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50화 (550/771)

========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다행히 어지럽던 공간은 시스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얼마 남지 않았던 모래가 모두 떨어짐과 동시에 문이 열렸고, 속살이 훤히 비치는 검은색 망사로 이루어진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안으로 들어온 시스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바닥을 뒤덮은 여러 체액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있었다.

시란과 네메아님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오물들까지 말이다.

“그, 일단 옷 한 벌 주면 안될까?”

“볼 거 다 본사이에 뭘 부끄러워 하시는 겁니까.”

시스는 양반다리로 앉은 내 사타구니 위로 발딱 서서 껄떡이고 있는 자지를 힐끗 내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들어 나를 봤다.

“아니, 부끄러운 건 아닌데…… 뭔가 굉장히 집중이 안 되거든요?”

옷이라도 걸치고 있으면 그래도 자중은 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옷까지 홀딱 벗고 자지를 덜렁이고 있으니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꾸만 시스의 망사 드레스를 훌러덩 벗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인내심을 기르겠다면서 그리 노래를 부르시더니. 고작 그 정도인 겁니까.”

“……기를 시간이 있어야 기르지.”

틈만 나면 살을 겹치자고 달라붙어 오는 연인들의 애정 가득 담긴 공세를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 그걸 견뎌야 하는 건 사실상 고문과 다름없다.

“가끔 당신이 끈기 있는 남자인지, 의지박약 남자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중간은 어때?”

“입을 놀리는 걸 보면 많이 살만하신 모양입니다.”

“크흠……. 뭐,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하긴 해. 기운도 넘치고.”

바닥에 웅덩이를 몇 개나 만들어낼 정도로 쥐어 짜냈을 텐데 오히려 힘이 남아돌다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시스가 말하기는 했지만, 그 양을 직접 보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더라. 솔직히 나는 내 몸에 수분이 남아 있는 게 신기했다.

“나 뭐 줄 거 아니면 저 둘한테라도 뭐 좀 덮어주라.”

“알겠습니다.”

사르륵.

사이좋게 나란히 누워있는 시란과 네메아님의 몸 위로 얇은 이불이 내려와 몸을 완전히 덮었다.

좀 낫군.

“그래서. 잘 된 건가?”

“본인이 더 잘 느끼실 텐데요.”

“그거야 그렇지. 혹시 몰라서 물어봤는데 별 탈 없이 잘 된 모양이……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뱀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쏘아보던 시스가 입을 열었다.

“입술이 닳도록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여자 둘을 걸레짝으로 만들고는 별 탈이 없다라. 역시 쓰레기 서민수. 당신의 뻔뻔함과 도덕 의식에 기립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실제로 자리에서 일어서지는 않았으나, 시스는 정말로 나를 쏘아보며 짝짝짝 손뼉을 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만.”

“제 귀에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말로 시스를 상대해서는 본전도 못 찾고 오히려 가지고 있던 것까지 탈탈 털린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은 나는 얼른 주제를 전환하기 위해 말을 이었다.

“확실히 기절하기 전이랑 비교하면 달라진 게 느껴지긴 하거든? 앞으로 얼마나 더 흡수해야 완벽해질까.”

“제가 쓰레기 서민수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무서운 녀석.

그리고 공유가 아니라 일방적 소통이겠지.

나는 시스의 눈이 더 가늘어지는 것을 보고는 얼른 머리를 털었다.

“……우선 몇 가지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넵. 경청하겠습니다.”

무릎이라도 꿇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건방지게 고개를 치켜든 아들놈 때문에 힘들어 그냥 이대로 듣기로 했다.

“당시에는 온전한 신성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나, 사실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래?”

시작부터 놀랄만한 내용이 나왔다.

“다른 상위 존재로부터 넘겨받는 형식이라 하더라도, 넘겨받는 존재가 신성력을 다룰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방법으로도 신성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에 설명드렸듯이 무리한 방법을 취하면 신성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육신이 붕괴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나는?”

“특이 케이스, 라고 할 수 있겠군요.”

뱀처럼 가늘게 뜬 눈을 원래대로 되돌린 시스는 조금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좀처럼 알아듣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상적으로 마력 회로를 개방한 생명체가 신성력을 외부로부터 주입받게 된다면, 회로를 통해 심장, 뇌와 같은 치명적인 기관에 부하를 끼쳐 크고 작은 장애를 만들어냅니다.”

“크고 작은 장애라면……?”

“사망, 그리고 백치 정도가 되겠군요.”

둘 다 큰 거 같은데.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이곳의 세계수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뿌리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서 분신체. 그래서 본체처럼 전능한 힘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즉, 세계수의 요람에서 신체의 수복을 반복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뇌에 이상이 생겼다면 지금 이 자리에 당신이 앉아 있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몹시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시스의 모습을 통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능 없다고 구박하더니……. 불알에다가 마력 회로를 집중시킨 게 그 이유 때문이었냐?”

“긍정.”

전혀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시스가 말을 이었다.

“중요한 기억과 혼(魂)이 연결되어있는 뇌는 완벽한 수복이 불가능하지만, 생식기 정도는 얼마든지 수복이 가능했으니까요. 물론,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진짜 핵심은 고용주…… 아니, 당신의 장인어른이 당신의 고환에다가 심어둔 권능의 씨앗입니다.”

“그, 소설 같은 거에 나오는 권능?”

“예. 그게 맞습니다. 애초에 그 소설이라는 것도 직접 보고 경함한 관련자들이 서술한 겁니다.”

내 불알에 관한 이야기보다 방금 그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농담 삼아서 경험담을 옮겨 적은 거 아니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떠돌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 경험담이었을 줄이야.

“정확히 어떤 권능의 씨앗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컴퍼니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선은 차단해야만 하니 이해해 주시길.”

“뭐…… 내가 성공하면 되는 거니까.”

“맞습니다. 서민수. 당신이 성공하면 모든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내 불알에 충만하게 잠들어 있는 힘은 그럼 뭔데?”

“그 부분은 따로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어중간한 힘.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말입니다. 다만, 지금은 조금 더 신성력에 가까워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근데 조건이 안 되면 신성력은 못 품는다면서?”

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없이 신성력에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만, 그 상태로는 완전한 신성력으로 거듭날 수는 없습니다.”

시스는 나를 향해 검지를 펼쳐 보였다.

“완전한 신성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단한 위업을 쌓아야 합니다.”

“위업?”

“예. 그리고.”

시스가 중지를 펼쳤다.

“그렇게 위업을 쌓아 자격을 갖춘다면, 자연스럽게 당신은 피조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게 될 겁니다.”

“그, 뭐냐. 영혼의 격? 뭐 그런 건가?”

“그쪽이 더 이해하기 쉽다면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위업을 쌓아야 한다는 겁니다.”

시스가 펼쳤던 두 개의 손가락을 접었다.

그런데 중지를 조금 더 늦게 접은 거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질문이 있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

나는 대학 생활을 합쳐 단 한 번도 질문해 본 적이 없는 학생이었으나, 이번만큼은 바른 학생이 되기 위해 시스를 향해 물었다.

“지구에서는 제가 그래도 좀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냥 툭! 치면 억! 하고 쓰러지는 약골인데 그 위업이라는 건 어떤 식으로 쌓아야 합니까?”

“그런 걸 질문이라고 한 겁니까.”

“…아니, 상식적으로 내가 여기서 그나마 잘하는 거라고는 좆질이랑 여자들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게 전분데 그런게 위업으로 인정이 되냐?”

“됩니다.”

“……?”

된다고?

진짜로?

“단, 평범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거리에 나가서 섹스 파티라도 할까?”

“첫 시작은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농담, 아니지?”

“아닙니다.”

세상에, 농담이 아니라니.

근데 생각해보면 딱히 놀랄 것도 아니다.

이미 엘프의 숲에서 수십 명과 살을 섞지 않았던가.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당신이 행한 일을 들었을 때 정말로 인간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일을 행하면 됩니다. 그러니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과 성교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런 부가 조건이 붙겠군요.”

“……그런 거라면 지금까지 꽤 많이 해왔던 거 같은데?”

일단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아내들과의 사생활은 제외하더라도, 당장 작년에 남왕과의 결투를 위해 새벽까지 기사들을 안았던 것.

그리고 남왕을 쓰러트리고 라-로샤와 그녀를 따르는 여성들과의 이틀 밤낮 뜨거운 섹스.

또, 방금 언급했던 엘프의 숲까지.

사실 여기 남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이 힘을 얻기 전의 일이라 무효처리 되는 건가?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신성력을 무사히 융화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그런 거야?”

“좋게 생각하면 그런 겁니다.”

뭔가 굉장히 모호한 대답인데.

“요점은 그겁니다. 서민수. 당신은 지금처럼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뒤에서 보조할 테니까요. 그러기 위해 제가 있는 거기도 하고.”

앞서 내가 언급했던 일들은 타니아와 다른 사제들을 통해 천천히 퍼트려 나갈 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쯤 요새에서 사회화 교육을 받고있는 라-로샤를 단순한 헛소문이 아니라는 증인으로 내세울 거라고도 이야기했다.

“근데 내 정체 들켜서 좋을 거 없지 않나?”

“과거에는 당신의 신변이 다른 신전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체를 숨겼으나, 이제는 그럴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여태껏 정체를 숨겨왔던 만큼 더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합니다. 마침 제국이라는 좋은 무대도 마련되어 있군요.”

“그거 때문에 가는 거 아니긴 한데…… 뭐, 가서 황제라도 꼬셔 봐?”

근데 생각해보니까 초대 황제가 장인어른의 딸이었으니까, 지금의 황제도 결국 장인어른의 증증증손녀 쯤 되지 않을까.

“절대권력자의 굴복. 나쁘지 않습니다.”

“…고민은 해 볼게.”

“그러시죠. 어차피 부장으로 오르기 위해서 마대륙이라는 곳도 한번 다녀올 필요는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국으로 향하는 원래 목적은 마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해서였었지.

장인어른의 유산 때문에 잠깐 잊고 있었다.

“이야기는 끝입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사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긴 했다.

그런데 그건 뭔가 대답을 해줄 것 같지도 않았고, 만약 대답을 듣는다고 해도 오히려 마음만 싱숭생숭해질 것 같아 묻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을 시켜 옷을 가져오라 일러둘 테니 이곳에서 얌전히 기다리세요.”

“……얌전히 기다리라면서 왜 가까이 오냐?”

“그야 저는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으니까요.”

스르륵.

시스의 몸에 걸쳐진 망사 드레스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나신이 된 시스가 말랑말랑한 젖가슴으로 내 얼굴을 치덕이며 천천히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잔뜩 화가 난 내 자지를 쓰다듬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생각해보니 지금 당장 위업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있군요.”

“……뭔데?”

어깨를 누르던 손으로 내 목을 휘감으며, 시스가 나를 마주 봤다.

“아이들 앞에서 저를 짐승처럼 범하는 겁니다. 여신조차 한낱 암컷으로 만드는 남자.”

하웁.

그리고는 내 목덜미를 살짝 깨물고는 귓불을 핥으며 말했다.

“물론, 농담입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농담 = 농담아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