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70화 Ep.469 기 다림 (3)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는물론이고 시간의 흐름 역시 알수 없는무서운 공 간.
‘진짜두 번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나는 바로 그 어두운 공간에서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조차도 뭐 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그야 누가 바늘로 내 쌍방울을 찌르고.
때로는 불에 지지는 것 같기도 했으며.
어쩔 때는 안에서부터 팽창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내가 질리지 않도록 돌 아가며 훅 치고 들어오는데 어떻게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이건 장인어른이 와도 머리카락을 쥐 어뜯으며 비명을 내질 렀을 거다. 아니, 수컷이라면 그 누구도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만약 부랄 두 짝 달린 놈이 이 고통을 멀쩡히 인내한다면 그놈의 쌍방울이 가짜일 테 니 당장 잘라서 확인을 해보는 게 좋을 거다.
아무튼, 그런 끔찍한 고통 속에 서 내 가 기 절하지 않고 정신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나혼자만의 힘은 아니다.
....
엘프 숲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조용하던 시스의 도움을 받았기에 끝까지 정신 줄을 붙잡을 수 있었고 마침내 빌어먹게 날뛰는 신성력을 마력으로 먹 어치울수 있었다.
【먹어 치운 게 아니라 섞었다가 더 올바른 표현일 텐데요.】
‘그냥 좀 넘어갑시다.’
【그래 도 조금 감탄하기 는 했습니 다. 설마 믹 서 기 처 럼 서로 뒤 섞 일 때까지 회 전시 킬 줄이 야. 당신의 성장을 체 감하는 날이 다 오는군요.】
평소의 무뚝뚝하고도 기계적인 말투.
하지만 나는 그 속에 숨어 있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신성력과 싸우는 중간중간에도 시스가 몇 번인가 말을 걸어 왔었다.
-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 바깥에서는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신의 아이를보지 않을 생각입니 까?
- 어디 당신의 연인들이 모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그렇게 소리나 지 르십시오.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속을 뒤집는 말밖에 없구나.’
하지 만 신성 력과 싸우는 중에는 저 말 때문에 몇 번이 나 혼미해 지 던 정신 줄을 다시 붙잡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특히 바깥의 시간이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불알을 쥐 어뜯어서라고 이곳을 나가고 싶을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들었었다.
물론, 전부 거짓말이었지만.
【당신을 자극하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확실히 효과가발군이긴 했지.’
다른 연인들에 게는 조금 미 안하지만, 결정 적으로 내 가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을수 있었던 건 시스의 거짓말로 인해 밖에서 태어났을 내 자식과케 르낙스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 둘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미련하게 마력으로 계속 몇 배는 더 강하 고 덩치도 크면서 지치지도 않는 신성력과붙어 이겨 먹으려고 덤벼들고 있었 을 거다.
【말은바로하십시오.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맞아.고마워 시스야.’
【…….】
시스의 말대로다.
그런 과정이 있기 전에 시스가 내 정신력을 보조해주고, 그 이전에 불알이 터지지 않게 신성력을 억눌러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덕분에 케르낙스가 나에게 털어놓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고민도 들을수 있었다.
마력과 신성 력 이 섞 여 뭐 라고 불러 야 좋을지 모를 무언 가가 완성되 면서 얻은 새로운 능력 중 하나.
바로 내 씨앗을 품고 있는 여성과 정신적 링크가 가능해졌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임신 중인 케르낙스하고만 링크가 가능했다.
그마저도 아이가 태어나면 불가능해지고.
본래라면 나와관계를 맺은 여성과는 제약 없이 링크가 가능했을 거라고 시스가 말했다.그런데 이런 조건이 생긴 건, 내 마력이 온전히 신성을 먹어 치 운 게 아니라, 내 억지스러운 물리력에 의해 서로 뒤섞여 뭔지도 모를 근본 없는 힘이 되어버려서라고 시스가 말하더라.
‘그렇다고 근본 없다고 말할 것 까지는 없지 않아?’
오히려 새로운무언가를 만들어 냈으니 포상을 받아야하는건 아닌가.
【헛소리하지 마시길.]
【완벽히 새로운 성질을 가진 힘이었다면 저도 부끄러움 없이 상부에 보고 하여 사원 서민수에게 포상 논의를 추진했을 겁니다. 하지만 마력과 신성력 의 성질이 어중간하게 섞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주제에 어디서 포상을 논하 는겁니까. 이 반편이가.】
아프다.
본래도 시스의 말은 아팠지만, 오늘은 유독 더 아프게 느껴졌다.
【그나마 신성의 성질을 반이라도 품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 절반이라는 수치에 미치지 못했더라면 계획은 실패 였습니다. 정말 이 런 쪽으로는 운이 좋군요. 감탄스럽습니 다.】
‘•••어쨌든 잘끝났는데 왜그래.’
【‘잘’이 아니라‘겨우’일텐데요.】
【애초에 당신처럼 마력을 다루는 것에 소질이 없는 사원은모든 데이터를 찾아봐도 없을 겁니다.】
치사하게 팩트로 때리다니.
하지 만 마력에 관한 이 야기 라면 나도 할 말이 있다.
‘말 잘했다. 안 그래도 슬슬 물어보려고 했는데 내가 마력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것도 사실 너랑 장인어른 탓이 더 크거든?’
남의 자지에 멋대로 무슨 짓을 해서 이상한 힘을 빨아들이도록 만들질 않나, 마력 회로를 만들어 준다며 자신을 믿으라 말한주제에 멋대로 소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다른 회로를 모조리 막고 고환에다가 마력을 몰아넣은 장본인이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이지 너무 괘씸하다.
진짜 본체만 있었더라면 몇 날 며칠을 묶어두고 잘못했다 빌 때까지 쉬지 않고 괴롭혔을 텐데 .
捚…….】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사원 서민수는 마력을 몸에 품지도 못했을 겁 니다. 그러니 당신은 오히려 저에게 감사해 야 합니 다. 아시겠습니 까. 절대로 저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어휴, 그래. 고맙다 고마워.’
기회만와봐라.
언젠가 내 가 저 하늘 높은 콧대를 눌러줄 테 다.
그리고 장인어른과 짜고서 내게 접근했으면서도 소름 끼치는 연기로 날 속인 것까지.
‘그보다 슬슬 장인어른의 다음 영상이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을래 ?’
둘이 어떤 거래를 했는지도 궁금했으나, 시스의 성격상 그 부분은 절대로 말해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냥 거론하는 것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시스에 게 잘하라는 리즈시 절 장인어른의 충고가 신경 쓰이 기도 했다.
【다음 영상은 최후의 석판 아래에 있습니다.】
‘석판이라면……유적에 있는 그 석판?’
【그렇습니다.】
장인어른이 남긴 석판.
그리고 마지 막에 남긴 석판 아래 에 다음 영상이 있다.
마지막 석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장소.
절대로 훼손되지 않는 곳.
‘…제국 황실 보고(寶庫).’
【성장하셨군요.】
【사원 서민수의 추측대로 마지막 석판은 제국의 보고에 있습니다.그가 떠나기 전에 남긴 것이니까요.】
사실 성장이 라고 말할 것도 없다.
제국을 장인어른의 따님들이 세웠다는 정보를 이미 전해 들은 상태이니 말이다.
시란이 제국을 떠나 바다에 터를 잡았다지만, 장담컨대 제국이 위험에 처한다면 시란은 기꺼이 제국을 도울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레 답이 나왔을 뿐이다.
그 어떤 폭군이 나타나더라도 시란과 비젤린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에 제 국이 망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잠깐, 그러면 석판에 적힌 글귀는뭐야?’
【그냥 쓰고 싶은 말들을 써놨을 뿐입 니 다.】
‘•••아니, 그럴 거면 사람헷갈리게 새로글은왜 남겨 둔 건데.’
【역시 사원 서민수.칭찬하기 무섭게 저를실망시키는군요.】
【차원이 다르다고 이쪽의 신이 정말로 한글을 모를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그렇다면 컴퍼니와의 계약은 어떻게 체결했을까요. 사원 서민 수. 아무리 격이 낮은신이라하더라도신은 신입니다. 언어의 신이 만들어 낸 룬어도 아닌 한낱 문명의 문자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 그들은 이해하고 구 사할수 있습니다.】
오늘따라 시스가 더 까칠한 거 같다.
‘그, 일단 죄송합니 다. 하지만 시스님 ? 그러면 왜 그때 석판을 보고 있던 저 에게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알려줄 가치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입니 다. 하지만 오늘 당신을 보 니 앞으로는 그런 부분까지도 알려줘 야 할 것 같군요.】
진짜왜 이렇게 까칠하지.
물론, 평소에도 부드러웠던 건 아니지만오늘은 유독그게 심하다.
마치 내 신경을 일부러 긁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러 면 석판 자체 가 이쪽 신들을 그냥 엿 먹 이 려고 쓴 거 야?’
【그 정도 공은 들여 야 속을 테 니까요.】
덕분에 나도 깜빡 속고 말았지 만.
쩌적.
어둡고 시스의 목소리만 들려오던 공간 속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이곳을 나갈 시 간이 다가온 모양이 다.
육체적으로 변한부분은 없어 당장에 이곳을 나가더라도 연인들이 놀라 는일은 없을거다.
하지 만 과연 오늘 밤에도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벌써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달라붙어올 시론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입꼬리 가 올라가려고 한다.
【사원 서민수.】
오늘 밤에 있을 일을 떠올리 며 웃고 있던 나를 시스가 불렀다.
‘알고 있으니까걱정하지마.’
내 변화와동시에 어떤 힘을 얻었는지, 시스가친절하게 알려주며 한 가지 당부를 해왔다. 그리고 나는 그 당부를 잊지 않았고.
쩌 저적一!!
나무 갈라지는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더니, 어둡기만하던 공간속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어왔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시스에 게 물었다.
‘혹시나해서 묻는 건데, 장인어른이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는 너도 정확히 는 모르지 ?’
【그랬다면 영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그 내용을 당신에게 알려줬 을겁니다.】
‘역시 그렇지?’
【그때의 그는저를 신뢰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은 신뢰하고?’
【•••당신이라는 족쇄가 생겼으니.】
‘뭐라고? 방금 엄청 웅웅거려서 잘못 들었어.’
【사원 서민수를 돕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생겨 당분간 휴식을 취할 거라고 했습니다.그러니 찾지 마세요.】
어딘가 굉장히 퉁명스러운 듯한 말을 끝으로 시스는 더 이상 내게 말을 걸 어오지 않았다.
‘푹 쉬어.’
이번만큼은진심으로 시스에게 감사했으니 푹쉬게 해줄 생각이다.
말은 저렇게 해도 내가 진짜 위험에 처하면 금방금방 나타나 조언을 해주 니 까. 그러 니 당분간은 최 대 한 얌전하게 지 내도록 하자.
‘육성으로 대화할 날이 머지 않았기도 하고.’
나는 몰링 타로 돌아갔을 때의 일을 생 각하며 피식 웃었다.
쩌저저적——
이윽고 갈라진 틈이 한층 크게 벌어졌다.
보름간 만나지 못한 연인들과 재회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