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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66화 (56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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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 오늘도 고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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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연락 안 받아?”

“……네에.”

냐호는 푸른빛을 깜빡이고 있는 통신구를 톡톡 두드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못 본 사이에 성격이 더 불같아졌네.’

지금 당장 만나러 오겠다는 발언과 함께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린 마르비우스.

그 이후로 냐호가 몇 번이고 연락을 시도해 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이미 출발 준비로 바쁜 건지, 아니면 출발해서 바쁜 건지.

연락받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일단은 기다려야겠지?”

냐호와 네메아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이서 은밀하게 찾아오신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서방님의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시작부터 조금 삐걱인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다행히 내가 조금 당황스러웠다는 걸 제외하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었기에 나는 편하게 마음을 먹고 네메아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네메아.”

“……?”

얌전히 옆에 앉아 내 손을 조물조물 만지고 있던 네메아가 긴 속눈썹을 끔뻑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가사한테 무슨 일 생기진 않겠죠?”

“글쎄.”

네메아는 흥미를 잃었다는 듯, 고개를 숙여 다시 내 손바닥을 조물조물 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신 라피테라가 정말로 그 녀석을 아낀다면 아무 일도 없을 거고, 그게 아니라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취해지겠지.”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마음에 든 건가?”

내 손을 바라보던 네메아가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슬쩍 올려다 본다.

뭔가 관심을 빼앗길 걸 신경 쓰는 고양이의 반응 같아서 나도 모르게 네메아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대고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뭐, 나름 재밌는 사람 같기도 하고. 새롭게 협력을 구하는 것보다는 아가사가 계속 도와주는 편이 여러모로 덜 번거롭잖아요.”

“…흐음.”

살짝 뜨거워진 숨을 내뱉더니.

쪽.

네메아가 다시 한번 내 입술에 본인의 입술을 맞춰왔다.

“…교황의 교체는 이전 교황의 수명이 다다랐을 때 계시의 형태로 다음 대 교황이 지목된다. 그 이외의 이유로 교황이 교체된 사례는 없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뺨이 살짝 붉어진 그녀는 힐끗 내 눈치를 보더니 작게 오므린 입술을 조금 더 달싹였다.

“그리고…… 어떤 이유를 들던 교황이 교체된다면 내부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 시스교에 더 많은 인제를 빼앗기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혼란을 만들려 들지는 않겠지.”

“그렇군요.”

“…뭐냐. 그 웃음은.”

“그냥 귀여워서.”

“……흥.”

이마를 맞대고 있던 네메아가 토라진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서방님……? 냐호도 여기 있답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냐호가 내 어깨에 턱을 얹고는 내 귓불을 살짝 깨물어왔다.

그렇게 마르비우스로부터 어떤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왔군.”

내 목덜미에 코를 묻고 편히 쉬고 있던 네메아가 슬쩍 고개를 들며 그리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니

-단주님. 단주님의 손님이라 주장하는 자가 찾아왔는데 어찌할까요.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셔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멀어지는 기척.

“다행히 이성이 남아 있긴 했던 모양이군.”

“조용히 오셨다는 말씀이시죠?”

냐호의 물음에 네메아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단주님. 모셔왔습니다.

“다과 같은 건 필요 없으니, 괜히 사람 올려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 전해두겠습니다. 그럼.

닫혀 있던 문이 열리더니, 머리부터 허리까지 내려오는 짙은 갈색 로브를 걸친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달칵.

문이 닫히고 두 사람 중 키가 유독 작은 사람이 머리에 쓰고 있던 로브를 벗자, 찬란한 금발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기억 속 얼굴보다 조금 더 성숙미가 더해진 날카로운 인상의 소녀.

“…스미스는?”

통신구에서 들었던 것과 달리, 몹시 차분하게 가라앉은 음색으로 내 행방을 묻는다.

그에 냐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르비우스를 향해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했다.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되었다. 그대도 스미스의 연인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신분과 관계없이 그대는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으니,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리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되느니라.”

우리 마르비우스.

뭔가 몇 달 못 본 사이에 굉장히 늠름해진 것 같다.

“그보다 스미스는 어디에 있지? 혹, 이곳에 없는 것이냐?”

“그것이…….”

냐호가 슬쩍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힐끗 바라봤다.

그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은신을 해제했다.

“……스미스?”

잠깐 이쪽을 향해 경계심을 보내던 마르비우스는 두 눈을 몇 번 끔뻑이더니 가늘게 뜬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이름을 부른다.

“네. 접니다. 황녀님.”

“…스미스!!”

“어이쿠.”

나는 칼름처럼 냅다 나를 향해 뛰어드는 그녀를 두 손으로 살포시 붙잡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내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저도 그렇습니다.”

코알라처럼 두 팔과 다리로 내 허리와 목을 꽉 끌어안은 그녀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이리저리 뺨과 코를 잔뜩 문질러왔다.

나는 황녀님의 작은 등을 토닥이며,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아드리안은 저 안 보고 싶었어요?”

흠칫.

로브를 두른 어깨가 살짝 움직였다.

“아드리안?”

“…나도.”

잠에 취한듯한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

동시에 그녀가 머리에 쓰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쫑긋.

냐호의 귀보다는 작지만 동글동글한 짐승의 귀와 짙은 검은색 단말 머리. 그리고 밀크 초콜릿을 생각나게 하는 매끄러운 피부.

“…가도, 괜찮아?”

“그럼요.”

마르비우스의 등을 토닥이던 손을 살짝 펼쳐 공간을 만들자, 아드리안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헤픈 미소와 함께 품에 안기는 그녀.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스미스가, 허락, 해줬어.”

그런데 품에 안긴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이를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싸우시는 건 아니죠?”

“…아니다. 아니지만…….”

“한, 주먹 거리.”

조금 친해졌다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건가.

나는 앙증맞지만 실로 위협적인 주먹을 쥐어보이는 아드리안의 귀에 살짝 바람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황녀님 지켜주시기로 약속했죠?”

“……응. 나, 스미스 말, 잘 들어. 착해.”

아드리안은 곧바로 주먹을 풀고는 내 목에 뺨을 문지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러자 마르비우스가 헛웃음을 내뱉더니.

“그대. 속아서는 안 된다. 저건 모두 그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연기인 것이다!!”

“나, 바보… 그런 거, 몰라.”

“으그그!!”

“쓰읍, 이빨 달으니까 이 갈지 마세요.”

나는 상대도 안 되면서 아드리안을 향해 이를 가는 마르비우스를 달래며 그녀들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일단,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오신 건 잘하셨습니다.”

“당연한 일을 칭찬해도 그다지 기쁘지 않다.”

“나는… 기뻐.”

빠득.

육체적인 성장은 모르겠지만, 인내심만큼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런데, 둘 다 괜찮아요?”

“무엇이 말이냐.”

“……?”

나는 양쪽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둘에게 물었다.

“그, 아랫배가 뜨겁다거나 하진 않습니까? 발정기가 올 것 같다거나…….”

“아아, 그거라면 괜찮으니라.”

마르비우스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이야 지금 당장 그대의 품에 안기고 싶다만, 그랬다가는 당장 오늘 저녁 만찬 일정부터 차질이 생길 게 뻔하지 않느냐.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아드리안경과 함께 안정제를 복용하고 왔느니라.”

통신구에서 잔뜩 흥분했던 그녀가 차분해진 것도 아마 그 안정제의 효과인 모양이다.

“오늘은 이렇게 그대의 얼굴을 보고 살내음을 맡는 것으로 만족하다.”

“감사합니다.”

본인을 위함인 부분이 더 크지만, 그럼에도 기특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입술이라도 맞춰주고 싶었지만 나는 혹시나 괜히 그녀들의 몸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언제 황궁으로 올 것이냐? 네가 바란다면 당장 초대장을 보내도록 하마.”

“…그게 말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걱정하지 말 거라. 내 전부 처리해줄 터이니.”

“이걸 문제라고 해야하나…… 그게 사실은 말입니다….”

나는 마르비우스와 아드리안에게 내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십마성 분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황궁으로 들어오고 싶다라…….”

“역시 어렵겠죠?”

“흐음…….”

우리 예쁜 황녀님께서 진지한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내 탄탄한 가슴과 팔근육을 꾹꾹 눌러보기 시작하셨다.

“황녀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마르비우스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자칫 네 몸이 상할 수도 있느니라. 그래도 괜찮으냐?”

“노예신분만 아니라면 뭐든 괜찮습니다.”

“노예라니!! 장차 국서가 될 그대에게 어찌 노예의 신분을 내린단 말이냐!! 그 점은 걱정하지 말 거라!!”

“하하, 감사합니다.”

내가 장난스럽게 웃자, 목소리를 높였던 그녀도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마음을 가라앉힌다.

“…일단 어머니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 당장은 알려주지 못할 것 같구나. 괜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싶지 않은 나를 이해해다오.”

“아무렴요. 황녀님께서도 저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방법이야 차차 생각해 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역시 그대가 좋으니라. 다른 사내놈들과는 달라. 그대가 아니면 안 돼.”

“큼큼.”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역시 황녀다.

“더 부탁할 것은 없느냐?”

“지금은 없습니다. 나중에 생긴다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지금의 나는 그대가 만든 것과 다름이 없으니, 불편해하지 말고 원하는 게 있다면 언제든 내게 말하거라.”

“말씀만으로도 든든해지네요. 꼭 그리하겠습니다.”

“음, 그러면 노을이 지기 전까지만 이렇게 안고 있도록 하자.”

마르비우스와 아드리안은 정말로 노을이 질 때까지 내 품에 안겨 있다가 하늘이 붉게 물들자 왔을 때처럼 로브를 눌러쓰고 집무실을 떠났다.

냐호를 통해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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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닷새 뒤.

“서방님, 황자님께서 이곳에 지원해서 합격하셔야 한다고 전언을 주셨어요.”

상단에서 퇴근한 냐호가 나를 향해 고급스러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청장미 기사단 인원 충원.】

접수 기간 : 411년 10월 3일.

접수 장소 : 남쪽 황성 외각.

모집 요건 : 15세 이상 30세 미만의 범죄 이력이 없는 신체 건장한 남성.

입단 자격 : 대련 성적 상위 다섯 명.

※봉급 및 혜택은 차후에 논의.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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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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