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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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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탁, 탁, 탁.
“…….”
현대식 편지와 다르게 밀랍을 굳힌 실로 봉인되어있는 편지는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열어볼 수가 없었다.
치이익.
결국 밀랍을 떼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연약한 종이 부분을 찢는 것으로 나는 겨우 속 내용을 열어볼 수 있었다.
‘두 장이네.’
하나는 아르델이, 다른 하나는 아르델라의 것으로 보였다.
『그대의 아내 아르델입니다.』
첫 줄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입안에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편지가 언제 그대의 손에 닿을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이 편지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그대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대의 품이 그립군요. 과거의 저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음…….”
갑자기 가슴이 따끔거렸다.
이게 양심통이라는 걸까.
목소리도 아닌, 평범한 편지지에 적혀 있는 글자로 이처럼 나를 보고 싶어하는 감정을 담아낸 아르델인데 나는 고작 사건 몇 개 겪었다고 편지의 존재를 홀라당 까먹어버렸다.
나랑 시스만 입을 다물면 영원한 비밀이 될 일이지만, 아무래도 이건 나중에 두 사람을 만나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이 편지를 다 읽어을 즘에는 양심통으로 끙끙 앓아눕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그대의 뒤를 따르고 싶으나, 그대에게 사랑받는 아내가 되고 싶으니 지금은 꾹 참도록 하겠습니다.』
“참지 않아도 되는데…….”
나 역시 아르델과 아르델라가 곁에 있어 준다면 진심으로 기쁠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문단에 그 이유가 서술되어있었다.
『그대가 돌아올 즘이면, 라-로샤와 같은 아이들이 자유로이 영지를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랍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처음에는 경계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테지만, 제가 직접 그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와 마을을 순회하고, 직접 공증한다면 충분히 그대가 돌아오기 전에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답니다.』
『또 한, 그대가 일을 끝마치고 돌아올 수 있는 집을 지킬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답니다. 마침 몰링타는 제가 다스리는 도시이기도 하니, 저 아르델은 그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답신은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를 위해 굳이 남기신다면, 행정관인 밀리아에게 맡겨두고 떠나주시길.』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정중함이 묻어나는 글귀였으나, 그럼에도 아르델 특유의 화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그녀와 마주 보고서 직접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답장은 밀리아님한테 맡겨주라고 했지.’
이번에는 까먹을 틈도 없이 아르델라의 편지까지 읽은 후, 곧장 서재로 향해 답장을 적을 생각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르델의 편지를 뒤로 넘기고, 아르델라가 적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편지를 들여다봤다.
『스미스에게.』
서류나 문서에서 많이 보았던 아르델라의 필체로 적인 담백한 내 이름이 첫 문단에 박혀 있었다.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즘이면, 나는 가문의 저택에 도착해 있을 테지.』
가문의 저택이라면, 필로리아가의 저택을 말하는 거겠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면, 떠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한 번쯤은 둘러보러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귀족 집안이니, 메이드…… 아니. 집사장이나 유모 같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 사람들로부터 아르델라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내어 방문해볼 가치가 있었다.
『스미스. 너와 함께 네 원래 고향인 지구라는 곳으로 함께 가겠다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하지만 나와 어머니께서 사라진다면 가문, 그리고 우리를 따르던 기사와 병사들은 큰 혼란에 빠질 테지.』
“으음…….”
갑작스럽게 평생을 모셔야 할 영주와 그 후계자가 사라진다?
만약 내가 그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해보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아찔하다.
『물론, 떠나기 전에 중요 가신들을 모아두고 그 사실을 알릴 생각이다. 그래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만약, 아리아, 아루아가 조금만 더 믿음직스러웠더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테고, 너를 따라나서서 이런 편지가 아닌, 직접 네 온기를 느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테지.』
뭔가 아리아, 아루아의 이름만 유독 힘이 들어간 듯 굵어 보이는데 기분 탓이겠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둘의 명복을 작게나마 빌어두도록 하자.
『네가 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아리아, 아루아. 둘을 최대한 담금질할 생각이다. 그런다고 기사들의 충성 서약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가문이 한순간에 몰락하지는 않을 테니, 그 정도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몰락’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어깨가 몇 배는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네가 못난 내 동생들까지 함께 데려가고 싶어 한다면, 나와 어머니는 네 뜻을 최대한 존중할 생각이다. 실제로 어머니께서는 가문 그 어디에도 미련이 없다 말씀하셨었지. 그 말은 사실일 거다. 거기에는 당연히 아리아, 아루아. 그 둘도 포함될 테고.』
아르델의 호박씨를 까는 것 같아 조금 그렇지만, 나 역시 아르델라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아르델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리아, 아루아라…….’
솔직히 말하자면, 고민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단순히 관계를 맺은 사이를 넘어, 둘은 아르델의 딸이고 아르델라의 동생들이니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지구였으면 세상이 몇 번이나 뒤집히고도 남았을 정도의 쓰레기네.’
아니, 아니지.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품어줄 능력이 되면 쓰레기는 아니지 않나?
근데 아리아, 아루아는 사랑하기 보다는, 정말로 귀여운 여동생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둘으리면 돌아갈 때 함께 데려가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케르낙스의 부관인 리나의 경우에는 완전히 남이기도 하고, 그렇게 한 사람씩 늘려가다 보면 끝이 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또, 누구의 지인은 데려가고 누구는 안 된다고 선을 긋기에도 내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난감해질 테고 말이다.
그러니 딱 피가 이어진 가족까지로 선을 긋도록 하자.
‘일단 평범한 관계의 사람들도 컴퍼니에서 보호해 주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겠지만.’
내 기억이 옳다면, 장인어른이 말하기를.
컴퍼니에서 수명과 기타 복지를 책임져 주는 건 나와 맺어진 아내들에 한해서라고 했다.
‘…엘프 숲에서 좀 바쁘게 움직였다고 너무 풀어져 있었던 것 같네.’
이렇게나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태평하게 아내들 틈에 누워 잠이나 처자려고 했다니.
나는 스스로의 게으름과 안일함을 반성하는 의미로, 나중에 좆잡고 면벽 한 시간을 약속하며, 얼마 남지 않은 편지를 마저 읽어 내려갔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 역시 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다. 이전에 고백한 적이 있지만, 나는 원해서 후계자가, 가주 대행직을 맡은 게 아니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무능한 주제에 망아지처럼 자유롭게 날뛰던 두 녀석을 남몰래 원망도 많이 했다.』
아르델과 함께 관계를 가진 다음 날이었던가.
분명 그런 말을 내게 털어놨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그건 어릴 적 이야기고, 지금은 평범하게 동생으로서 정을 느끼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너를 만난 이후로 아등바등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특하게 보일 때가 많다. 예전보다 퍽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은, 그 두 녀석이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면…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런 부탁 안 하더라도 그럴 생각이었네요.’
이런 점이 아르델라 답긴 하지만.
직접 마주 보고 대화할 때보다 훨씬 딱딱한 문법을 보면, 확실히 아르델과 아르델라는 피가 진하게 이어진 모녀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아리아와 아루아에게도 편지 한 장 써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그 둘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기도 하니.
『혹시라도 답장을 보내려 한다면, 밀리아에게 가문의 저택으로 보내달라 말하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냐호에게 부탁해서 특제 실링 왁스로 밀봉해라. 안 그럼 행정관이 멋대로 읽어 볼 수도 있으니까.』
밀리아님이 그런 캐릭터였던가.
하긴, 휴가를 빌미로 케르낙스에게 내 정액을 가져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던 사람이었으니, 편지를 몰래 읽는 것쯤이야.
『하루빨리 너와 재회할 날을 기다리겠다.』
『너를 사랑하는 아델이.』
아델.
동생들이 그녀를 부르는 애칭이자, 내가 몇 번 부르자 부끄럽다며 그만둬 달라 부탁했던 애칭.
‘흐흐, 귀엽기는.’
마지막 ‘아델’의 필체가 날려있는 걸 보면 이걸 적기까지 꽤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두 명이 정성스럽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모두 읽은 나는 내용물을 다시 편지 봉투 속으로 고이 집어넣었다.
‘근데 실링왁스가 뭐지?’
잘 모르겠지만, 냐호에게 말하면 된다고 했으니, 우리 사랑스러운 냐호가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달칵.
‘……?’
조심스럽게 케르낙스를 무릎에서 내려주고 침대에 내려가려던 나는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에 잠깐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쫑긋.
그리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 귀가 쫑긋 튀어나와 존재감을 알려왔다.
빼꼼.
이어서 새싹처럼 두 눈만 살짝 문밖으로 내미는 냐호의 오드아이와 시선이 맞닿았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냐호의 귀가 파닥파닥 움직이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조용히 냐호에게 손짓했고, 냐호는 환하게 웃으며 조심히 문을 닫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다들 엄청 기분 좋은 얼굴로 주무시고 계시네요.”
“내가 마사지를 좀 해줬거든.”
“마사지?”
“엉. 안 그래도 물어볼 게 좀 있었는데, 일단 편하게 누워볼래?”
“네에~”
냐호는 소곤소곤 대답하고는,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와 시란과 반대편 방향에 몸을 눕혔다.
“힘 쭉 빼고 편하게 있으면 돼.”
“흐냐앙~”
그날, 냐호는 내 마사지를 몹시 마음에 들어 했고, 어느 순간 잠들어 버렸다.
‘…너무 집중했나.’
결국, 실링왁스에 대한 건 한참 시간이 지난 저녁이 되어서야 냐호에게 대답을 들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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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