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77화 Ep.476 칼란 대산림
촤아아악.
차가운 물을 가득 받아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나는 천천히 굳은 몸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이제 좀살겠네.”
내 혀에 나름 만족한 시 란은 기 절한 네 메 아님을을 데 리고 누님과 함께 욕 실을 떠났다.
이후에 깨어난 세 사람에게도 적당히 사정을 설명하고 내보냈다.
그리고 해가 뜬 지금까지 혼자서 몇 번이고 물을 갈아치우며 욕조 속에서 화끈거리는 불알이 진정되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불알이 진정됐다.
‘확실히 조금 더 충만해진 게 느껴지긴 하네.’
깜짝 놀랄 정도의 변화는 아니지 만, 방금 말한 것처럼 작은 변화 정도는 느 낄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생긴 건 알 수 있었다.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어제 물기 젖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네메아님의 시선이 머릿속을 떠나 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내 가 시스에 게 들은 사실을 그대로 이 야기 한다고 해 서 믿어줄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만약 그럴 거라면 어제 그토록 적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지는 않았 을 테니 말이다.
【말씀드렸지만 설득이 먼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어우, 깜짝이야….’
나는 예고도 없이 말을 걸어오는 시스의 존재에 흠칫하며 물기를 털어냈 다.
‘나도 알고 있어. 그러 니까 고민하고 있지.’
【제가사원 서민수에게 실망하지 않도록해주세요.】
‘걱정하지 마.’
몰랐다면 모를까.
이제는 알만한 건 다 알게 됐으니, 나도 예전처럼 기분에 따라 행동할 생 각은 없다.
“문제는그 설득이 쉬울 것 같지가 않다는 거지만.”
적당히 머리를 털어내고 욕실을 나왔다.
바구니 앞에 놓여 있는 뽀송뽀송한 속옷과 새로운 옷을 걸쳐 입 었다. 그렇 게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케르낙스의 침실로 향했다.
새근- 새근-
거대한침대 위.
서로를 껴 안은 채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시론과 케 르낙스의 모습 이 보였다.
나는 슬쩍 눈을 돌려 창문 앞에 서 있는 타니아를 봤다.
‘자고 있는건가?’
들어가서 확인해보려다가 나는 괜히 둘을 깨울 것 같아문을 닫고 아래로 내려왔다.
1좋은 아침.
“몸은좀 괜찮으신지요.”
“흥, 딱 봐도 괜찮아 보이는 얼굴 아닌가.”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기에나와 베네오가 나를 향해 다가 왔다.
가볍게 입술을 겹치며 애정을 나눈 다음 식탁에 앉았다.
“냐호는 아직자고 있어?”
“그렇습니다.”
만약 깨어났으면, 어제의 일을 사과도 할 겸 아침에 가볍게 풀어줄 생각이 었다.
‘나중에 챙겨줘야겠네.’
나는 기 에 나와 베 네오가 만들어준 샐러드와 고기 가 듬뿍 들어 간 스튜를 떠먹었다.
“엘은건강해?”
“건강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본디 사막에서 살아가던 녀석인데 그보다 더 풍부한 숲에 풀어놨으니,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더군.”
“음,다행이네.”
베네오의 표정도 밝아 보였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몹시 건강하게 잘보내 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됐다.
“물한 병만 줄래?”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나는 시원한 물병을 챙겨 넽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복도의 가장 끝방으로 들어갔다.
“왔냐.”
침 대 에 걸터 앉아 있던 시 란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바닥에 결박당한 채 누워있는 네메아님을 바 라봤다.
“•••꾈.”
형 형 한 빛을 내 뿜는 눈동자와 머 리 칼.
지금 그녀의 감정이 얼마나 격화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 일단물 좀 드실래요?”
“•••꾈.”
다가가서 물병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대 었으나, 네메 아님께서는 끝내 입 술을 열지 않았다.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기에 나는 도로 마개를 받고 그녀의 옆에 엉덩이 를 깔고 앉았다.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 힘줄을 안 끊어놔서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까.”
“•••괜찮습니다.”
단지 네메아님을 믿어서 가까이 앉은 건 아니다.
‘진짜스킬 얻어둔 게 천만다행이네.’
언제든 로션의 막을 두를 준비를 하며,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네메 아님을 바라봤다.
“대화를 좀나누고 싶습니다.”
네 메 아님은 잠깐 나를 노려보더 니 , 끝내 눈을 감으며 고개 를 반대로 돌 려버렸다.
‘음,생각했던 것보다는 쉬울지도…?’
어제 야 상황도 상황이 었으니,흐지부지 넘 어 갔다지 만, 지금은 신성력 만 사라졌을 뿐이지 네메 아님은 시란의 말처럼 밤의 요정에 묶여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무슨 짓을 벌일 수 있을 만큼 매우 건강한 상태 였다.
당연히 나는 신랄한 욕설이 날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녀 가 내 게 보인 반응은 침묵과 회 피 였다.
‘시란이 손을 쓰진 않았을 거고.’
네메아님 이 날뛰 어도 최대한 부드럽게 제압해 달라고 부탁을 했기에 시 란이 네메아님께 손을 댔을 리는 없다. 그런다고 얌전히 계실 분도 아닐뿐더 러.
잠깐 고민한 끝에 나는 시 란에 게 말했다.
“잠깐만 자리를 비워주실래요?”
“•••미리 말해두겠는데 네 신변에 위협이 가해지면 아무리 네 부탁이더라 도그년 멀쩡히 살려둘 생각 없다.”
“조심할게요.”
내가 아닌 네메아님을 위해서라도.
“……하아, 진짜.”
시란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방을 나갔다.
나는 들고 있던 물병을 박닥에 내렸다.
“네메아님. 일단 어제의 일은 정말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맹세 컨대 그 또한 네메 아님을 위 한 일이 었습니 다.”
“…어찌.”
닫혀 있던 그녀의 입술이 달싹였다.
“어찌, 내게서 빛을 앗아갔는데 그게 나를 위 한 일이란 말이 냐
“그빛이 정말 네메아님의 것이라고생각합니까?”
“……이간질을 하려는 것이냐.”
네메아님이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또렷이 노려봤다.
“그 빛은 내 가 나고 자랄 때부터 함께 했던 내 것이다.”
“신의 힘이 어떻게 네메아님의 것이라는겁니까.”
“•••나는 특별하다.”
“예. 네 메 아님 께서 는 특별하십 니 다.”
..
그녀의 종족은 천족.
다른 누구도 아닌 신이 직접 빚은 유일한 개체.
시스의 말에 의하면 장인어른이 활동을 끝내고 돌아갈 때까지 천족이라 는 종족은 이차원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후우.’
나는 숨을 한 번 골랐다.
“네메아님. 할수있다면제게 네메아님의 마음을 빼앗아 보라고 하셨던 말, 기 억하십 니 까?”
“•••기억한다.”
“그리고 당신은 라피테라 신에게 귀속된 존재라 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도 하셨죠.”
“……그렇다.”
“저는 어제 라피테라로부터 당신의 속박을 풀었습니다. 당신이 신성력을 발할수 있게 해주던 근원.그게 당신을속박하고 있던 족쇄였거든요.”
“헛소리!!”
네메아님이 사납게 으르릉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일종의 방어기제로보이는군요.】
‘그게 뭔데?’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행동, 정도로 이해해 두세요.】
‘그러니까…….’
겁먹었다는거지?
【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구만, 근데 며칠 쉰다고 하지 않았어?’
【휴식하는중이니 신경 쓰지 말고눈앞의 일에나 집중하세요.】
나는 시스가 시스했다고 생 각하며 다시 한번 고민했다.
이대로 진실을 이야기해서 네메아님을 설득하는 건 그다지 좋은 수단처럼 보이지 않았다.
‘겁을 먹은 상태라…….’
그렇다면 천천히 어르고 달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리 고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할 것 이 다.
‘역시 그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주일.
엩,,
네 메 아님 의 이 마가 살짝 구겨졌다.
“결박을풀어드리겠습니다.대신, 일주일간만 얌전히 이곳에 있어 주세요.
“•••그후에는 떠나도되는건가.”
“예.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저를 믿으실 수 없다면 떠나셔도 좋습니다. 절 대로 붙잡지 않을 거고 어떠한피해도 끼치지 않겠습니다.”
“•••꾈.”
그녀가 눈을 감았다.
고민하기 위함인 듯싶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에는 제 말을 따라주셔야겠습니 다. 물론, 성에 관련 된 행위는 절대로 요구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약속은지켜라.”
“예. 대신, 네메아님께서도 성과관련된 요구가 아니라면 거절하지 말고 받아주셔 야 합니 다.”
“……그러지.”
나는 그녀의 손발을 묶고 있던 스타킹을 재료로 환원시 키는 방법으로 결 박을 풀었다.
스으윽.
네메 아님 이 조심히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았다.
나는 바닥에 내려놓은 물병을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고, 네메아님께서는 이번엔 거절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 목을 축였다.
“저택을 돌아다니시는건 자유입니다. 하지만식사와 목욕은 반드시 저와 함께해야 합니다.”
“•••목욕은 어째서지?”
“별 이유는 없습니다. 욕실에서는 절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을 테니 안심 해주세요.”
“……따르지.”
“좋습니다. 혹시 배고프십니까?”
“•••생각 없다.”
“알겠습니 다. 지금은 제가 눈앞에 있는 것 자체 가 불만스러우신 듯 하니 저녁에 다시 오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고개를 살짝 돌려 굉장히 복잡한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네메아님.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신을 사랑하는 제 마음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겁니 다.”
“•••꾈.”
그녀는 듣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 반응을 뒤로하며 방을 나 왔다.
“감시는 필요 없냐?”
“네.제가먼저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 얌전히 계실 겁니다.”
“•••그러면지금한 판?”
시란이 슬쩍 앞섬을풀며 내게 밀착해왔다.
어제 신나게 핥아주고 빨아주었는데 역시 그걸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1시간만 기다려 주실래요? 잠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정도는괜찮지. 아멜라그년 방에 있을 테니까찾아와라.”
“누님이랑 같이하시게요?”
“아니, 자랑하려고.”
시 란이 피 식 웃으며 귀 여운 코골이 소리 가 나고 있는 누님의 방으로 들어 갔다.
혼자가 된 나는 얼른 비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채팅방에 접속했다.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렸다.
서민수(차장) : 혹시 수면제나 비슷한효과 있는 스킬 있으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