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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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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점심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늦은 오후.
바사삭.
버터를 녹인 팬에 구운 빵과 빵 사이, 기름기가 빠진 베이컨과 아삭한 양상추에 새콤한 드레싱을 곁들인 현대식 토스트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요즘 이거 먹는 맛에 산다니까.’
나는 입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고소한 향과 적절한 맛의 조화를 충분히 만끽한 후, 달콤한 우유로 목을 축였다.
“이건…… 정말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군요.”
바로 맞은편에 앉은 아가사가 나와 같은 토스트를 오물오물 삼키더니, 오늘도 토스트에 대한 찬양을 시작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가사와 다른 연인들은 나처럼 손으로 먹는 게 아니라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한입 크기로 썰어 먹는 것 정도일까.
마치 수제버거를 먹듯 말이다.
‘토스트는 손으로 쥐고 먹어야 제맛인데.’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을 보듯 바라봐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위생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건 덤이고.
‘그래도 버터 하나로 삶의 질이 확 올라가네.’
평범하게 쿠키 같은 게 나올 때부터 버터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그걸 딱히 구해서 요리에 사용해볼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야, 이곳의 음식은 다들 기름진 육류 아니면 채소나 뼈와 고기를 우려 만든 스튜가 주 음식이었으니.
‘버터 생각이 나겠냐고.’
안 그래도 기름지고 느끼해서 맥주나 다른 주류가 없으면 쉽게 물리는데, 거기에 버터라니.
나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남은 토스트를 입안에 전부 욱여넣었다.
참고로 버터는 케르낙스가 돌연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을 먹고 싶다는 발언에 지나던 도시에 들려 공수한 것이다.
몰랐는데 버터가 조금 가격이 나가서 그렇지,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에서는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보통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건 현대에서 여성들의 기호에 조금 더 맞는 조합이다.
즉, 이곳에서는 나랑 같은 사내놈들의 취향이란 소리다.
그래서 내가 여태껏 버터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거고.
“더 드시겠습니까.”
“아냐 괜찮아.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아멜라님께서 더 힘드셨을 겁니다.”
기에나는 조금 굳은 얼굴로 빈 접시를 가져갔다.
“아가사.”
“……뭐죠?”
사각형으로 예쁘게 자른 토스트 조각을 푹! 찍어서 오물오물 씹고 있던 그녀가 내용물을 꿀떡 삼키며 대답했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꼭 신성한 행위를 방해받아 잔뜩 화난? 뭐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새로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크흠, 뭔가요?”
새로 토스트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니, 그녀는 곧바로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고로 그녀와 함께 마차 생활을 한 것도 오늘을 포함하면 벌써 석 달하고 보름째다.
“곧 제국 국경 요새에 도착한다고 했잖습니까.”
“그렇죠?”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겁니까?”
이것도 말해두자면, 아가사는 어제 저녁부터 곧 제국에 도착할 거라고 말했다.
“정말로 곧이에요.”
“그 대답만 세 번째 듣는 것 같습니다만……?”
“제국이 워낙 넓은 걸 어떻게 하겠어요? 실제로 제투아 왕국 국경을 벗어나도 닷새나 지났죠?”
“그렇죠. 무려 닷새나 지났죠.”
“제국 영토에는 이틀 전부터 들어왔었어요.”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가사는 무려 시란의 모유가 들어간 우유를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보통은 국경지대에 성벽을 올리고 요새를 짓는 게 정상적이지만, 제국은 워낙 땅이 넓거든요. 넓은 만큼 필요 없는 땅들도 많고.”
그녀는 창밖을 가리켰다.
“우리야 마차를 끌고 있어서 그렇지, 이 숲 주변에는 마수와 몬스터들이 득실거린답니다? 정확히는 제국에서 사육하고 있는 것들이지만요.”
“사육이요? 그것도 몬스터랑 마수를?”
“적당히 풀어두고 가끔 죄수들을 밀어 넣는 게 전부지만.”
“미친…… 왜 그런 짓을 한답니까? 설마, 부산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죠?”
“부산물이 목적이었다면 이런 드넓은 숲에 풀어놓진 않았겠죠?”
“그럼……?”
“풀어두는 것만으로 왕국을 쉽게 견제 할 수 있기도 하고,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밀입국 혹은 국경을 넘어 도망가려는 자들의 발목을 붙잡거나…….”
아가사가 왼손 엄지를 펼치더니, 그걸로 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상상 그 이상이네요. 제국은.”
“후후, 제가 왜 제국을 떠나 몰링타에 있었는지 아시겠죠?”
“저 때문이잖습니까.”
“…눈치 없는 남자 같으니라고.”
내 팩트 공격에 아가사가 툴툴거리며 남아 있는 우유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안 들어가요?”
“잠깐 생각할 게 있거든요. 먼저 들어가시죠.”
“뭐야, 마사지 좀 받으려고 했는데.”
완전히 가면을 벗은 아가사는 철가면을 쓴 네메아보다도 더 뻔뻔했다.
나는 그릇도 치우지 않고 휑하니 침실로 가버리는 아가사의 행동에 짧게 혀를 찼다.
‘저런 인성도 교황을 하는데 나라고 못 할 건 없지.’
본래 고위 성직자일수록 탐욕스럽다고 하지 않던가.
뭐, 이쪽의 경우에는 탐욕이 아닌 색욕스럽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
촤아아악.
아가사가 사용한 식기를 깨끗하게 씻은 후, 나는 마법으로 단단히 고정되어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국경 요새에서 수도까지 보름은 걸린다고 했던가.’
땅은 넓지만, 그만큼 도로가 잘 닦여 있기 때문에 실제 이동 거리는 곱절이나 차이 나지만, 걸리는 시간은 고작 이틀 정도 더 걸릴 거라고 아가사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훌륭한 도로를 깐 게 바로 대마법사 시절 비젤린님이고.
‘이렇게 보면 비젤린님이 시란에게 질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
사실은 비젤린님이 시란에게 미안한 게 있어서 그냥 져주고 있는 건 아닐까.
뭐, 지금 당장 답을 구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그건 나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당사자인 비젤린님께 직접 물어보도록 하자.
“문제는 누이트 그놈들인데.”
아르델의 영지를 빠져나오자마자 트렙인가 뭔가에 걸려 큰 폭발에 휘말렸다.
그리고 우리는 비토리오 왕국을 나와 이웃 국가인 제투아 왕국을 지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총 서른 번의 폭발에 휘말렸다.
다행히 비젤린님의 마법 덕분에 엘은 물론이고 마차 역시 무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란과 비젤린님까지 나서서 최대한 걸러내고 걸러냈음에도 서른 번이나 폭발에 휘말렸다는 거다.
비젤린님과 시스의 말로는 마력이 아닌 피와 신성력을 매개체로 발동하는 술식이라 찾아내는 게 몹시 어렵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어렵다고 말했다면, 노력을 조금 더 하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봤을 테지만, 무려 대마법사인 비젤린님과 시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그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씹새끼들.”
무슨 목적으로 우리가 가는 길목에 그딴 걸 설치해 둔 건진 모르겠지만, 찾아내면 반드시 목을 분질러 버릴 거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뱃속의 아이로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 케르낙스가 아침을 먹다가 폭발의 충격에 흔들려 깜짝 놀라고만 것이다.
충격이라고 해도 의자가 살짝 쿵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케르낙스에게는 그 충격이 조금 다르게 전해졌던 것인지.
배를 감싸며 안색이 창백해질 때는 내 심장이 다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케르낙스는 충격에 놀란 게 아니라, 충격과 동시에 배에서 아이가 발길질인지 주먹질인지, 처음 겪는 자극에 혼란스러워 놀란 것이라고 말해주어 안심할 수 있었다.
‘거긴 간부가 다 사내새끼들이라고 했었지.’
어지간해서는 같은 남자로서 선은 지키려고 했는데, 그놈들에게만큼은 그러지 못할 거 같다.
‘팔다리 다 묶어두고 불알이 완전 쪼그라들 때까지 무한 딱밤형이다.’
감이 내 사랑스러운 케르낙스와 아이를 놀라게 만들다니.
아주 그냥 대갈통을 후려갈길 씹새끼들.
“뭐야. 왜 혼자 부들거리고 있어.”
“……?”
바로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잠옷 차림의 시론이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배고파? 뭐 만들어 줄까?”
“언니가 쿠키 먹고 싶데.”
“옙. 금방 만들어서 가져다드릴게요.”
참고로 하루 열두 시간씩 삼교대 근무에 들어간 기에나와 베네오를 위해서 아침과 저녁, 그리고 나머지 간식들은 내가 다 만들고 있다.
“근데 왜 그렇게 부들거렸어?”
“…사교도 자식들 생각하니까 화나서.”
“개씨발 새끼들…… 만나기만 해 봐, 사내새끼고 뭐고 살가죽을 다 벗겨서 소금에 절여버릴 거야.”
“어, 그, 그래, 시, 씹새들…….”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던 시론은, 누이트교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빡친 것도 아니네…….’
진짜 빡쳐 있는 시론을 보고 있으니, 내 분노가 얼마나 귀여운 수준인지 알 것 같다.
“크흠, 시론아? 너는 먹고 싶은 거 없어?”
“난 초콜릿 발린 쿠키.”
“토스트 안 먹고?”
“아멜라 언니 자잖아. 냄새 안 나는 거 먹어야지.”
초콜릿도 냄새는 나는데.
그러나 누님을 배려하는 시론에게 그런 말은 할 수 없었기에 나는 기특하다는 의미로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두들겨주었다.
“금방 만들어서 가져다줄게. 들어가 있어.”
“넹~”
시론이 나를 따라서 장난스럽게 대답하고는,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부엌을 떠났다.
‘어떻게 보면 지구보다 더 편리하단 말이지.’
발효에 반죽, 그리고 모양까지 다 잡은 상태로 판매되고 있는 생지와 가열하기만 하면 바삭한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 쿠키까지.
가격이 좀 비싸지만 냐호의 지갑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할 뿐이었다.
“흠흠~”
보관고에서 쿠키와 얼려둔 초콜릿을 꺼내 주방에 섰다.
쿠키는 점화석에 달군 팬 위에 올리고, 초콜릿은 작은 머그컵에 잘게 부숴 넣고 중탕해 녹였다.
그렇게 바삭해진 쿠키를 그릇에 예쁘게 담고 있을 때였다.
-스미스.
식탁 위에 올려진 통신구가 반짝이더니, 베네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고개를 들어 유리창을 바라봤고.
-곧 요새에 도착한다.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있는 웅장한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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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다 활약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