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43화 Ep.442 아무튼 정당한 승부
“•••들어오시죠.”
“그러면 오늘도 실례하겠습니다.”
집주인의 허락이 떨어졌기에 나는 이오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킁킁.
그때 시란을 대신해 내일까지 내 호위를 맡게 된 누님이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강아지처럼 코를 벌름였다.
당연히 실례인 행동이다.하지만굳이 그런 걸 지적하진 않았다. 이오나가 일단 공략대상이 긴 해도 그보단 누님 이 더 사랑스럽고 귀 여웠으니 까.
대신, 슬쩍 손을 뻗어 누님의 턱을 살살긁었다.
“응,응〜”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던 누님이 내 손이 닿자마자 금방 얌전해지더니 고롱 고롱 소리를 내며 조금 더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뺨도 쓰다듬고 허리도 만지 며 엉덩이 까지 주무르고 싶었지 만, 그 랬다가는 가까스로 진정된 성욕에 다시 불이 붙을 게 뻔했기에 당분간은 조 금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스미스님.”
“아네.”
이오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어제 앉았던 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차. 드시겠습니까.”
“향이 약한 거로부탁드립니다.그런데 식사는하셨습니까?”
“…간단히. 잠시 만 기 다리세요.”
머리색과 눈동자는 분명 다른 엘프들과 똑같이 밝은 연녹색을 가진 그녀 였는데 어째서 이토록 음침한 분위 기 가 풍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스미스.”
“네?,,
기에나와 함께 내 뒤에 서 있던 누님이 슬그머니 어깨 위로 머리를 내 밀어왔다. 나는 그러지 않기로 조금 전에 다짐했으면서도 습관적으로 뺨을 가져대 문질렀다.
“•••하, 진짜.”
“참아야하는거아시죠?”
“……돌아가면 진짜두고보자 너.”
아앙一!!
“으헥…….”
갑작스럽게 누님이 귀를 깨물어 나도 모르게 조금 괴상한 소리를 내고 말 았다. 누님은 잠깐 내 귀 를 오물거리 다 떨 어지 고는 조금 전 에 하려 던 말을 이 어했다.
“쟤.발정난 거 같은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닐 겁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집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뒤를 따르다보니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한 가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바로 암컷이 발정나면 풍기는 특유의 음습하면서도 달큰한 냄새를.
그리고 지금 내가 마실 차를 타기 위해 뒤돌아서 있는 그녀의 탐스러운 엉 덩 이 아래 로 드러 난 매끈한 다리 . 바로 그 다리를 타고 흘러 내 리고 있는 투명 한물방울.
조금 후덥지근한 밖과 달리 , 아주 쾌적한 집 안.
그러니 저건 땀이 아니라 씨앗을 품을 준비가 된 꽃잎이 흘리는 꿀물일 것 이다.
‘일단 내 가 보기 에는 저것 말고는 큰 변화는 없어 보이는데 .’
만약 얼굴이 붉어지거나 호흡이 거칠어졌다면 확실히 그녀가 지금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아래쪽으로만 반응을 보이니 참으로 애매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어제오늘 내가 한 행동들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는 정도일까. 뭐, 그거면 충분하지만.
“•••여기.”
“감사합니다.”
그녀는 정말로 내가 마실 차 하나만 준비해 돌아왔다.
차 맛은 내가 부탁했던 대로 향이 강하지 않은 약초를 이용한 차였는데 생 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제는저만질문을했는데 혹시 저에게 궁금한 거 없으세요?”
“……없, 습니다.”
분명 망설였다.
그리고 나는 새벽에 봤던 일기장을 통해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구두 약속이면 몰라도 숲의 맹세는 어쩔 수 없지.’
인간들이 신벌을 받는 것처럼 엘프들 또한 스스로 한 맹세를 어기면 끔찍 한 저주를 받는다고 했다.
‘근데 이렇게 되면 매번 어떻게 시간을보내지?’
느낌상 그냥 내 가 석상처 럼 있다고 해서 쫓아내 지는 않을 것 같아 억 지로 대화를 유도할 필요는 없어 보이 기는 하는데 … ….
“아, 이오나.”
“……네.”
“혹시 저한테 쓰셨다는 소설. 읽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소설을. 제가……?”
“네. 힘들다면 옆에 있는 제 아내 중 한 사람에게 부탁하겠습니 다.”
아, 내…?”
내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이오나가 갑자기 이마를 찌푸리더니 등 뒤 에 선 둘을 번갈아 봤다.
“이오나?”
“……읽어드릴게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다가갔고, 한권의 얇은 책을 꺼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혹시 자리 좀옮겨도 되겠습니까?”
“•••편하실 데로.”
당사자의 허락이 떨어졌기에 나는 의자를 가지고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자칫하면 피부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가져대 며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조금, 떨어지는게…?”
“불편하시다면 떨어지겠습니 다.”
“•••조심.”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웃으며 고개 를 끄덕 였다.
스르륵.
얇은 책이 펼쳐졌고 곧이어 그녀는 어제 기에나와 함께 읽었던 동화중 하 나를 천천히 낭독하기 시작했다.
“•••엘프와 남자는 함께 밥을 먹고…….”
다행히 그녀가 선택한동화는 어제 기에나와 함께 읽었던 것이기에 내용 자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로 좋아하나 보네.’
조금씩 짙어지기 시작했던 그녀의 음습한체취가동화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시 옅어지기 시작했다.그리고묘하게 내 얼굴을 살피며 집중하 지 못하던 모습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없어졌고.
.....
저.”
“네?”
책을 읽던 그녀 가 도중에 입을 다물더 니 슬그머 니 의 자를 옆으로 당겨 나와 거리를 벌렸다.
“•••듣고 계신 거 맞으십니까?”
“그럼요. 우연히 숲으로 들어오게 된 인간 남자와 홀로 생활하고 있던 엘 프의 사랑 이야기 아닙니까.”
“••••••듣고 계셨네요.”
그제야 이오나가 다시 벌렸던 만큼 거리를 좁혔다.
“•••어땠, 습니까?”
“재밌었어요.”
“•••진짜?”
“네.진짜로.”
화아악一!!
새하얗던 그녀의 귀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더, 더 읽어 드리겠습니다
처음에 는 조금 떨 떠 름한 반응을 보였던 그녀 였으나 내 가 동화책을 칭 찬 하자마자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매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그녀는 책장에 꽂아둔 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와 나에게 읽어 주었 다. 나는 이 야기 가 하나 끝날 때마다 적 당히 그 내 용을 칭 찬했고 그때마다 이오나의 귀가 냐호의 것처럼 파닥거리며 날뛰 었다.
“이오나.”
“•••네?”
다음 책을 가지러 가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할 것 같네요. 이제 엘룬을 만나러 갈시간이거든요 ” •
“아…….”
여태 쫑긋 서 있던 그녀의 귀가 아래로 추욱 늘어졌다.
그게 너무 귀여워 순간 웃음이 나을뻔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 일도 같은 시 간에 오겠습니 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녀는 어제처럼 현관까지 나를 배웅나왔고 나는 문턱에 발을 걸친 채 고 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돌아봤다.
“이오나.”
“•••꾈네.”
미 간을 찌푸리 며 내 얼굴을 노려보듯 보고 있는 그녀.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늘 들려주신 이야기들. 마치 저와 이오나의 이야기 같더군요.”
“•••꾈네?”
잔뜩 찌푸려 져 있던 이 오나의 두 눈이 커졌지 만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이 오나의 집을 나왔다.
**
“상황은 좀어떠냐.”
“말할 가치도 없다.그노예 놈이 나와의 승부를받아들인 시점부터 이미
내가 승리한 승부다.”
별이 반짝이는 밤.
아스몬스의 맞은 편에 앉은후긴이 과일주를 병 채로 입에 가져댔다.
“후우〜 아직 이틀밖에 안지났는데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냐?”
“이딴 일에 자신이 넘친다는표현을쓰는건 적절하지 못하군.그저 당연한 결과일뿐이다.”
밤과 새벽에는 다른 엘프들을, 그리고 낮에는 자신이 직접 정령으로 바깥 을 주시했다. 사실 이조차도 과했다.
‘맹세까지 한 마당에 이것도 우스운 일이군.’
물리 적 조치 에 이 어 신의 이 름을 들먹 이는 것으로 강력한 족쇄 까지 채 웠 다. 그뿐 아니라 승부의 대상이 되는 동족들에게도 숲의 어머니에게 강압 적으로 맹세하도록 만들었다.
‘멍청한놈. 기회를 줄 때 손을 잡았더라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몸.
거기에 자신이 모든 엘프를 다루기에는 감당해야 할숫자가 너무나도 많 았다. 그런 이유로 아스몬스는 스미스를 이용해 걸리적거리는 장로들을 처 리하고 겸사겸사 언제 터질지 모를 엘프들을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으로 그 계획은 무산이 된 것이다.
“장로들을 처리할 계획은?”
“아직 이틀? 아니, 이제 사흘인가. 최소 보름은 지나고 물어봐라. 양심도 없는 놈아.”
“그걸 마실 시간에 머리를 굴리란 말이 다.”
“아씨,오늘처음내려왔는데 너무하네 진짜. 어차피 머리 쓸 일은 아말리 우스 그놈이 알아서 할 거고, 우리는 애들만 지원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
“하아•••꾈.”
아스몬스는 정말로 자신과 같은 하이엘프가 맞는지, 너무나도 낙천적인 후긴의 사고에 고개를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냐? 같이 안마셔?”
“•••놀고 있는 네놈과 달리 정령을 유지해야해서 쉴 필요가 있다.”
아스몬스는 투덜거리는 후긴을 뒤로하며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쯧,내일부턴 감시도 없애는 게 좋겠군.”
맹세까지 한마당에 뭐가두렵다고 정령으로 감시까지 한단말인가.
자신은 결코 겁쟁 이가 아니다.
아스몬스는 그게 옳은 선택 이 라 생 각하며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
아스몬스가 일찍 잠든 밤.
“좋아합니다.”
“옷,오옥……봽”
스미스가모습을 훤히 드러낸 채 허리를튕기며 엘룬의 귀에 진한 애정을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