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03화 Ep.402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읏차.”
나는 깨끗하게 청소된 지하의 바닥에 대충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케르낙스와 아르델라는 경비대에 볼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떠났고 냐호는 상단의 일로 점심을 먹은 후 밤비노로 향했다.
누님은 놀고 있는 시론을 데리고 무너진 길드의 터를 손보로 갔고 시란은 어디 간다 말은 안 했는데 아마도 비젤린님을 보러 갔을 것이다.
베 네오는 늘 그렇듯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고 손수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며 대 청소를 시 작했으며 , 기 에 나는 순식 간에 바닥난 식 재 료를 보충하 기 위해 장을 보러 갔다.
때마침 배란일인 사람도 없었고 각자 할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기에 오랜 만에 지하로 내려온 것이다. 절대로 베네오가 방해하지 말라고 해서 내려온
게 아니다. 진짜다.
‘그나저나 답변은 언제 도착하려나.’
엘프의 나라.
그린티아의 관광이 결정되고 벌써 닷새라는 시간이 흘렀다.
기에나가 말하기를, 편지를 받자마자 답변을 보낸다면 늦어도 열흘 안에 는 도착할 것이라 했다.
‘근데 굳이 답변을 보낼 필요가 있었나?’
종족 협 약에 의 해 엘프들은 칼란 대 산림 밖으로 나와서 는 안 됐다. 그러 니 내 가 초대에 응했다고 해서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소리 였다.
예를들면 요새에 방문하는 나를 위해 아르델이 드레이크와 가문의 마차. 그리고 아르델라의 기사단을 붙여줬던 것처럼.
엘프들은 그런 마중을 나올 수가 없다.
뭐, 가겠다고 미리 말해둔다면 환영식이라도 준비해 놓을 수는 있겠지만
‘환영받는다고 해서 기쁠 것 같지도 않고.’
타니아, 전 교주이자 엘프들에 의해 혼자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드라 이어드.그녀의 이야기를들은후부터 엘프라는종족이 더 꺼림직하게 느껴 졌다.
물론, 귀 엽고 사랑스러운 기 에 나는 예외 다.
“하아〜 모르겠다.”
뒤통수에 깍지를 끼며 바닥이 벌러덩 누웠다.
은은하게 지하를 밝히는 마법등의 불빛.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끔뻑 였다.
-남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권리만 누리려는 남성 엘프들에게 진정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기에나의 어머님께서 나를초대하며 덧붙인 말이었다.
즉, 사용된 단어는 초대였으나 사실상 나에게 수컷 엘프 놈들의 정신머리 를 고쳐달라는 의뢰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론과 다른 연인들은 단순히 내게 섹스를 바란다는 걸로 해석을 한 것 같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놈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가 장 빠를 테니 까. 덤으로 타니 아의 종족을 공격하도록 만든 그 하이 엘프 새끼 의 면상도좀 구경하고.
이번 관광에 다른 사도들은 몰링 타에 남겨두고 갈 거지 만 타니 아는 데 려 갈 것이다. 내 가 꼭 데려 가겠다는 건 아니 었고 시란의 뜻이 었다.
“좀 괜찮아졌다고는 하던데.”
사도와신도들의 근황을 보고하기 위해 이틀에 한번씩 나에게 들르는 나 이엘의 말에 따르면 이젠 내 이름이 거론되어도 크게 떠는모습을보이지 않 게 되 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나면 또 어떻게 될지 알수 없었으나 천막에서 그런 일을 당하고 도 더 심해지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점진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것 같아보이 긴했다.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뒤늦게 합류한 사도들도 다투지 않고 도시에 잘 녹아들었다고 한다. 가끔 칼름을 꼬집 거나 꿀밤을 먹 인다는데 그 강도가 약 했고 들어보니 칼름이 맞을 만한 짓을 했더라.
일단 키가 작고 힘이 약하기에 칼름은 복구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천막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나이엘이 말하기
-의외로 손재주가 좋은 아이 옵니 다.
칼름이 그림도 잘 그리고 시나 노래의 작사에도 소질이 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천막에 앉아편하게 시스교의 사제들이 착용할법복의 디자 인을 그리던 칼름은, 다른 사도들이 도시를 떠난 모험가들을 대신해 경비대 의 의뢰를 수행하고 벌어온 돈을 슬쩍해 거리로 몰래 나가 군것질을 해왔다 고한다.
‘참,크게 혼을 내지도 못하겠고.’
황녀와 키가 비슷한 칼름.
그런 칼름의 실제 나이는 놀랍게도 시론보다 두 살이나 더 어린 딱 스물이 었다.
나이 엘에 게 듣기 로는 한참 성장기 였을 나이 에는 지 금보다 더 작았다고 했다.
게다가 누이트교에 함께 붙잡혔을 때 고아라는 소리까지 본인의 입을 통 해 직접 들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칼름이 뭔가 엉뚱한 짓을 하면 감자를 먹여주고 싶다가도 막상 앞에 칼름이 뛰 어다니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나마 역전 세계라 다행이지.’
일반적인 곳이었다면 몇 번이고 납치당하고 남았을 녀석이다.
그런 이유로 나이엘에게 말해서 하루에 조금씩 용돈을 주라고 말해두었 다. 다른 사도들도 말은 험하게 하지만은근히 칼름을 챙겨준다고 나이엘이 말해주기 도 했으니 그 정도는 괜찮을 것이 다.
마지 막으로 내 가 부탁했던 약의 시 작품을 조만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그걸 부탁한 게 고작 엿새 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속도가 아닐 수 없다.
‘그걸 먹이고새로운 성물을 사용하면…….’
약의 효과가 풀렸을 땐 아마도 내 가 생 각하는 상상 이 상의 일이 벌어 지 지 않을까.
“어우.
잠깐 상상했을 뿐인데 아래 에 피 가 쏠려왔다.
나는 얼른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천박한 생각들을 떨쳐냈다.
‘근데 아르델라랑 누님은 같이 갈 수 있나?’
아르델라에게 주어진 시간은 넽주였고 그것도 벌써 일주일이 흘러버렸다. 게다가누님은 본래 이 도시에서 벗어날수 없는 몸이었고.
아.”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내 노예신분은 언제 풀어주시는 거지?”
잠깐 잊고 있었는데 분명 이번에 돌아오면 나를 노예에서 풀어주시겠다 고 말씀하셨다. 딱히 거슬리는 부분은 없지만, 노예라는 단어가 썩 듣기 좋은 건아니니 말이다.
“•••지금 가서 물어보는 건 좀그렇겠지 ?”
열심히 복구 작업에 힘을 쓰고 있을 텐데 거기 찾아가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역시 좀 아닌 것 같다. 크게 급한 일도 아니니, 나중에 누님이 돌아오면 욕 탕에서 물어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산책이라도 좀할까.”
만들고자 하는 성물은 많았으나 거기에 신선함을 첨가하는 게 좀처럼 쉽 지가 않았다.
선배님들은 능력을 대신할 수 있는 재료를 구해주면 원하는 효과를 부 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자마자 다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나 버리셨다.
구멍 선배님은 아직도 성물을 즐기시는 중인지 평점을 등록하지 않았고.
“읏차.
나는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이었으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예전처럼 진득하게 성물만붙잡고 있기가 어려웠다.
“가서 사람들이 랑 인사도 좀 하고 놀고 있는 리 나씨 나 찾아서 수다나 좀 떨어야지.”
.........
리나씨에게는 황금고목의 건으로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줬으니 만나서 먹 을 거라도 사줄 생 각이다.
지 하실의 불을 끄고 계 단을 밟아 위 로 올라왔다.
“베 네오〜?”
뚜벅, 뚜벅 넽층 계 단에 서 발소리 가 들려오더 니 얼마 지 나지 않아 앞치 마 를 맨 베네오가 나타났다.
“다했어?”
“욕탕의 물을 빼고 있다.”
“•••거기까지 하려고?”
“음. 그보다 왜 부른것이냐. 간식이 필요한가?”
“아니. 잠깐 산책 좀 다녀오려고.”
“산책.”
“엉.,,
베네오는 잠깐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오래 돌아다니지 말고 금방 돌아와라.”
“왜?,,
“비 가올 거다.”
“•••꾈비?”
창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
심지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어, 응. 금방올게.”
“누가 가슴 만지게 해준다고 해서 따라가지 말고.”
“•••그거 좀 그만 말하면 안될까?”
“글쎄.”
베네오가 피식 웃으며 다시 넽층으로 올라갔다.
‘가만 보면 베 네오도 은근히 장난기 가 많다니 까.’
물론, 방금 그건 장난과 진심이 섞인 것일 테지만.
아무튼, 나는 현관 앞 찬장에서 은화가 조금 든 주머니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진짜 봄이네.”
바람조차 따스한 푸근한 날씨.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다시 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참,많이도 변했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달에 은화 두 닢을 받으며 길드의 접수원 생활을 보냈다.
매일 아침 고기를 먹는 건 꿈도 꾸지 못했으며 돌처럼 딱딱한 침대에서 자 는게 당연한, 침대가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한 그런 생활을 보냈었는데.
‘이젠 때려죽여도그렇게는못 살지.’
매일 아침 푹신한 침대에서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품에서 눈을 뜬다. 그리 고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욕조도 아닌 드넓은 욕탕 에 서 피로를 푸는 삶을 즐기 는 중이 다.
한 달 봉급이 은화 두 닢짜리 였던 내가 욕탕이 딸린 집도 생 기고 아홉 명의 연인들까지 생겼다.
‘열심히 해야지.’
지금의 행복함을 마지막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스미스님.”
“어우 씨뮥•••?!”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욕을 내뱉으려던 나는 귀에 익은 목소 리라는 걸 떠올리며 얼른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조용히 불렀으나대답이 없으셔서.”
아, 아냐. 괜찮아』
나는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벡스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 며 물 었다.
“무슨일이라도 생겼어?”
정기 보고는 어제 나이엘이 다녀갔다.
애초에 뭔가 건의할 게 있다면 전부 나이엘을 통하라고 말해두었기에 벡 스가 찾아올만한 이 유를 떠 올리 기 가 쉽 지 않았다.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 신전에서 소식을 전해와 가장 발이 빠른 제 가 왔 습니다.”
“ 아, 그렇구나.”
나는 어깨에 닿은 손을 힐끔이며 살짝 뺨을 붉히는 벡스의 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손을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그래서. 이제 심사 시작한대?”
“•••아닙니다.”
벡스가 짧게 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심사는 끝났고, 새로운 종교를 인정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아무래 도 귀 가가 늦어 질 것 같다고 베 네 오에 게 새 로 일 러둬 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