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09화 Ep.408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대장님이 임신하셨데요!!”
작지 않은 리나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천막을 울렸다.
나는 주변의 반응을 신경 쓰기보다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허덕이고 있 는리나씨를데 려와의 자에 앉혔다.
“어,그, 감사… 합니다… …?”
의 자에 앉게 된 그녀는 힐끗힐끗 내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마 생각보 다 내가 기뻐하지 않아 당황한 모양이다. 리나씨뿐만 아니라 나이엘과 타니 아도 어떤 반응을 보이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게 보였다.
괜한오해를 사면 안되 기에 나는 얼른 입을 열었다.
“케르낙스보다 제 가 더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게 해 주 려고했는데 알아버렸네요.”
“아……!! 그, 그러셨군요.”
그제야 리나씨의 얼굴이 다시 밝아진다.
예 전부터 생 각한 거 지 만 정 말로 케 르낙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농땡이 부릴 때마다 걸려서 심하게 얻어터지면서도 저리 기뻐하는 걸 보니 왠지 모를 고마움마저 느꼈다.
“경비대 사람들도 다 알게 됐습니까?”
“당연하죠!! 임신이잖아요!! 다시 대장님이 복귀하나했는데 설마육아휴 직이라니…!! 아쉬우면서 기뻐一”
펄러억一!!
천막이 다시 한번 크게 젖혀지더니.
“케르낙스가 이, 임신했다고?!”
“사실이냐?”
시론과 누님 이 터벅 터벅 다가오더니 리 나씨를 둘러싸고 되 물었다.
“야!! 다시 말해 봐. 뭐 ? 임신?”
“진짜냐? 그 녀석이 임신했다고?”
“진,짜, 우욱
양쪽으로 어깨를 붙잡고 몸을 흔들려서 그런지 리나씨의 눈이 빙그르르 돌더니 안색이 파랗게 번하기 시작했다.느낌상저건 곧토하겠다는,몸에서 보내는 신호였다.
“그만.
“우웁
내 말과동시에 리나씨의 머리가 가까스로제 자리를찾을수 있었다.그녀 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케르낙스 임신한 거 맞아. 아침에 내가확인했어.”
“ •••진짜?”
“진짜.”
시론이 두 눈을 크게 뜬 채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붙잡았다.
“그, 그런데 왜말 안했어?”
“깜짝놀라게 해 주려고. 근데 임신 사실을 확인 할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 을 줄은 몰랐네.”
“•••그래서 아침부터 그주접을 떤 거야?”
“주접 이라니 . 임 산부는 항상 조심 해 야 한다고.”
“아니, 그... 으으……
시론이 제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뒤로 물러났다.
“스미스야.”
“•••네?”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선 누님이 내 손을 붙잡아 일 으켰다.
야릇하게 입술을 핥는 혀.
사냥감을 노리는 듯 가늘어진 눈.
조금씩 거칠어지는 호흡.
찰싹一!!
“•••꾈?!”
내 가 손등을 때리 자 누님은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붙잡은 내 손을 놓았다.실제로 칼름을 제외하면 내가 여자를때린 건 이번이 처음이 맞 다.
아, 물론 엉덩이는 자주 치긴 하는데 그건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니 제외 하고.
“누님 오늘 배란일도 아니잖습니까.조급해하지 마세요.”
“……미안.”
누님이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기가 죽었다기보다는 방금 본인의 욕구를 억누르지 못했던 게 창피한 것 처럼 보였다.
“시론 너도.”
“……난아무말도안했어.”
“얼굴에 다쓰여 있거든?”
“아, 아닌데?”
말은 그렇게 했으나 시론은 두 손으로 얼굴을 마구 문질러 표정을 고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김에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이엘. 아까말했던 거 잊지 말고부탁할게.”
“예 . 고귀 한 분이시 여. 그리고 두 번째 사모님의 회 임을 경하드리옵니 다.”
“아, 추, 축하드려요:
나이 엘과 타니 아가 고개 숙이 며 축하한다.
나는 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시론과누님에게 말했다.
“먼저 집에 가 있을 테니까. 제대로오늘 할 일 다끝내고오세요. 시론 너
도.”
으”
O •
“•••어.”
시무룩해진 둘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나는 밖으로 나왔다.
........
“리나씨. 먼저 경비대로 가고 있을 테니까천천히 오세요.”
그리고 구덩이 아래에 고개를 내밀고 꺽꺽 거리는 리나씨를 뒤로하며 경 비대로 달렸다.
**
“케르낙스.”
“아
놀라지 않게 집무실의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가자, 아르델라와 행정관인 밀리 아님과 마주 앉아 있는 케르낙스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스미스
“알고 있어.
나는 케르낙스에게 다가가 살포시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체취를 맡 으며 이마와콧등이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사실 아침부터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렇 게 알아버렸네.”
“아
조금씩 커지는 눈이, 맑은 눈동자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나는 케르낙스의 이마에 내 이마를 살포시 가져대며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
“그…….”
투명할 정도로 맑은 눈동자에 조금씩 물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어? 케, 케르낙스?”
“그으…….”
꽉 깨문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떨려왔다.
“미안, 나,뭐실수했어?”
“……아니, 아니다.”
정말로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깊게 잠긴 목소리로 케르낙스가 대답했다.
“그냥… 이, 이렇게 좋아해 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그냥, 그냥 너무 기뻐서….”
“어, 어, 기쁘면 웃어야지. 응? 어휴. 왜 울고 그럴까.”
나는 얼른 소매를 내려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는 케르낙스의 두 눈을 닦아주었다.
-스미스님 같은 남성이라면… 저도 결혼해도괜찮을 거 같네요.
-개수작부리지 말도록.
“•••푸흣.”
억 지 로 울음을 참으며 눈물을 흘리 던 케 르낙스는 행 정관님 과 아르델 라 의 대화에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축축하게 젖은 소매를 슬쩍 뒤로 한 번 짜내며 다시 케르낙스의 눈 가를 닦아주었다.
“괜찮아?”
응.
그제야 케르낙스는 마주 나를 끌어안으며, 언제나 그래왔듯 내 어깨에 얼 굴을 묻어왔다.
“너무,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무서…꺄응?!”
엉덩 이를 크게 주무르자 케르낙스가 화들짝 놀라며 내게서 떨어진다. 그 리고는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아니, 꿈일 것 같다고해서. 현실이라고 알려주려고.”
“……푸 푸흐흐흐흐II” I , I----• •
케 르낙스가 입 가에 손을 가져대고는 웃었다.
크게 소리 내며 웃었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수줍게 웃는 모습은 모았으나 저렇게 소리 내어 웃는 건 처음 봤다.
“크흠!! 케르낙스.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고 그만 스미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쉬 도록 해 라.”
“그게 좋겠네요.”
“흠,흐음…. 하지만.”
케르낙스가 미소를 지우며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스미스. 얼른데려가.”
“고마워.”
“아니, 잠…….”
나는 아침에 망설였던 공주님 안기를 시전해 케르낙스를품에 안았다.
“집에서 봐. 밀리아님도고생하세요.”
“스, 스미스? 가, 같이, 같이 걷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래그래. 알겠으니까 얌전히 있자?”
“ 아니
O 으... ”
케르낙스는 결국 모든 걸 포기한 얼굴로 내 품에 얼굴을 숨겼고, 우리는 여러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
그날 저녁.
“•••축하해.”
“다시 한번 축하한다.”
“축하드립니다.”
모두가 모인 저녁 식사 자리.
케르낙스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모두의 축하를 받아들였 다.
“이거 먹고 싶어? 아니, 뭐 따로 먹고 싶다거나 한 건 없고?”
“•••그, 아직은 괘, 괜찮다.”
“그래? 아, 내가 썰어줄게.”
“아니, 으…….”
그리고 나는 케르낙스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열심히 식사를 돕는 중이다. 기에나와 베네오가 왜 그렇게 내 식사 시중을 들려고 했는지 이제 조금 이해 가갈 것 같다.
그냥 내 가 주는 걸 케르낙스가 받아먹을 뿐인데 절로 배가 부른 이 기분. 가히 마약과 다름이 없었다.
“진짜로 좋아하는구나….”
“서방님의 저런 모습을 보니 더더욱 아이를 가지고 싶어지네요.”
“너희는 못 봤겠군. 스미스가 껴 안으며 축하하자 케 르낙스가 그대로 울 어버리더군.”
“저 역시 스미스님께서 진심으로 기뻐해 주신다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겁 니다.”
케르낙스는 다른 연인들이 한마디 꺼낼 때마다 얼굴을 붉히면서 내가 먹여주는 음식들을 천천히 받아먹었다.
“그러면 칼란 대산림에 갈때 케르낙스도 같이 가는 건가?”
“안돼!!”
시론의 물음에 나도모르게 소리치며 말했다.
“거 기 가 어디라고 케르낙스를 데려가!! 절대 안 돼 !!”
““•••꾈.””
진심으로 한 소린데 어째 연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심지어 부끄 러워하던 케르낙스 조차 ‘그걸 네가 말한다고?’라는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 했다.
“뭐, 뭔데. 왜그런 눈으로 봐.”
“솔직히 너가그런 말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번만큼은시론의 말에 동감합니다.”
시론의 말을 기에나가 거들자, 다른 연인들이 얼른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 덕였다.
“스미스.”
케 르낙스가 내 손을 살포시 붙잡아 왔다.
“네가 정말로 바란다면 나는 이곳에 남아 너를 기다리겠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꾈.”
붙잡은 손과 바라보는 눈으로부터 케르낙스의 진심이 전해져왔다.
물론, 나라고 케르낙스와 떨어져 있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엘프 나라의 방문을 취소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시 란과의 약속이 있기 에 그럴 수는 없었다.
‘타니 아의 종족을 사냥한 그 미 친놈이 있는 곳에 케르낙스를 데 려 간다고 …엩,
시 란이 함께 할 테 니 큰일은 벌어지 지 않을 테 지 만, 그래도 마음이 꺼 려 지 는게 사실이었다.
‘젠장.시론이랑다른 연인들이 평소에 이런 기분이었어?’
연인들이 위험하다고 잔소리칠 때마다 나는 괜찮다며 쉽게쉽게 따라가 고는 했다. 그런데 막상 그 반대 상황에 처하니 , 내 가 어지 간히도 연인들의 속을 썩였다는 걸 알게 됐다.
“스미스.”
“진짜, 진짜같이 가고싶어?”
“여기 있는그 누구도 너와 떨어지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
“…하아.”
고민의 고민 끝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임산부를 혼자 남겨두는 것도 못 된 짓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리고 깐프놈들도 양심이 있으면 임산부에게 시비는 안 걸겠지.
‘거는 순간 허리를 반으로 접어 버릴 테다. 씹새끼들.’
아직 얼굴도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 대씩 후려치고 싶어지는 이 기분. 분노가 그냥 절로 끓어올랐다.
“고맙다.”
“•••내가 더 고마워.”
응.
내 가 손을 붙잡은 상태로 배를 살짝 쓰다듬어주자 케르낙스가 뺨을 붉 히며 수줍게 웃어주었다.
“좋아!! 더 할 말 없지 ? 밥도 다 먹 었고! !”
시론이 의자를박차며 일어났다.
“야!! 나올라가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빨리 올라와!!”
그리 말하고는 얼른 계 단을 밟고 침 실로 뛰 어갔다.
“그럼, 나도
“저도실례할게요.”
이 어서 아르델 라를 시 작으로 냐호와 누님 이 올라갔고.
“축하한다.”
“가,감사합니다.”
시란이 조금 아련한듯한표정으로 케르낙스에게 다시 한번 축하를 건네 며 올라갔다.
“아, 정리는 내가할테니 다들을라….”
“안된다.”
가만히 있던 베 네오가 정색하며 일어 났다.
“임산부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집안일은 내가 할 테니 절대로 손대 지 말고 편히 쉬어라.”
“맞습니다. 정리는 저희가할테니 케르낙스는 올라가서 쉬세요.”
기에나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베네오를 돕기 시작했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케르낙스의 배를 쓰다듬으며 둘에게 말 했다.
“미 안한데 케르낙스 씻는 거 좀 도와줘.”
“뭐 엩 아, 아니 다! 아직 그, 그런 단계는 아니란 말이 다!!”
케르낙스는 아까 나에게 안겨 올 때처럼 극구 거부를 했으나.
“아이 정서에는 조금 과격한 장면이 많이 나올 수 있으니까 씻고 나오기 전에 최대한빨리 끝내 놓을 게. 이후에는부드럽게 이어나가고.”
“과연.”
“그렇군요.”
베네오와 기에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접시를 내려놓으며 케르낙스의 양쪽 팔을 붙잡았다.
“아니, 나, 나 혼자서도 씻을 수 있단 말이다?!”
“얌전히 시중을 받으세요.”
“받아들여라.”
그렇게 케르낙스는 둘에 의해 강제로 욕탕으로 연행되었다.
혼자가 된 나는 대충 접시를 모아다가 찬장에 넣어둔 스크롤을 이용해 빠 르게 정리를끝냈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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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풀린 건 아니었으나, 괜히 한숨이 나왔다.
‘스타킹처럼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성물도 하나 더 만들어야겠네.’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거 같다.
그리고.
“끄으으응…!!
나는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내 기 위해 소리를 억누르며 얼굴을 마구 쓸어내렸다.
케 르낙스의 임신은 정말로 기쁘다.
기쁜데 그와 동시에 가슴이 답답했다.
내가 이곳을 떠날 때, 내 자식들은 나와 함께 갈 수 없다. 그게 이곳의 신 들과 우리 컴퍼니가 맺은 계약이니까.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저 사랑하는 연 인들과 함께 돌아간다는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시란이 장모님의 편지를수백 년이 넘게 소중히 간직해온 걸 봐버렸는데 괜찮을리가없다. 하지만…….
제국에 있을 장인어른의 글귀가적인 석판.
대답을 조심스러워하는 비젤린님.
분명 나와 시 란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잠깐 겪어 본 장인어른의 성격상 절대로 당한 걸 그냥 넘어가실 분 이 아니었다.
‘믿습니다.’
분명 장인어른께서는 무언가 방법을 찾아내셨을 거다. 설령 그게 아니더 라도 무언가 작은 힌트라도 있을 거라고 나는 믿 었다.
‘그 이후는 내가분발해야지.’
무엇보다 나에게는 시스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으니까.
-빨리 와!!
시론의 외침에 나는 상념을 고이 접으며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지금갈게!!”
케르낙스에게 자극받은 연인들을 달래주기 위해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계단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