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36화 Ep.435 칼란 대산림
칼란 대산림에서 네 번째로 높은 나무 위.
“칼리와 연락이 끊어졌다고.”
“•••그렇습니다.”
짧은 단발머리 엘프가 몸을 조금 더 낮추며 고개를 숙였다.
“칼리와 연락이 끊어졌다……. 분명 사흘 전에 리긴놈의 부족을 털러 간다 고 했던 거 같은데.”
“그,그렇습니다.”
“리긴놈을 털러 간칼리의 연락이 끊어졌다.그렇다면 칼리가리긴놈의 암 컷들에게 당했다는 건가?”
“그건 조사를
“됐어.”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던 수컷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말리우스님…?”
“조사는 무슨 조사야. 같이 간 레 인저들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만 봐도 어 떻게 됐는지 알겠는데. 됐고 칼리를 대신할 만한 녀석이나뽑아서 저녁에 내 방으로 올려보내. 아, 다른 레 인저들도.”
“•••알겠습니다.”
“그래.
부족의 우두머리 수컷, 아말리우스는 낮게 부복한 엘프의 귀를 몇 번 만져 준 다음, 중턱에 있는 보금자리로 내려갔다.
“좋아. 다들 열심히하고 있네.”
크고 작은 보석들로 장식되 어 있는 기 다란 복도.
아말리우스는 일정 간격을 두고 양쪽 벽에 나 있는 문들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후우〜 푸른색 과일 좀 가져다줄래 ?”
긴 복도를 지 나 거대 한 홀에 도착한 그가 가장 높은 곳에 놓여 있는 의 자 에 몸을 기대며 그리 말했다.
“여기•••꾈.”
어두운 천장에서 단발머리 엘프가 내려오더니 껍질과 과육이 푸른색인 여 러 종류의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내밀었다.
“정령이랑 교감할 거니까 따로 언질할 때까지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예…….”
아말리우스가 바구니를 가져가자 천장에서 내려왔던 엘프가 다시 뛰어오 르더 니 그림 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흠,역시 여름과일이 가장달콤하단 말이지.”
그는 팔걸이 에 바구니를 얹고서 알갱 이 가 작은 과일을 몇 개 입속으로 밀 어 넣었다.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해 두는 편이 좋겠지.’
아말리우스는 입안에 퍼지는 깔끔한 단맛을 음미하며 눈을 감았다. 그 리고 자신과 계 약한 바람의 정령을 불렀다.
스아아악.
창문 하나 없는 공간에 바람이 불더니 곧 아말리우스의 앞으로 주먹 정도 크기의 작은 새가 나타났다.
‘ 가라.’
바람의 정령은 계약자인 아말리우스의 뜻에 따라순식간에 두꺼운 벽을 통과해 밖으로 날아갔다.
‘경치 좋네.’
정령과의 교감은 마력과 정령력을 모두 필요로 하기에 그만큼 지치는 것도 빠르다. 그런 이유로 정령과 계약했지만수컷들은 대부분 계약한 정령 들을 멀리한다.
그건 아말리우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아말리 우스는 정령의 눈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 때문에 다른 수컷들과 달리, 정려을 멀리하긴 해도 정령과의 교감 자체 를 꺼리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수컷들보다 정령과의 친밀도도 높 았고.
‘세상의 주인이 된 것 같네.’
자유로이 하늘을 날며, 모든 것을 눈 아래에 두는 이 풍경. 그로부터 전 해져오는 전율.
‘끄응
하지만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도 잠깐.
아말리우스는 슬슬 몰려오는 두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쯧, 좀 가까운곳에 터를 잡을 것이지.’
고작해야 천 명도 넘지 않는 작은 숫자로 뭘 해보겠다고 저리 먼 곳에다가 터를 잡았는지 아말리우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믫년 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아말리우스는 우뚝 솟아오른 나무를 발견하고는 고도를 낮췄다.
다른 엘프들에 게 들킬 수 있겠지만 상관없다.
불만이 있다면 본인들도 정령을 이용해 이쪽을 염탐하라지.
그런데 고도가 조금씩 낮아질수록 아말리우스의 미간에 생겨난 골짜기 가 더욱 깊어졌다.
‘초소가 비었다고?’
리 긴 부족의 외 각, 잘 자란 나무 위 에 목조를 이용해 만든 구조물들이 자 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구조물에서 주변을 살펴야할 엘프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곳으로 옮긴건가……?’
바람의 정령은 아말리우스의 뜻에 따라 속도를 줄이며 아주 천천히 리긴 부족 위를 날았다.
‘젠장, 소리가 안 들리니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면 청각까지 공유했을 테지만, 정령과의 떨어진 거리가 지금 상당했기에 시야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마력과 정령력이 간당 간당했다.
‘진짜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초소가 비 어있을 때부터 무언가 이 상하다는 생각을 했지 만, 안으로 들어 갈수록 그것은 생 각을 넘 어 확신으로 변해 갔다.
‘리긴 이자식. 미친건가?’
아말리 우스는 초소뿐만 아니 라 수컷들의 보금자리 까지 비 어 있는 것을 확 인하고는 혀를 찼다.
부족의 터를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왕족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왕족을 만날 수 있는 날은 믫년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고 그날은 모든 수컷이 모이는 날이 기도 했다.
즉, 지금 리긴은왕족의 허락도 받지 않고부족을 옮긴 것이다…… 라고 아말리우스는 생 각했다.
‘……?,
점차 심해지는 두통에 그만 정령을 돌려보내려는 순간, 정령의 시야에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암컷들의 모습이 들어왔다.그런데 암컷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실신한 듯 나체의 상태로 바닥에 누워 있는 암컷들.
그런 암컷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눈동자가 위로 향해 있는 굉 장히 천박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끄으으...
몰려오는 두통에 아말리우스는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정령 을 더욱 안쪽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사라진 수컷들과 부족의 주인인 리긴 을 찾을수 있었다.
‘저,저게 무슨……엩!’
하반신이 벗겨진 상태로 나무 기둥에 묶여 있는 리긴과 수컷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놀라긴 충분했으나 그게 끝이 아니 었다.
리긴과 수컷들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은 암컷들이 경멸의 표정으로 손을 이용해 수컷들을 괴롭히며 피식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천박한 년들이…….’
리긴놈들이 한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반기를 든 암컷들에게 농락당하 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말리우스는 거의 바닥을 보이는 마력과 정령력을 최대한 쥐어짜 정령 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자신의 레인저들이 리긴의 암컷들에게 붙잡혔다고 생각했는데 방금의 모습을 보니 그게 아니라 저들에게 협력하기 위해 합류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 다.
‘조금만, 조금만 더…!!’
눈두덩이 시큰거리며 현기증이 일어난다.
아말리우스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버티고 버텼을 때.
“……?!”
아말리우스가 휘청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소식 이 끊어진 자신의 레인저들과 그 대장인 칼리 가 웬 몬스터처럼 거대 한종자노예의 품에 안겨 자신에게 아양부리던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아말리 우스는 암컷보다 덩치 가 크고 우락부락한 근육에 난생 처음 보는 검은 머리칼에 정말 몬스터 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만약몬스터라면 이건 자신의 선에서 해결 할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마지막 남은 마력을 긁어 정령을 아래로 내려보냈 다. 그런데.
“헉?!”
일어났던 아말리우스가 두 눈을 부릅뜨며 그대로의자에 주저앉았다.
정령이 바닥과 가까워졌을 때, 한 인영이 그 앞으로 나타났다.
너무 순식 간이 라 자세 히 볼 수는 없었지 만, 딱 한 가지.
태양처럼 밝게 빛나던 눈동자만큼은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
그것은 하이엘프들만이 가질 수 있는 눈이었으며.
암컷 하이엘프는 모든 엘프를 통틀어 대장로와 그녀의 딸이 유일했다.
“……지금 당장모든 인원을 광장에 집합시켜.”
대 장로가 움직 였다.
아말리우스는 이 사실을 하루빨리 알리기 위해 머리를 부여잡으며 발걸 음을 옮겼다.
**
폭풍 같던 이틀이 지났다.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가면서 싸우지 말고.”
“•••꾈.”
“•••꾈.”
내 앞에 서 있던 린다와 어쩌다가시론에게 붙잡혀 끌려왔던 칼리라는 이 름의 단발머리 엘프가 서로를 노려봤다.
“대답안 할거야?”
“.•.예.”
“싸우지 않겠습니다…….”
살짝 목소리를 높이 자, 둘이 어 깨를 흠칫하더 니 얼른 고개를 숙이 며 대 답 했다.
“다 알아보는 방법 있으니 까 싸우지 말고 얌전히 수도로 가야 한다?”
예. 부군.
1 그러겠습니다. 부군.
부군이라는 호칭이 다소 낯간지럽기는 했지만, 기에나도 은근히 듣기 좋 아했고틀린 호칭도 아니었기에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러면 이제 가.”
나는 둘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렸고, 둘은 뺨을 살짝 붉히며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렇게 두 엘프는 무리의 선두에 서며 베누아가 그랬듯이 다른 엘프들과 수컷들을 붙잡고서 천천히 부족을 떠 났다.
“여기.”
“고마워.”
엘프들이 떠 나자, 몸을 숨기고 있던 시론이 다가와 냉수가 담겨 있는 병을 건네주었다. 나는 그걸로 목을 축이며 가까운 나무 밑동에 엉덩이를 깔고 앉 았다.
“기에나는?”
“몰라. 어제 낮에 언니랑같이 밖으로 나가던데 아직 안돌아왔어.”
“누님이랑?”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 다가 남아 있는 물을 대충 머리 에 부었다.
시원한 게 정수리를 시작으로 천천히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니 아직 남아 있던 열기가 그것을 타고 몸에서 빠져나간다.
“별일이네. 말도 없이 누님 이 랑 나가다니.”
“짐승처럼 자지 흔들고 있는데 어떻게 말하겠냐.”
“크흠…!! 그, 남편한테 짐승이라니.”
“뭐래.
시론이 피식 웃더니 젖은 내 품에 와락 안기며 고개를 슬쩍 들었다.
“짐승이라서 더 좋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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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망한.
“꺄앗琿”
“에잇, 에잇.”
나는 시론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이마와 콧등, 그리고 입술에 마구 입술 도 장을 찍었다.
“근데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냐호랑 타니아는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타니 아 걔는 존나 큰 나무 위 에서 햇볕 쬐고 있더 라. 암고양이는 귀 쟁 이 년들 빈집 들쑤시고.”
“그렇구만.
냐호가 살림을 위해 알뜰살뜰 챙기려고 열심히인 모양이다.
!.
......
후우욱一!!
“응?
시론을 껴 안고 애 정을 표현하고 있을 때, 산뜻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왔다 . 너무나도 익숙한 바람이 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고 바람이 불어온 곳으로 고 개를 돌렸다.
“시란도이리와요.”
“안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시란은 스크롤을 주머니에 넣으며 시론과 함께 내 허벅지를 사이좋게 나 눠 앉았다. 그렇게 잠깐 잡담을 나누다가 내 가 시 란의 모유로 배를 채 우고 있을때.
“왔네.”
푸하.”
시란의 말에 나는 딱딱한 돌기를 희롱하던 혀를 집 어넣으며 물고 있던 가 슴을 뱉었다.
시란이 손수건으로 흘러나오는 모유를 닦고 앞섬을 반쯤 여몄을 때 어제 밖으로 나갔다던 기 에 나와 누님 이 우리 앞으로 내 려왔다.
“어디 갔다왔어?”
“다음 부족을 살피고 왔습니 다.”
이제 남은 곳은 총 세 곳.
그중 두 곳은 하이 엘프의 보금자리 였으며, 기 에 나가 말한 다음 목적 지 는 마지 막으로 남은 일반 수컷들이 모여 있는 부족이 었다.
“거긴 갑자기 왜?”
“정령이 다녀갔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상황과스미스님의 존재까지 모두 확인한 듯하여 어떻게 행동할 지 알아보기 위해 아멜라님과함께 다녀왔습니다.”
기 에나가 옆에 서 있던 누님을 바라봤다.
자연스럽게 나를 포함한 시란과 시론의 시선도 누님을 향했다.
“아니, 그렇게 볼 정도로뭐가 있었던 건 아니거든? 이 녀석이랑 갔을 때는 이미 텅텅 비어있었다고.”
“비어 있었다고요?”
“그래.
나는 다시 고개를돌려 기에나를봤다.
“설마도망친 거야?”
“주변의 흔적들이 한곳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 방향이 스미스님께서 지 목하셨던 하이엘프의 영역이 있는 곳이었습니 다.”
“•••그렇단 말이지.”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피한다.
아주 현명한 대처다.
‘그리고나한테도 좋지.’
알아서 한곳에 모여주겠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단순히 이동하는 시간만 계산하더라도 이틀은 줄어든 셈이니 말이다.
“나머지 한 녀석은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외부의 적은내부를결속시키지요.”
그 대 답으로 충분했다.
일 일 이 찾아가는 것도 귀 찮았지 만 그보다 더 힘 든 건, 부족에 있는 모든 엘프를 직접 만족시켜줘야한다는 점이다. 사실 그게 이동하는 것다음으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알아서들한곳에 모여준다 이거지?’
기에나의 예측대로 나머지 한 녀석까지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움직여 준다면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 할수 있을 거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라고 했던가.
그 줄어든 시간의 일부를 나는 오롯이 타니 아의 종족을 사냥했던 하이엘 프놈에게 사용할 생각이다.
‘지금까진 엘프들 상대하느라 직접 자지달린 놈들을 대면한 적이 없었지 만, 너희가그렇게 모여준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흐흐….’
나는 부디 녀석에게 특별히 총애하는 여인이 있기를 간절하게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