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395화 Ep.394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촤아아악—!!
수증기 가 피 어오르는 따뜻한 온수가 욕탕의 턱을 넘어 바닥으로 흘러내 린다.
뿌연 김으로 가득 한 넓은 욕탕.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나와 연인들.
당당히 내 무릎 위를 차지한 시론이 맞은편에 앉은 기에나를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기에 나네 엄마가 우리 바보를 귀쟁 … 아니, 엘프들의 나라로 초대하고 싶다?”
“예에….”
“그, 미안한데. 미치一”
“쓰읍. 시론아.”
“치이이이….”
내 가 허 리 를 당기 자 시 론이 말꼬리 를 늘어트리 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 만 나는 물론이고 여기에 있는 모두가 시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다 이해한 것같았다.
“너무흥분하지 말고 일단이야기를다들어봐.”
나야아침에 다들었지만,늦은 점심에 깨어난그녀들은 아직 자세한 내용 을 다 듣지 못한 상태 였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침착한 거거든? 엄마가 있었어 봐.그냥바로뒤집 었지.”
“•••그런가?”
“그렇다니까?”
어제 청결 스크롤을 가지러 간 후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시란.
대충 비젤린님이 있는 곳으로 간 것 같은데 아직 경비대에서 찾아오지 않 은 걸 보면 꼭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시란보단시론이 더 쉽게 흥분하지 ….’
본인에게 그리 말한다면 장담컨대 크게 삐질 것이 분명했다.
“크흠, 그러니까 시란이 오기 전에 이야기부터 다듣자. 기에나?”
“예.”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서 그런지 기에나가 이마를 살짝 구기며 말을 이었다.
“스미스님을 정 식으로 초대 하고 싶으니 의 견을 여쭈어 보라고 오늘 아침 에 편지를 전달받았습니다. 그리고 초대하려는 목적은… ….”
기에나의 이마에 주름이 하나 더 생겨났다.
“•••주어진 의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받들어지는 삶을 당연하 게 여기고 있는 남성 엘프들에게 진정으로 받들어져야 할 우월한 남성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얼굴을 구긴 것도 구긴 것이 지만, 기에나의 목소리는 말을 이어가면 이어 갈수록 작아졌다. 그리고 다시 느끼는 건데 그 작은 종이에 저런 긴 내용이 담겨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 다.
“그렇데.”
“그렇데가 아니잖아 이 바보야.”
“ 아야.”
시론이 살짝 내 허벅지를 꼬집으며 살짝 눈썹을 날카롭게 만들어 나를 돌 아봤다.
“이래저래 말을 길게 해서 그렇지.요약하면 그거잖아. 거미줄 친 보지 청 소 좀 해달라는 거. 덤으로 네 씨앗도 좀 뿌려주고.”
“어,으음… 그, 그런건가?”
“그런 거야.”
뭔 가 굉 장한 설명 인 것 같은데 다른 연인들이 고개를 끄덕 이는 걸 보니 시 론의 말이 맞는 모양이 다. 심 지 어 이 야기를 전달한 기 에 나 조차 부끄럽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으음, 만나본 엘프라고는 기에나와시란에게 붙잡힌 그 유세핀인가하는 엘프밖에 없어서 왜들 이렇게 경계하는지 공감이 잘 안 가네.’
옛날에 섹스하는 족족 생기를 빨리던 시절이었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테지 만, 지금의 나에게는그런 건 하등문제 될 게 없었다.
그야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십마성을 벌써 여럿 함락했는데 엘프라고 뭐 문제 될 게 있을까.
하지 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다들 눈을 샐쭉 뜨고 위 기감이 부족하다느니 저기 수도에 있었을 때처럼 한소리씩 할게 뻔했기에 그냥조용히 있기로했 다.
“그래서.”
“•••꾈?”
얌전히 있으려는데 시론이 나에게 물었다.
“넌 가고 싶으시다?”
“어, 그…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에나의 어머님께서 초대하신 거니까 •••꾈?”
“무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그, 그래…?”
“예.오히려 무시하셔야 합니다.”
당사자인 기에나가 저렇게 나오니 더는할말이 없었다.
보아하니 진짜 싫어하는 것 같았고.
기에나의 어머님이 어떤 분인지 한번 만나뵙고 싶기는 하지만, 그게 기에 나보다 중요한 건 아니 었다. 내 최 우선 순위 는 무조건 사랑스러운 연인들이 니까.
“문제는 귀쟁….”
“괜찮으니 그냥말해도괜찮습니다. 시론.”
“어,그... 귀쟁이들이 어떤 미친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거지.”
“저 역시 그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기 에나의 동족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 수준으로 보였다. 아니, 오히 려 믿고 있기에 저런 건가?
“일단이 부분은언니랑 엄마가돌아오면 다시 이야기하자.”
“나 역시 어머님께 전하도록 하겠다.”
시론과 아르델라가 말을 끝맺을 즘, 나는 연인들을 향해 물었다.
“근데.십마성이 떡 하니 내 옆에 붙어 있는 걸 아는데도 일을 저지를까?”
“저지르고 남지.”
“그런 걸 고려했다면 애초에 대륙에서 격리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구나.”
도대체 엘프들은 어떤 종족인 걸까.
기 에나를 보면 그렇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은데.
!.
.
야.”
“응?
시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에게 말했다.
“잊은 거 같아서 말하는 건데, 쟤도 처음에는 정상 아니었거든? 너가 만든 활 보자마자옷도 안 입은 상태로 공터에 달려가고 그랬던 거 다 잊었어?”
“어…….”
내 가 슬쩍 고개를 들어 기에 나를 보자 기에 나가 작게 기침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보니 기에나가활덕후였었지.’
내 연인이 된 이후로 그런 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완전히 잊고 있었 다.
“쟤가활에 미친 것처럼 다른귀쟁이들은 섹스에 완전 미쳐 있거든?”
“그건•••꾈.”
기 에 나가 활만 보면 눈이 돌아갔던 것처 럼, 다른 엘프들은 자지 만 보면 눈 이 돌아간다는 소리 였다. 눈 돌아간 기 에 나로 가득 한 나라.
“좀,위험하긴 하겠다. 응….”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대상이 무려 나라다.
아무리 내가 섹스의 달인이라지만 나라를 상대로는 조금….
“그러 니 까 함부로 가보고 싶다는 말도 꺼 내 지 마. 알겠어 ?”
넵.
“그래.
시론이 몸을 돌려 내 머리를 살살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다상대 적으로작지 만부드럽고탄력 있는귀 여운 가슴이 내 가 슴팍에 닿아 뭉그러진다.
자극을 받았으니 당연히 아래에서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 론이 조금은색기 있는 미소를 지으며 내 목을끌어안았다.
“점심은 조금 더 늦어져도 괜찮지 ?”
“……괜찮지.”
우리는 늦은 오후가 되 어서 야 욕탕에 서 나왔다.
**
“미룬다고 해서 좋은 건 없으니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오지.그리고 도시의 확장 건도.”
“저도백작님께보고할게 있어서.”
아르델라와 냐호가 경비대로 향했고.
“저는식재료를.”
“ 나도.,,
기 에 나와 베 네오는 장을 보러 갔다.
“우리도 갈까?”
“그래.”
“큼큼.
99
나는 양쪽에 나란히 선 시론과 케르낙스의 손을 붙잡고, 예쁘게 저무는 노을을 배 경 삼아 길을 걸었다.
“근데 엄마는 어디 갔데?”
“글쎄…?”
흐름상 비젤린님을 만나러 가신 것 같긴 한데, 한 번 알아보긴 해야 할 것 같다.
“뭐,알아서 돌아오겠지.”
“그건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시 란이 니 까.
“그런데 스미스.”
“엉.,,
“그, 종교 말이 다만… 우리도 그, 시스라는 분을 모셔야 하는 건가?”
“음……?”
케 르낙스의 물음에 나는 잠깐 생 각했다.
그리고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아니. 괜찮아.”
“……괜찮은거냐?”
“어.괜찮을거야.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시스를 받들어 모시는 건 상관없지 만, 그건 어디까지 나 타 인에 게 만 한정되 는 이 야기 였다.
다른 건 몰라도 시스가 정말 날 사랑하는 거라면 내가 싫어하는 짓을 강 제할 리 없을 테니까.
“근데 바보야.”
“엉.,,
“•••진짜바보 같으니까그렇게 대답하지 마.”
“넵.,,
“진짜
시론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살짝찔러왔다.
“시스교라고 했었지?”
“어.맞아.”
“정식 종교로 인정 받으면 여기다가신전 지을 거라고했잖아.”
“그렇지.”
“그럼 가장 먼저 여기 사람들한테 포교할 거 아냐.”
“그렇겠지?”
“그럼. 여기 사람들이 너 지나갈때마다 다 넙죽 엎드리고 막그렇게 되는 거야?”
“•••꾈왜?”
지금도 좀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긴 한데, 갑자기 넙죽 엎드린다니.
“뭐냐.그때 집결지에서 대충들었는데 입교하면 네가 직접 세례를 해준다 고 그러던데.”
“……누가?”
“칼름이.”
‘응. 아냐.
“아니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칼름의 정수리에 큰 감자를 하나 먹여줘 야겠 다고 다짐했다. 이 녀석 입이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그렇게 손을 붙잡은 우리는 나이엘 일행들이 있는 남쪽 거리에 도착했다.
“진짜천막치고생활중이네.”
시론은 거리에 가득 펼쳐져 있는 천막들을 보며 감탄했다.
반대로 나는 길드 건물이 있던 자리를 보며 크게 놀랐다.
‘뭘 어떻게 싸웠길래…….’
거 대 한 운석 이 라도 떨 어 진 것처 럼 움푹 들어 가 있는 바닥.
그리고흔적도 보이지 않는 길드의 터.
우리가조금 더 다가가자 얼굴을 알고 있던 신도가 어깨에 포대 자루를 짊 어진 채 이쪽을 향해 뛰 어왔다.
“스미스님.”
“벡스.”
나이 엘과 함께 내 가 납치 당했을 때 도와주었던 전투 신도이 자 분위 기와 행동이 기에나를 닮은 여인.
“죄송합니 다.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차림 이 ….”
“아냐아냐. 괜찮아.”
“옆에계신분들은?”
“어.내부인들.”
“아,그러시군요. 안녕하십니까.”
벡스는 시론과 케르낙스를 향해서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흠흠, 괜찮은 신도네?”
“나도 같은 생 각이 다. 예 의 가 바른 신도군.”
“감사드립니다.”
순식간에 시론과 케르낙스의 인정을 받은 벡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찾으시는 이가 있으십니까.”
“다른 건 아니고. 칼름이랑 다른 애들은 안 왔나 해서. 그리고 나이엘은?”
“풍요의 신전에 계십니다.”
“거긴 왜?”
“오늘 새벽에 옛 사도들과 교주가 도착했고 그녀들을 인계받기 위해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 다.”
“그렇구나. 고마워.”
“아닙니다. 더 물으실 게 없으시 다면 그만 업무로 돌아가 보겠습니 다.”
나는 움푹 들어간 땅을 메꾸기 위해 돌아가려던 벡스를 붙잡고 물었다.
“생활은 괜찮고?”
“예. 도시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습니 다. 다른 신도들도 마찬가지 일 겁니 다.”
“그렇구나. 알겠어.”
“예.그럼.”
벡스는 다시 한번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갔다.
“•••쟤진짜사교도였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의 가 바르군.”
“내 말이.”
시론과 케르낙스는 멀어져 가는 벡스의 등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 거렸다.
‘근데 벡스가좀특이하긴 해.’
처음만났을 때부터 지나치게 예의 가 발랐다.
또 정중했고. 그러니 내가 기에나를 닮았다고까지 생각하지.
‘뭐,특이하다면 사실 나이엘이 가장특이하긴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손을 붙잡은 채 서쪽 거리로 걸음을 돌렸다.
마침 네메 아님도 오셨을 테 니 애들도 만날 겸 심사가 언제 시 작되는지도 좀 물어봐야겠다.
“여기도 진짜 오랜만에 온다.”
“다섯, 아니여섯달만이군.”
시끌벅적한 동쪽과 다르게 신전들로 가득 한 서쪽은 무척이나 차분하고 조용했다. 물론, 신전의 입구를 지키고 선 성기사와돌아다니는 신도들의 시 선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안녕하십니까.”
“•••그래. 오랜만이군.”
몇 번인가 얼굴을 본 적 있는 성기사님.
그런데 아직도 이름을 모른다.
“들어가도록.”
그녀는 우리를 향해 흔쾌히 길을 내 어주었다.
그렇게 위로 이어진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데.
-제 가 스미스님 과 가장 가까우니 당연히 제 가 대사제 가 되 어 야 하는 겁 니 다!!
-뭐래. 시작도 전에 말아먹을 일 있냐?
-그냥 저기 계단에서 굴려버리자.
-찬성.
-히익!!
위 에서부터 아주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근데 우리 전 교주님은 하실 생각이 없으신가?
_없다…….
그리고 아직 이름을 듣지 못한 이의 목소리도 함께.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 일 스미스님께 인사드리러 가도록 하죠.
마지막으로 나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들은 확실히 사교도 같네.”
“음.방정맞군.
높은 점수를 딴 벡스와 달리, 아직 얼굴도 보이지 않은 전 사도들의 평가 가 곤두박질친다.
“•••스미스님?
선두에 서 있던 나이엘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어,진짜네.”
“설마우리 찾으러 오신 건가?”
“다시 봐도 진짜 잘 생기셨단 말이 야.”
이 어서 사도였던 자들이 하나둘 나타나 얼굴을 보였다.
-나,나도스미스님을 보고싶어요…!!
뒤에서 끙끙거리는 칼름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어어?”
“잠,꺄악?!”
“ 야이
계단으로 내려오던 사도들이 뒤에서부터 앞으로 기울어지더니 그대로 도 미노처럼 서로를 밀며 아래로굴렀다.그 마지막엔 칼름이 있었다.
그리고.
“히,히익
쪼르르르륵.
칼름의 옆에 엎어져 있던 교주가 날 발견하자마자 기겁하며 바닥에 지려 버렸다.
“…난 반대야.”
“나도반대다….”
시론과 케르낙스가 동시에 나를 향해 말했다.
이상하게 얼굴이 화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