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65화 (56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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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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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몰링타는 진짜 촌도시였네.”

“후후, 제국 수도랑 비교하면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죠?”

나와 함께 네메아의 품에 안겨 있던 냐호가 소리 없이 웃으며 꼬리를 살랑였다.

‘근데 진짜 장난 아니네.’

징표의 힘을 빌려, 몸을 숨긴 우리는 저택을 나와 흑선 상단으로 곧장 가지 않고 외성벽 위로 올라왔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수도의 전체적인 풍경을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성벽 위에서 바라본 수도의 풍경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정갈하고 잘 다듬어져 있어 몹시 놀랐다.

“저기 우뚝 솟아 있는데 마탑이라는 건가?”

“네, 맞아요.”

“그런데 탑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아 보이는데?”

대충 봐도 아파트 오층 정도 높이 밖에 되어보이지 않았다.

“저희가 타고 온 마차 기억하시죠? 마탑도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랍니다.”

“……역시 마법사.”

마법사들 상대로는 항상 입을 조심해야겠다.

지금 신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나를 해칠 수 있는 자들이니 말이다.

“다음에는 황궁 꼭대기에서 볼까.”

“원한다면 지금 데려다주지.”

“……거긴 마음의 준비를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스템의 보정을 받은 징표의 은신은 신을 제외한 그 어떤 것에도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시스와 비젤린님을 통해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러니 황성에 침입하는 것 자체는 사실 나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더럽게 높다는 거지.’

다른 건 몰라도 더럽게 높아서라도 황궁을 쳐다도 안 볼 것 같다.

“이제 그만 갑시다.”

구경은 얼추 다 했으니, 얼른 볼일 다 끝내고 돌아가서 채팅방이나 좀 기웃거려 봐야겠다.

아직 뿔박이 선배님 연락이 없기도 했고, 새롭게 만든 도면에 들어갈 재료들도 살짝 구걸을 해봐야 하니 말이다. 겸사겸사 지구 물품들도 얻을 수 있는지 한 번 찔러도 보고.

후우욱──!!

네메아가 나와 냐호를 꼭 안고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처음 당해보는 것도 아닌데,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마다 아랫배가 시큰거리는 게 어지간해서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뭔가 복잡한 듯 보이면서도 아닌 것 같은…… 묘한 곳이네.”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시는 거예요. 잘 보시면 거리 곳곳에 푯말이 붙어 있답니다? 글만 읽을 줄 안다면 어지간해서는 길 잃은 일은 없어요.”

냐호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니, 정말로 벽과 사거리 중심에 화살표 형태의 푯말에 어디어디 구역으로 가는 길이라는 게 뚜렷이 적혀 있었다.

“비젤린님의 저택은 북쪽 ‘광명의 땅’에 있답니다. 서방님 혼자서 외출하실 일은 없으시겠지만, 혹시라도 혼자 떨어지시면 광명의 땅으로 오시면 되어요.”

“광명의 땅…… 외웠다.”

딱히 외우지 않더라도 시스가 항상 저택에 있으니, 누군가 보내줄 것이기에 길을 잃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아, 저기가 상단 본부에요.”

늘 냐호가 품에 지니고 다니는 검은색 부채가 활짝 펼쳐져 있는 문양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오층 짜리 건물.

‘여기도 장난 아니네…….’

건물이 오층인 것도 대단했지만, 그 주변으로 몰링타 경비대의 마사보다 곱절은 넓은 마사에 수십 대의 마차와 말들이 여물을 먹거나 편히 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뿐 아니라 그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크기의 공터에 수십 대의 짐 마차가 나열되어 있고 사람들이 짐을 싣거나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저쪽 골목에서 내려주시겠어요?”

“그러지.”

네메아는 냐호의 말에 따라 조금 으쓱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스르륵.

네메아의 품에서 벗어난 냐호는 곧바로 은신을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눈짓하더니, 상단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촤르륵!!

골목 밖으로 나온 냐호는 넓은 품에 숨기고 다니던 부채를 꺼내 화려하게 펼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도로를 지나던 행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냐호에게 향했다.

너무나도 이국적인 의복과 이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짙은 흑발은 확실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한 요소였다.

“다, 단주님!!”

“멈춰라!! 길을 멈춰라!!”

건물 앞에 서 있던 수인족 여성들이 냐호를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라 앞으로 달려 나와 짐을 싣고 떠나려던 마차들을 모두 가로막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거리 전체가 멈춰버린 것이다.

또각─ 또각─

냐호는 활짝 펼친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기품 넘치는 걸음으로 당당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다시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단주라…… 분명 지부장이었던 거로 알고 있었는데.”

“단주면 상단 주인이죠?”

“그래.”

“허…….”

나와 네메아는 잠깐 눈을 끔뻑이다가 냐호를 쫓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비, 비토리오 왕국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일이 있어서 올라왔답니다.”

“그, 그러시군요…!! 가, 간부들을 소집할까요?”

“다들 바쁠 텐데, 소집은 내일로 미루는 게 좋겠죠? 흑묘족 아이 한 명만 집무실로 올려보내 주고 다들 일 보도록 하세요.”

냐호는 주변에 달라붙은 수인족 여성들을 물린 다음, 오층에 있는 집무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와 네메아가 먼저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따라 들어와 문을 닫는다.

“어떻게 된 거야?”

“단주가 된 거 말인가요?”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냐호가 펼쳤던 부채를 탁! 접더니, 의자에 앉으며 나를 향해 새빨간 입술을 달싹였다.

“서방님의 물건과 아르델님의 지원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르델?”

“네. 요새에 필요한 생필품을 전부 제게 맡겨주셨거든요.”

“오…….”

그런 거래가 있었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런데 단주라는 게 실적이 좋다고 될 수 있는 자리야?”

“냐머지는 말씀드리기 조금 그런 내용인데…….”

“응. 그럼 됐어.”

말하기 껄끄럽다는데 굳이 들어서 뭐할까.

나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똑. 똑. 똑.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단주님.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 들어오렴.”

문이 열리더니, 냐호와 똑같은 흑발의 조금 앳되어 보이는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양쪽 눈동자 색이 푸른색으로 동일하다는 정도일까.

“으음…… 레아? 맞니?”

“네, 네!! 기억해 주셨군요!!”

긴장한 얼굴로 들어왔던 소녀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몇 없는 우리 일족 아이인데 기억해야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오늘은 조금 바쁘구나.”

“괘, 괜찮아요!! 시키실 일은 무엇인가요?”

“익명으로 내게 온 물건이 보관실에 있을 거란다. 그걸 좀 가져다주련.”

“네, 아가씨!!”

레아라는 이름의 소녀는 냐호에게 꾸벅 인사한 다음 꼬리를 마구 살랑대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귀엽네.”

“후후, 저야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레아에게 귀엽다고 말씀하시면 잔뜩 풀이 죽을 거랍니다.”

“아, 멋지다고 말해줘야 하나?”

“그냥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다음에 만나면 그래야겠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지만, 저 복슬복슬한 귀와 꼬리의 유혹을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 있는 수인들의 귀와 꼬리를 전부 한 번씩 쓰다듬어 보는 걸 목표로 하자.

‘…그냥 이 상태로 슬쩍 만져 볼까?’

그건 그거대로 뭔가 즐거울 것 같으니, 나중에 둘 다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똑! 똑! 똑!

-아가씨! 가져왔어요!!

냐호가 이름을 기억해 준 것이 그리도 기쁜 것인지, 조금 전과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활기찬 목소리가 두꺼운 문을 뚫고 들려왔다.

“들어오렴.”

달칵!

문고리가 거칠게 돌아가더니, 레아가 총총 뛰어와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상자를 냐호에게 내밀었다.

“고맙구냐.”

“헤헤…….”

냐호는 레아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준 다음, 살짝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오늘은 조금 바쁘니, 내일 다시 한번 부르도록 할게요?”

“……네!!”

레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냐호를 향해 다시 한번 꾸벅 인사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집무실을 떠났다.

집무실의 문이 닫힌 후, 냐호는 손에 들고 있던 상자의 포장을 뜯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꺼넀다.

동글동글한 반투명한 수정구.

바로 통신구였다.

“서방님께서 오셨다고 이야기하면…… 소란을 일으키실 수도 있으니, 서방님께서는 며칠 후에 도착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서방님은 어떻게 생각하셔요?”

“…동의.”

우리 황녀님께는 조금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황녀 본인을 포함한 아드리안까지 충분히 급발진을 일으킬 수 있는 요주의 인물이었기에 나는 냐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서방님께서 사용한 신분이 필요하다는 내용만 전달하면 될까요?”

“노예만 아니면 좋겠다는 말도.”

“후후, 그건 당연하죠.”

냐호는 통신구를 책상에 내려두고는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어 작동시켰다.

우우웅─

반투명한 구체에 은은한 푸른 빛이 깜빡이기 시작하더니.

“아, 연결 됐──”

-도착한 것이냐?! 도착한 것이렸다!! 여봐라!! 거기 아무도 없느냐!! 당장 아드리안경을 모셔와라!!

푸른 빛을 내뿜는 통신구에서 우렁찬 마르비우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흘러나왔다.

“저기, 황자──”

-그 통신구를 꼭 가지고 있거라!! 내 지금 당장 갈 터이니!!

투욱.

통신구의 불빛이 사그라든다.

““…….””

우리는 한동안 불이 꺼진 통신구만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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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화끈한 황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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