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밀리아님이 돌아가신 후.
똑. 똑. 똑.
정중함이 묻어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노크 소리만 들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애초에 노크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넷밖에 없긴 하지만.
“들어와.”
내가 허락함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새하얀 앞치마를 맨 기에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출출하실 것 같아 요깃거리를 조금 가지고 왔습니다.”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 다듬은 몇 종류의 과일과 바삭한 쿠키가 담긴, 무려 대리석을 깎아 만든 쟁반을 내 앞에 내려놓는다.
“고마워.”
“별말씀을. 음료는 어떤 거로 드시겠습니까.”
“늘 마시는 거로 부탁할게.”
“금방 준비해서 올라오겠습니다.”
기에나는 정말로 시녀가 된 듯, 살짝 고개 숙인 상태로 천천히 뒤로 물러나듯 서재를 나갔다.
“참, 성격이 저렇게 다른 것도 신기하네.”
똑같이 내 시중을 들고 집안 살림하길 좋아하는 기에나와 베네오. 하지만 언제나 내게 순종하고 따르는 기에나와 다르게, 베네오는 아주 까칠하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지적하며 잔소리하고 나를 교정하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베네오가 싫은 건 아니다.
침대 위에서는 싫은 척해도 항상 먼저 내게 안겨오는데 어떻게 싫어 할 수가 있을까.
“어우, 이시려.”
보관고 성능이 너무 좋아도 탈이다.
과일이 아삭한 걸 넘어 살어름을 씹는 것 같다.
뭐, 맛은 좋으니 상관은 없지만.
내가 몇 가지 과일을 맛봤을 즘, 아래로 내려갔던 기에나가 시란의 모유가 듬뿍 들어간 우유가 담긴 병을 가지고 돌아왔다.
“고마워. 혹시 리히나님께서 보내신 편지 같은 건 없어?”
“네. 숲의 골칫거리를 모두 해결했으니, 굳이 연락해올 이유가 없습니다. 스미스님께서 먼저 연락을 보내시지 않는 이상 따로 연락해오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구만.”
어차피 엘프의 숲에는 한 번 더 들를 예정이라 상관은 없다. 그저 힘을 회복하기 위해 잠들었던 세계수, ‘실’의 근황이 궁금했을 뿐.
‘대륙이 안 망하고 멀쩡한 거 보면 건강하겠지.’
어쩌면 이 주변에 자라나 있는 식물들을 눈과 귀 삼아서 나를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그럴 수도 있겠는데……?’
나중에 슬쩍 아무 나무 앞에 가서 말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곁에 시란을 두고 신경을 살살 긁어 보든지.
“그럼,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시길.”
기에나는 조금 전 퇴장했던 방법 그대로 서재를 떠났다.
“푸흐~”
나는 기에나가 가져다준 시란의 모유가 듬뿍 들어간 우유로 목을 축인 다음, 슬쩍 의자를 돌려 커다란 유리창 밖을 내려다봤다.
저택 뒤편의 거대한 공터.
그리고 공터의 한쪽을 꾸며 만든 연무장 위로 붉은 머리의 모녀가 이리저리 뒤엉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시론이 가출할 만하긴 해.’
나는 가차 없이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는 시란의 손속에 어린 시론이 왜 시란을 피해 집을 나왔는지 조금. 아니, 많이 공감이 갔다.
이대로 조금 더 지켜보고 싶긴 했지만, 이 사실을 시론이 알게 되면 단단히 삐칠 게 눈에 훤히 보였기에 나는 다시 의자를 돌려 앉았다.
“뭔가 진짜 높은 사람이 된 거 같아서 기분이 묘하네.”
경비대에 있는, 지금은 밀리아님의 것이 된 집무실보다도 넓고 과하지 않게 잘 꾸며진 서재.
다른 사람도 아니고 냐호가 직접 바닥의 카펫부터 해서 벽지 하나까지 전부 꾸몄다고 했다.
여태껏 나를 위한 개인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던가.
사실 개인 공간이라면 이전의 살던 저택에도 하나 있긴 했다.
한 번 부서지기 전에는 케르낙스가 수집한 검을 보관하던 지하 창고.
‘개인적으로는 거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왜냐면 내가 하는 업무는 전부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니, 이런 사치스러운 공간이 따로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런 자리가 마련되니 진짜로 뭔가 해야만 하는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럽달까.
“뭐, 딱딱한 돌바닥보다는 이 의자가 편하긴 하지만.”
나는 배부른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기로 하고, 오랜만에 시스템 창을 활성화했다.
【갓-컴퍼니 – 파견사원(서민수)】
『이름 : 서민수. 나이 : 26세
성별 : 남성. 직급 : 차장(파견)
사원평가 점수 : 0점(평가 없음)(?)
사원활동 점수 : 1,343점(241↑)(?)』
【서민수(차장) 평점】
◎교류 회수 10회
◎평점 등록 2회
◎평균 평점 0점
《교류하기》(가치점수)
《지원 능력》
◎ 성물 창조(?)
·
·
·
《스킬》
◎ 우리 아이 뼈 튼튼(P)
◎ 뒷처녀 감별사 (P)
◎ 암컷 관통(A)
◎ 최후의 한 방울까지(P)
◎ 내 몸은 오일로 되어있다(A)
내가 주목해서 봐야 할 항목은 두 가지.
하나는 갱신하지 않은 활동 점수.
다른 하나는 교류를 열 번이나 했음에도 여전히 평가 점수가 0점인 부분.
빌어먹을 선배 놈들.
어차피 받는 혜택이라고는 교류를 진행할 때 필요한 가치점수가 줄어드는 게 전부라 딱히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가 없다.
평점 부분은 사실상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에 나는 여태껏 미뤄왔던 사원 활동 점수를 갱신했다.
◎인간 (New)
·케르낙스(얼굴 사진)
=>(펼치기)
=56점
◎혈상어
·시란 레드펄(얼굴 사진)
=>(펼치기)
=135점
◎서리요정
·아르델 필로리아(얼굴 사진)
=>(펼치기)
=90점
◎하이엘프 (New)
·리히나 론 아그룬(얼굴 사진)
=>(펼치기)
=99점
◎엘프 (New)
·이오니 빈 시놉스(얼굴 사진)
=>(펼치기)
=75점
·
·
·
◎천족
·네메아 히스신스(얼굴 사진)
=>(펼치기)
=140점
◎백웅
·아드리안(얼굴 사진)
=>(펼치기)
=80점
◎드라이어드 (New)
·타니아(얼굴 사진)
=>(펼치기)
=120점
페이지(1/2)
사원 활동 점수 = 1,343(1,102+241)점
“……?”
케르낙스의 점수가 오른 것은 내 아이를 가졌기 때문일 거고, 기에나의 자리를 그녀의 모친인 리히나님이 대신 꿰찼다. 그리고 하이엘프와 별개로 치는 엘프의 대표로는 지금 신전에서 시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이오나의 이름이 올랐다.
그리고 시란과 네메아님 다음으로 100점을 넘긴 타니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전부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었으니까.
내가 관심을 가진 이름과 점수 아래에 생겨난 ‘펼치기’ 부분이었다.
‘승진하면 세부 정보를 볼 수 있다더니, 이건 가 보네.’
나는 우선 케르낙스의 것을 눌러봤다.
◎인간 (New)
·케르낙스(얼굴 사진)
=>종족(1), 처녀(10), 사랑(10), 건강(5), 임신(30)
=56점
가장 눈에 띄는 건 종족 점수가 1점이라는 것과 임신이라는 두 글자였다. 정말로 케르낙스가 내 아이를 가졌다는 게 다시 한 번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시란은…….’
◎혈상어
·시란 레드펄(얼굴 사진)
=>종족(6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50)
=135점
·시론 레드펄(얼굴 사진)
=>종족(60),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18)
=113(X)
“오……?”
펼치기를 눌렀더니, 시란에게 밀렸던 시론의 정보까지 나타났다.
그보다 종족 점수가 60점이라니.
직접 수치로 비교하니까 이 대륙과 시스템이 평가하는 인간이라는 종의 가치가 어느 수준인지 확 와닿았다.
‘근데 작위는 뭐지?’
케르낙스에겐 없는 게 시란과 시론에겐 붙어 있었다.
내가 아는 그 작위인가?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을 나타내는 그 작위 말이다.
확실히 지금 케르낙스는 무직인 상태니까 작위라는 항목이 없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반면에 50점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가진 시란의 작위는 십 마성 중 한 사람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수치이기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나머지 여성들의 정보도 열람하기 위해 하나씩 모두 펼쳐봤다.
◎서리요정
·아르델 필로리아(얼굴 사진)
=>종족(40), 애정(5), 사랑(10), 순혈(10), 작위(25)
=90점
·아르델라 필로리아(얼굴 사진)
=>종족(40), 처녀(10), 사랑(10), 건강(5), 혼혈(5), 작위(5)
=75(X)
◎하이엘프 (New)
·리히나 론 아그룬(얼굴 사진)
=>종족(50), 처녀(10), 애정(5), 건강(5), 순혈(10), 작위(19)
=99점
·기에나 론 아그룬(얼굴 사진)
=>종족(50),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13)
=98(X)
◎엘프 (New)
·이오나 빈 시놉스(얼굴 사진)
=>종족(30), 처녀(10), 애정(5), 건강(5), 순혈(10), 작위(15)
=75점
◎흑묘
·냐호(얼굴 사진)
=>종족(25),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3)
=63점
◎드워프
·몰드 아그릿사(얼굴 사진)
=>종족(20), 처녀(10), 애정(5), 건강(5), 순혈(10), 작위(10)
=60점
◎염사자
·아멜라 롬벨(얼굴 사진)
=>종족(60), 처녀(10), 사랑(10), 건강(5), 혼혈(5), 작위(25)
=110점
◎반시&실키
·베네오(얼굴 사진)
=>종족(50), 처녀(10), 사랑(10), 건강(5), 혼혈(10)
=85점
◎천족
·네메아 히스신스(얼굴 사진)
=>종족(80),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30)
=145점
◎백웅
·아드리안(얼굴 사진)
=>종족(25),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20)
=80점
◎드라이어드 (New)
·타니아(얼굴 사진)
=>종족(80), 처녀(10), 애정(5), 건강(5), 순혈(10), 작위(10)
=120점
모든 여성의 세부 정보를 열어본 나는 일부 여성들이 현재 내게 품고 있는 감정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작위에 부여되는 점수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차이가 난다는 정도?
또, 네메아님과 타니아의 종족 점수가 완전히 똑같다는 걸 통해서 드라이어드라는 종족이 정말로 타니아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표시되는 건 한 번 등록된 사람들로 한하는 모양이네.”
마약 그게 아니었다면 인간과 서리요정. 그리고 엘프 항목에 무수히 많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세계수가 표시되지 않은 건 조금 의외였다.
시스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을 알려줄 테지만, 혼자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아이를 가지는 과정과 연관 있지 않을까 싶다.
‘시스야 혹시 바빠?’
혹시나 시스가 대답해줄까 싶어 불러보았으나, 뭔가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궁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워서 일부로 대답을 하지 않는 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대답이 없는 거로 봐서는 지금 당장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단 화면 어지러우니까 이건 좀 접고.’
사원 활동 점수 창을 날린 나는 휴가 떠난 선배님들이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채팅방에 접속해 봤다.
《서민수(차장)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좆방맹이참교육자 : 시ㅣㅣㅣㅣㅣㅣㅣㅣㅣㄴ이ㅣㅣㅣㅣㅣㅣㅣㅂ!!
좆방맹이참교육자 : 확장! 조교! 섹스! 피ㅅ…….
《퇴장하시겠습니까?》
얼굴은 봤으니, 대화는 다음으로 미루는 게 좋을 듯싶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다음화로 마무리...?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