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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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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칼름의 바보짓이 모두 연기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를 대신해서 아리아가 심문관들을 지휘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도적녀들을 심문했고, 공통되는 몇 가지 유의미한 정보들을 건지는데 성공했다.
나는 뭘 했냐고?
시스가 활동할 수 있도록 아침 점심으로 열심히 요구르트를 짜내고 남는 시간에는 근육녀와 부두목을 번갈아 심문했다.
뭐,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대조하는 게 전부지만.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둘의 대답은 아주 사소한 것들을 제외하면 모두 일치했다.
바젤란 지부의 위치와 전력.
문제가 되는 사내의 인상착의.
참고로 사내의 인상착의는 몇몇 도적녀들의 입에서도 언급되었기에 거의 확실하다고 보는 중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적들이 이곳에 붙잡혀 온 지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바젤란과 다른 도시에 있는 지부들은 이미 자리를 옮겼을 거라고, 시스와 아리아가 말했다.
힘겹게 얻은 정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처럼 얻은 정보가 쓸모없어졌다고 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핵심 인물인 사내의 인상착의는 몽타주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상세했기에 금방 수배 지를 만들어 배포할 거라는 말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현재.
“으으, 안 아픈 곳이 없어…….”
“너를 위하는 것이니 참고 견뎌야지.”
“씨이이…… 언니가 직접 맞아보면 그런 말 안 나온다니까?”
“후후, 그래서 하는 말이다.”
모든 심문을 아리아에게 위임하면서 할 일이 사라진 나는 오랜만에 케르낙스와 늦은 아침까지 침대에서 뒹굴다가 요새에서 몰드씨와 대장장이 일행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산책 겸 케르낙스와 겨우겨우 시란을 졸라 하루 자유 시간을 얻은 시론과 함께 신전으로 향하는 중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냐호는 몰링타에 흑선 상단 지부를 세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행정관인 밀리아님과 논의를 하러 나갔고, 누님은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일단 길드로 출근했다.
말이 출근이지, 우리가 일 년간 자리를 비운 동안 의리와 정으로 남아 있던 모험가들까지 전부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바람에 현재 몰링타에는 모험가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있다 하더라도 동등급도 받지 못한 햇병아리 견습이 전부일 것이다.
뭐, 예전에도 시론과 기에나를 굴려서 햇병아리들을 교육시키긴 했으니 하려고 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조만간 다시 나와 함께 제국으로 떠날 텐데 과연 그런 번거로운 일을 벌일까.
“…보야. 바보야!!”
“어, 어?”
가슴골 사이에 파묻은 내 팔을 꼬옥 끌어안으며, 애칭을 부르는 시론의 목소리에 얼른 상념에서 깨어나 고개를 돌렸다.
“나랑 언니랑 오랜만에 같이 나왔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데.”
“흐흐흐, 미안미안.”
나는 입술을 삐죽인 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올라다보는 시론에게 사과하며, 두 팔을 이용해 시론과 케르낙스의 엉덩이를 떠받쳐 품에 끌어안았다.
“이러면 산책에 의미가 없지 않나.”
“언니 지금 되게 설득력 없는 거 알아?”
사이 좋게 품에 안겨 내 목을 끌어안은 시론과 케르낙스.
그리고 시론의 지적 아닌 지적에 케르낙스는 쿡쿡 웃으며, 내 어깨에 편히 머리를 기대어왔다.
“하지만 최근에 바쁘던 남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면야.”
“으엑…… 잘도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하네. 으으, 닭살 돋아.”
양쪽 팔뚝을 문지르며, 몸을 부르르 떠는 시론을 향해 케르낙스가 나직이 말했다.
“그래도 나는 스미스의 목덜미를 깨물어서 흔적을 남기려고 하지는 않는다만.”
“그, 그건……!!”
허를 찌르는 케르낙스의 공격에 시론의 얼굴이 화악! 붉어진다.
“그, 그러는 언니는……? 바보가 벗어놓은 빨랫감 가져가서 내, 냄새 맡고 어? 막, 어?”
“아내가 남편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건 딱히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 그리고 스미스의 체취는 내게 안정감을 주니.”
케르낙스는 고개를 살짝 틀어, 내 목덜미에 코를 가져대고 귀엽게 킁킁 냄새를 맡아왔다.
“으으…… 지, 진짜 얄미워……!!”
“후후, 나는 시론 네가 좋다.”
“뭐래 진짜…….”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이 된 시론은 결국 내 셔츠를 꼬옥 말아쥐며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던 케르낙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론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세상에…….’
그 시론이 이렇게 맥없이 침몰하다니.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
“근데 케르낙스?”
“응?”
삐친 시론을 살살 달래던 케르낙스가 웃으며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새삼 케르낙스의 미모가 너무 눈부셔 나도 모르게 키스할 뻔했다.
“그, 위생도 생각해야 하니까, 빨랫감을 가져가는 건 참아주지 않을래……? 대신 내가 따로 셔츠 꼭 안고 있다가 줄 테니까.”
“아, 후후. 괜찮다. 예전 이야기니까.”
“예전?”
“그래. 시론이 꺼낸 건 이제 막 너와 연인이 되었을 때 이야기다. 며칠 네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그때 어쩌다 보니 서로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꺼내버렸지.”
“아…… 비젤린님한테 경매로 내가 입고 있던 옷 사고 했던 거 말이지?”
“그건──”
“뭐? 바보 옷을 경매로 사?”
삐쳐 있던 시론이 벌떡 고개를 들더니, 케르낙스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고, 반대로 케르낙스는 새하얀 뺨을 불그레 물들이며 슬쩍 시론의 눈을 피했다.
“언니? 바보 옷을 경매로 사다니? 무슨 소릴까? 응? 설마, 연인이 되기 전에 바보가 입고 있던 옷을 돈 주고 샀던 거야? 응?”
“…….”
“응?응? 왜? 대답이 없을까~?”
꿈틀.
살짝 눈을 감은 케르낙스의 이마에 미약하게나마 혈관이 돋아난 게 보였다.
“흐흐, 아닌 척하시더니 우리 경비대장님이 알고보니 엄청 음──”
“시론.”
분명 날이 더운 여름일 텐데, 케르낙스가 입을 연 순간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만해라.”
“……으, 응.”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한기가 뚝뚝 묻어나는 무감정한 얼굴에 시론은 기가 잔뜩 죽어 내 가슴에 다시 얼굴을 숨겼다.
“스미스.”
“어, 어?”
“발이 멈췄다만.”
“아, 미, 미안. 더, 덥지? 얼른 갈게!!”
차디찬 케르낙스의 시선에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신전을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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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더럽게 크네…….”
“으음, 확실히 크군.”
시론과 케르낙스는 인력과 자금을 갈아 넣어 완성 시킨 웅장한 신전을 올려다보며 작게 감탄했다.
“신상이 완성될 때까지 당분간 신도들 안 받기로 했거든? 오늘내일 안쪽도 구경시켜 줄게.”
“내일은 힘든데…….”
“내가 시란한테 말해볼게.”
“……쪽.”
시론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전해왔고, 나는 살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잡으며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사모님들을 뵙습니다.”
예배당문을 열고 들어가자 평상복 차림의 벡스가 우리를 마중나와 있었다.
“힘든 일 없지? 있으면 말해.”
“황송하옵니다.”
벡스는 잠깐 내 품에 안긴 둘과 몇 마디를 나눈 후에 우리를 최상층까지 안내해주었다.
우우웅──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하지 않은 소리와 함께 두꺼운 문이 반으로 갈라지며 우리에게 길을 내어줬다.
“들어오세요.”
평소처럼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스가 손짓했고, 나는 시스의 앞에 서 있는 연갈색 피부의 여성의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움직였다.
“몰드씨.”
“스미스님.”
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돌려 나를 향해 인사해왔다.
나는 품에 안겨 있던 시론과 케르낙스를 내려주며 몰드씨에게 다가갔다.
“오시는 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하하, 목이 달아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필로리아 가문의 영지에서 몹쓸 짓을 벌이려는 자들은 없을 겁니다. 도중까지 기사단의 호위를 받기도 했고.”
“그렇군요.”
드워프족의 신체 특성으로 작은 체구에 말도 안 되는 젖가슴을 가진 몰드씨는 양쪽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난 짧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며칠 전 시스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골을 살짝 벌리고는 그 속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 보였다.
“영주님과 소영주님께서 보내시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몰드씨의 온기로 따끈따끈한 편지 봉투를 받아 안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었다.
“그러면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어, 벌써 가시게요?”
“이야기는 이분과 모두 나누었으니, 자리를 비켜드려야지요. 아니면 그때 주시기로 하셨던 보수를 선지급해주시려는 겁니까?”
“큼, 지금은 조금…….”
“후후, 저도 농이었습니다. 그럼.”
몰드씨가 밖으로 나가자, 반쯤 열려 있던 문이 저절로 닫혔다.
“문은 왜? 시론이랑 케르낙스 신전 구경시켜주러 나갈 건데?”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케르낙스의 손을 살포시 붙잡았다.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앉아 계시지요.”
“감사합니다.”
참고로 케르낙스와 시스는 서로를 존대하기로 했다.
“그래서 할 이야기라는 건?”
“우선 이걸.”
아주 자연스럽게 시스는 가슴골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펼치자, 굉장히 재수 없게 생겨 먹은 사내놈의 면상이 나왔다.
“그놈이야?”
“예. 칼름이 오늘 아침에 완성해서 가져왔지요.”
마법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칼름.
‘생각할수록 소름 돋네.’
나는 수준급으로 잘 그려진 몽타주를 돌돌 말아서 다시 시스에게 건네주었다.
“규율도 세우고 체계도 바로 잡았으니, 당장 제국으로 떠나더라도 신전은 크게 문제없이 운영될 겁니다.”
“음, 나이엘이 많이 유능하긴 하니까. 그러면 신상만 완성되고 바로 출발하면 되나?”
미뤄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케르낙스와 앞으로 몇 달 후에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 부분 말입니다만, 떠나기 전에 사교도를 조금 더 잡아들였으면 합니다.”
“몽타주에 있는 걔?”
시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말했다.
“네메아님과 시란님. 그리고 비젤린님께서 나서주신다면 신상이 완성되기 전에 꽤 많은 사교도를 붙잡아 들일 수 있을 겁니다.”
시스가 말하는 사교도는, 지금 뇌옥에 갇혀 있는 도적녀들처럼 평범한 신도들이 아니라, 밤의 어머니라 불리는 누이트의 신성력을 품고 있는 특별한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오늘 돌아가면 말해 볼게.”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무슨.”
애초에 시스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나를 위한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몽타주에 그려진 사내놈과 다른 잡아들이는 것 역시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에 시스가 이렇게 요청해온 것이다.
“이야기는 그걸로 끝?”
“예.”
닫혔던 문이 다시 웅장한 소리와 함께 쩌억 벌어진다.
“그러면 가시죠.”
시스는 뒤돌아서더니 의자에 앉아 있던 케르낙스를 조심스레 일으켰다.
“시론님.”
“아, 응.”
조금 떨어져 있던 시론이 얼른 달려가 시스와 팔짱을 꼈다.
순식간에 좌우로 시론과 케르낙스를 꿰찬 시스가 천천히 나를 지나치며 말했다.
“이곳에서 보기 힘든 시설들이 지하에 있으니, 그곳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지하도 있어?”
“음, 놀랍군요.”
그리고 세 명의 아리따운 연인들은 나를 덩그러니 내버려 두고서 방을 나가버렸다.
“킁…….”
나는 괜스레 흘러나오는 코를 훌쩍이며 셋을 쫓아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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