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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고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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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와…….”
나는 창밖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에 입을 벌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제국?’
아직 한 시간은 더 달려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세상 웅장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황성은 보지 않으려고 해도 내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게다가 도시의 크기는 또 어떠한가?
나는 당연히 처음 들렸던 국경 요새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수도는 수도인 모양이다.
‘비교가 안 되네.’
특히 광석처럼 반짝반짝 은백색 빛을 내는 성벽은 그냥 딱 봐도 굉장한 광물을 제련해 만든 것이라는 티가 팍팍 났다.
‘…돈,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아리아의 말만 듣고 우리 신전이 그래도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멀리서도 뚜렷하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황성을 보니, 더더욱 열심히 해서 웅장한 신전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입에 먼지 들어간다.”
“으음.”
언제 옆에 온 것일까.
고개를 슬쩍 돌리니, 비젤린님께서 즐겨 입은 토끼 잠옷 차림으로 내 옆에 앉아 계셨다.
“크지?”
“…엄청나네요.”
“그러엄, 아버지랑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지은 건데.”
비젤린님은 아이다운 몸과 다르게 유독 성장한 가슴을 당당히 앞으로 내밀며 콧방귀를 흥! 하고 뀌셨다.
그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으나, 의외로 아이 취급받는 걸 싫어하신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머쓱하게 내 허벅지만 두어 번 두들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계획은 다 짰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충은?”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제국에서 버티기 힘들걸? 뭐, 너는 좀 다르겠짐잔.”
비젤린님이 돌아앉더니, 작은 손으로 내 가슴이나 복부를 콕콕찌르며 ‘아휴, 탄탄해.’ 꺄르르 웃으셨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공작위의 대귀족이라도 네게 손을 데진 못해.”
“남자라서요?”
“그렇지. 하지만 제국 수도에는 아주 특별한 군대가 있거든?”
내가 특별히 감이 좋은 건 아니지만, 방금 비젤린님의 말을 듣자마자 엄청난 촉이 왔다.
“설마…… 남자로 구성된 군대입니까?”
“맞아. 넓은 만큼 별 지랄맞은 새끼들이 많아서 말이야.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말 들어봤니?”
“뭐어…….”
지구에서도 흔히 쓰던 말이었으니 모를 리가 있나.
남자의 적은 남자.
여자의 적은 여자.
평생 나와는 인연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엮이게 될 줄이야.
“혹시 검도 다룹니까?”
“검은 검이지. 목검이지만.”
밀려오던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자, 받아.”
“목걸이?”
나는 알이 큼지막한 새빨간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를 건네받았다.
“케르낙스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알지?”
“네. 늦어도 두 달.”
비젤린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으셨다.
“너, 우리 도움받으면 안 된다면서.”
“최대한 혼자서 해내면 좋긴 하죠.”
시스와 뭔가 필담으로 주고받더니, 나와 관련된 이야기였던 걸까.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나랑 시스님은 케르낙스 곁에는 내가 붙어 있을 거야.”
“두 분이 함께 계셔주신다면 든든하죠.”
“그래. 그러니까 케르낙스의 양수가 터지면 널 소환할 생각인데.”
나는 손에 들린 목걸이를 당장 목에 찼다.
“시스님께서 상황을 묻긴 하겠지만…….”
“됐습니다. 그냥 무조건 소환해주세요.”
미래의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순간일지는 나도 모르지만, 단언컨대 케르낙스보다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각오는 보기 좋네.”
비젤린님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착하면 부르렴.”
그리고는 언제 챙겼는지 모를 우유 한 병을 가지고 침실로 들어가셨다.
근데 방금 가져가신거 시란의 모유가 들어간 거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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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금색 마탑주님을 뵙습니다!!”
“어어. 나 들어갈게?”
“무, 물론입니다!! 당장 길을 터라!!”
요새에서 보고 설마 했는데, 수도는 요새보다 더 요란했다.
“당장 황실에 전령을 보내라! 금색 마탑주님께서 돌아오셨다!!”
“마탑으로 가시는 길이라면 당장 길을 열어두라 통신을 보내겠습니다.”
“아냐, 됐어. 저택으로 갈 거야. 그보다 패나 돌려줄래?”
“아! 여, 여기 있습니다!!”
“응. 그래. 수고하고.”
비젤린님은 저보다 두 배는 큰 기사의 허리를 통통 두드리고는 다시 마차에 올라타셨다.
“금색 마탑이면…… 적색, 청색, 뭐 이런 것도 있습니까?”
“있지. 동, 서, 남, 북에 하나씩. 그리고 금색마탑은 황궁에 있어.”
“오…….”
뭔가, 뭔가 비젤린님의 어깨라도 주물러드려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이 길로 쭉 간 다음에 첫 번째 사거리에서 왼쪽 대각선.”
비젤린님은 새로운 우유 한 병을 꿀꺽꿀꺽 마시며, 통신구를 이용해 마차를 운전하고 있는 베네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십 분쯤 달렸을까.
“잠깐 기다려.”
비젤린님은 물론이고 시란에 누님까지 마차에서 내렸다.
그 셋은 몰링타에 있는 우리 저택과 비슷한 규모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혹시라도 내 결계를 뚫고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좀 둘러보고 왔어. 뭐, 결과는 당연히 아무 이상 없었지만.”
“칫…….”
“쯧…….”
‘……?’
이상이 없으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시란과 누님이 혀를 차는 걸까.
“아무튼 들어가자. 밖에서는 절대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까. 안심하고 다들 내려도 괜찮아.”
역시 마법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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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와…… 하…?”
저택 안으로 들어온 나는 내부를 둘러보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커피포트에 청소기…… 저건 진짜 냉장고?’
왜냐면 어떻게 봐도 지구에 있어야할 물건들이 당당히 저택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삼전에…… 심지어 4년 전 거잖아?!’
커피포트 아래에 박혀 있는 매우매우 익숙한 로고와 제조 일자.
나는 새삼 이곳과 지구의 시간 축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비젤린님? 이것들은… 비젤린님의 아버님께서 주신 겁니까?”
“준 건 아니고, 원래 다 같이 사용하던 건데 다들 떠났으니까 내가 챙긴 거지.”
비젤린님께서는 조금 아련한 시선으로 커피포트를 쓰다듬으며 내게 대답해주셨다.
“아버지가 계셨을 때는 원두라는 거랑 인스턴트 커피 같은 것들로 가득했는데.”
“…….”
그 대답에 나는 잠깐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들은 게 맞고, 선배들이 구라친 게 아니라면 장인어른은 단 한번도 지구에 다녀온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나와 같은 이유로 한번도 휴가를 신청하신 적이 없으시단 소리다.
그런데도 지구의 물건이 있다?
‘아니, 잠깐…… 교류를 통해 얻는 건 전부 재료보관소로 이동되잖아.’
슬슬 머리에 스팀이 받기 시작할 때였다.
【지구의 생필품은 예외 항목입니다.】
케르낙스와 함께 욕탕에 있을 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견된 차원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뿐더러, 휴가 복귀 시 일정 수치의 가치 점수를 지불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휴가를 나가면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기에 따로 제약이 없는 항목입니다.】
시스 덕분에 복잡하던 의문이 한방에 해결되었다.
【오해하실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대로 된 성물도 없고 가치 점수도 빈곤한 그때의 서민수는 그것들을 구할 방도가 없었기에 언급하지 않은 겁니다.】
‘뭐어…… 확실히 그때는 많이 빈곤했지. 내가 가진걸 기부해야 한다는 강제성에 반발심도 컸고.’
지금 생각해보면 돌아가서 대갈통을 한 대 후려주고 싶어졌다.
‘조금만 일찍 알려주지. 지금이라면 선배님들이 가치 점수도 대신 내주고 우선예약 받아준다고 하면 냉큼 가져다 주셨을 텐데.’
설마 시스가 까먹었을리는 없을 테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
‘……?’
뭐지, 이 어색한 침묵은.
‘시스야?’
【케르낙스의 시중을 들어야 해서 이만.】
‘…….’
설마, 진짜 까먹고 있었던 거야?
세상에.
“왜 그래?”
“아뇨… 그냥, 예, 뭐…….”
“전력을 마력으로 대체했으니까 다들 제대로 작동해. 사용하고 싶으만 마음대로 사용해.”
“감사합니다. 비젤린님께도 기뻐하실 만한 걸 준비해 보겠습니다.”
“흥,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도움을 줬는데.”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을 당당히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작게 웃었다.
“서방님~”
그때 짐 정리를 하러 침실에 올라갔던 냐호가 아래로 내려왔다.
“준비 끝냤는데 가시겠어요?”
“어, 지금 갈게.”
나는 비젤린님께 꾸벅 인사한 다음 몸을 돌려 냐호와 네메아님 곁으로 향했다.
참고로 누님은 짐을 내려놓자마자 모험가 길드로 향했고, 아가사 역시 교황청으로 떠났다.
이곳에 남아 있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나, 아무래도 관계가 관계인 만큼 껄끄럽긴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흑선 상단 본단으로 가기 위해 저택을 나서는 중이다.
“통신구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네. 연락 넣으면 곧바로 응답할 거랍니다.”
내가 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그럴듯한 신분을 만들어줄 협력자를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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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황녀님 나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