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41화 (541/771)

===========

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합니다~~!!

-=-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발티나, 근육녀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여자였다.

처음에는 두서없이 주저리 떠들어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아리아에게 따귀를 몇 대 맞고 다시 이야기를 시켰더니 꽤 다듬어지고 정리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 제가 아는 건 모두 말씀, 드, 드렸습니다…….”

풍만한 가슴과 도드라진 근육이 무색하게, 잔뜩 움츠러든 근육녀가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삼키며 간절한 시선을 보내왔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무, 무무, 물어보십시오…….”

나는 아리아에게 맞이 퉁퉁 부어오른 왼쪽 뺨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부두목 이름이 마리나라고 하던데.”

“그, 그렇습니다….”

뺨을 쓰다듬을 때마다 흠칫하는 어깨를 보고 있으니, 괜한 가학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누이트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함부로 발설할 수 없도록 족쇄를 채워뒀다고 하던데. 발티나, 널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누구 말이 사실이지?”

“……??”

겁에 질려 있던 그녀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더니, 곧 좌우로 크게 물결치기 시작했다.

“저, 왜, 왜 멀쩡…… 한 거……죠…?”

“그러게.”

방금 보여준 근육녀의 반응을 통해서 놈들이 어떤 식으로 그녀들의 입을 틀어막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오늘 하루는 편히 쉬게 해줄게.”

“아…… 가, 감사!! 감사합니다!!”

쿵! 쿵!

근육녀는 구속복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손발을 대신하여, 벌레처럼 내 앞까지 기어와 이마로 바닥을 연신 내리찍었다.

“그만.”

“네, 네에…….”

몸이 튼튼하긴 한 건지, 그렇게 이마를 내리찍었음에도 근육녀의 이마는 살짝 빨갛게 부은 게 전부였다.

‘아리아 손이 많이 맵나 보구나.’

요란한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이마를 찍은 것보다 따귀 몇 번에 뺨이 퉁퉁 부어오른 걸 보면 말이다.

“내일 부두목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나는 발치에 떨어트려 놓은 마스크를 툭툭 차며 그녀의 옆으로 가져다 놓았다.

“거, 거짓을 고해도 그, 그, 그그, 그년이 거짓을 고하는 것일 겁니다……!! 저, 저는 정말로 진실만을 이야기했습니다!!”

금제에 대한 것도 까맣게 있고 주저리 떠든 걸 보면 확실히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부분까지 계산해서 행동한 거라면?

“그건 내가 판단하는 거고.”

“아, 흐아…….”

나는 힘겹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양쪽 뺨을 꾸욱 눌러 강제로 입을 벌리도록 만들었다. 사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 테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니.

“적어도 오늘 하루는 편히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게 어떨까 하는데.”

“마, 마흐이, 으, 헤으, 아으…….”

힘겹게 대답하던 그녀는, 내가 입안으로 검지와 중지를 밀어 넣자 말하던 것을 멈추고 당황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혀가 말랑말랑하네.”

“웩, 엑, 하으으…….”

천천히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 넣으니, 그녀가 헛구역질함과 동시에 다량의 타액을 토해냈다.

“내일까지 얌전히 있자.”

“에, 에엑…… 그으흐으…!!”

근육녀는 헛구역질을 억지로 삼켜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여왔다.

“프헤에……!! 가, 감사합니다아…….”

목구멍까지 넘어갔던 손가락을 빼내 주자, 그녀는 흘러나오는 침을 뱉으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럼, 내일 보자고.”

나는 손가락에 흥건히 묻은 근육녀의 타액을 대충 그녀의 머리칼에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리아에게 눈짓해 방을 나왔다.

“심문관들 몇 명 데리고 내려와서 부두목 제외하고 데려다가 심문 좀 해 봐.”

“심문이라면.”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아리아를 향해 나는 초-진동 검을 몇 개를 즉석 해서 만들어내 보였다. 도적들은 몰라도 아리아는 시스를 여신으로 믿고 있으니, 이 정도는 신의 기적으로 받아 들여줄 거라 생각했다.

“사용하는 법은 아시죠?”

“예. 최선을 다해 원하시는 결과를 토해내도록 만들겠나이다.”

골디아스 왕국에서 조사관인 아테나를 교육할 때 옆에서 거들었기에 충분히 잘하리라 믿는다.

오늘 이곳에서 할 일을 다 끝마친 나는 아리아와 함께 뇌옥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그럼, 맡겨주신 임무를 위해 가보도록 하겠나이다.”

“잘 부탁드려요.”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두 눈에 약간의 광기가 엿보이기는 했지만, 요실금을 제외하면 후유증이 거의 없는 아주 신사적인 방법이기에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는 것으로 불붙은 그녀의 의욕에 약간의 기름을 더 들이부어 주었다.

다른 심문관들을 데려오기 위해 아리아가 떠나고 혼자가 된 나는 벽에 몸을 기대며 시스를 불러왔다.

‘일단 끝났는데, 올라가도 괜찮아?’

【아이를 한 명 내려보낼 테니 그곳에서 기다리세요.】

‘넹.’

그리고 몇 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스미스님…?”

“칼름?”

여전히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 칼름이 복도 끝에서부터 총총 나를 향해 뛰어왔다.

“야야, 넘어──”

“푸헵……!!”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칼름은 제 발에 걸려 아주 성대하게 넘어졌다.

“야, 괜찮냐?”

“헤헤…….”

“어휴.”

나는 칼름에게 다가가 넘어진 녀석을 번쩍 들어다가 인형처럼 품에 안았다.

“근데 너 길은 다 외웠냐? 저번에 길 잃어서 엉엉 울고 있었잖아.”

“아, 안 울었는데요…….”

“다 봤는데 안 울긴 무슨.”

“으헤에엑!!”

무슨 찹쌀떡처럼 쭈욱 늘어나는 뺨을 당기자, 녀석이 작은 두 손을 파닥이며 귀여운 비명을 내지른다.

“또 길 잃으면 간식 일주일 금지다?”

“히잉…… 그, 그러는 스미스님도 길 잃으셨으면서….”

“무, 무슨?!”

그건 나랑 시스, 그리고 나를 데리러 왔던 나이엘만 아는 일급 기밀일 텐데?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시스님이 말해주셨는데요?”

아니, 남편의 치부를 덮어주지는 못할망정,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입 싸기로 유명한 칼름에게 말하다니?

“……길 안내나 해.”

“네엥.”

나는 내 품에 편히 기대는 칼름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칼름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 결과, 정말 놀랍게도 나는 단 한 번도 길을 헤매지 않고 최상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지? 시스가 도와준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거대한 문이 웅장한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졌다.

“들어오세요.”

“옙.”

나 앉으라고 만들어준 자리에 떡 하니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시스가 손가락을 까딱였고, 나는 반쯤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애들은?”

“당신이 온다고 해서 잠깐 내려보냈습니다.”

“그래? 야, 칼름아. 너도 나가 봐야겠다.”

당연히 칼름도 내보낼 거라 생각하고 그녀를 바닥에 내려주었는데 시스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리 오세요. 칼름.”

“헤헤~”

내 품에서 벗어난 칼름은 짧은 다리를 도도도 움직여 웅장한 의자에 앉아 있는 시스의 품에 뛰어들었다.

“훌륭히 스미스를 데려왔군요.”

“네!!”

“유능한 아이에게는 상을 줘야겠죠.”

시스는 가슴골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끈도 없는데 저게 안 흘러내리네.’

그만큼 시스의 가슴이 풍만하고 탄력있다는 거겠지.

아무튼, 주머니 안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었고, 시스는 엄지보다 작은 초콜릿 하나를 칼름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다음은 무얼 하라고 했죠?”

“밖에 나가서 아이들이랑 놀라고 하셨어요!!”

“그래요. 옷을 갈아입고 나이엘에게 용돈을 받아 가도록 하세요.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는 것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네에~”

“돌아온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죠?”

“어, 다른 사도… 앗, 신관들한테 보고하고 손 깨끗이 씻고 저녁 먹어요!!”

“잘 기억하고 있군요.”

시스는 칼름을 바닥에 내려주며 보랏빛 머리칼을 상냥하게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가보도록 하세요.”

“다녀올게요~!!”

칼름은 시스와 나를 향해 한 번씩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총총 걸어서 방을 나가버렸다.

쿠웅.

그리고 닫히는 문.

“뭐야?”

“주어를 붙여서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칼름 말이야.”

내 물음에 시스는 대답하지 않고 주머니를 다시 동여매고 가슴골 사이로 밀어 넣었다.

“저기요?”

“칼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능합니다.”

“……걔가?”

“지금까지 바보처럼 굴었던 건 주변의 관심이 고파서죠. 충분한 애정만 충족시켜준다면, 패배자 서민수보다 훨씬 유능한 인재가 되어줄 아이입니다.”

“…….”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실제로 칼름은 아직도 헷갈리는 길을 어렵지 않게 외워 나를 이곳까지 안내하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당신을 납치했을 당시 칼름은 꽤 유능한 모습을 보여줬을 겁니다.”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확실히 지금보다는 말도 잘했고, 나름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같다.

“페트미라의 사도 시절에는 유능한 모습을 보여야, 더 많은 신도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기에 똑 부러진 모습을 보여줬던 겁니다.”

“……그럼 바보처럼 넘어지고 했던 게 전부 연기였단 소리야?”

“긍정.”

“근데 아까도 넘어지던데?”

“그건 어린아이의 행동이 당신에게 잘 먹힌다는 걸 이미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신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칼름을 안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칼름이 직접 걷는 것보다는 내가 안고 가는 게 더 빠르니까?

“당신이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신성력을 받은 칼름은 현재의 당신보다 체력이 좋습니다. 그 증거로 저와 대화가 끝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칼름이 당신 앞에 도착했죠.”

“와씨…….”

나는 양쪽 팔뚝에 돋아난 닭살을 쓱쓱 문지르며 시스 곁으로 다가갔다.

“돌아오면 나중에 꿀밤 먹여야지.”

“제 아이에게 손찌검하지 마시길.”

“야, 손찌검이라고 하니까 내가 무슨 폭력범 같잖아.”

“시끄럽습니다. 칼름에게 손을 대면 똑같이 돌려줄 테니 그리 아세요.”

“…나 좀 서운할지도?”

“흥.”

시스는 매우 하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보다 찾아온 용건이나 말하도록 하세요.”

“용건은 무슨, 그냥 돌아가면 너 섭섭해할까 봐 잠깐 들른 거지.”

“그럼 돌아가도록 하세요.”

“왜 이렇게 까칠해?”

“…….”

내 물음에 시스는 잠깐 긴 속눈썹을 몇 번인가 끔뻑이며 천천히 숨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인가 들숨과 날숨을 내뱉었고.

“가짜이기는 하나, 육신을 가진 게 무척 오랜만이라 잠깐 고양되었던 것 같습니다. 못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그,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고.”

“예. 저도 말을 하면서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이게.”

나는 잠깐 그녀의 뺨을 꼬집으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아름다운 물빛 머리칼을 투박하게 쓰다듬었다.

“누이트교 말이야. 이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아?”

근육녀가 말하길.

행상인들을 납치해 재물은 빼앗고 납치한 행상인은 누이트교의 지부로 데려가 충실한 종으로 만들어 다시 세상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것도 하루 이틀 해온 게 아니라 무려 삼 년이나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하더라.

심지어 대륙 곳곳에서 그와 같은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말했다.

이 나라에도 최소 열 곳이 넘는 지부가 있을 거라 했으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르델이 다스리고 있는 백작령에는 아직 지부를 만들지 못했다는 정도일까.

“세뇌를 걱정하는 거라면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말해두겠습니다. 일반 신도들은 모르겠으나, 제 신성력을 몸에 품은 아이들은 그런 저급한 수작질에 걸려들 일 없으니 안심하시길.”

“그럼 다행이고.”

사실 세뇌가 아니더라도 누이트교는 조금 꺼림직했다.

그야, 납치를 당했던 두 번 모두 사내새끼들이 범인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그 빡빡이 새끼를 떠올리면 아직도 오금이 저린다…….’

티팬티나 다름없는 삼각팬티 달랑 하나만 걸치고 달려들던 우람한 근육의 대머리를 어떻게 잊을까.

그리고 근육녀에게 들어보니, 지금 바젤란 지부에서 행상인들을 세뇌하고 있는 놈 역시 남자라는 점이 매우 걸렸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으윽.

시스가 고혹적인 눈으로 입술을 핥으며, 꼬고 있던 다리를 움직여 내 사타구니를 더듬거렸다.

“굳이 찾아낼 생각은 없지만, 먹어달라고 내어놓은 음식까지 마다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신성력 말하는 거지?”

“긍정.”

“근데, 지퍼는 왜……?”

그에 시스는 아주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여기서 나오는 것도 일단은 신성력이니까요.”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칼름은 사실 초엘리트였습니다...ㄴO0Oㄱ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