까 어디를 먼저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가능하면 그 ‘섹스’라는 단어가 적혀 있던 석판이 나왔던 곳을 먼저 가보고 싶기는 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적어두셨는지 몹시 궁금하기도했고.
어쩌면 흑역사 같은 거니 그걸 가지고 좋은 협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아닌…….
‘아니지. 아니야.’
나는 얼른 고개를 저어 협상하겠다는 생각을 치워버렸다.
좋게 풀린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좋게 풀어주실 분이 나보 고 맷집을 키워 오라고 하셨겠는가.
높은 확률로 살인 멸구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 었다.
뭐 …. 장모님들께서 나를 예뻐해 주신다고 하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머리에 존나아픈 꿀밤을 수차례 날리실 것 같 긴했다.
“스미스?”
“크흠.뭐, 어차피 다돌아볼거니까시란이 원하는곳부터 가보죠.”
“그래, 그럼.”
시란은 팔짱을 낀 손을 움직 여 그대로 내 허리를 휘감아 다시 끌어안았다. 나역시 그녀가조금더 움직이기 편하도록목에 팔을둘러 주었다.
“일단, 다른 년들이 뚫어놓은곳부터 가볼까. 석판에 뭐가 적혀 있는지도 궁금했고.”
“……석판을 읽을수 있으십니까?”
“단순한 건 조금? 복잡한 건 못 읽고.”
“오
맞다. 넌 읽을수 있겠구나.”
시란이 나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나, 읽는 법 알려주면 안돼? 응? 응?”
팔에 닿는 가슴도 그렇고 부드럽 게 쓸어대 는 뺨도, 애교 담긴 목소리 까지 . 시란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르델은… … 예외로 두고, 누님과 네메 아님만 하더라도 귀 엽다는 말만 해도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싫어한다. 당연히 애교를 부리는 것도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데 시란은 그런 거리낌이 없었다.
바라는 게 있으면 자연스럽게 달라붙어와 애교를부려왔다. 거기다 귀엽 다는 말을 들으면 배시시 웃으며 수줍어하기까지 .
이것이 장인어른과 장모님들을 보고 자란 영향인 걸까.
“알려드릴게요.”
“진짜?”
“진짜.”
“고마워〜!!”
그렇게도 좋은 걸까.
시 란은 두 팔로 나를 꽉 끌어 안으며 목덜미와 뺨에 얼굴을 마구 문지르며 애 정표현을 해왔다.
“그렇게 좋아요?”
“응!! 사실… 편지가 있는데 그걸 못 읽고 있었거든.”
“편지라면?”
“아, 아니야!! 그, 엄마가 남기고 간편지야…….”
“ 아하.”
장모님이 남긴 편지라니.
나도 꼭 읽 어보고 싶다.
‘근데 한글로편지를남기시다니.’
대륙 공용어보다 한글이 편하셨던 걸까.
뭐, 어떤 사정이 있으셨겠지.
장인어른은 몰라도 장모님들을 의 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갈까요?”
“어, 가야지.”
시란은 나를 공주님처럼 번쩍 안더니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이어져 있는 문을 향해 들어 갔다.
문을 하나 빠져 나왔을 뿐인데 공간이 무척 이 나 좁아졌다. 대 략 성 인 다섯 정도면 꽉 찰 정도라고 할까.
그 정도폭을 가진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시란은 나를 안은 상태로 좁은 길목을 따라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길은 곧게만 뻗어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아까 말했던 미로처럼 중간중간 옆으로 빠지는 길이 쉴 틈 없이 나타나더라.
스윽.
앞으로만 걷던 시란이 왼쪽으로 길을 꺾었다.
“힌트 같은거라도 있었어요?”
“바닥에 표식 있더라. 여기서만 피 냄새가 안 나던 것도 있고.”
“ 아하.”
표식은 내가 안겨 있어서 못봤던 거고, 피 냄새는뭐 …….
나는 그냥 시란의 품에 안겨 걸을 때마다 흔들리며 내 가슴팍과 배를 때리 는 그녀의 괘씸한 젖가슴을 조물조물 만졌다.
“진짜가슴 좋아한다니까……봽”
“이걸 어떻게 싫어하겠어요.”
“우으읏.
만지는 촉감도 촉감이 지 만, 무엇보다 시 란에 게는 남들이 가지 지 못한 것 까지가지고 있다.
몇 번 조물조물 만지지 않았는데 앞섬이 벌써 젖어서 비치기 시작한다.동 시에 달콤한 냄새까지.
보고 또 보고 봐도 질리지 않는 시란의 가슴을 주무르고 비쳐서 보이기 시 작한 돌기를 간질간질 괴 롭히 며 시 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좁은 길목을 빠져나와 있었다.
“하아, 하아……봽 진짜, 다, 젖었잖아…봽”
“빨아드릴까요?”
“•••나, 중에.”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미로처 럼 복잡하게 얽힌 곳을 빠져 나와 도착한 장소는 제법 내 가 상상하 던 미궁의 분위 기를 띠고 있었다.
무슨 재 질인지 는 모르겠지 만, 회 색 의 대 리 석 비 슷한 느낌을 주는 것들로 바닥과벽, 천장까지 촘촘하게 덮여 있는공간이었는데 각벽면 앞에 일정 간 격으로 석함들이 놓여 있었고, 그 앞에 똑같은 형태의 석판들이 세워져 있었 다.
그리고 중심에 박혀 있는 가장 크고 넓은 석판 하나.
내 눈은 자연스럽게 그 석판에 닿았다.
【싡갥좆같읁샑끾듥 •••.】
아무래도 장인어른께서 쌓이신 게 많으셨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