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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35화 (53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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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고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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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침대가 망가질 정도로 질펀하게 놀았다.

“흐아으음…….”

시스에게 쥐어짜이고 내 흑역사를 듣고 히히덕거리던 연인들을 늦은 새벽까지 상대했더니 욕탕에서 풀었던 피로가 다시금 묵직하게 쌓인 기분이 들었다.

쯔브읍.

게다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여러 체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침대의 감촉이 실시간으로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지금까지 얌전히 누워 있는 건 양쪽으로 달라붙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으로 내게 기분 좋은 무게감을 주고 있는 시론과 기에나 덕이다.

‘그러고 보니 어쩐 일로 얌전히 자고 있데.’

평소였다면 진즉 내 몸 위에 올라탔을 시론이 지금은 내 팔을 얌전히 베고서 새근새근 귀여운 숨과 함께 곤히 자고 있었다.

“쓰읍…… 으히….”

침을 흘리며 헤- 입을 벌린 얼굴조차 사랑스럽다.

‘천국과 지옥이 따로 없네.’

위로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연인들의 감촉이.

뒤로는 어제의 격렬했던 정사의 흔적으로 눅눅하고 축축한 감촉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침대가 주는 불쾌감 쪽이 더 컸기에 나는 오일막을 이용해 복잡하게 얽힌 연인들의 틈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저건 이제 못 쓰겠네.”

집을 증축하고 새로 구매한 거라 딱히 애정이 있는 침대는 아니었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냥 새로운 저택에는 조금 더 크고 튼튼한 녀석으로 놓아야겠다, 그냥 딱 그 정도였다.

“안경은 좀 벗고 하지.”

나는 어제의 격렬하던 정사 속에서도 열심히 만년필을 움직이던 이오나를 떠올리며, 커다란 안경을 쓴 채 곯아떨어진 이오나에게 다가갔다.

“타니아를 붙여줘야 하나.”

다들 짝을 지어 있는데 혼자만 책과 만년필을 쥔 채 뻗어 있는 이오나의 모습은 조금 쓸쓸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그녀의 안경을 벗겨 침대 옆 탁상에 둔 다음 여벌의 이불과 베개를 가져와 이오나의 품에 안겨 주었다.

내가 데려왔으니 책임지고 케어는 해줘야지.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볼까.”

늘 우리의 식사를 담당하던 기에나와 베네오까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 확인한 나는 조용히 침실을 나왔다. 그리고 부엌으로 내려가기 전에 케르낙스의 방문을 슬쩍 열었다.

새액─ 새액─

요즘 부쩍 잠이 늘어났다고 말하더니, 케르낙스는 내 셔츠를 덧씌운 베개를 끌어안은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살금살금 케르낙스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와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몸을 한껏 낮췄다.

“최대한 건강하게만 나와주렴.”

그리고 조금씩 부풀기 시작한 케르낙스의 배에 소곤소곤, 혹여나 놀라지 않게 아주 조심히 속삭인 다음 방을 나왔다.

“그럼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해 볼까.”

아침만 준비해두면 점심에 방문할 시스가 왠지 삐칠 것 같으니까.

**

“그럼 다녀올게.”

“엉큼한 짓 하지 말고 바로 와.”

“넹.”

나는 현관까지 배웅 나온 시론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집을 나왔다.

‘어째 다들 날이 갈수록 얼굴에서 광이 나는 것 같네.’

원인이야 말하지 않아도 내가 더 잘 알고는 있지만, 오늘 아침먹으로 내려온 연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순간 눈을 찌푸렸다.

어찌나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던지.

매일 아침 눈부신 연인들의 미모를 감상 할 수 있어서 눈이 호강하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이야 내가 일방적으로 연인들을 배불리 먹이는 중이지만, 머지않아 나 역시 삼시세끼 그녀들의 젖으로 해결할 생각이니, 이 관계는 매우 공평한 관계라 할 수 있다.

““존귀한 분을 뵙나이다.””

높은 계단을 밟아 신전에 오르자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성기사들이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어 왔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과 중 하나이니 조금도 고생스럽지 않나이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나는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 두 성기사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린 바이저를 위로 올렸다. 둘 다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들이었다.

경건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있는 둘의 뺨에 손을 가져대며 재차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모, 목숨 바쳐 지키겠나이다……!!”

“아아…….”

너무 오래 만졌다가는 오히려 그녀들의 컨디션을 나쁘게 만들 것 같았기에 나는 적당히 손을 떼어내며 다시 바이저를 내려 얼굴을 가려주었다.

쿠우웅──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닫혀 있던 정문이 열리며 물빛 머리칼을 길게 늘어트린 내 이상형이 우아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데리러 오겠다더니, 점심이 훌쩍 지났는데 신도들이나 유혹하고 있고 아주 모범적이군요.”

철컥─!!

청아하면서도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스산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던 두 성기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시스가 다가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으음…….”

나는 뒤로 물러난 성기사들을 의식하며 시스를 뭐라 불러야 좋을지 고민했다.

【평소처럼 부르세요. 당신은 존귀한 자니까.】

적절한 순간에 들려온 시스의 목소리에 나는 다가온 시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시스.”

“…빨리 가도록 하죠.”

“우읍.”

이마에 입술을 맞추려던 나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스의 손에 밀려났다.

나를 밀어낸 시스는 검은색과 흰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로브를 머리에 눌러쓰며 내 손을 살포시 붙잡아왔다.

“안내하세요.”

“크흠, 그래.”

나는 성기사들에게 따로 인사하지 않고 시스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이랑은 다 만나 봤어?’

【당신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다들 성격이 독특하더군요. 그래도 심성 자체는 다들 선해서 마음에 드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내 영향을 받아 성격이 독특하다니.

‘내 성격이 뭐 어때서. 그리고 걔들이랑 같이 보낸 시간이라고 해봤자 보름도 안 되거든?’

【시끄럽습니다. 제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아세요. 패배자 서민수.】

‘두고 보자…….’

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붙잡은 내 손을 조금 더 강하게 쥐며 슬쩍 끌어 올린 입꼬리를 내게 보여주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여튼, 우리는 겉으로는 사이좋게 산책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소리 없이 많은 대화를 주저리 주고받았다.

‘그럼 벡스 일행만 돌아오면 신전 개방하기로 한 거야?’

【굳이 미룰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동안 받지 않았던 헌금도 받기 시작할 거라는 말을 들었더니 왜 갑자기 불안감이 스멀스멀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설마 내 손 한번 붙잡아 보겠다고 재산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기부하는 사람은 없겠지? 혹시 모르니까 떠나기 전에 그런 사람은 단단히 교육해서 돌려보내라고 일러두어야겠다.

【이곳이군요.】

‘나는 내 눈을 통해서 다 공유받는 줄 알았는데.’

【당신 기억을 읽어봤으니 직접 본 것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이젠 그냥 당당하게 남의 머리를 들여다봤다고 밝히는구나?’

【들어가죠.】

‘저기요?’

시스는 내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노크도 없이 현관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왔, 네……?”

미리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론이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시스를 바라보며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렸다.

“정말로 인형인 건가? 생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만.”

“서방님께서 바라시던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이 저거로군요.”

그 밖에도 연인들이 슬쩍 몸을 내밀며 시스를 살폈다.

‘생각보다 다들 편해 보이네.’

일단 시스가 시스교의 여신이라는 점은 사전에 알려둔 바였다. 그 당시에는 다들 조금 긴장한 기색을 보이더니 막상 실제로 대면한 지금에는 기장하기보다는 연적을 살피는 경계심만 엿보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미스님의 도우미인 시스라고 합니다.”

‘……?’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

누님과 비젤린님이야 장인어른의 딸이니 충분히 존중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다른 연인들에게까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할 줄이야.

“그,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알겠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렇게 나를 매도하던 그녀는 연인들 앞에서는 나를 아주 상전처럼 대했다.

“만나서… 반가워, 요……?”

“굳이 존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시스. 혹인 원하시는 호칭으로 불러주시길.”

“으, 으음…… 시스… 언니…?”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론.”

시스는 머리에 쓴 로브를 벗으며 어색하게 손을 내민 시론과 가볍게 악수했다.

“시론. 당신의 적극적인 구애 덕에 스미스님께서 빠르게 각성하실 수 있었습니다. 스미스님의 도우미로서 이제야 당신께 감사를 표할 수 있게 되었군요.”

“악! 악!!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래……?!”

기습적인 시스의 감사에 시론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이러저리 휘적거렸다.

“케르낙스님. 이종족 틈에서 스미스님과 같은 유일한 인간으로서 질투하지 않고 스미스님을 지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회임 축하드립니다.”

“으, 음…… 고, 고맙… 고, 고마, 워요…….”

그 케르낙스가 ‘다, 나, 까.’가 아닌 요자를 쓰다니.

“아멜라님. 알게 모르게 스미스님께서 무너지지 않도록 길드에서 뒤를 봐주신 점, 그리고 힘든 순간마다 식사를 제공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신 점. 덕분에 스미스님께서 무너지지 않고 시론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스미스님이 있는 건 당신의 덕분입니다.”

“크흠!! 뭐, 음, 그, 그건 그렇지…….”

누님이 부끄러운 듯 뺨을 긁적이며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기에나님. 우직하게…….”

시스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 자리에 모인 전원의 이름을 한 번씩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모든 감사가 끝났을 때, 처음 시스를 경계하던 연인들의 시선이 연기였다는 듯, 거짓말처럼 호의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바보가 사는 세계는 어떤 곳이야?”

“혹시 괜찮다면 스미스가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고 싶다만…….”

“여기 맥주 한 잔 더!!”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연인들의 부름에 열심히 음식과 술을 나르고 있었으며, 나와 함께 왔던 시스는 어느덧 연인들 틈에 녹아들어 나에 관련된 질문들을 하나하나 답해주고 있었다.

‘뭐지, 이거 어제도 본 장면 같은데……?’

강한 기시감과 함께, 어떻게 하면 시스를 연인들에게 자연스레 소개할지 고민하던 나를 비웃듯. 시스는 내 도움 한번 받지 않고 연인들 사이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창문 틈으로 새빨간 노을빛이 스며들어오고 있더라.

나 도대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인 거냐?

주방 가득 쌓인 빈 접시와 냄비들.

그리고 엘프의 숲에서 가져왔던 과실주의 빈 병들을 치우며 짧게 한 숨을 토하던 때.

똑. 똑. 똑.

연인들이 시스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목소리 틈으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갑니다.”

그 기에나와 베네오조차 시스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나는 앞치마에 대충 손을 닦으며 현관으로 뛰어갔다.

“누구……?”

문을 열며 신원을 묻던 나는 익숙한 투구와 갑주의 등장에 눈을 끔뻑였다.

“벡스?”

“존귀한 분을 뵙나이다.”

“어, 어어.”

그 존귀한 분의 복장이 지금 말이 아니라 몹시 부끄럽다만.

나는 슬그머니 앞치마를 풀어 뒤로 숨기며 말했다.

“고생했어. 듣기로는 내일 아침에 도착할 거라고 하던데.”

“하루빨리 존귀한 분을 만나 뵙고 싶어 하는 심문관들의 요청에 일정을 조금 바삐 조율했나이다.”

“그렇구나. 다친사람은 없지?”

“예. 전원 무사히 복귀하였나이다.”

“다행이다. 붙잡아온 도적들은?”

“경비대의 배려로 신전 지하 뇌옥에 모두 가둬두었나이다.”

오…….

분명 어제 보고받을 때는 지하에 편의 시설과 목욕탕이 있다고만 들은 것 같은데, 감옥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걸까.

“그, 일단은 수고했어. 내일 시스랑 같이 방문할 테니까 다들 푹 쉬고 있으라고 전해줘.”

“그리하겠나이다. 그리고 이것을.”

벡스는 처음부터 손에 고이 쥐고 있던 황금색 편지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편지?”

“아리아라는 이름의 심문관이 말하기를, 제국 조사관 아테나가 존귀한 분께 보내는 편지라 하였나이다.”

“제국 조사관…… 아.”

미궁과 유적의 문제로 파견나왔다가 나한테 조교당해 우리 황녀님의 심복이 된 조사관의 이름이 분명 아테나였다.

‘그럼 이 편지는 아테나가 아니라 마르비우스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겠구나.’

금색으로 빛나는 편지 봉투를 조심히 건네받으며 벡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고생했어.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 보자.”

“……예에.”

벡스는 수줍게 붉어진 얼굴을 숨기듯 얼른 옆구리에 끼고 있던 투구를 눌러 쓰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벡스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현관문을 닫았다.

‘읽고 들어갈까.’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다면 먼저 읽어본 후에 알려주면 되는 거니까.

그런 이유로 편지 봉투의 중심에 찍혀 있는 밀랍 인장을 떼어내려는데.

-바보야!! 마실 거 더 줘!!

-안주도!!

부엌에서 들려오는 연인들의 애탄 부름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벗었던 앞치마를 다시 동여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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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스미스를 제외한 모두에게 상냥한 시스 여신님

(모두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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