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32화 (532/771)

횐 532화 Ep.53O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조용하군.”

“다들 새로운 집 구경하러 갔거든요.”

함께 저택으로 복귀한 우리는 사이좋게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근데 네메아님.”

팔짱을 낀 채 멍하니 나를 따라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던 네메 아님은 내 부 름에 고개를 치켜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로브는 앞으로도 계속 걸치고 다니실 겁니까?”

첫 만남 때부터 걸치고 있던 새하얀로브.

“예전부터 그거 엄청 소중하게 다루셨잖아요.”

“음, 너무 익숙해서 걸치고 있는 줄도 몰랐군.”

덤덤하게 대답한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몸에 두르고 있던 순백의 로브를 대충 손으로 붙잡아 벗어버렸다.

“아가사가 교황으로 등극하고 처음 만난 날 선물한 거다. 누군가에 게 선 물을 받은 기억이 없어서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다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물건이지.”

“쓰읍, 그래도 선물이잖아요. 선물은 소중하게 다뤄야죠.”

“수선 한 번 받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히 소중히 다뤘다고 생각한다만. 게 다가 선물의 대 가라고 하기 에 는 조금 부끄럽 지 만, 녀석도 내 몸을 심 심 할 때 마다 희롱했으니 이제는 평범한 로브처럼 다뤄도 된다고 본다.”

“그로브,더러워지지 않는게 아니라네메아님께서 신경 써서 관리하셨던 겁니까?”

“•••그렇다만?”

내 물음에 네메아님은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 건지, 조금 불안한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저는 여태까지 그 로브에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는 줄 알았습니 다.”

“아,그런 건가.보면 알겠지만그냥풍요신의 상징이 각인된,조금 고급스 러운 재질의 로브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내 가 마력과 신성력을 둘러 보호했 던 거지.”

“그렇군요.”

확실히 네메아님의 손에 들린 흰색 로브는 은은하게 빛나지도 않았고 마 력이나특별한 힘 역시 감지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새것처럼 지켜온 거면 충분히 성의를보였지.’

!..

.........

만약 내가 저 로브를 선물한 사람이라면, 성의를 넘어 로브의 상태를 보자 마자 격하게 감동해서 눈물까지 찔끔 흘렸을 거다.

“그럼, 나도 이제 시스교의 신관의를 걸치면 되는 건가?”

“네메아님께서 편하신 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만, 지금 그대로도 괜찮지 않습니까?”

완전히 소속을 옮긴 것도 아니고, 제국에 가면 네메 아님의 신분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테니, 오히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한다.

“네가 그걸 바란다면 그러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복을 입으시는 건 어때요?”

“뭐 어 … … 그것도 스미스 네 가 바란다면 노력은 해보겠다만… 사복은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어서 마음의 준비가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천천히 하죠.”

나는 수줍어하는네메아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살포시 웃었다.

‘냐호한테 부탁해서 부끄러운 옷들로 잔뜩 가져오라고 해야지.’

평소 무심 하던 여 자가 몸매 가 도드라지 는 옷을 걸치고 부끄러 워 하는 모 습을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맥주? 낮부터 음주는 건강에 좋지 못하다.”

“진짜 제 건강을 생 각한다면 섹스 횟수를 조금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적당한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몸에 쌓인 긴장감도 풀 어주니 아주 해로운 건 아니다.”

“그렇군요.”

“으음

내가웃으며 엉덩이를토닥여주자네메아님이 입술을삐죽이며 가볍게 머 리로 내 어깨를툭툭 해왔다.

“그런데 위쪽에서 뭔가 하고 있는 건가?”

“위 ? 아, 케르낙스랑 애들이요?”

“케르낙스, 그 아이는 이유가 있다지만 고…… 냐호 그 녀석이 내려오지 않는 건 조금 의외군.”

신경 써서 냐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 네메아님이 너무 기특해서 나는 그녀의 이마에 입술 도장을 가볍게 찍으며 물음에 대답했다.

“따로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케르낙스가 제 과거 이 야기를 풀고 있거든요.”

“과거?”

“네. 슩년. 아니, 이젠 믫년 전이네. 제가 몰링타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야기 하고 있을걸요?”

나를 따라 천천히 넽층으로 오르던 네메 아님의 시선이 슬쩍 침실로 향하는 게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진짜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관심 있으시면 들어가 보세요.”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들어는 가고 싶지만 안에 있는 냐호와 이오나가 신경 쓰이신 모양이다.

“이젠 자주 얼굴 보고 지 낼 사이 인데 그런 걸 따지 면 언제 친해집 니까? 마 침 다른 사람들도 없겠다, 딱 좋은 기회 네요.”

“읏, 미, 밀지 말아라…….”

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멈출 수 있으면서 도 힘없이 밀리는 척 연기하는 게 귀 여워서 그냥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똑똑.

“난데 잠깐괜찮을까?”

—네에〜 들어오셔요!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냐호가 대표로 대 답했다.

“이야기는 어때, 좀 재밌어?”

“후후〜 서방님께서 심부름 냐오셨다가 미아가 됐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답 니다?”

“•••그거 극 초반인데?”

도대체 뭘 어떻게 이야기하고있길래 아직 거기에 머물고 있는 거지?

나도 한 번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느린 진행이 었으나, 여 자들만의 시 간을 방해할 정도로 눈치 없는 남자는 아니 다. 물론, 해야할 일도 있고.

“크흠, 그러면 사람 한 명 더 끼어도 괜찮지 ?”

“그럼요.”

냐호가 귀를 파닥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옆에 앉아 있던 이오나는 물 어볼 것 없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듣는 사람이 많을수록 즐겁다.”

“그렇다고 하네요.”

“으음

내 뒤에 숨어 있던 네메아님이 조심스레 옆으로 나왔다.

“잘 부탁한다

“자자,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의외의 부분에서 머뭇거리는 네메아님의 등을 살포시 안으로 밀어주며 침실의 문을 닫았다.

‘다들조금씩 친해지는 게 눈에 보여서 그런지 기분이 좋네.’

대충 변화가 시작된 시점을 꼽자면 케르낙스가 임신한 날이 아닐까 싶다.

케르낙스의 임신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 다들 케르낙스를 신경 써주기 시 작했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

‘시론이 케르낙스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 ’

그 부분은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진다.

촤아아아악——!!

“으흐〜 이거지…….”

옷을 홀라당 벗어버린 나는 적당히 뜨거운 물이 가득 차 있는 욕탕에 몸을 담그며 손에 쥐고 있던 새로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푸흐〜!!”

누구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놓여왔다. 가끔 은 이렇게 혼자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디 보자, 그러면 일단 도면부터 그려야겠지.”

부여한 설정에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그걸 대신할 수 있는 재 료가 있지 않으면 도면은 반려 당한다. 반대로 필요한 재료만 갖춰 지면 언제든 승인을 받아낼 수 있다는 소리다.

‘괜히 재료부터 받으면 나중에 탈 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오랜만에 성물 창조를 사용했다.

“확장기구랑 전신 구속복이 었던가.”

분명 좆방맹이 선배가 확장기구였고 탱크보이 선배가 구속복이었던 거로 기 억한다. 그리고 확장기구는 이미 대체할 성물이 있기에 따로 도면을 그 리지 않아도된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구속복만 그리면 되겠네.’

딱히 이렇다할 참신한 아이디어는 없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디 자인은 어쨌든 안에 들어 가는 설정만 현대의 것보다 획 기적이 면 되 니까.

“전신 구속복이면 역시 라텍스지.”

검은색 유광의 라텍스라면 몸에 착 달라붙을 뿐만 아니라 신축성 역시 매 우뛰어날터.

“아차, 입마개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지.”

얼굴 부분에 지퍼를 달았던 나는 그걸 지우고 탈부착형 마스크로 변경한 후, 입 부위 에 욕조 마개를 빼닮은 것을 그려 넣었다.

“그냥마개 정도면 되려나?”

조교용이라고 말을 듣기는 했는데 마개 부분에 목구멍을 관통하는 딜도 를 그려 넣으려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사람마다 목구멍 크기도 다른데 괜히 숨구멍만 막아서 조교가 아니라 고문용이 되 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쪽을 좀 신경 쓰면 괜찮겠지.”

하나뿐인 윗입과 다르게 두 개나 있는 아랫입을 만족시키지 위해서 나는 딜도를 그리는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돌기는 이 정도면 된 거 같고, 크기는 역시 조절할수 있는 편이 좋겠다.”

가지 고 왔던 맥 주잔이 바닥을 드러 낼 즘에 서 야 나는 구속복을 완성 할 수 있었다.

딜도에는 진동이랑 크기 조절을 넣고, 구속복 자체에는 체온… ….’

구속복에 설정을 부여하던 나는 입마개에 장착할 딜도 역시 크기를 조절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러면 당연히 그려 넣어야지.”

디 자인을 새롭게 수정한 후 설정을 마저 부여했다.

‘청결 능력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좋든 싫든 땀과소변이 안에 고일 텐데, 장기적으로 사용할 거라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내가 청결과 관련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

“청결 스크롤로 해결이 되 려나?”

되 면 좋고 안 되 면 도면을 새로 그리 면 그만이 었기 에 나는 오일막과 암컷 관통을 제외한 모든 능력을 때려 박았다.

“아차, 컨트롤러 넣는거 깜빡했네.”

나는 세 개의 딜도에 신호를보낼 컨트롤러까지 그려 넣은후, 도면을 저장 하고 상부에 보냈다.

《도안-이름없음’은상부의 검토후, 세부 설정이 가능합니다.》

《‘도안-이름 없음’은상부의 검토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시스템 메시지를 옆으로 밀어내며 욕탕에 몸을 나른하게 늘어트렸다.

‘이건 아쉽게 성능테스트는못해보겠네.’

시란과 누님들이 구속복을 착용해 방치되는 모습을 한 번쯤 보고 싶기는 한데, 과연 허락해 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렇다고 죄 없는 신도들에 게 사용해 볼 수도 없는 노릇.

어 디서 딱 좋은 상대 가 갑자기 나타나 주면 참 좋을 텐데 .

《도면-이름없음’의 검토가끝났습니다.》

【‘도면-이름 없음’은성물로서의 가치가 있으나, 성물을구현할지식 또는 그걸 대체할 재료를 찾을 수 없어 차장님의 도면을 반려합니다.】

때마침 무난하게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시스템을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그것을 옆으로 밀어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하긴, 갑자기 사교도가습격해 오는 게 아닌 이상에야그건 좀 힘들겠지.’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가정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채팅방에 접속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