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386화 Ep.385 골디 아스 왕국
비젤린님이 ‘시오린’이라는 이름의 인형과의식 연결을 끊으신 후, 얼마 지 나지 않아시란이 정신을되찾았다.
“•••그렇게 말했다고?”
“네. 일단몰링타에 와서 다시 이야기하자고했어요.”
“……쯧.별거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진짜찢어버려야지.”
비젤린님이 남긴 말을 나에게 전해들은 시란은 다행히 크게 날뛰거나하 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를 향한 적의를 조금 더 불태울 뿐.
그후에 잠깐 아래에 내려갔던 연인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연인들에게 있었던 일을 대충 설명했고, 그녀들은 그냥저냥 고개를 끄덕 여주었다. 그리고.
“그럼, 오늘은 여기서 끝내지.”
“음. 조금 아쉽 지 만 나 역시 스미 스 네 가 소개해준 조사관들과 할 이 야기 가남았구나.”
광란의 스미스 쥐 어짜기 가 시 작될 줄 알았는데,내 생 각과 다르게 연인들 은 내 일이 나 모레 곧장 떠 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기 위 해 하나둘 자리 에서 일 어나기 시작했다.
“아드리 안님 !! 우리도 그때 다 못 한 이 야기 가 있잖아요!!”
내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아드리안은 뒤에서 허리를 당겨오는 냐호 가 귀찮은지 얼굴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이러고 싶지 않거든요? 얼른 나오세요!!”
“•••나중에 봐.”
아드리 안은 결국 냐호의 손에 끌려 가 주었다.
귀여운데 착하기까지 하다니. 역시 아드리안.
“저는 그엘프를 조금.”
“나는 엘을 데려와야 한다.”
기 에 나와 베 네 오도 자리 를 떠 났다.
생각해보니 그 까칠한 드레 이크를 못 본 지도 꽤 된 것 같다.
“우리 역시 따로 나눌 대화가 있어서.”
케 르낙스와 아르델 라도 떠 났다.
이제 남은 건 나와 시란.
그리고.
“넌 어디 안 가냐?”
“내가어딜가.”
시론이 남았다.
...
시란의 물음에 시론이 투덜거리며 내 옆에 앉았다.
“근데 집에는왜 갔다왔는데?”
“편지 찾으러.”
“편지 엩 무슨 편지. 도전장이 야?”
시론의 물음에 시 란은 귀 찮다는 듯 귀를 후비더 니 허 리춤에 차고 있던 작 은 가방의 주둥이를 열었다.
“• • • 안에 든 것들은 다 뭐 래 . 그리고 뭔 가 존나 반짝이는데 ?”
시론은 미궁에서 챙기고 나온 것들을 보려다가 안에서 자체 발광 중인 전 구의 빛에 결국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내뺐다.
‘저걸 아테나한테 써 봤어야 했는데.’
도저히 어느 부위에 써먹는 물건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물건이었다. 전구가 성물이 라니 .
아무튼, 시란은 환하게 번쩍이는 가방에서 새하얀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 다. 장모님께서 남기신 편지라면 족히 백 년 단위를 넘겼을 텐데 봉투에서는 그 어떤 세월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전장치고는 꽤 고풍스럽네.”
“좀 닥치렴 딸아. 한 대 치고 싶어지니까.”
“•••꾈.”
시란이 진짜칠 것처럼 주먹을 들자, 시론이 입을 삐죽 내밀며 얼른 내 팔에 안겨 왔다.
아르델과 아르델라는 그래도 모녀 사이라는 게 납득이 가는 정도였으나, 시론과 시란은 누가 봐도 자매처럼 보였다.
“이거야.”
“제가열어도 괜찮습니까?”
“어.괜찮아. 어지간해서는 안 망가지거든.”
나보다 곱절은 나이를 먹었을 텐데도 여전히 고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편지 봉투. 당연하지만특별한 마법적 처리가되어 있는 물품일 것이다. 그 런고로 나는 부담 없이 시 란으로부터 봉투를 넘 겨받아 안의 내용물을 꺼 냈 다.
안에 든 것은 반으로 곱게 접힌 편지 지 였다.
내 가 그것을 펼치 자, 두 모녀가 약속이 라도 한 듯 내 팔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고개를 빼꼼 내밀어 편지지를 올려다봤다.
“뭐야.뭔 꼬부랑그림들이 이렇게 적혀 있데.”
“닥쳐 이년아.”
“씨이•••꾈:’
시 론은 편지 지 에 적 힌 유사 한글을 보며 눈을 찌 푸렸고 시 란은 내 허 벅 지 를 꾸욱 누르며 얼른 읽 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잠시만요.”
곧바로 읽어줘도 상관은 없을 테지만, 만일을 위해 나는 장모님이 작성하 신 편지 내용을 한 번 검토했다. 왜냐면 아까유사 한글이라고 표현했던 것처 럼 편지지에는 석판에 적혀 있던 것처럼 글자가 괴랄했기 때문이다.
‘음.어디 보자.’
자체적으로 눈에 필터링을 가동해 천천히 편지를 읽어 나갔다.
『사랑하는 딸에게.
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엄마는 그런 날이 오기를바라며 이렇게 편지를 써보았단다.』
일단 첫 문장에서부터 시란을 향한 장모님의 사랑이 느껴 졌다.
『우선... 미 안하다는 말부터 적어야 할 것 같구나. 떠 난다는 말 한마디 전하 지 않고 갑작스럽게 사라져서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딸.』
“어후.”
“왜 그래?”
“어 •••아뇨. 아닙니다.”
시란의 물음에 나는고개를저으며 다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절대 이해해 달라는 말은하지 않을 거야.그야... 어떤 이유를 가져다붙 이더라도 너를 포기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절대 너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 니 란다. 나도... 조금 더 네 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마음에 드는 짝을 데려오는 것도, 너를 닮은 귀여운 아이도 보고 싶어…』
편지의 내용은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시란을 향한 사랑과 애정, 그리 고 미 안함으로 덧칠되 어 있었다.
『만약 다른분께서 이걸 읽고 계신 거라면... 제 딸과함께 있는 거라면. 딸 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신을 믿으셔서는 안 됩니다. 부 디 이 글을 읽는분께선 저와 같은 이별을 겪지 않으시길...』
“…뭐야. 너울어?”
“우는 게 아니라 더워서 땀 나는 거야….”
“뭐래.
99
나는 눈가에 살짝 흘러나온 땀을 닦았다. 괜히 훈련소에 서 받았던 엄마의 손편지 가 떠오르면서 화생방의 악몽에 눈에서 땀이 찔끔 나와버렸다.
“크흠, 큼.
살짝 잠긴 목을 풀며, 나는 조용히 편지지를 바라보고 있는 시란을 향해 말했다.
“뭐라고 적혀 있냐면요…….”
첫 문장부터 시작해서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고 편지 내용을 읽어내려갔 다.그렇게 마지막에 적혀 있던 내용을 모두빼고 편지를완독했을 때.
“뭐야. 할머니가 쓴 편지였어?”
“ 딸아.
“응?
“좀 닥치렴.
시란은 입을 삐죽 내민 시론을 무시하며 내 손에서 편지지를 가져갔다. 그 리고 반으로 곱게 접어 다시 봉투에 넣는다.
“스미스.”
“네.”
“다시만날수 있을까?”
두 손으로 꽉 잡은 봉투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 란.
나는 그런 시 란의 머 리 를 쓰다듬으며 고개 를 끄덕 였다.
“예.다시 만날수 있습니다.제가꼭만나게 해드릴게요.”
“할머니 살아 계셔? 내용에는뭐 꼭 병에 걸려 죽어가시는 것처럼 적혀 있
” —
빠악一!!
둔탁한소리와함께 시론의 말이 끊어졌다.
나는 슬쩍 시론이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통수에 큰 혹을 단 시론이 비젤린님이 맡겨두신 인형 위에 머리를 처박 은 채 기절해 있었다.
‘확실히 시론의 성질이 사나운 건 시란을 닮은 게 맞아.’
그러면 시란도 장모님을 닮은 걸까?
편지에서 느껴지던 애절함, 그리고 진한 사랑을 본다면 장모님께서는 무 척 자애로우신 분 같았다.
“표정이 왜 그러냐.”
“예? 제, 제 표정이 왜…?”
“뭔 가 엄청 실례되 는 생 각을 하는 것 같은 표정 이 었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표정인 걸까.
나도 한번 보고 싶다.
“그런데 시란.”
“왜?,,
나는 편지지를 다시 가방에 넣으며 자연스럽게 웃옷의 단추를풀기 시작 하는 시란에게 물었다.
“옷은 왜 벗으세요?”
“왜라니.”
시란은그런 내 물음이 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편지지 를 들고 있던 손을 내 사타구니 에 가져댔다.
“보름 동안못 한 만큼 해야 할 거 아냐.”
“그, 여운에 젖는다거나그런 시간은요…?”
“여운은 모르겠고 내 보지가 젖기는 좀 젖었는데.”
“아니…….”
순식간에 내 감동을 파괴해버린 그녀가 내 벨트를 풀며 말했다.
“시론은 다 커버렸으니 ••• 시론 동생 이라도 낳아서 보여드리면 좋아하시 겠지.”
“좋아는 하시겠죠….”
그날, 시란의 배는 시론의 동생을 가진 것처럼 몇 번이고 볼록해지 기를 반복했다.
**
시란과의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 날 점심.
“벌써 헤어질 시간이라니…….”
“영원히 못 만나는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하지만… 족히 일 년은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
마르비 우스는 자신이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탄 채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다 른 사람들이 봤다가는 크게 오해할수 있는 장면이었으나 아무렴 어떨까.
“…하나부터 열까지 네 도움을 받았다. 고맙구나.”
“저를위함이기도하니 그렇게까지 감사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그게 아니 었어도 도와드렸을 거고요.”
-크흠!!
엘프의 습격으로 잠깐 황녀와 떨어져 있던 그녀의 호위가 크게 기침하며 주의를 줬다. 그녀는 아직도 나와 황녀가 금단의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아 는 모양이다.
“눈치를 너무 주니 그만놓아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마르비 우스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놓아주었다.
그에 우리 작은황녀님은수줍게 뺨을붉히며 나에게 말했다.
“내 신분이 신분이라 그 쉬운 편지 한 통 보낼 수가 없으니 • • •.”
“이해합니다.”
“……아드리안경을 통해서라도 가끔 연락할 터이니 꼭 답변해 주어야 한 다.”
“예.그리하겠습니다.”
“•••그래.그럼 그만 가보마. 더 있다간 마차에서 내려버릴 것 같으니.”
마르비우스는 창밖으로 내밀었던 손을 넣더니 단호하게 암막을 쳐버렸다 •
-출발!!
그녀의 호위가크게 외쳤고, 마르비우스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미스.”
“아드리안.”
가장 뒤에서 말을 탄 아드리안이 다가왔다.
“나. 기다리는 거 잘해.”
“최대한 빠르게 만나러 갈게요.”
“응. 나중에 봐.”
그녀는 작고 둥글둥글한 귀를 파닥이며 멀어지는 행렬을 쫓아 멀어져 갔 다.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울음에 몸을 돌렸다.
“어째 더 커진 거 같다 너?”
-크릉!!
팍팍!!
드레 이크 녀석 이 콧김을 내뿜더 니 두꺼 운 꼬리로 바닥을 후려 친다.
그러자 마부석 에 올라 있던 베 네오가 사슬 고삐를 당겼다.
“버릇없다.”
녀석이 치켜들던 머리를 낮추더니 다시 얌전해졌다.
“나만타면 돼?”
“그렇다.”
베네오의 대답에 나는 뒤쪽으로 향했다.
처음을 때 우리가 타고 왔던 짐칸.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곳에 타 있는 연인들.
시론과 시 란, 케 르낙스와 기 에 나. 그리고 아르델라와 냐호까지.
덤으로 비젤린님의 인형도 함께.
나는 마차에 오르며 물었다.
“아르델이랑누님은 벌써 갔어?”
“예.두분다 아침일찍 떠나셨습니다.”
“그렇구나.”
아르델은 요새의 일로, 누님은 길드에 올릴 보고서를 위해 먼저 떠나버렸 다.
‘그런데 길드 건물은 다부서지지 않았던가…?’
뭐,누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
인수인계를 끝내신 네메아님은 칼름과 다른 사도들이 탄 마차를 끌고 우리의 뒤 를 따라오실 예 정 이 었다.
이곳의 문제는 아직 다 해결된 게 아니 었으나 누가 왕이 되 건 나와는 아무 런 관계가 없는 일이었고, 조사관을 이끈 아테나는 내가 한 번 털고 나온 미 궁의 석판을 수거해 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고로,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는 소리다.
“읏차.
바닥에 깔린 게 지푸라기뿐이라 조금 엉덩이 가 아프지만.
꾸우욱.
양옆으로 그리고 품 안으로 들어오는 연인들의 부드러운 피부와 체온이 그런 불편함을 잊게 만들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기에나가 마부석에 앉은 베네오에게 신호를 줬고, 마차는 덜그럭거리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차가 출발하고 대략 1분.
덜그럭一!! 덜그럭一!!
“어억?!”
나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