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530화 Ep.528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스의 부름을 받고 올라오던 나이엘에 의해서 구조 당했다.
“살펴 가시길.”
“어,고마워.”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괜찮은척 하며 나이엘과 인사를 나누며 신전을 나왔다.
【정말이지. 당신은 조금만눈을 떼도 문제를 일으키는군요.】
‘어? 시스?’
【놀랄것 없습니다.의태에 동화되어 있다지만, 제 근원은 당신에게 있 으니까요.】
‘•••그럼 저음 길 잃었을 때 좀 알려주지 그랬냐.’
【곤란해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나름 즐거웠기에 잠깐 방치했습니 다.】
‘저기요? 방금 속내가뒤바뀐 거 같은데요?’
【지금부터 바쁠 예정이니 다른 길로 세지말고 곧장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오고 다시 일방적으로 소통을 끊어버리는 시스.
베 네 오와는 다른 의 미 로 정 말 한결같은 여 자다.
“좀 자유로워지나 싶었는데 완전 물 건너갔구만.”
알게 모르게 시스가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해서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명절날 아내들이 친정에 내려간남편의 기분으로 이것저것 해볼 생각이었는데 시작도 해보기 전에 실패해버린 기분이다.
“나왔어.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 존재감을 집 안에 있는 연인 들에게 널리 알리며 신발을 갈아신었다.푹신푹신한슬리퍼의 감촉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서방님 오셨어요〜?”
“어이쿠.”
나는 도도도 뛰 어와 품에 안기는 냐호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등허리를 쓸 어내 렸다. 내 손길을 따라 살랑거 리 던 냐호의 꼬리 가 살랑살랑 물결친다.
“아, 이쪽으로 와보셔요.”
잠깐품에 안겨 고롱거리던 냐호가 내 손을 붙잡고서 넽층에 있는 침실로 나를 데려갔다.
“어떠세요?”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만.”
냐호가 침대 위를 가리켰고,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던 케르낙스가수줍은 얼굴로 곁에 앉은 이오나의 손을 살포시 붙잡으며 내게 의견을 구해왔다.
둘의 물음에 나는 케르낙스의 곁에 앉은 이오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 다.
‘•••안경이 마냥해로운 물건은 아니구나.’
연녹빛 머리칼을 길게 늘어트린 채 조신하게 앉아 있는 이오나.
그녀의 얼굴 위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알이 큰 둥근 안경이 걸쳐져 있었 다. 워 낙 눈이 나빠 분명 알이 두꺼 울 거 라고 생각했지 만 내 생 각을 비웃기 라도 하듯 이오나가 걸친 안경의 알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머리카락 굵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처음으로 이오나의 눈동자를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 는기회를 얻었다.
어떠한 굴곡도 없이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아름다운 연두색 눈동자. 거기에 둥근 안경이 더해지니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아련함이 그녀의 미모에 더해 졌다.
“예쁘네요. 잘어울려요.”
“그, 그런가요….”
파닥파닥!
이오나의 고개가 더욱 아래로 숙여지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두 귀가 날아 갈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냐호와 같은 수인들은 귀와꼬리를 통해 감정이 드러난다면 엘프는 아마 저 귀를 통해서 감정이 표출되는 게 아닐까.
‘그런 것 치고 기에 나는 저런 모습을 그다지 보여준 적이 없어지 만.’
나는 냐호와함께 이오나의 옆에 걸터앉았다.
“이제는 잘보여요?”
“네에…… 마치 새로운 삶을 얻은 기분이에요. 글도 더 잘쓸수 있게 됐 고……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서일까.
이오나는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나와 냐호를 향해 꾸벅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는 냐호에 게 하시 면 됩 니 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입 장 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애초에 제가 앞을 볼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약 속하고 데려 나온 건데요.”
“……그건 그렇죠.”
그녀 가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시선은 여전히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쇄골이나 가슴 아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혹시 제 얼굴보기가 부담스럽습니까?”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닌데요….”
이오나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두 손을 앞으로 허우적거렸 다. 아주 온몸으로 부정을 표현한 것이 다.
“그런데 왜 얼굴 말고 다른 곳을 보고 말씀하시는 건지 … …?”
“……지, 지금 얼굴을 보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요. 조금 마음의 준 비를 할시간이 필요해요….”
너무나도 낯간지러운 대답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아, 아닙니다. 천천히, 익숙해졌다 싶으실 때 그때 보셔도 됩 니다. 예. 뭐 닳는 것도 아니고 어디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네에.”
고개를 수줍게 한 번 끄덕 이며 이오나는 다시 나와 케르낙스 사이 에 앉았 다.
“누님이랑네메아님은대충 알겠는데…… 다른사람들은 어디 갔어?”
“시란님께서는 아직 안 돌아오셨고 시론님과 냐머지 분들께서는 새로운 저택을 둘러보고 필요한 가구를 고르시 겠다며 냐가셨어요.”
“케르낙스는왜 안갔어?”
“조금피로한감이 있어서 말이다.”
“어? 진짜? 괜찮아? 어디가 어떻게 피곤한데? 마사지해줄까? 잠깐 누워 봐.”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얼른 케르낙스를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
“그, 그만! 내 가 어 린아이도 아니고… … 무, 물론 기분이 나쁜 건 아니 다만 ……부끄러우니까 그만해라….”
“아흐에.”
그리고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케르낙스에게 뺨을 꼬집히며 밀려나야만 했 다.
“마차에서 내린 직후라그런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진짜지?”
“그,그렇다니까…….”
조금 불러온 배를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허리를 끌어안으니 케르낙스가 부끄러운 듯 말꼬리를 늘어트리며 슬그머니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왔다.
“그러면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이익!! 아, 아이 취급하지 말라고했지!! 하웁……!!”
“아악?!”
결국 계속되는 장난에 폭발한 케르낙스에게 목덜미를 그대로 깨물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시론이 깨무는 것보다 아팠다. 그야 시론은 이제 깨무 는 거에 요령이 생겨 어디를 어떻게 깨물어야 내가 덜 아파하는지 터득했으 니까.
“혼자 쉴 테 니까 그만 나가라… …!!”
“나, 나갈 테 니 까 화내 지 마. 태 교에 안 좋다?”
“네가나가면 다해결될 문제다만….”
“그래요 서방님. 케르냑스 언니 그만놀리시고 어서 냐가요.”
“어? 어어… 근데 언제부터 언니라고부르는 사이가된 거야?”
“오늘요? 자자〜”
냐호는 천천히 나를 침실 밖으로 밀어냈다.
“어 ? 나, 나혼자 쫓겨 나는 거 야?”
“그야 저희는 케르냑스 언니와 할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마침 이오냐님께 서 서방님의 과거를 궁금해하셔서 저도 함께 듣기로 했답니다〜”
“끄응…… 케르낙스? 너무막과거 이야기는하지 마?”
“흐 ” 흐.
이런,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그치 만 둘만 있을 때는 좋아했으면서
뭔가굉장히 억울하달까.
하지만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고 들어간다고 했던가.
나는 결국 케르낙스에게 찍소리하지 못하고 냐호에 의해서 침실 밖으로 쫓겨났다.
‘뭐,원래 혼자만의 시간을좀 가지려고했지만.’
마침 시간이 생겼으니 도면도그리고오랜만에 채팅방에 접속해서 선배님 들이 랑 이 것저것 이 야기 좀 나눠 봐야겠다. 물론, 주목적은 어디까지 나 지금 내가구할수 없는희귀한재료를 얻는 거지만.
“으〜 시원하게 목욕이나 하면서 그려볼까?”
아랫도리를 너무 혹사시켰으니 한번 진득하게 휴식을 취해줄 필요가 있 긴 했다. 그런 의미로 나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욕탕에 몸을 담글 생각 에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흐흐, 시원한 맥주 한잔 들고 가야지.’
보관고에 들어가 있을 서리 낀 맥주잔을 떠올리며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 와 부엌으로 향했다.
“크, 이거지 이거.”
나는 손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손잡이에 만족하며 보관고를 닫고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똑. 똑. 똑.
‘•••꾈?’
막 계 단으로 올라가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려왔다.
이간을 떠나서 지금우리를 찾을 사람이 있던가?
약간의 의문과 함께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현관문을 열자 나는 은빛 갑주를 걸친 익숙한 얼굴의 성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사제님께서 찾으신다.”
“저를요?”
“그래. 지금 당장 만나기를 바라신다고 전하라 하셨다.”
“어…….”
나는 손에 들린 맥주잔을 잠깐 바라보다가 그냥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이빨이 시리고 목구멍은 찢어질 것 같으며 머리가 띵해왔다.
“잠깐 나간다고 말만 하고 오겠습니 다.”
“ 알겠다.
대충 무슨 문제로 나를 찾는지 알 것 같았기에 나는 얼른 맥주잔을 식탁 위 에 올려두고 넽층으로 올라갔다.
“애들아. 나잠깐신전에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닫혀 있는 문 너머로 냐호의 목소리 가 들려왔고 나는 얼른 계 단을 밟아 현 관으로 돌아왔다.
“가시죠.”
“ 따라오도록.”
나는 성 기사를 따라 걷는 동안 이 런저 런 상황을 생 각했다.
‘역시 조용히 넘어갈수 있는문제는아니었지.’
신성력을 발현할수 있도록 해주는 신성력을 먹어 치웠으니 말이다.
엄 연히 따지면 지금 네메 아님은 성직자가 아니라 그냥 무력이 강한 일반 인에 가까웠다. 신성력을 발현하지 못하는데 누가 성직자라고 불러주겠는 가.
‘……자지로 때우는 건힘들겠지?’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럴 때 시스가한 마디 조언을 해주면 참든든할 것 같은데.
•••시스님께서 조언해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
‘매정한년 같으니라고.’
듣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바빠서 이 상황을 모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 만, 아무튼 꼭 필요할 때 도움을 주지 않는 나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 석이 아닐수 없다.
‘갑자기 사교도로 몰고가는 건 아니겠지 ?’
만약그러면 최선을 다해서 네메아님을 데리고 탈출해야한다.
네메아님의 성격상 교황인 아가사의 말에 순순히 포박당할 것 같으니 내 가 열심히 움직일 수밖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기억하나?”
“귀빈실 말씀이시면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록 내가 우리 신전에서는 미아가 됐지만, 그건 우리 신전이 터무니없이 복잡한 탓이지 결코 내가길치여서가아니다.
“올라가 보도록.”
“나중에 뵙겠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인사하며 풍요의 신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랜만이라며 엄청 반겨주는 어린 사제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4층에 있는귀빈실로 직행했다.
똑. 똑. 똑.
우선 예의 있게 노크를 한 후.
“스미스입 니 다. 부르셨다고 해 서 왔는데 들어 가도 되 겠습니 까?”
최대한 목소리를 깔았다.
달칵.
그때, 문고리가 돌아가며 스르륵 문이 열리더니 익히 내가 알고 있는 얼굴 이 수욱나왔다.
“네메아님?”
“일찍 왔군. 들어와라.”
“예엡.”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아 보이는 네마아님의 얼굴에 약간 긴장 을 풀며 네메아님을 따라 귀빈실 안으로 들어갔다.
“우흐우으읍……!!”
그리고 어째선지 완벽하게 구속당해 있는 아가사와 마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