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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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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실링 왁스 말인가요?”
“어. 그거. 아르델라가 냐호 너한테 부탁하면 된다고 하더라고.”
모두가 모인 식사 자리.
나는 냐호의 물음에 편지에 적혀 있던 내용 일부를 그대로 이야기했고, 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냐호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링 왁스는 편지 봉투를 밀봉하는데 사용하는 밀랍 인장을 말하는 거랍니다.”
“아…… 그걸 실링 왁스라고 부르는구나.”
“네. 그래서 실링 왁스 자체는 밤비노냐 경비대, 또는 신전 어디에서든 쉽게 구할 수가 있답니다. 아르델라님께서 부탁하신 건 특별한 실링 왁스였지만, 마침 마법에 능통하신 비젤린님께서 계시니 그 부분도 쉽게 해결이 될 거예요.”
“그러면 준비 좀 해줄래?”
“후후, 서방님의 부탁이신걸요. 내일까지 준비해서 가져다드릴게요.”
역시 냐호.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그런데 바보야.”
“엉?”
식사가 무르익어갈 즘.
케르낙스의 옆에서 오랜만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고 있던 시론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언니한테 들었는데 낮에 마사지해줬다면서? 엄마랑 저기, 그리고 저쪽이랑 그쪽도.”
시론은 정확하게 낮에, 침실에서 나에게 마사지를 받고 나른한 얼굴로 곤히 잠들었던 이들일 손가락으로 가려냈다.
‘근데 확실히 너무 티가 나긴 하네.’
케르낙스와 냐호는 두말할 것도 없고, 신전에서 막 돌아와 몹시 피로해 보였던 시란과 네메아님의 얼굴이 지금은 반짝반짝 광이 날 정도로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있었다.
푹 자고 깨어난 후에, 몇십 년간 쌓여 있던 어깨 결림이랑 찌뿌듯한 뭉침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던가. 물론, 아래쪽은 여전히 쓰라리다고 했다.
참고로 많이 불편한 시란과 다르게 네메아님이 멀쩡할 수 있었던 건, 시스에게 받은 신성력으로 시란 몰래 자가 치유를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이른 저녁에 돌아온 시스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인원수도 얼추 비슷하니까, 밤에는 우리도 그 마사지 해주는 거지?”
“어, 응. 그럼, 해줘야지.”
나는 불알에 남아 있는 힘의 잔량을 체크하며,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시론이랑 기에나, 베네오. 그리고 누님이랑 시스.’
근데 시스는 빼도 괜찮지 않나?
인형이 근육 뭉칠 일이 뭐 있다고 마사지를 받을까.
퍽─!!
“큭……?!”
나는 정강이에 가해진 아릿한 통증에 절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재채기 나오려고 해서… 하, 하하….”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들자, 정면에 앉아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홀짝이던 시스의 서늘한 시선과 마주쳤다.
아무래도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내 정강이가 동강 나버릴 것 같다.
‘좀 간당간당할 거 같긴 한데, 괜찮겠지?’
시론이 원하는 건 일단 마사지를 받는 거니까.
그리고 낮에 내게 마사지를 받았던 인원들 역시 시론의 요구를 정당한 요구로 받아들였기에 저녁 식사 자리는 평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는 씻으러 간다.”
낮에 마사지를 받은 인원을 시란이 대표해서 대욕탕으로 데리고 사라졌고, 나는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와 사이좋게 나란히 침대에 눕도록 지시했다.
“다들 힘 쭉 빼고.”
나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앉은 연인들.
“…이상한 거 아니냐?”
그때, 시스의 옆에 누워 있던 누님이 슬쩍 나를 올려다보며 그리 물었다.
“흐흐, 누님이 원하시면 이상한 거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뭐래.”
좋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다는 표현도 하지 않는 누님이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아무튼, 다들 눈 딱 감고. 편안~ 하게 잔다는 생각으로 힘 쭉 빼고.”
“…도대체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언니가 그렇게 좋았다고 자랑을 해?”
“케르낙스가? 자랑을?”
“그래. 그때 신전 지하에 있던 안마의자보다 더 좋았다더라.”
배 위에 두 손을 얹고 편하게 눈을 감은 채 시론이 조잘조잘 떠들었다.
‘내일도 해줘야지.’
어차피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인데 겸사겸사 우리 마누라들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효율적일 수가 없을 거다.
“자, 이제 입 다물고.”
“……흥.”
시론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다물었다.
나는 좌우로 들려오는 연인들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간당간당 남아 있는 힘을 아낌없이 연료로 태워 불기둥을 만들어 냈다.
“몸에 뭔가 닿을 텐데 이상한 거 아니니까 너무 놀라지들 말고.”
낮에보다 조금 더 능숙하게 불기둥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시론과 연인들의 어깨, 가슴, 가랑이 등등 신체 부위를 휘감았다.
“…이상한 곳에 하나 붙은 거 같은데?”
“쓰읍, 케르낙스도 좋아했으니까 기다려 봐.”
나는 가랑이쪽을 손으로 더듬거리는 시론의 행동에 피식 웃으며.
우우우웅──
진동을 일으켰고.
“흐응……?! 응, 뭐, 뭐야 이거어어어어~~”
“읏, 하아, 확, 실히이… 근육이 풀어지는 거 같긴 하, 네에에…….”
“그으, 스, 미스니이임♥ 귀, 귀는 조, 조, 하응…♥”
“…다, 른 거언…… 다 좋은, 데에에… 왜 계, 소오옥, 엉덩이를, 파고드려는, 거지…?”
시스를 제외한 모두가 저마다 소리를 내며 내 마사지가 가져다주는 쾌락의 늪에 빠르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음부에 삽입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크흠.”
나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시스의 차가운 경고에 얌전히 마사지에만 집중했다.
**
다음날 오후.
“안녕하세요~”
서재의 문이 열리며, 기에나의 안내를 받은 밀리아님이 안으로 들어와 내게 인사한다.
“죄송합니다. 원래는 제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후후, 예전이라면 그게 옳았겠지만, 지금은 또 이야기가 다르죠. 참, 앉아도 괜찮죠?”
“아, 예. 물론입니다.”
서재치고는 꽤 공간이 넓었기에 간단하게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밀리아님께서 중앙에 놓여있는 소파에 앉으셨고, 나 역시 책상 위에 올려둔 두 장의 편지 봉투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맞은편 자리로 옮겼다.
“편지군요?”
“네. 이건 아르델에게, 이건 아르델라에게 보내는 겁니다.”
나는 두 장의 편지 봉투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르델은 밀리아님께서 보관하고 계시다가, 나중에 아르델이 몰링타에 방문하면 직접 건네주시면 됩니다. 아르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거든요.”
“……가주, 아니. 영주님께서 여길 방문하신다고요?”
“네. 영지 전체를 순회할 거라고 하던데요?”
내 대답을 듣자마자 밀리아님의 얼굴이 검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밀리아님?”
“아…… 죄송해요. 제기 이쪽 사정을 핑계 삼아서 영주님의 복귀 명령을 몇 번 거절했거든요. 아마 이번에 오시면 제 머리통을 반으로 쪼개버리시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하, 하하….”
“어, 음…….”
나는 위로랍시고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요?’라는 등의 말을 그녀에게 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아르델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인이기 때문이다.
“그으, 제가 꿀밤 한 대 정도로 용서해 주는 게 어떻냐고, 돌아가시기 전에 글이라도 하나 써드릴게요.”
“…그 한 대로 머리가 터지면 어쩌죠?”
“혹이 나는 정도로 해달라는 말도 덧붙이죠.”
“감사합니다. 역시 스미스님. 아니, 이제 부군이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검게 죽어가던 얼굴이 순식간에 본래의 혈색을 되찾더니, 밀리아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말장난을 걸어오셨다.
“엘프의 숲에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긴 하더군요.”
“……영지의 병사와 기사들에게도 그리 부르라 일러두겠습니다.”
장난스럽게 웃던 밀리아님이 갑자기 정색하더니, 이곳을 나가자마자 정말로 모든 영지에 전서를 보낼 것처럼 대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군이라는 호칭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았기에 그 부분은 밀리아님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아르델라에게 보내는 편지는 필로리아 가문의 저택으로 보내주면 된다고 하더군요.”
“본가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밀리아님은 내가 내민 두 장의 편지를 챙겨 품에 갈무리했다.
“또 지시하실 일은 없으신가요?”
“지시라뇨.”
“이제 부군이 되실 테니, 당연히 지시지요.”
“…진심이시군요.”
“그럼요.”
나는 두 눈을 끔뻑이는 그녀를 향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평소처럼 대해주시죠. 정식으로 식을 올리면 그때부터 해도 늦지 않으니까.”
“으음, 부군의 뜻이 그러시다면야. 그럼, 스미스님? 뭔가 더 부탁하실 건 없으신가요?”
나는 그녀의 빠른 전환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용건은 편지를 맡기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모셔오는 게 조금 죄송스럽다고 말씀드린 거였고요.”
“후후, 괜찮아요. 지금 스미스님이 도시를 활보하면 엄청난 소란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제가 와야지요. 무엇보다 영주님과 그 후계자분께 보내는 편지니 더더욱 제가 와야 함이 옳아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요.”
“그래서 말인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면 되나 싶어 몸을 움직이려는데, 밀리아님이 갑자기 말끝을 늘어뜨려 왔다.
“하실 말씀 있으면 편하게 하시죠.”
“네. 그러면 편하게 할게요.”
뭔가 생각 이상으로 편하게 말할 것 같은 사람이라 조금 실수한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으나,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기에 나는 조용히 경청하기로 했다.
“언제 떠나실지 대략적인 일정을 공유받아 볼 수 있을까요?”
“일정, 이군요.”
“네. 지금이야 스미스님과 다른 십 마성 분들이 함께 계시니 걱정할 게 없지만, 스미스님께서 도시를 떠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힘들거든요.”
혹시나 내 정액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그런 나를 몹시 부끄럽게 만들 정도의 매우 진중한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예를 들면?”
“사교도에게 세뇌당한 다른 영지의 공격이라든지? 뭐, 스미스님께서 보급해주신 ‘밤의 요정’ 덕분에 병사들만으로도 어지간한 기사단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을 갖추긴 했지만요.”
“떠나기 전에 더 튼튼한 것들로 만들어 두고 가겠습니다.”
철만 충분하다면 모든 영지를 커버할 숫자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지만, 내가 봤을 때 지금 당장 그 정도 철을 구하는 건 힘들 테니, 떠나기 전에 몰링타의 병력들만 충분히 무장할 수 있는 숫자를 맞춰두고 갈 생각이다.
당연히 시스교의 성기사와 사제들은 할 수 있는 최대의 지원을 할 생각이고.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죠. 그럼, 일정은 아직 정해두신 게 없으신가요?”
“없긴 하지만…… 길어도 보름 안에는 떠날 생각입니다.”
요새로 파견할 사제와 성기사들의 선별 역시 시스와 나이엘이 하고 있기에 내가 관여할 건 없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채팅방에 접속해 휴가를 떠난 선배님들이 돌아왔는지 확인하는 게 전부다.
즉, 연인들만 준비가 끝나면 언제든 제국으로 떠날 수 있다는 소리다.
“보름…… 알겠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끝난건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스미스님.”
“……넵?”
밀리아님께서 다시 한번 굳은 얼굴로 내 이름을 불러와 나는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남았어요.”
“……경청하겠습니다.”
나는 상체까지 숙여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자세를 보였고, 그에 밀리아님 역시 몸을 숙여 내게 얼굴을 가까이 붙여왔다.
“이 도시의 대부분이 시스교의 신도가 된 건 알고 계시죠?”
“네. 복귀한 다음 날 바로 보고를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뭘까.
신도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종교와 관련된 것 같은데.
“시스교의 사제와 성기사들에게는 스미스님께서 특별히 하사하신 성물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성물의 이야기까지 나왔다.
설마 누가 성물을 외부인에게 팔아넘긴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꽤 충격을 받을 것 같다.
“……그거, 성물 말이에요.”
꿀꺽.
바짝 마른 혀를 억지로 목을 축이며, 밀리아님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멈췄던 그녀의 입술이 달싹이는데.
“기부를 좀 많이 하면 일반 신도에게도 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관련 없는 물음에 나는 잠깐 머리가 멍해졌다.
“그게 안 된다면…… 제가 그래도 꽤 오랫동안 스미스님과 얼굴을 보고 지냈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아, 물론 기부금 역시 두둑하게 낼 생각인데.”
두 눈을 반짝이며 점차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 밀어오는 그녀.
아르델라의 걱정이 전혀 기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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