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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423화 (423/771)

횐 423화  Ep.422 칼란 대산림

“수슈, 깡……엩 그게 뭐냐?”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누님이 의자를 까딱이며 물어왔다.

“아니, 누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새끼 얼굴 좀 보세요.”

“음……?”

나를향하던 누님의 시선이 다시 시론의 손에 붙잡힌 이름도 기억 안나는 빌어먹을 놈에게로 향했다.

“뭔 가 기 억날 듯 말 듯 한 얼굴이긴 한데

“…… ”

“뭐,왜, 왜그래?”

내 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누님이 당황하며 침을 삼켰다.

“이제 시론보고 기억력 나쁘다뭐라하지 마세요.”

자기 기준으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되면 세 걸음 만에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시론이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님이 긴가민가하다 니.솔직히 조금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이제 시론보고 기억력 나쁘다고 뭐라하지 마세요.”

“애초에 그런적도 없거든……?”

“아무튼!!”

콰앙一!!

나는 식탁을 괜히 크게 내려치며 얼굴이 파랗게 질린 녀석을 가리키며 말 했다.

“아니 왜 기억을 못 하세요? 절 인신매매 도적년들한테 팔아넘기려던 놈 이잖아요!!”

“아……!!”

그제야 누님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손뼉을 쳤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 니었다.

“그러니까.”

시란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까딱였다.

“저 새끼가널 팔아먹으려던 새끼라고?”

카가각.

맞은편에서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미스님을….

자리에서 일어난기에나의 손에 의자의 부서진 팔걸이가쥐어져 있었다.

‘아니,이러면 내 가 화를 내 기 가 좀 거시 기해지는데 … … ?

두 사람이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나를 위해 분노해주는 것에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일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내가 직접 손보고 싶었다.

“크흠!! 그, 둘다 진정해요. 다 끝난 일이고. 네 ?”

a 99

시란이 손에 든 포크를 엿가락처럼 손쉽게 구부리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 다.

“기에나. 너도.”

•••죄송합니다.

마찬가지로 손에 든 팔걸이의 파편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행 히 큰 소란 없이 분위 기 가 진 정되 었다.

그제야 나는 몸을 돌려 상석에 앉아계신 리히나님께 말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아뇨.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인 것 같네요.”

톡. 톡.

리히나님께서 검지로 식탁을 몇 번 두드리시더니, 밋밋하던 눈꼬리를 반달 로 만드시며 입을 열었다.

“제가스미스님께 어떤 권한을드려야할지 알기 위해 시험했었죠?”

“예.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냥 서 있는 게 전부였지만.”

“맞아요.그저 서 계셨죠.하지만 그렇기에 스미스님께서 우월한 수컷이라 는 걸 알 수 있었답니 다.”

“그렇습니까?”

내 물음에 리히나님께서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시론에게 붙잡혀 있는 이름 모를 망할 놈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죽이셔도괜찮아요.”

“히익?! 제, 제발一”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생오라비의 목소리가 잠깐 들려오다가 끊어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시론이 녀석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어 말문을 틀어 막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원래 는 조금 더 차분한 자리 에 서 말씀드리 려고 했는데 , 마침 좋은 본보 기 가 스스로 나타났네요.”

“•••진심, 이시겠죠?”

“그럼요. 뭣 하면 제 손을 빌리셔도 괜찮아요. 손님들께 피를 보게 하는 것 도 예의는 아닐 테 니까요.”

살벌한 대화 내용과 달리 , 리 히 나님 께선 장난스럽 게 두 손을 흔들며 웃었 다.

“뭐

그런데 언제까지고 웃고 계실 것 같던 리히나님께서 또 다른 자아가 있는 사람처럼 갑자기 정색하시며 말을 이었다.

“엘프씩 농담이 었으니 살기는 그만 보내주세요. 제가 나이를 많이 먹긴 했 어도 여러분들에 비하면 갓난아이와 다를 바가 없으니.”

리히나님께서 내 양쪽에 앉아있는시란과누님을보며 쓰게 웃었다.

“스미스님께서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건 처음보자마자 알았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 정도 권한을 드린다는 걸 조금 더 효과적으로 부각해보 고 싶어서 조금 장난친 거였어요.”

“어머님…….”

기에나가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탄식했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노력해봤는데 아무래도 실패인 모양이네요.”

리히나님께서 어색하게 웃으시며 뺨을 긁적였다.

“요점은 그거에요. 스미스님께서 하고픈 게 있으시다면 따로 허락을 구하 지 않고하셔도 된다는 거죠.물론, 그게 상식적인 선에서 범죄로 취급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요.”

내가 입을 열려는데 리히나님께서 검지를 살짝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단, 수컷 엘프들만큼은 죽이셔서는 안 됩니다. 다른 엘프나종자노예들 은 괜찮아요.”

안죽입니다.

“알고 있어요.스미스님께 한 말이 아니라 옆에 계신 두분에게 말씀드린 거니까요.”

리히나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님이 물었다.

“죽이지 만 않으면 된다는 말처럼 들리네.”

“정확히는 생식 활동만 가능하다면 원하시는 대로 요리하셔도 괜찮답니 다. 물론, 가능하면 온전한 상태 였으면 하지 만요.”

“괜찮네.”

누님 이 입꼬리 를 사납게 끌어올리 며 고개를 끄덕 였다. 하지 만 시 란은 무 언가 불만인지 구부렸던 포크를 아예 공처럼 말아버리며 리히나님을 향해 말했다.

“그게 전부라면 조금 실망스러울 것 같은데 .”

“노려보지 마세요. 당신이 그런 눈으로보면 정말로두려워지니까.”

리히나님께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숲의 맹세 라면 식 사가 끝나고, 제대로 된 자리 에서 할 거예요.”

“그걸 제일먼저 말했어야지.”

“당신께서 여전히 성격이 급한 거라는생각은… 해보셨을 리가 없죠. 네. 맞아요. 제가 잘못했네요.”

리히나님께서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 는 용기를 보였다.

꽈아아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완벽한 구체가 된 ‘포크였던’ 게 시란의 손바닥 사이 로 꽉 압축 당했다. 그걸 확인함과동시에 얼른 시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 했다.

“일단 식사부터 마저 하죠. 그리고 저 녀석은 어디 따로 좀 가둬놔 주시겠 습니까?”

“알겠습니다.”

!.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려 있던 문으로 아리따운 엘프가 들어왔다.

“그 아이에게 넘겨주시겠어요?”

“……여기.”

엘프는 말 없이 시론에게서 그 이름 모를 놈을 넘겨받고는 빠르게 만찬실 을 떠났다.

“너희도 멍하니 있지 말고 할 일 끝내고 빨리 나가렴.”

-죄,죄송합니다……!!

-빨리 준비할게요!!

구석탱이에 옹기종기 모여 떨고 있던 기생오라비 같은 놈들이 화들짝놀 라더니 얼른 이쪽으로 뛰어와 카트에 담긴 음식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입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맛있게 드셔주시면 좋겠네요.”

긴 식탁위를뒤덮은 녹색의 향연.

나는 가져온 식자재가 떨어지기 전에 이곳을 떠 나야겠다고 다짐했다.

**

유감스러운 식사 자리를 끝내고, 우리는 리히 나님께서 마련해주신 숙소 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부족했던 배를 다시 채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끝에 저녁 시간이 되었다.

“다녀올게.”

아까 식사자리에서 리히나님이 언급했던 숲의 맹세와 조금 더 깊은 이야 기를 나누기 위해 나는 시란과 기에나. 두 사람과 함께 숙소를 나와 점심을 먹었던 그 넓은 회관으로 향했다.

“그 녀석은 어떻게 처리할 거냐?”

“글쎄요.”

만찬장에서 끌려나갔던 내 ‘선배였던’ 놈.

그놈은 현재 리히나님께서 지하감옥에 따로 가둬둔 상태다.

본래 라면 만찬을 끝내고 곧장 만나볼 생 각이 었는데 식사 자리 가 생 각 이 상으로 충격 적 이 었던지 라 그만 잊 어 버 리 고 말았다.

“내가 처리해줄까?”

“쓰읍!! 그런 흉흉한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묻어줄까?”

슬그머니 내 팔을 껴 안으며 시란이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행동이 귀 엽다고 내 뱉은 단어 가 바뀌는 건 아니 다.

나는 시란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추며 말했다.

“일단할 일부터 끝낸 다음에 제가 직접 처리할 테니까신경 쓰지 마세요. 아셨죠?”

“•••구경하는 건 괜찮지?”

대답대신 이마에 한번 더 입술을 맞췄고,그제야시란이 살포시 웃었다.

“기에나도이리 와.”

“•••꾈예.”

모친을 만난 이후부터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던 기에나.

나는 그런 기에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뺨을 문질렀다.

“너무한숨쉬지 마.조금별나보이셔도괜찮은 분 같더라.”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언제 어떤 돌발행동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엘 프입니다.”

다른 둘도 어 느 의 미 로 모친에 대 한 평 가가 조금 그랬지 만, 기 에 나는 그중 에서도 가장 심한 것 같다.

예.

“너무그러지 마. 여기서 무슨 일을 당해도 기에나를 싫어하게 될 일은 없 을 테니까.”

“읏

귀에 바람을 불어넣듯 작게 속삭이자, 기에나가 어깨를 흠칫하며 뺨을 붉 혔다.

“그래서 말인데.다른 장로들은왜 안보이는 거야?”

아마도 지금 가는 곳에 있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래?”

“•••예. 현재 저를 제외하면 스미스님의 수컷 냄새에 발정하지 않는 엘프 는 제 어머니가 유일할 테니, 그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오전에 모습을 드 러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구만.

확실히 대화의 장에서 갑자기 덮치려 들면 서로곤란해질 테니, 충분히 이 해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데 리히나님께선 왜 멀쩡하셔?”

기에나야 이미 내 냄새에 적응이 끝났다지 만, 리히나님 이 멀쩡한 건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르델처럼 자궁을 냉각시킬 수도 없을 텐데.

“자세히는듣지 못했으나, 저를 낳으시면서 생식 기능에 문제가생겼다고 다른 장로들에 게 들었습니 다.”

“어, 음, 그, 그렇구나.”

“예.”

기에나는 몹시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그걸 듣는 입장인 나로서는 당황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리 물어보길 잘했다.’

안 그래도 요즘 조교 때문에 가끔 급발진할 때가 있는데 괜히 리히나님 께서 나에 게 반응을 보이 지 않는답시고 덮쳐버 리는, 정말 돌이 킬 수 없는 짓 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 에 나 말대로 숨어 있던 년들이 다 나온 모양이 네.”

회관에 들어서자 시란이 그리 말했다.

“누가달려들기 전까지는 절대로주먹 휘두르면 안됩니다?”

“노력은 해볼게.

“고마워요.”

당연하지만 나도 내 안전이 더 중요했기에 조금 보여주기 식으로 말을 해 본 것뿐이다.

“그럼, 열겠습니다.”

만찬실의 입구와는 비교도 안 되 게 커 다란 문을 기 에 나가 밀 었다.

쿠구구궁一!!

묵직한 소리와 다르게 굉장히 빠르게 벌어지는 틈새.

‘안은 작구나.’

문이 거대했기에 나는 분명 만찬실 보다훨씬 넓은 공간이 나올거라고 생 각했다.하지만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회의실의 크기는그리 크지 않았다.

10명이 눌러앉을 수 있는 넓이의 원탁과그 뒤로 몇 명 정도 서 있을 수 있 는 수준의 크기였다.

“숙소는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원탁에 앉아계시던 리히나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살포시 웃었다.

“신경 써주신 덕분에.”

“다행이네요.”

나는고개를끄덕이며 자리에 빙 둘러앉아 있는 6명의 엘프를보았다.

‘마법도구 같은건가?’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네메아님의 로브처럼 머리를 깊게 쓴 검은색 로브 가 그녀들의 얼굴을 철저하게 가리고 있었다.

“스미스님?

“아예.”

나는 얼른 고개를 들어 리히나님을 바라봤다.

“조금 갑작스럽긴한데요…….”

“괜찮으니 말씀하시죠.”

“으음….

리히나님께서 뺨을긁적이며 말했다.

“제 딸과 이곳에서 성교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기에나가왜 그토록 한숨을 내쉬었는지 조금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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