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37화 Ep.436 칼란 대산림
나를 지켜주기 위해 한껏 달아올라 있던 연인들을 달래주고부터 이틀이 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땠어?”
“하이 엘프는 확실히 자리를 비운 상태 였습니 다.”
“엘프들은 그대로 있고?”
목표가 아닌 다른 하이엘프의 진영에 다녀온 기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수족으로 부릴 몇명만데리고 떠난 듯합니 다. 모든 엘프를 데 리고 이동하기에는 아무래도 거주의 문제도 있으니 말이죠.”
“그건 그렇겠지.”
내 예측대로 하이엘프가 거느리는 엘프의 숫자는 이천을 가볍게 넘겼다. 기에나와 누님이 이야기 한 것이니 확실한 정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래 계획대로해야지 뭐. 어차피 그 자리에 있는 녀석들만해결하면 나 머지는 일도 아니니까.”
“너 가 일일이 귀 쟁 이들 보지 만 안 쑤셨어도 더 빠르고 쉬웠을 거 거든?”
“어허. 서방님이 하는 일에 토 달지 마.”
찰싹一!!
나는 옆에 붙어 있던 시론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고 시론이 뺨을 발그레 붉히며 귀엽게 콧바람을 내뿜었다.
“날 사이 에 두고 지랄 좀 그만해주렴.”
나와 시론을 껴 안고 있던 시 란이 작게 한숨을 내 쉬 었다.
“크흠, 그럼 더 볼 것 없이 출발하죠.”
“그래그래. 빨리 끝내고돌아가자고. 감질나서 원…….”
좋지 못한 환경에 짧아지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누님도 불만이 쌓인 모양 이다. 시란은 살짝흘러내린 시론을 다시 옆구리에 끼워 넣으며 기에나에게
말했다.
“출발하자.”
“예.시란님.”
휘익一!!
기 에나가 예의 그 휘 파람을 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새의 날갯짓 소리 가 들려왔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우리는 꼬박 하루를 더 달린 후에 야 최 종 목적지 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타악一!!
빠르게 달리던 기에나가 멈춰 섰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르던 누님과 시란도 다리의 움직임을 멈췄다.
“정령들입니다.”
“ 많아?
“100마리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시야 밖에 있지만조금 더 들어가 면 걸리게 될 겁니다.”
“들었지?”
나는누님의 품에 안겨 있는 타니아에게 물었다.
“네,스미스님.”
며칠이나 광합성을 하더니 피부에서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타니 아가 예 의 바른 목소리 로 대 답하며 목에 찬 징 표를 붙잡았다.
“냥냥냥.”
곧이어 첫 번째 시동어가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타니아의 몸은 천천 히 옅어져 갔다. 시란과누님이 있기에 타니아를 숨길 필요는 없었지만,원래 갑작스러운 등장이 더 놀랍고 충격이 큰 법이다.
“진짜 언제 들어도 엿같은 주문이란 말이지 …….”
“진짜요?”
“•••뭐, 뭐가?
나직이 중얼거리던 누님이 내가 되묻자 어깨를 흠칫하며 딴청을 피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기에 장난은 거기까지 치는 것으로 하며 기에나에게 말했다.
“좋아. 가자.”
“예.”
기에나가 다시 움직였고 멈췄던 우리는 하이엘프의 영역 안으로 발을 내 디뎠다. 나는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여기까지는 기에나의 예측대로이긴 한데 말이지.’
기에나는본인이 하이엘프여서인지 꽤 구체적인 의견을 많이 내어놓았다. 물론, 암컷과 수컷은 근본적 으로 생 각하는 구조가 달랐기 에 이 렇다할 확 신할수 없는 추측에 가까운 말들 뿐이었으나, 나는 여태껏 기에나의 말을 들어 손해 본기억이 없었기에 이번에도그녀의 의견을 수용했다.
일단 떨어져 있던 하이엘프가 합류했다.
이것 역시 직접 본 게 아니라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도망이라기에는 부족에 남겨 둔 엘프의 숫자가 상당했다.
‘그리고 영역 주변에 정령들을 깔아두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
기에나의 추측을 신뢰했기에 나는 타니아 몫의 징표를 미리 만들어 그녀 의 목에 채워줄 수 있었다. 물론, 타니아의 징표는 연인들의 것과조금 차별 을 두었는데 가장 구분하기 쉽도록 하트 모양 장식을 제 거했다.
시론과 다른 연인들은 내 가 여전히 자신들을 특별하게 생 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몹시 만족했고, 타니아는 타니아 나름대로 나에게 무언가를 받았다 는 사실에 굉장히 기뻐했다.
‘참, 이런 거 보면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설마 지하에서 나를 죽이겠다고 덤볐다가, 나중에는 힘을 몽땅 빼앗기고 살려달라 애원하던 여인이 지금에 와서는 내가 주는 선물에 활짝 웃으며 기 뻐하고 있다니.
‘타니 아의 근본이 선한 쪽이라서 그런 거겠지 ?’
그녀뿐만 아니 라 몰링 타에 있을 다른 사도와 신도들도 그렇다.
페트미라교! 하면 이곳 사람들은 치를 떨며 멀리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바, 다소 괴 팍하고 성 격 이 불같기 는 하지 만 심 성 자체 는 크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사도와 신도들을 떠올렸더니 며칠 전에 보았던 덜렁이 엘프 플레라가 떠 올랐고 자연스럽게 군것질을 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칼름의 얼굴이 뒤를 따 랐다.
“오, 기 에나 말대로 마중을 나온 모양이 네.”
몇 걸음 앞서 있던 누님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고 나는 얼른 칼름의 바보 같 은 얼굴을 떨쳐내며 정신을 차렸다.
파아앗一!!
타니아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그 힘을 빌리지 않았고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나무 꼭대기를 밟으며 이동 중이었 다. 즉, 지금 내 귀를 스치는 강한 바람 소리는 몸이 아래로 낙하하면서 생겨 난 극히 자연스러운 소리 였다.
‘•••미리 싸두길 잘했지.’
나는 전신의 내장이 시큰거리는 아찔한 감각에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은근슬쩍 시 란을 조금 더 꼬옥 끌어 안았다.
조물조물.
그에 화답하듯 시란이 내 허벅지를 슬쩍 주무르며 가까워진 뺨에 아주 가 볍게 입 맞추는 것으로 장난쳐왔다.
무어라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지금 입을 벌린다면 얼굴이 아주 볼품없어 질 걸 알았기에 나는 얌전히 응애 스미스가되기로하며 시란의 목덜미에 머 리를 기대었다.
타악一!!
그리 무겁지 않은 소리와 함께 거친 바람이 멎었고 아래로 끌어 당겨지 던 감각 역시 사라졌다. 그걸 통해 바닥에 착지한 것을 안 나는 아무 일 없었다 는 듯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오…….’
여태까지 들렸던 두 부족 모두 숲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 금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은 흡사 인간의 도시를 방불케 했다. 리히나님을 따 라 도착했던 수도가 그러했듯이 .
“어서 오시죠. 이곳의 주인인 아스몬스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놈들이 전부 기생오라비처럼 생겼었다면 지금 내 눈앞 에 나타나 자신을 아스몬스라 소개한 녀석은 뭔가 거부감이 들 정도로 느끼하게 생겨 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 에나도 오랜만에 보는구나. 밀명을 받고 나갔다고 들었었는데 .”
“친근한척부르지마라.”
화아악一!!
기에나의 주변으로 강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경고를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실례했소. 아그룬경. 아니면 가디언이라부르는편이 좋을지?”
“알아서 해라.”
“그리하리 다.”
아스몬스는 다시 고개 를 돌려 나와 나를 안고 있는 시 란을 바라봤다.
“설마하니 십 마성의 일인을뵙게 될 줄은몰랐습니다. 이렇게 서서 이야기 할 게 아니라우선 제 거처로 가시지요. 아니면, 곧바로 무력을 행사하시겠습 니까? 그렇다면 저항하지 않을 테니 최대한 자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버터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일행은 나를 돌아봤다.
“시란. 내려주세요.”
“그래.
시란이 나를 바닥에 내려주었고 나는 굳은 근육을 간단하게 풀어낸 다음 녀석을 향해 말했다.
“뭔가제안할게 있는것 같은데 일단가서 들어나봅시다.”
“나쁘지 않은제안일겁니다.하하.”
녀석은 수행원도 없이 직접 앞장서 우리를 안내했다.
나는 녀석을 따르며 부족이 아닌, 도시에 가까운 주변을 살폈다.
‘나오지 말라고 명령 이 라도 받은 모양이 네.’
분명 집으로보이는곳에서 엘프들의 기운이 느껴졌으나, 창문에 암막을 친 것은 기본이고 어떤 곳은 아예 문 앞을 덤불 따위로 막아둔 곳도 있었다.
“여기가제 거처입니다.”
녀석은 올려다보기에도 목이 아픈 나무의 속을 파 나무 전체를 아예 하나 의 건물로 만들어 사용 중이 었다.
“독 같은 걸 의심하실 것 같아 먹을 건 따로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몇 개의 계단을 밟고 도착한 장소는 거대한 연회 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넓 은 곳이었다.
녀석은 길게 뻗어 있는 식탁으로 다가가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편하신 곳에 앉으시죠.원래는 아랫 것들이 식사하는 자리이지만 마땅히 모실 공간이 없어 이곳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십 마성께서 동석해 계신데 감 히 제가 상석에 앉을 순 없으니 말이지요. 하]•하.”
거, 토 나오게 재수 없는새끼일세.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모르게 놈을 보자마자 얼굴에 큰 거 한 방 먹여주 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기 어올라왔다.
게다가 아까전부터 시란을 언급하는데 숲에 틀어박혀 지냈다는 녀석이 시란에 대한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했다.
‘리히나님께서도 알고 계셨으니 딱히 이상한 건 아니지만…….’
이 상하게 그냥 하나부터 열 가지 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 라 그런가.
괜히 꼬투리를 잡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짧고 간략하게 갑시다. 그래서. 하시자는 제안이 뭡니까?”
“좋습니 다. 단도직 입 적으로 말씀드리 겠습니 다. 대 장로가 무엇을 약속했 든 그 이상의 것을 드리 겠다고 약조하겠습니 다.”
“거절하겠습니다.”
“흠, 그러실 거라생각했습니다. 십 마성께서 계시는데 필요한 게 있다면 힘으로 뺏으면 그만이지요. 하하.”
“…….”
차라리 싸가지 없게 나왔다면 시원하게 패고 시작했을 텐데, 스스로 왕족 이라 칭한다는 놈이 뭐가 이렇게 저자세인지.
물론, 나 같아도 시란을 알아봤다면 넙죽 바닥에 엎드릴 테지만.
“그러 면 승부를 하나 제 안하고 싶습니 다.”
“승부?”
“예.”
짝짝一!!
녀석이 박수를 치자, 닫혀 있던 문을 열고 기에나에 버금가는 정령 주머니 를 흉부에 장착한 엘프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 아이들은 저를 포함해서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다른 두 수장이 특별히 선별한 아이들입니다. 만약그쪽이 한 달 이내에 이 셋의 마음을 얻어낸다면 순수히 패배를 인정하고 그쪽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요.”
“제가실패하면?”
“조용히 돌아가 주시 면 족합니 다. 감히 무언가를 바랄 생 각 따윈 없지요. 제 가 이곳에 서 왕으로 군림 한다지 만 십 마성의 앞에 서 고개를 빳빳이 들 정 도로 목숨 귀 한 줄 모르는 머저 리는 아니 랍니 다.”
“근데 제가굳이 받아들여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하지만 수컷으로써의 유능함에 자신이 있으시다면 굳이 거절 하실 이유도 없겠지요. 조금만 수고를 하면 번거로운 일 없이 쉽게 일을 해 결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실 녀석의 제안을 듣자마자 나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다.하지만곧바 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언가 조금 없어 보일 것 같아 잠깐 식 탁을 두드리 며 고 미하는 척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이 셋이 그쪽에게 직접 성교를 요구해 온다면 이쪽의 패배입니다. 단, 신체 접촉을 금지하고 오롯이 대화로만그것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조건입 니 다. 진정 강한 수컷은 그저 걷 기 만 하더 라도 암컷들이 발 정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좋습니다.오늘은 지쳤으니 내일부터 시작하도록하죠.”
“하하하!! 화끈하시군요. 좋습니다. 그럼, 내일 시작전에 모시는 신께 맹세 를부탁드려도되겠습니까? 저 역시 숲의 맹세를하도록하지요.”
“그러죠. 서로확실하게 하는 게 좋으니.”
“시원시원한 게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녀석은 여전히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내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 다.”
..... **
스미스 일행을 숙소로 안내한후,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아스몬스가 비릿 한미소를지 었다.
“멍청한 사막노예 놈.”
그가 바깥에서도 구하기 힘든 날개 깃털이 가득 들어간 침대 위에 걸터 앉으며 과일주를 한 모금 마시는 그때.
“일은잘 풀린 모양이군.”
“역시 아스몬스님이십니다.”
스미스의 존재를 발견하고 도망친 아말리우스와 또 다른 하이엘프 후긴 이 그의 거처로 들어왔다.
“아말리우스. 네 공이 크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아말리우스가 넙죽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후긴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진짜괜찮은거 맞냐?”
“걱정할 필요 없다. 매일 후각을 마비시키는 꽃가루를 들이마시고 마법 술식으로 생식 기능도 봉해두었는데 미천한노예 놈이 뭘 할수 있단 말이냐.
“흐음
아스몬스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도 후긴은 좀처럼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런 후긴의 반응에 아스몬스가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네놈은 예전부터 잔걱정이 많았지.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네 놈들은 빌 어 먹을 장로들을 처 리 할 계 책 이 나 생 각해 두도록 해 라.”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겠나이다.”
“뭐,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아말리 우스와 후긴은 한동안 아스몬스와 잡담을 나누다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