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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34화 (534/771)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

-그럼요~

굳이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지만, 나 스미스는 아내들을 존중하는 매너남이기에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미녀들이 전깃줄에 앉은 참새처럼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있으니 눈이 즐겁다.

“잠깐 부탁할 게 있는데.”

“서방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드릴 수 있답니다.”

참 사랑받을 말만 골라서 한다.

“고마워.”

냐호에게 다가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다음, 나는 시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상황을 설명했다.

“몰링타에 흑선 상단 지부가 없어서 마차가 넉넉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세 대 정도는 바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냐호 너한테만 의지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후후, 저는 서방님께서 제게 의지해주시면 의지해주실수록 더 기쁘답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머리에 얹은 내 손을 붙잡고 말랑하고 부드러운 뺨을 스스로 문질러왔다.

“그러면 잠깐 다녀올게요.”

“음, 나도 산책 겸 같이 가지.”

냐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케르낙스가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저는 아직 귀를 숨길 수가 없어서.”

“맞다. 그건 오늘 저녁이나 늦어도 내일까지 해결해 드릴게요.”

내 대답을 듣자 이오나가 귀를 파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겠다.”

“그래요. 다 같이 잠깐 다녀오죠.”

우리는 아직 엘프 귀를 숨기지 못하는 이오나만 침실에 남겨 둔 채 저택을 나와 밤비노가 있는 동쪽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바로 준비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나오기 전에 냐호가 말했던 대로 세 대의 마차를 구할 수 있었다.

동물 귀를 쫑긋하며 밤비노의 직원들은 마차를 몰아 경비대 막사 쪽으로 이동했다. 벡스를 그곳으로 보내 달라고 한 것도 있고 바젤란으로 가기 위해서는 동문을 지나야 했기에 어차피 움직여야 했다.

“존귀한 분을 뵙습니다.”

투구를 썼으나 목소리를 통해 나는 바로 앞에 무릎 꿇은 상대가 벡스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보다 엄청 눈에 띄네.’

햇빛을 받아 더더욱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갑주를 걸친 열 명의 성기사…… 라고 불러도 좋을 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 명이 오와 열을 맞춰 걸어오니 갑옷 특유의 철그럭 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사람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쏠린 게 느껴진다.

“바젤란까지 가는 길은 알고 있어?”

“예. 비토리오 왕국의 지형은 모두 숙지하고 있습니다.”

몇 번 정도 말했던 것도 같지만, 일단 비토리오 왕국은 아르델에게 백작위를 내려준 나라다. 근데 영지도 아니고 왕국 전체를 숙지했다니.

원래부터 알고 있었을 리는 없고 분명 내가 떠나 있는 동안 외운 거겠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비토리오 왕국부터 천천히 세력을 넓히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일 거다.

“벡스. 잠깐 투구를 벗어 볼래?”

“……예.”

대답에 약간의 텀이 있었지만 벡스는 이유를 묻지 않고 머리에 툴러쓴 투구를 벗었다.

나는 아래로 흘러내리는 연갈색 머리칼을 잠깐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있는 벡스의 뺨을 쓰다듬었다.

“노력했구나.”

“아, 아닙… 니다…….”

“아니긴,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부탁할게. 아, 그렇다고 몸이 축날 정도로 열심히 하진 말고. 건강이 최우선이니까.”

“…예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

나는 손바닥에 닿은 그녀의 뺨이 점차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꽤 많이 봤으니까 오고 가면서 소문 정도는 나겠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직접 발품을 파는 것보다는 이렇게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시스교가 어떤 곳이고 어떤 분위기인지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쪽이 더욱 빠를 것이다.

그리고 소문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포교하기 더 수월할 테고.

“스미스.”

“응?”

“더 이상 했다가는 곤란해질 것 같다.”

옆으로 다가온 케르낙스의 작은 속삭임에 정신을 차린 나는 벡스의 얼굴이 활화산처럼 붉게 달아오른걸 뒤늦게 알아차리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뺨을 쓰다듬던 손을 떼어냈다.

“투구… 쓰는 걸 허락해 주시겠나이까.”

“어, 그래.”

벡스는 얼굴을 감추듯 얼른 투구를 머리에 썼다.

“그럼…… 다녀오겠나이다.”

“조심해서 다녀와.”

벡스와 나머지 아홉은 수인들로부터 마차를 인계받고 빠르게 도시를 빠져나갔다.

“잠깐 마법 공방 좀 들렀다가 가자.”

나는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해진 사람들의 이목을 받으며 연인들과 함께 시란과 비젤린님이 계시는 공방을 찾았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일전에 둘의 은밀한 관계를 의도치 않게 엿봤기에 혹시 몰라 나는 혼자서 위로 올랐다. 그리고 이 층을 지나 삼 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붙잡았을 때 삼 층의 다락문이 열렸다.

“무슨 일 있냐?”

시론과 판박이지만 성숙미가 흘러넘치는 시란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나타났다.

“잠깐 볼 일보고 돌아가는 길에 들렀어요.”

“그러냐? 마침 잘 왔네. 나도 슬슬 돌아가려고 했는데.”

타악.

순식간에 몸을 뒤집으며 아래로 훌쩍 내려와 내 옆에 서는 시란.

“비젤린님은요?”

“나는 왜?”

시란이 내려온 다락문으로 이번엔 비젤린님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다른 게 아니라 며칠 전…… 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서기관 엘프 있잖습니까.”

“응. 이름이 이오나라고 했지.”

“네. 마법이 서출러서 귀를 감출 수가 없다고 해서요. 비젤린님께서 조금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될 거 없지. 우리한테 도움이 될 아이인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와 내 옆에 서는 비젤린님.

“거기 있는 거 보니까 잘 끝난 모양이다?”

“그럭저럭 잘 끝났습니다.”

“으음~?”

함께 일 층으로 내려온 시란은 케르낙스, 냐호의 뒤에 서 있던 네메아님께 말을 걸었고 자연스러운 존대에 조금 당황한 듯 눈을 끔뻑였다.

“뭐야. 뭐 잘못…… 먹었냐?”

평소처럼 말을 내뱉으려던 시란은 케르낙스를 힐끗하며 얼른 말을 순화시켰다.

“그저 새롭게 관계를 시작해 나가려는 겁니다. 불편하시다면 평소처럼 대하죠.”

“허, 참. 불편하진 않으니까…… 뭐, 그래.”

머리를 긁적이던 시란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네메아님께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호칭은 그냥 시란이라고 편하게 불러라. 아무리 그래도 언니라는 말까지 들으면 나라도 닭살 돋을 거 같거든.”

“뭐…… 그건 나이차를 생각하면 저도 조금 그래서.”

“뭐 이년아?”

“윽……?!”

시란에게 양쪽 가슴을 우악스럽게 붙잡힌 네메아님이 작게 신음하며 펄쩍 뛰어올랐다.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그렇군.”

내가 보기에는 네메아님께서 시란에게 일방적으로 괴롭힘당하고 있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걸 지켜보던 케르낙스와 냐호의 눈에는 또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무튼,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우리는 마법 공방을 나와 사이좋게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야. 다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그리고 현관 앞에서 새로운 집을 구경 갔던 일행들과 만날 수 있었다.

“옛날 바보 이야기? 뭐야 그거 재밌어 보이잖아.”

“길드에서의 스미스는 어땠는지는 시론이 말해주면 되겠군.”

“킥킥, 접수원 시절 바보는 완전 어리버리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좀 들어보고 싶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과거.

하지만 내 부끄러운 과거 하나로 다들 사이좋아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웃으며 떠들어도 좋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혼자 방치하는 건 좀 너무한 건 아닌가.”

혼자 덩그러니 부엌에 남게 된 나는 베네오가 침실로 올라가기 전에 차려준 간단한 요깃거리를 질겅 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집 내부는 어땠는지 나도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잔뜩 있었는데 남편을 이렇게 홀로 방치하다니.

나중에 침대에서 벌을 조금 줘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뭐냐. 왜 혼자 처량하게 그러고 있냐?”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리니, 태양빛을 가득 머금은 아름다운 머리칼을 단정히 묶은 누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케르낙스랑 시론이 제 과거 이야기하는데 다들 그거 듣겠다면서 침실에 모여 있습니다.”

“큭큭, 네 과거라면 확실히 다들 관심 있을만 하네.”

“제 머리는 선반이 아닙니다만.”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누님은 내 정수리 위에 묵직한 젖가슴을 얹으며 내 뺨을 마구 주물럭거렸다.

“그래서 싫냐?”

“그럴 리가요.”

은은한 단향과 함께 누님의 체취가 코로 스며들어오니 울적하던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 기분이다.

“새로운 길드 건물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그럭저럭 마음에 들더라.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너랑 있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정도?”

“그거야 이제부터 새로 쌓으면 되는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죠.”

“읏…… 하여튼, 말은 잘해요. 말은.”

손을 뻗어 머리 위에 올라와 있는 누님의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자 누님이 앓는 소리를 내며 슬쩍 내게서 떨어지셨다.

“네 과거라면 나도 꽤 많이 알고 있는데.”

“그야 누님께서 절 직접 노예 경매에서 사셨는데 모르면 이상하죠.”

“그치. 근데 그거 말고도 좀 있지. 빨래하라고 맡겨둔 내 속옷가──”

“아악!! 그,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건데요?!”

“니가 빨고 말려둔 팬티에 수컷 냄새 풀풀 풍기는데 모르는 게 병신이지.”

“끄응…….”

수인들은 왜 이렇게 후각이 좋은 걸까.

“흐흐, 그러면 나도 몇 마디 떠들러 가 볼까.”

“누, 누님?”

“뭐 새꺄.”

“그냥 저랑 욕탕에 들어가시죠?”

“흐음~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하네.”

누님의 시선이 내 사타구니를 빠르게 훑었다.

“하지만 가끔은 여자들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재밌어 보이고. 다들 모여 있는데 나만 빠지면 그건 그거대로 기분이 별로란 말이지.”

쪽.

누님은 장난스럽게 손키스를 날리며 말했다.

“뭐, 진짜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까지 다 하진 않을 테니까.”

오늘 침대에서 성의 좀 보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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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앞으로 예약따윈 하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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