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368화 Ep.367 골디 아스 왕국
꾸욱꾸욱.
“눈 아파?”
“아뇨. 그냥….”
시란의 걱정스런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석판을 바라보았다.
【싡갥좆같….】
이 걸 안타깝다고 해 야 할지, 다행 이 라고 해 야 할지.
일단내 시력에 이상이 없다는 건 확실했다.
“저기, 시란?”
“응?,,
석판을 올려 다보고 있던 시 란은 내 가 부르자 강아지처 럼 눈을 반짝이 며 얼른 팔짱을 껴 왔다.
이쯤 되 자 사실 장인어른은 나에 게 화난 게 아니 었고,미궁에 관해 이 야기 하지 않았던 것도 전부 나를 위해서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흠.그, 혹시 복잡한문장이란 게 저기에 적혀 있는 것들을 말하는 겁니 까?”
“어. 맞아.도대체 뭐라고 읽어야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너는 읽을수 있는거지?”
“뭐어…. 예에……:’
확실히 한글을 막 배운 외국인의 눈에는 외 계어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토종 한국인인 내 눈에는 따로 해석할 필요 없이 그냥 술술 읽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문제는 이걸 시란에게 알려줘도 괜찮냐는 것인데 …….
“뭔데? 뭐라고 적혀 있는데?”
“그, 일단 다른 것들부터 좀 둘러본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해석하는데 시 간이 살짝 필요해서요.”
그래? 알았어.”
그녀는 내 가 하는 말을 조금도 의 심하지 않고 해 맑게 웃으며 고개 를 끄덕 거렸다. 딱히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양심이 쿡쿡찔리는 건지 모르 겠다.
그런 이유로 시 란과 함께 무수히 놓인 석함 중 하나로 다가갔다.
높이는 내 허벅지보다 살짝 낮았으며, 넓이는 보통 보관함으로 많이 사용 되는 상자 정도 되어 보이는 석함. 나는 그 뒤에 박혀 있는 작은 석판을 보았 다.
【보온용품…….】
대충 안에 뭐가몇 개 들어 있는지 적혀 있었다.
“이건 읽을수 있어요?”
“어.읽을수 있어.”
시 란이 긴 손가락으로 석판을 가리 켰고.
“보, 오온, 영푸움.”
대륙어가 아닌, 어눌하지만 확실한 한국어를 시란이 내뱉더니 눈을 끔뻑 이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다시 석판을 가리켰다.
보온용품.
99
“보온용푼.
99
“품.
99
“푼?
99
아, 큰일이다.
입 꼬리 가 자꾸만 위 로 올라가려 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시란을 와락 끌어 안으며 그녀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었 다.
“배고파?”
“아뇨…… 잠깐만요.”
너무 귀 여워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할수도 있었지만, 그 랬다가는 왠지 더는 따라 읽을 것 같지 않았기에 나는 입꼬리가 내려갈 동안 그녀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어내지 못했다.
“후우.
“잘은 모르겠지만… 괜찮은거지?”
“예. 괜찮습니다. 근데 읽는 건 둘째치고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으신 겁니 까?”
“대충은
?”
시 란이 힐끗힐끗 나와 석판을 번갈아 보며 말꼬리를 흐린다.
그에 나는그녀의 머리를쓰다듬으며 말했다.
“나중에 시란의 어머님께서 남겨주신 편지 제가 읽어드려도괜찮을까요?
아, 물론 읽는 법도 알려드릴게요.”
“……나중에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응.
시란은 내 팔을 더욱 꽉끌어안더니 수줍게 웃었다.
요즘 느끼는데 내 입꼬리는 무척 가벼운 녀석인 모양이다. 자꾸 위로 올라 가려 하네.
그녀의 머리를쓰다듬으며 석판을 마저 읽었다.
【가슴죲: 30EA]
【가슴B: 16EA]
【엉덩이: 9EA】
【보지 : 20EA】
가슴A라고 적혀 있길래 흉갑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래에 적힌 엉덩 이와 보지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이 안에 들어 있는 것 역시 평범한 것은 아니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까 전구를 봐서 그런가….’
본래라면 딜도나 이런 게 떠올랐을 텐데 왠지 모르게 또 내 예상을 뛰어넘 는 뭔 가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예 감이 들었다.
일단 석함 안에 뭐 가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손을 뻗는데, 그걸 시 란이 말렸다.
“왜요?”
“아니, 네 힘으로는 조금 버거울 것 같아서.”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열 수 있습니다.”
뚜껑 역할을 하는 부위도 그닥 두껍지도 않았고.
내가 벽에 손을 박아 넣고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할지 라도 이 정도 석함의 뚜껑을 미는 것 정도는 할수 있다.
“뭐…….위험한건아니니까.”
시 란이 껴 안고 있던 팔을 놓아주었고, 나는 두 손으로 석함의 뚜껑을 붙잡 고 힘껏 밀었다.
“후읍……!!”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발가락까지 당기며 얼굴이 터져라 힘을 주었다.
“끄으으응!!”
“그만해 ……. 그러나 쓰러지 겠다 야.”
“푸하!!”
시 란의 만류에 나는 참았던 숨을 토해내 며 뒤 로 물러 났다.
‘아니,시발.꿈쩍도안하는건좀너무하지 않나?’
장인어른이 활동하던 시대라면 파워벨런스가 아직 남성에게로 기울어져 있을 시대일 터.
그리 고 장인 어 른은 오로지 여 자들과 활동했고.
가능한가?’
내가 시스템 교류를 통해 뼈가굵어지고 몸이 커진 것처럼, 장인어른도 다 른 사원들에게서 받은 무언가로 함께 다린 여성들을 강하게 만들어줬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어줄까?”
“•••부탁합니다.”
“야야. 기죽지 마. 예전에는 나도 열기 힘들었으니까.”
“……시란이요?”
“어.좀많이 옛날이기는하지만.”
시란이 열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석함이라니.
그보다좀 많이의 기준이 몇 년인지 궁금해졌다.
“뒤로 좀 물러나 있어라.”
“옙.,,
시란이 신경 쓰이지 않도록, 나는중앙에 놓인 거대한석판이 있는 곳까지 물러났다. 내 가 물러난 것을 확인한 시란은 한쪽 주먹을 치 켜들었다.
?’
아무리 봐도 뚜껑을 열기보다는 후려쳐서 부수겠다는 의지가 크게 엿보 이는동작이었다.
쿠웅-
아니나 다를까. 시란의 주먹이 석함을 후려쳤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작은 파편들이 주변으로 튀 었다.
“이제 와도 괜찮아.”
시 란이 손짓했고 나는 총총 걸어 가 뒤 에 서부터 그녀의 허 리를 껴 안으며 어깨에 턱을 얹었다. 내가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배를 조물조물 만지자, 그 위로 시란이 손을 얹으며 조금 더 내가보기 쉽도록 허리를숙여주었다.
‘포장된 상태인가?’
라인별로 크기 가 다른 상자들이 길게 나열되 어 있었다.
직접 열어서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기에 나는 시란의 허리를 놓으며 부 서진 석함 앞에 쭈그려 앉아 손을 뻗었다.
일단은 가장 작은 상자부터 .
상자를 열자, 푸른색의 작은 보석이 양쪽으로 달린 한 쌍의 피어싱 이 모습 을 드러냈다.
“또 이거네.”
이번엔 반대로시란이 내 어깨에 턱을 얹으며 그리 말했다.
“•••뭔지 아세요?”
“어. 그, 뭐라고해야하지… 다른
“다른?,,
아니, 아무튼 다른 여자들이 젖꼭지나 보지 쪽에 하는 거 봤거든.”
“으
O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장인어른의 다른 장모님들 중 몇 분께서 피어싱을 하셨던 모양이 다.
“시란의 어머님은 안하셨습니까?”
“하고 있을 때도 있고 안 하고 있을 때도 있고.”
시란이 보관함에 놓인 피어싱을살짝꺼내 들며 말했다.
“예전에는 나도 관심이 좀 있었는데 엄마가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도 뭐 라 해서 포기했었거든.”
그리 말하더니 갑자기 내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대고 말을 이었다.
“… …네가 관심 있다고 하면 지금 여기서 해 볼 생각도 있는데 …?”
“시란이 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쪼금?”
고통을 즐기 니까 당연한 반응이 라고 생 각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손에서 피어싱을 빼앗았다.
“•••싫어?”
“딱히 싫은건 아닙니다.근데 이거론하지 마세요.”
나는 손가락 사이에 들어온 피어싱을 시스템을 이용해 깔끔하게 재료로 환원시켜버렸다.
“시란.”
“……화난 거아니지?”
“화안 났습니다.”
그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춰주 었다.
“됐죠?”
“응…….”
그녀가 다시 내 뺨에 본인의 부드러운 뺨을 마구 문질러왔다.
“아무튼, 제가 이것보다 더 좋은 거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그때까지 기다 리세요. 아셨습니까?”
“•••직접?”
“네.직접.”
“……그, 그럼 기다려야지.응…. 기다릴게.”
뒤 에 서 안긴 그녀 가 더욱 나를 끌어 안았다.
그런데 어째선지 가슴이 닿은 등 부분이 조금씩 축축하게 젖어 드는 느낌 이다.
“저,시란? 등이 좀 젖는 거 같은데.”
“아
미, 미안. 너무 기뻐서 젖 나왔나 봐.”
시란이 얼른 나에게서 떨어지더니 뒤돌아서 앞섬을 푼다. 그리고는 허리 에 달고 있던 가방에서 작은 병을 꺼냈고.
이 어서 무언가가 쭉쭉 짜이는 소리 가 들려오기 시 작했다.
나는 시란이 뒤에서 내 후식을 만드는 동안, 석함의 내용물들을 살펴봤다.
가슴 부분은 형태 만 조금 다른 피 어싱 이 었고, 나머 지는 돌기 가 달린 딜도 와구슬 형태의 애널 비즈였다.
뭐 랄까. 평범한 것들이 나와서 안심 이 되 면서도 약간 기 대를 배 신당한 것 같은 그런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은 종류별로 하나씩 만 남겨 두고 전부 재료로 바꿔 버 렸다.
이유는 내 연인들에게 장인어른의 도구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다.
도구는 그냥 도구라는 말도 있지만, 같은 능력을 받은 입장으로서 장인어 른이 남겨 놓은 성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뭔가 패배를 인정하는 느낌이 강 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내 여 자에 게 다른 남자가 만든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부터 엄 청난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꽈악-
병의 마개를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씩 챙겨둔 상자를 들며 일어나 몸을 돌렸다. 때마침 시란도 풀었던 앞 섬을 다시 여미고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시란은 달콤한 모유가 가득 담긴 병을 흔들며 말했다.
“네 가 빨기 시작한 후로 양이 더 늘었어.”
“뭔가죄송하네요….”
“뭘. 불편하면 안 나오게 할 수도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런 게 가능합니까?”
“어.별로 어려운 거아니거든.”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 야기하기 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이고 말았다. 도대체 시란의 몸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그럼, 다음 것도 열어 볼까?”
“아, 예. 일단 석함들 좀 열어주세요. 저는 중앙에 있는 석판 좀 읽어보겠습 니다.”
.......
“그래.그쪽이 시간도 아끼고좋겠다.”
시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따끈따끈한 병을 나에게 내밀었다.
“읽다가 목마르면 마시고.”
그리고는 옆에 있는 석함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나는 아직 따뜻한 온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유리 병을 만지 작거 리 며 중앙 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한글이면서 한글이 아닌, 한국인만 읽을 수 있는 글자 를천천히 읽어 나갔다.
【싡갥좆같읁샑끾듥 •••.】
이부분은 좀 넘어가고.
【갥병싡같은녅놂듥.】
첫 문장부터 느꼈지 만, 아주 화가 많이 나셨던 모양이 다.
【괁읆병 자녅듥읹걵뭕 짉 몱읽 겎 짅.】
어우, 글자가 왜 춤을 추는 건지.
눈이다 어지럽다.
나는 눈의 피로를 위해 일단 전체적인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았고, 내용은 대충이곳 신들을 아주 신랄하게 욕하는 내용이었다. 중간중간 회사에 대한 불만도 보였고. 대충이랬다.
【이것도 읽을 수 있으면 읽 어보던가.】
【사실 꼭 좀 읽어줬으면 한다.】
【왜냐면 너희 년놈들 약올리려고 아무거나 갈긴 거니까.쥬레인 허벌보지 .】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뇌를 반쯤 빼고 휘갈긴 듯한문장들이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내용이 순하게 변하더라.
그래서 몇 번이고 읽어본끝에 나는 장인어른이 숨겨 놓은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싶다.】
【직박구리 폴더는 아직 잘 남아 있을까.】
【못 배워 먹은 허 벌소추년놈들.】
【찾아라 드라군.]
【음머음머 라피테라젖은 젖소젖.】
-아직 못 찾음.
단순히 그냥 맞아떨어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직감이 말했다. 이건 분명히 의도하고 짜맞춘 게 맞다고.
‘뭘못 찾았다는 걸까…….’
그리고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신 거고.
꾸욱.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 하고 있는데.”
잠깐 생 각에 빠졌던 나는 뺨을 누르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고, 어느새 할 일을 모두 끝낸 시란이 다가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일단 그녀를 껴 안았다.
“뭐야.왜 안좋은 내용이야?”
“아뇨.그런 건 아니고요.그보다시란.혹시 다른 미궁에도 가보셨어요?”
“30곳좀 넘게 다녀봤지.”
“거기에도 이런 석판이 있었습니까?”
“어려운문장을 내가 어디서 봤겠냐. 너, 내 말제대로 안들었지?”
“크흠. 오해입니다.”
눈을 가늘게 뜨는 시란의 뺨에 얼른 입을 여러 번 맞추었다. 그러자 시란은 금방배시시 웃으며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왔다.
나는그녀의 머리에 턱을 살포시 얹으며 생각했다.
‘황제의 비고에 미궁에서 나온 걸 다보관하고 있다고했었지.’
아무래 도 마대 륙이 아니 더 라도 제국을 한 번 방문하기 는 해 야할 듯싶 었 다.
“스미스.”
“네?,,
시란이 머리로 정수리에 얹은 내 턱을 장난스럽게 문지르며 물었다.
“그래서 저기엔 뭐라고 적혀 있어?”
나는 시 란을 위 한 선의의 거짓말을 짜내 기 위해 한동안 머리를 굴려 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