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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67화 (56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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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 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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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그날 저녁.

“그러니까. 우리 바보가 청장미인지 뭔지 그 거지 같은 기사단에 입단해야 한다는 거야?”

“서방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그래도 가장 편한 길이라고 말씀하시던데요?”

냐호의 대답에 시론이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나를 바라봤다.

“너, 이거 정말로 지원할 거야?”

“…해야겠지?”

“흥! 난 반대야.”

시론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팩! 돌렸다.

“아무리 보여주기식 단체라고 해도 군대잖아. 게다가 대부분 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이 스미스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거기다 보내?”

“그래. 차라리 정식 기사단에 입단하는 쪽이 마음이 놓인다.”

“그치?”

케르낙스가 동의한다는 듯이 말을 덧붙이자, 시론이 이때다 싶어 얼른 케르낙스의 어깨에 달라붙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시론아? 내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덩치는 아니지?”

“바보야. 사내놈들은 원래 주먹이 아니라 입으로 때린다고!!”

그럼 더더욱 괜찮은 거 아닌가?

내가 시스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입씨름으로 져본 적이 없다.

‘그래도 걱정 받으니까 기분은 좋네,’

나는 살짝 올라가려는 입꼬리에 힘을 준 상태로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정 못 참을 것 같으면 그냥 나오면 되니까. 그리고 입단하면 황자님이 어떻게든 잘 챙겨주시겠지. 거기다가 시란이랑 네메아가 번갈아 가면서 내 곁에 있어 줄 거잖아.”

“그건…….”

시론이 잠깐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잔뜩 찌푸렸던 이마의 힘을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다른 방법은 없어?”

“찾으면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내가 슬쩍 발을 뻗어 시론의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자, 시론의 눈썹이 잠깐 꿈틀거렸다.

“……흥, 너 하고 싶은대로 하던가.”

그리고 떨어지는 허락.

그에 케르낙스와 식탁에 모여 앉은 다른 연인들이 소리 없이 작게 웃었다.

“그런데 서방님.”

“응?”

맥주잔에 손을 뻗던 나는 냐호의 부름에 잠깐 손을 멈추고 냐호를 돌아봤다.

“접수 신청하실 때 신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황자님께서 따로 안 만들어주셨어?”

“제국 시민증은 등록 절차가 꽤 까다로워서 만들어 주신다 하더라도 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답니다.”

“그럼…… 어떻게 해?”

내가 눈을 끔뻑이며 묻자, 냐호가 자리에 앉아 있는 비젤린님과 누님, 그리고 시란을 차례대로 가리켰다.

“세 분 중 한 분께서 서방님의 신분을 보증해주시면 시민증 없이도 접수 신청이 가능할 거예요.”

한 명은 전직 궁정 마법사에 현 황금 마탑주.

다른 둘은 현직 십마성과 전직 십마성.

만약 내가 접수원이고 저 셋이 누군가의 신분을 보증한다면 싫더라도 일단은 받아들일 것이다.

그야 정강이를 까이는 건 존나 아프지만, 대가리가 깨지면 그날로 이승과 하직이니 말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젤린님께 보증받는 걸 추천드려요.”

“…….”

“…….”

선택받지 못한 두 사람이 가늘게 뜬 눈으로 냐호를 노려봤고, 살랑흔들리던 냐호의 꼬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일직선으로 바짝 굳어졌다.

“시란, 누님?”

“쯧.”

“칫.”

내가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둘은 혀를 차며 냐호를 노려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주 잠깐 둘의 시선에 노출되었을 뿐인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 냐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일단 비젤린님께서는 공식적으로 제국에 방문 중이시고, 또 황궁에 우호적이신 분이셔요. 그런데 두 분은 절차는 넘어가더라도 평판이 평판인지라…….”

스윽.

조금 전까지 냐호를 노려봤던 시란과 누님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최근 젊은 귀족 중에서는 십마성이라는 아예 모르는 자들도 존재한답니다. 혹은 굉장히 가볍게 여긴다거냐.”

겨우 얼굴에 혈색이 돌아온 냐호가 비젤린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반면에 비젤린님께서는 전 궁정 마법사이신 대다가 대륙의 모든 마법 지식이 모여 있는 황금 마탑의 탑주이시죠. 그런 비젤린님께서 신분을 보증해주신다면 황실에서도 서방님을 굉장히 신경 써주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혹시라도 서방님께 문제가 생기면 비젤린님과의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흠흠~”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던 비젤린님으로부터 기분 좋은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서방님께서 비젤린님의 신용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기사단 내에서도 서방님께 잘 보이려고 할 거예요. 황금 마탑에서 새롭게 만들어낼 신형 마도구냐 아티팩트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뭐, 스미스가 부탁한다면 몇 개 정도는 그냥 선물용으로 나눠 줄 수 있지.”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것인지, 비젤린님의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한껏 올라가 있었다.

‘딱히 상관은 없지만…….’

냐호가 나를 위해 시란과 누님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이야기해준 것이었기에 나는 냐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뭐어~? 내 도움이 필요하다니 어쩔 수 없네~!!”

그날, 비젤린님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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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나 발정 날 거 같아.”

“…으음.”

“이거, 진짜 밖에 내보내도 괜찮은 거 맞냐?”

“하아, 하악, 서방님…….”

나는 주변을 둘러싸고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는 연인들의 반응에 머리를 긁적였다.

‘생긴 건 그대론데……?’

바뀐 거라고는 평소 즐겨 입던 가벼운 의복 대신, 정장 셔츠와 검은 바지.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에 맞춰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정도다.

아, 걸리적거리던 앞머리를 위로 올린 것도 있다.

‘반응이 너무 뜨겁네.’

나는 얼굴을 잔뜩 붉힌 연인들의 반응에 괜히 머쓱해졌다.

이렇게 좋아해 주는 걸 알았다면 평소에도 옷 좀 신경 써서 입을 걸 그랬다. 뭐, 금방 홀라당 벗긴 할 테지만.

“…다녀올게.”

나는 조금씩 눈빛이 위험해지기 시작한 연인들을 피해서 얼른 비젤린님과 베네오를 데리고 저택을 나왔다.

“베네오는 어때요?”

“…당장 옷을 찢고 따먹고 싶으니까 닥쳐라.”

“넵.”

나는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다가 잿빛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올리면서 마사에서 쉬고 있는 엘을 데리러 간 그녀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역시 후줄근하게 입고 다녀야겠다.’

연인들의 반응이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제 내가 마차를 타고 가자고 한 이유를 알겠지?”

“가면도 쓸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얼굴은 보여줘야 하니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옷을 갈아입는다든지?”

“호들갑은.”

비젤린님이 피식 웃으며 내 옆구리를 작은 손으로 두드렸다.

“쟤들이야 네가 주는 쾌락을 몸이 알아버려서 그런 거고. 일반 여자들은 그냥 좀 넋이 나간? 아니면 흥분하는 정도에서 그칠걸? 왜냐면 제대로 된 쾌락을 모르니까 그걸 느끼겠다고 목숨을 버리고 싶진 않을 거거든.”

“음…….”

“그리고 유명해지는 편이 좋지 않아?”

“그것도, 그렇죠……?”

“그러니까 그냥 가자.”

비젤린님이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내 허리를 작은 손으로 팡팡 두드리셨다.

뭔가 나를 자랑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딱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타라.”

그리고 엘에게 끌려온 마차에 비젤린님과 함께 올라탔다.

·

·

·

“저긴 것 같네요.”

성벽 아래에 진을 치고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차의 속도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진을 치고 있는 병사들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멈춰 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병사들 말고는 구경할 사람은 없겠네.”

“그러게요.”

애초에 황성 주변에 얼쩡거리는 것부터가 체포대상이니, 굳이 병사들이 없었더라도 사람들이 몰려들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여튼, 나는 비젤린님을 품에 안은 채 마차에서 내렸다.

투욱, 툭.

‘……?’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더니.

“허…….”

“…세상에.”

“와아…….”

넋이 나간 얼굴로 병사들은 본인들이 들고 있던 창을 바닥에 떨어트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이라도 흔들어주면 혼절하겠는데?”

“…진짜 그럴 거 같아서 못하겠습니다.”

나는 장난스럽게 웃는 비젤린님을 품에 안은 채 병사들에게로 다가갔다.

짜악──!!

“헉?!”

병사들과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비젤린님께서 가볍게 손뼉을 치시더니 넋이 나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던 병사들의 눈동자에 또렷이 초점이 돌아왔다.

“청장미단 지원 신청하러 왔으니, 길 좀 열어줄래?”

“아…… 아!! 네, 넵!!”

본인들의 손에 창이 없다는 걸 한 박자 늦게 깨달은 병사들이 허둥거리며 얼른 좌우로 길을 터주었다.

그렇게 비젤린님을 품에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간 나는 조금 의외의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가지런히 정렬되어있는 목검.

어떤 용도인진 모르겠지만 수평으로 눕혀져 있는 각목들.

그리고 줄넘기처럼 생긴 몇 개의 도구.

‘…체력 시험?’

딱, 그런 용도로 놓아둔 비품으로 보였다.

“호, 호, 호호, 혹시… 처, 청장미 기사단… 이, 입단 신청하러 오, 오, 오오, 오신 분이신지…요?”

간이 천막 아래에 단상을 펼쳐두고 그 뒤에 앉아 있던 단발머리 여성이 심하게 말을 더듬거려왔다.

‘높은 사람은 그래도 뭔가 좀 다르네.’

시선이 자꾸만 내 얼굴을 향하려고 힐끗힐끗 움직이고 있었지만, 병사들처럼 넋을 놓지 않은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맞아. 입단 신청서 넣으러 왔어.”

“그, 그그, 그러, 시, 시싯, 시군요……!! 자, 잠시만……!!”

그녀는 얼른 몸을 돌리고 품을 뒤적이더니, 작은 유리병을 꺼내 그것의 마개를 열고 안의 내용물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후하아……!! 후우…… 시,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쪽으로 몸을 돌린 여자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저게 마르비우스랑 아드리안이 먹고 왔다는 그 약인 모양이네.’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효과 하나는 아주 발군인 것 같다.

“그, 우선은 최소한 자격 요건이 되시는지 확인을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히 원칙대로 해야지.”

비젤린님께서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시고는 품에서 폴짝 뛰어 내려오셨다.

“…이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단발머리 여성을 따라갔다.

달칵.

여성은 조금 전 내가 이상하게 봤던 각목 하나를 주워들더니, 옷걸이처럼 생긴 기구에다가 그걸 고정 시켰다. 그리고는 목검 하나를 가져와 내게 두 손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 목검으로 각목을 열 번 내려쳐서 부러트리면 일 단계 통과입니다.”

‘……?’

내가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러니까…….”

흠칫.

내가 입을 열자, 목검을 내밀고 있던 여성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저 각목만 부러트리면 된다는 겁니까?”

“그, 그렇습… 저, 이, 이걸 가져가셔야 하는──”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각목.

나는 손에 달라붙은 나무 잔해를 대충 털어내며, 목소리를 깔았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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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 병사는 간부에게 무료로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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