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69화 Ep.468 기 다림 (2)
스미스가 떠 나고 보름이 라는 시 간이 흘렀다.
“아악!! 더는 못 참아!!”
“시론.”
뜨개질을 침대에 내던지며 일어나는 시론을 케르낙스가 붙잡았다.
“……아, 진짜!!”
굳은 케르낙스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던 시론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침대에 앉으며 내던진 뜨개질바늘을 주웠다.
“괜찮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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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낙스가 애써 웃으며 시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소였다면 소름 끼친다며 뿌리쳤을 그 손길을 시론은 뿌리치지 않고 조용히 케르낙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너 …… 언니가 그러면 내가 뭐가 되냐고.”
“언, 바, 방금 뭐라고 했나?”
케르낙스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되 묻자.
“뭐,나보다 나이 많다며, 그리고 애도 먼저 가졌으니까…… 언니 맞잖아.”
시론이 부끄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
굳어 있던 케르낙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는 시론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조금 더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너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굉장히 기쁘다. 진심으로.”
“•••그, 그만해.”
“하하.”
케르낙스가 기분좋게 웃으며 한손에 들고 있던 뜨개질바늘도무릎위로 내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스미스가 조금 엉뚱한 면이 있고 몇 번이나 우리를 걱정시킨 적도 있지만, 늘 웃으면서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 이번에도 그럴 거 다.”
“•••그때랑은상황이 다르잖아.”
“음,그도 그렇군.”
“장난해?”
시론이 이마를 구기며 눈을 치켜뜨자, 케르낙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시론 의 머리를 조금 더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시론의 말대로 여태껏 스미스가 겪었던 문제는 전부 ‘여성’과 관련된 문제 였기에 누이트교에 납치당했던 걸 제외하면, 사실상 안전은 무조건적으로 보장된 사건들밖에 겪이 않은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 궤 가 달랐다.
-스미스님께서는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련에 드셨어요.
기 에나의 모친이자 이곳의 실질적 인 수장이 라고 할 수 있는 리히 나가 자 신들에 게 알려준 소식 이 었다.
정확히 무엇을 위한 어떤 시련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으나, 그 과 정이 몹시 힘들고 언제 끝날지에 대해선 오롯이 시련을 겪고 있는 제 남편에 게 달렸다고 알려왔다.
‘시론이 날뛸 때는 곤란했지…….’
스미스를 빼돌리려는 수작이 아니냐며 길길이 날뛰며 당장 스미스가 갇 힌 곳으로 올라가려 던 시론.
자신은 시론에게 이길 수가 없고, 무엇보다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도 움직 여서는 안됐다.
기에나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론을 동생처럼 여기고 있기에 차마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고.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전력인 네메 아는 시론과 비슷한 수준으로 날뛰 려고 하는 아멜라를 억누르는 것으로 벅찼다.
냐호와 타니아는 당연히 논 외.
모든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시론을 제압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 인물인 베네오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황.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론이 날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절한 순간에 돌아온 시란이 무자비하게 시론의 정수리를 후려쳐 기절시 켜버렸기 때문이다.
시론이 라는 본보기 가 생 겼기 때문인지 , 네메 아와 드잡이 질을 하고 있던 아멜 라도 덩 달아 입 을 다물었다.
‘시란님께서는뭔가를 더 알고 계신 것 같았지.’
그게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알려줄 내용이었으면 진즉에 알려주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잘모르겠군.’
유일하게 남편의 아내들 중에서 속내를 알수 없는 인물이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처음 자신에 게 수양딸이 될 것을 제 안해줬을 때는 몹 시 기뻤다.하지만 그것과신뢰는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고 시란이 제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어 떻게 봐도 스미스와 함께 있을 때의 시란은 언제나 미소 짓고 있었으니 말이 다.
문제는 비젤린님 과 만난 이후부터 였지.’
아멜라에게 듣기로 비젤린은 제국이 생겨났을 때, 대마법사의 칭호를 수 여 받은 유일한 마법사라고 했다.
수백 년을 살아온 거야 시란과 자매 관계 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예상 하고 있던 것이니 그 부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정말로 놀라고 경계했던 부분은, 그 비젤린이 라는 마법사가 아주 오래전 부터 스미스에 게 관심을 가졌다는 부분이 었다.
물론, 남편이 잘생기고 몸도 좋으니 여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는 게 정 상이 라고 생 각하기는 한다. 그래서 자신도 비 젤린이 비 밀 경매 에 내놓은 스 미스의 땀 젖은 셔츠 같은 것들을 구매하지 않았던가.
중요한 건 그 당연한 부분에 제국의 대 마법사라는 신분이 더해진 점이다.
제국의 대마법사.
수백 년을 살아온 마법의 천재.
언젠가 냐호에게 그와 관련된 서적을 부탁해 두 권 정도 읽 었었다.
그리고두 권에는 마치 어릴 적 선배 기사들이 읽어주었던 동화와 같은 이 야기가 기록되 어 있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날씨를 마음대로 바꾸며 원한다면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대마법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녀의 말은 곧 마법이 되어 기 적을 일으킨다는 황당한 문구까지 .
그 책에 기록된 것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른다.
.
어쩌면과장하나 더해지지 않은 진실일지도모를 일이고.
요점은 그런 대단한 마법사가 어째서 제 남편에게 관심을 보였냐는 것이 다.
그저 이성으로서 끌린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평범하게 육욕을 채우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 만 자신이 보기 에는 그 둘 모두 아니 었다.
이성으로 끌렸던 거라면 어떻게든 접근해 접점을 만들었을 거다. 하물며 마력 다루는 법을 익히기 위해 직접 몸까지 섞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녀는 스미스를 사적으로는 단 한번도 만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육욕을 채우는 것 역시 위와 같은 이유다.
그럴 마음이, 그럴 욕구를 채울 생각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스미스와 많 은 접점을 가지는 게 옳았을 텐데, 마찬가지로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시오린이라는 인형을 다루었을 때조차 언제든 기회가 있었음 에도 늘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끔 스미스에게 붙잡혀 몸을 섞을 때도 있었으나, 그때는 철저하게 뒤로만 했었고.
이처럼, 시란에 대한 의구심은 비젤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왜냐면 수도에서 그토록 죽일 듯 적의를 드러냈던 시란이 몰링타에 돌아 온 이후로는 큰 사고 없이 며칠 씩 이 나 자리를 비우며 비젤 린을 만났으니 까.
무엇보다 둘은 자매인 대다가 이곳 엘프의 숲으로 오자고 제 남편을 설득 한 것도 시 란이 었다.
즉, 케르낙스가 생각하기에 시란은 스미스가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거나, 혹은 그녀 가 의도한 것이 라고 생 각했다.
그러니 모두가 분노하고 당황하는 속에서 홀로 차분함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일 테지.
하지 만 이 러한 의 구심조차 시 란을 경 계하거 나 미워 하는 이유가 되 진 못 했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마음도 없다.
그거 야말로 남편인 스미스가 가장 슬퍼하고 죄책 감을 가지는 일일 테 니까.
케르낙스는 제 배와 곁에 기대고 있는 시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너무나 많은 행복을 받아 버렸어 ….’
그저 기사로 살다가 기사로 죽을 거라 여겼던 인생에 이토록 행복한 순간 이 찾아올 거라고는 정말 생 각도 못 했다.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니.
그렇기에 케르낙스는 이런 행복을 선물해준 스미스가 슬퍼할 행동은 결 단코 하지 않으리라 스스로에게 맹세를 했다.
그리고 시란과 비젤린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지만, 그 역시 결국에는 스 미스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란을 경계하는가.
“…울어?”
“무슨.
갑작스러운 시론의 물음에 케르낙스가 살짝 화난 듯 눈을 찌푸리다가 시 론의 볼을 꼬집었다.
“그런 거 아니다.”
“•••아니면 아닌거지.”
시론이 꼬집힌 뺨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더니, 그대로뜨개질바늘이 올라 가 있는 무릎에 대뜸 누워버렸다.
케르낙스는 그런 시론의 보며 옅게 웃으며 머리를쓰다듬었다.
시란은 경계하는 이유.
그건 몹시 단순했으며, 너무나도 부끄러운 것이 었다.
바로 자신만이 인간이라는 것.
처음에는 스미스 역시 같은 인간이 니 , 자신과 함께 늙어 갈 거라 생 각하며 안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의 능력을 하나씩 엿보게 됨 으로써 어렴풋이 깨달았다.
제 남편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그때부터 종종 생 각하고는 했다.
모두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오래오래 남편과 시간을 보낼 때, 자신만 추하게 늙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아이를 잉태한 지금엔, 모두가 남편과의 자녀를 가지고 행복한 시 간을 보낼 때, 홀로 남은 자신의 자식을 종종 생 각하게 되 었다.
‘•••욕심이지.’
시란을 경계하는 것.
그건 남편이 자신과 같은 평범한 인간이 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 었다.
그녀가 무언가를 할수록 남편이 점점 자신과 멀어져 간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거 기 다 자신은 이 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무능한 여 자였으니 그런 마음이 더더욱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의 연인들은 하나 같이 모두 유능한 이들이 었으니.
‘사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시론의 머리를 쓰다듬던 케르낙스가 쓰게 웃었다.
스미스에 대한 걱정은 없다.
남편은분명 언제나처럼 웃으며 자신들에게로돌아올테니 .
‘그때는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거지 .】
“人 人미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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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바보? 어디?”
케르낙스의 당혹스러운 목소리에 시론이 얼른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두리 번거 렸다.
“……아무도 없잖아.”
“아,그, 화, 환청을들은모一”
똑. 똑. 똑.
정중함이 묻어 나는 노크 소리와 동시 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얼마나 다급히 뛰어온 것인지 숨을 잔뜩 몰아쉬고 있는 기에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스, 미스, 님께서… 깨, 어나고, 계시다고…… 합니다….”
“진짜?”
“예.늦어도 저녁, 즘, 에는 깨어나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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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안 그… 언니 ?”
“어,어, 어…?”
시 론의 부름에 케 르낙스가 고개 를 돌렸다.
“안 기뻐?”
“기, 기쁘다. 기쁘지. 너, 너무 기뻐서 잠깐정신을 놓았던 모양이다…….”
“하여튼, 호들갑은.”
시론이 피식 웃었고 케르낙스 역시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 다.
‘화,환청, 환청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