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90화 Ep.489 칼란 대산림
리히나님의 방을 나와 얼마 걷지 않았을 때다.
“스미스님.”
기에나가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혹여나 어머니께서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하셨다면 대부분 거짓일 테니 머릿속에서 지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 다.”
그리고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대뜸 그리 말했다.
“저는 결코 차를 마시우으읍…….”
필사적으로부끄러운 과거를 내 관심에서 떨어트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 야기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무심코 입술을 틀어막고 말았다. 물론, 내 입술을 이용해서.
“별말씀 안 하셨어. 하지만 기에나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갑자기 관심 이 생기는데? 지금이라도 가서 여쭤볼까?”
“으, 으음
기 에 나는 차마 나를 향해 가지 말아 달라는 말을 꺼 내 지 못해 입 술만 오 물거리며 끙끙거렸다.
나는 그런 기에 나를 살포시 품에 끌어 안으며 목덜미 에 얼굴을 묻었다.
‘실을대체 할수 있는걸 구해야해…….’
할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에나를 위해서라도리히나님과 실을 함 께 데려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돌아가자.”
네.”
돌아가는 길은 무척 짧았다.
“우리 왔
어?”
기에나와 함께 저택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던 나는 소파에 앉아 있는 마지막 손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오나.”
정수리에 볼록 솟아난 작은 혹을 문지르고 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자리에 서 일어나 이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안경을 구하지 못한 그녀는 여전히 두 눈을 잔뜩 찌푸린 채 나를 향해 인사 해왔다.
“낮에 찾아갔었는데 지오르 장로께서 돌려보내셨죠.”
“……늦. 잠… 잤어요.”
늦잠은 늦잠이 었겠지만, 꽤 격렬한 자기 위로 이후에 잠이 든 상태였을 거 다.
나는 쓸데 없는 뒷말을 삼키 며, 이오나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타악.
마치 기 다렸다는 듯이 부엌에 있던 베 네오가 달콤한 모유가 가득 담긴 컵 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다른 이들은 祄층에서 뜨개질을 배우는 중이다.”
“시 란한테?”
“아니, 검은고양이한테.”
“오…….”
지구에서도 고양이들은 털뭉치 같은 걸 막 굴리고 그러던데, 그래서 그런 걸까.
호로록.
과하지 않으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달콤함이 내 혀를 즐겁게 만든다.
나는 시란의 모유로 지친 혀와 목구멍을 달랜 후에야 입을 열었다.
“혹시 지오르 장로님 께 다른 말씀을 듣고 왔어요?”
“……아뇨. 옷 입히시고는 무작정 이쪽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역시, 조금 전 저택에서 보였던 예의 바른 모습은 내숭이 맞았던 모양이다. 개 인적으로는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시원시원한 모습이 더 취향인데, 다음에 기회 가 되 면 슬쩍 말을 흘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니까 빠르게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며칠 후에 이곳 을 떠날 예정인데 그때 이오나를 데려가고 싶어요.”
“•••저를요?”
“네.이오나, 당신을요.”
시력이 나빠서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두눈이 느릿 하게 끔뻑였다.
“……왜요?”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역시 서기관이 나에게 왜 필요한존재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서기관.”
“ 맞아요.”
“…… ”
겨우 이마에 생겨난 주름을 펴나 싶더니, 그녀는 다시 이마에 깊은 골짜기 를 만들어 내며 무언가를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오르한테는 이오나의 마음을 우선시 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
그건 절대로 그녀가 내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에서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으” O •
금방 대답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내가 컵에 든 모유를 깔끔하게 비워 낼 때까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었다.
‘진짜 강제로 데 려 가야 하나… ?’
남들 몰래 손에서 흘러나오는 식은 땀을 바지에 슥슥 문지르고 있을 때였 다.
“……솔직히. 가고싶지 않아요.”
“이유, 를들어볼수 있을까요?”
한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내 나름대로최대한 티를 내지 않기 위 해 노력하며 물었다.
“……움직이는거. 귀찮아요.”
정말로 그녀다운 이유다.
그리고. 이제 수컷들은 힘 못 써. 놀고먹을 수 있어. 당신께서 주신 거 로성욕도 해결.”
세상에.
설마 내 가 만든 성물이 내 발목을 붙잡는 날이 올 줄이 야.
역시 그녀도다른두엘프처럼 확실하게 길들여 놨어야했던 걸까.
“……근데. 가기 싫지만… 따라갈게요.”
“으음….”
차마 억지로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만약 그녀 가 덥 석 그 말을 물어 버 리 면 매 우매 우 곤란해 진 다. 그리 고 나는 대부분의 이런 상황에서 주둥이를 놀려 이득을 본 기억이 없다.
대신,제가쓴동화 같이 읽어 줘요.”
“얼마든지.”
다른 이유도 있지 만. 어차피 안 간다고 하면 엄마가 묶어서 라도 당신 께 들려 보낼 거에요.”
과연, 이오나는 모친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언제. 떠나세요?”
“이틀후에 떠날생각입니다.”
조금 더 머물다가 세계수인 실이 깨어나면 인사라도 나눈 후에 떠나고 싶 지만, 무려 1년이나 요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하루라도 더 빠르게 이곳을 떠나요새로 향해야만했다.
“… …그럼. 짐을 꾸려야 하니 그만 일어나 볼게요.”
“아네. 직접와주셔서 감사해요.”
늦잠 잔 잘못이죠.”
이오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어이쿠.”
그리고 곧바로 발을 삐끗해 넘어지려는 걸 아슬아슬하게 붙잡아 줄 수 있 었다.
“……감사해요.”
“뭘요. 그보다 혼자여기까지 오셨어요?”
엄마가 데려다주셨어요.”
품에 안긴 그녀의 목덜미가빨갛게 물들어간다.
“데려다드릴게요. 기에나?”
그 사이 에 앞치 마를 맨 그녀 가 내 부름을 받자마자 앞치 마를 벗고서 곁으 로 다가왔다.
“가시죠.”
“……고마워요.”
“뭘요.그리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제가눈을 선물해 드릴게요.”
눈?
“예.그러면가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이오나의 배웅은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 다.
“후우, 다녀왔어.
“손부터 씻어라.”
“•••뎅.”
나는 기에나와 함께 부엌으로 와 시원하게 흘러나오는 물로 손을 씻었다. 그리고 물기를 닦아낸 손으로 벌써부터 저녁을 준비중인 베 네오의 허리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아까는 손 씻으라고 안 했잖아요.”
“외부인 앞에서 남편의 기를죽일 생각은 없다.”
“베네……아앗?!”
그녀의 배려에 감동하려는 순간, 베네오가 귀신같이 내 손등을 꼬집으며 허리에 두른손을 떼어냈다.
“방해하지 말고올라가서 뜨개질하는 거나보고 있어라.”
“……베네오는뜨개질할줄 알아요?”
“흥,당연한질문을 하는군.”
베네오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솔직히 시론이 저런 반응을 보였다면 절대로 신뢰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평소에 모든 집안 살림을 다하는 베네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기에나는?”
“저희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 할줄 모릅니다.”
“음,그렇구나.”
그 또한 이해 가 갔다.
수인들이 야 숫자는 조금 적지만 그래도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니 어느 정 도 문화가 뒤섞일 수 있겠지만, 엘프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고립되 었으니 뜨 개질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 엘프들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축복해?”
“숲의 어머니께서 직접 축복해주십니다.”
“ 아하.”
그러고 보니 이 숲에 있는동안 엘프는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던데 그 또한 실이 엘프들에게 걸어준 축복의 한 종류인 모양이다.
“음…… 그럼 올라간다?”
“ 얼른 가라.”
“저녁 시간에 올라가도록 하겠습니 다.”
사실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는 아랫도리의 기운을 조금 빼내는 걸 도움받 을 생각이었다.
‘그냥 올라가자.’
기에나는 언제든 나를 위해 봉사해줄 테지만, 베네오는 그러지 않을 거다. 물론, 내가 조금 더 강하게 나간다면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봉사를 돕겠지만.
‘••••••할까?’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열심히 봉사하려는 베네오의 얼굴을 생각했더니 순 간적으로 혹했다.
‘쓰읍••••••
하지만 참았다.
앞으로 더 강해질 내 정력을 생각하면 이런 유혹에 쉽게 무너져서는 안됐 다.
‘그래. 아직은 참을만해.’
팬티가 좀 찝찝해지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그런 이 유로 나는 두 사람을 뒤 로하고 계 단을 밟았다.
‘일어나셨구나.’
祄층으로향하기 전에 네메아님의 방을 먼저 확인했다.그리고비어 있는 침대를 확인하고는 祄층으로 올라갔다.
‘어디보자…….’
나는 슬그머니 문에다가 귀를 가져댔다.
!.
.....
-아멜라님. 꼬인다고 힘으로 끊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미,미안…….
‘오……?’
나는 순간 잘못 들은 건 줄 알았다.
-시론님도 마찬가지랍니다. 도대체 바늘을 몇 개나 부숴 먹으시는 건가요
-이,이게 너무 약한 거라고…….
-그러면 시란님과 네메아님은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하지 만 잘못 들은 게 아니 었다.
놀랍게도 늘 당하기만 하던 냐호가 저 안에서는 당당히 선생님 노릇을 하 고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네메아님도 함께 있고.’
이 건 몹시 긍정적 인 변화다.
모두의 남편되는 입장으로서 이보다 더 흐뭇할수가 없다.
- 음, 나보다 며칠이나 먼저 시작한 거로 아는데. 손재주가 형편없군.
- 아앙?! 말 다했냐?
- 왜 그러지엩 아,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그쪽까지 들린 모양이군.
-하,하아!! 이 씨
빠아악
!!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 가 들려왔다.
- 끄으으으……
- 으으으으……
이 어 서 누님 과 네 메 아님 이 앓는 소리 가 뒤 를 따라왔다.
- 케르낙스 집중하니까 입 다물고 손이나 움직여 이것들아.
.......칫.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않으며 문에서 귀를 떼어냈다.
누님과 네 메 아님의 다툼이 귀 엽 기도 했고, 평소였다면 닥쳐 라고 했을 시 란이 케르낙스와 내 아이를 생각해 말을 순화해준 점이 또 고마웠다.
“케르낙스도 집중하고 있다고 하니까…….”
괜히 들어가서 방해하지 말도록 하자.
‘샤워 하면서 선배들이 랑 대화나 좀 해 야지.’
겨선배 말고 다른 두 선배의 의뢰가 먼지도 확인해 봐야 하고 겸사겸사 세 계수에 관한 것도 물어보고.
나는 조용히 욕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