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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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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발티나/마리나
예쁜 노을이 저물고 있는 하늘 아래.
“시스 언니, 그 덜덜 떨리던 의자 집에 하나 가져다 두면 안 돼?”
“음, 저도 그 의자는 꽤 마음에 들더군요.”
시스를 가운데 두고서 마치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걷고 있는 시론과 케르낙스가 시스에게 지하에서 즐겼던 ‘안마 의자’를 졸라댄다.
“어려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곧 제국으로 떠나니, 그건 제국에 다녀온 후에 가져다 두도록 하죠. 그리고 일이 잘 풀린다면 더 신기한 것들도 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사람 다루는데 도가 튼 시스는 아주 바른말로 둘을 달랬고.
“하긴, 늦어도 한 달이면 떠날 텐데, 지금 가져다 두면 낭비긴 하겠다.”
“산책도 해야 하니, 그리우면 산책 겸 신전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시론과 케르낙스는 목장에 길들여진 순한 양처럼 시스의 의견에 동의하며, 금방 안마 의자에 대한 것을 포기했다.
‘…시스가 여성체라서 다행이야.’
같은 성별로도 여심을 저토록 쉽게 공략하는데, 나와 같은 자지 달린 새끼였어봐라. 아주 여자들을 후리고 다녔을 거다.
‘근데 안마 의자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래.’
안마 의자뿐만이 아니다.
욕탕이 있던 지하에는 지구의 가전제품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온, 디자인만 리폼된 것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방금 두 사람이 언급했던 안마 의자가 있고, 다음으로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 그리고 건조기까지.
냉장고야 보관고라는 이름의 마도구로 이곳에도 꽤 뿌리 깊게 박혀 있지만, 드럼 세탁기를 처음 봤을 때는 진짜 기겁했다.
물론, 버튼도 따로 없고 겉을 이루고 있는 소재도 대리석과 유리였지만, 겉모습과 기능은 뭐 하나 부족함 없이 구현되어있는 걸 직접 확인했다.
그 밖에는 당구장과 볼링, 그리고 다트와 보드게임이 준비되어있는 펍 같은 장소가 있었다.
시론과 케르낙스가 너무 즐거운 얼굴로 시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퍼부어서 그것들의 출처를 물어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슬슬 물어도 괜찮을 것 같다.
‘시스야. 지하에 있던 물건들은 어디서 난 거야? 설마…… 여기서 만든 건 아니지?’
【중분한 마력이 저장되어 있는 마석만 구할 수 있다면, 당장 이곳의 기술로도 세탁기 정도는 구현이 가능합니다.】
‘……진짜 만들었다고?’
【구현이 가능하다고 했지 만들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패배자 서민수.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속담도 들어보지 못하셨습니까?】
‘…네가 그런 말 하니까 굉장히 낯설다?’
꼭 내가 외국인이고 시스가 토종 한국인인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달까.
【그만큼 당신이 부족하다는 거겠죠.】
‘아픈 곳만 잘도 찌르네.’
【모두 당신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서 상처를 후벼파는 거니 하루 빨리 일취월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노력은 해 볼게. 그보다 주제가 잠깐 다른 곳으로 센 거 같은데 계속 이야기해줄래?’
【크게 놀랄 것 없습니다. 오늘 지하에서 봤던 물건들은 모두 제 신성력으로 빚어낸 허상이니까요.】
허상?
내가 아는 그 허상?
【볼품없는 조형물에 신성력을 덧씌워 외형을 꾸미고, 기적의 형태로 기능을 추가했을 뿐입니다. 참고로 당구와 볼링, 보드게임은 실제로 칼름과 다른 아이들을 시켜 만든 게 맞습니다.】
‘…잠깐, 생각 정리 좀.’
그러니까 오늘 지하에서 봤던 의자나 제품들 모두 실체는 별거 없는 조형물인데 거기에 신성력을 덧씌워 그럴듯한 외형으로 보이게끔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실제 제품과 같은 기능을 추가했다?
그리고 보드게임류는 칼름과 다른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
아니, 뭐. 그래. 후자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희귀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스가 형태만 알려주면 손재주 좋은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만들면 그만이니까.
‘야. 너 나한테 신성력 얻어가는 주제에 그런 재주는 어떻게 부리는 거냐?’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신전 내에서 신도들과 아이들이 제게 기도를 올리면 그게 곧 신성력이 되어 축적된다고 말입니다.】
‘말 안 해주셨는데요.’
아니, 그러면 나한테서 매일 신성력을 받아 갈 이유가 없지 않나?
【이 몸에 깃들어 있는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신성력과 신도들과 아이들로부터 얻는 신성력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내 신성력이 조금 더 질 떨어지는 거 아니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신성력이 필요한 이유는 제가 당신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당신의 신성력은 제가 당신의 육신으로부터 잠깐 떨어져 나와도 괜찮다는 일종의 외출증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뭔가 확 와닿는 비유네.’
【아무리 순도 높은 신성력을 모으더라도 제 근원은 당신에게 귀속되어 있기에 당신의 허락 없이는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적절한 비유를 들자면, 내 정액이 피시방 정액제와 같다고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닌가?
내가 주입해준 신성력이 다 소모되면 다 인공 육신으로부터 튕겨 나와 다시 내 몸속으로 돌아오는.
‘만약 제대 주입 못 해서 그 몸에서 튕겨 나오면, 기도로 얻은 신성력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이 껍데기에 남게 됩니다. 다만, 제가 떠남으로써 신성력을 감당할 수 있는 격이 사라지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던 신성력의 양이 많다면 인공 육신이 붕괴하면서 신성력 역시 흩어질 겁니다.】
‘양이 적으면?’
【인공 육신은 보존되겠지만, 신성력은 빠르게 휘발됩니다. 그래서 제가 신성력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야 아리아랑 다른 애들한테 나눠준 신성력의 출처가 밝혀지는군.’
내 신성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 많은 인원에게 베풀 신성력이 어디서 난 것인지 줄곧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앓던 이가 속 시원하게 빠진 기분이다.
‘근데 신성력을 아낄 필요가 없으면 저택에…… 아, 신전 밖에서는 힘을 못 쓴다고 했지.’
【긍정. 신전은 오롯이 저와 당신의 영역으로 인정이 되기에 얼마든지 힘을 사용해도 괜찮으나, 그 외의 장소에서 힘을 발현하는 컴퍼니 차원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신성력을 부여받은 아이들은 다른 성직자들에게 먼저 위해를 가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나마 누이트교와 같은 사교도들은 언제라도 힘으로 찍어 눌러도 괜찮다는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악신도 일단 자기네 식구라고 감쌀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왜, 패도 내가 패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상한 인간들이 꼭 한 명씩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궁금증은 다 해결되셨습니까.】
‘어, 덕분에 속이 다 시원해졌어.’
그리고 재차 확신했다.
신전 밖에서의 시스는 그저 조금 튼튼하고 많이 예쁜 인형,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걸.
**
몇 배는 넓어진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저녁 식사를 끝마친 후.
“고마워.”
기에나와 베네오가 각자의 기호에 맞는 술과 음료를 내려놓았다. 나는 시란의 모유가 듬뿍 들어간 시원한 냉커피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시란, 네메아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요?”
“푸흐~ 뭔데?”
“그대가 바라는 거라면 뭐든 하겠다.”
시란은 와인병을 내려놓으며 내게 물었고, 네메아님은 듣지도 않고 하겠다며 기특한 대답을 내놓았다.
“며칠 전에 사교도들 붙잡아 오신 건 아시죠? 거기서 정보를 몇 개 얻었는데 제국으로 떠나기 전에 좀 처리했으면 해서요.”
“거기까지만 들어도 스미스 너랑 며칠 떨어져야 한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
“떨어져 있던 기간만큼 사랑해준다면 충분히 인내할 수 있다.”
“뭐, 그런 조건이라면 나도 찬성이지.”
조금 귀찮다는 기색을 내보이던 시란이 입술을 핥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루당 네 시간 독점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시스.
“스미스님과의 잠자리는 저녁 식사 이후로 정해져 있으니, 하루 떨어져 있다고 해서 하루를 모두 독점하는 것은 조금 과한 독점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네 시간 정도면 다른 분들께서도 납득해주실 만한 적정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스가 주변을 한 번씩 훑어보자.
“하루당 여섯 시간 정도면야 뭐…….”
“저는 찬성이네요. 네메아님은 괜찮으시지만, 시란님께선 한 번 서방님께 안기시면 혼자서 한 시간은 거뜬히 버티시니까요.”
시론과 냐호를 시작으로 다른 연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어떠신가요.”
“여섯 시간. 솔직히 네 시간은 너무 짧아. 막말로 일주일 떨어져 있다가 돌아와도 고작 하루 남짓 독점인데. 수지 타산이 안 맞지.”
“여섯 시간. 어떠신가요.”
“뭐, 엄마가 나서면 끽 해봤자 사흘, 아니 이틀이면 끝날 텐데…… 뭐, 다섯 시간도 괜찮겠네.”
시론의 발언에 다들 ‘확실히…….’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씨익.
‘……?’
착각일까.
분명 시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였는데.
“좋아. 그래서 정확히 우리가 뭘 하면 되는데?”
“시스?”
내가 이름을 부르자, 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풍만한 가슴 골을 살짝 벌려 낮에 보여주었던 몽타주와 또 한 장의 양피지를 시란에게 건네주었다.
“하나는 붙잡아야 할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근거지로 사용되고 있을 수 있는 곳을 표시해둔 지도입니다.”
“사람 찾기는 좀 그런데.”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길. 상대가 타락한 기운을 품은 자라면 네메아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시란이 두 개의 양피지를 품에 챙겼다.
“가능하다면, 사로잡은 남자를 심문해서 최대한 많은 인원들을 데려와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시는 길에 비젤린님을 데려가시면 상당히 유용하실 겁니다.”
“아, 그년 마법이 확실히 편리하긴 하지.”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란.
“지금 가시려고요?”
“늑장 부려서 좋을 거 없는데 하루라도 빨리 다녀와야지. 그래야 조금이라도 제국으로 빨리 출발할 거 아니냐. 알아 들었으면 빨리 일어나라.”
“으음…….”
네메아님이 조금 아쉬운 듯한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나중에 보자고.”
“다녀오지.”
시란과 네메아님은 따로 짐도 챙기지 않고 출발하려는 것인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
“아, 맞다.”
그러다가 부엌의 모퉁이 부분이세 잠깐 멈춰선 시란이 고개를 뒤로 슬쩍 내밀며 말했다.
“우리 딸. 엄마 없다고 농땡이 부리면, 돌아와서 피눈물 흘리게 만들어 줄 테니까 열심히 하고 있으렴?”
“마, 말 안 해도 열심히 할 생각이었거든?!”
“어련하겠니.”
피식 웃음을 남긴 채 시란은 그대로 부엌을 떠났다.
순식간에 두 자리가 비게 된 식탁.
“끽 해봤자 사흘이면 돌아올 거 뻔히 아는데 농땡이 부리겠냐고…….”
시란이 사라지자마자 시론은 시란의 빈자리를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그 옆에 앉아 있던 케르낙스가 작게 웃으며 시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이도 닦을 겸 다 같이 욕탕에 들어갈까?”
우리는 시란과 네메아님께서 금방 돌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평소처럼 시간을 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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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왔다.”
저택을 떠나고 정확히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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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