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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 //오늘도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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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콜록!!”
입구에서부터 향수 냄새가 지독하게 나더니, 안으로 들어오니 그 농도가 더욱 짙어져 기침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빌어먹을, 무슨 향수에 샤워라도 하고 나왔나.
‘…딱 봐도 저쪽이겠네.’
두어 번 기침을 더 토해낸 다음, 나는 눈치껏 잔뜩 위축되어있는 놈들에게 다가가 섰다.
‘근데 이 새끼들 표정이 다 왜 이래?’
신병처럼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녀석들은 뭐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고, 맞은편에 유치한 파란색 망토와 모자를 눌러쓴 놈들은 잔뜩 심술 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게 겁먹으라고 노려보는 건 아니겠지?’
나는 한참이나 말없이 노려보고 있는 그들의 시선에 두 눈을 끔뻑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론보다 작은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백날 노려본들 내가 거기에 위축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근데 입단하면 나도 저 망토랑 모자를 써야 하나?’
망토야 색감이 좀 구린 것만 빼면 그럭저럭 디자인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푸른색 장미가 장식된 챙 넓은 저 모자 만큼은 패션에 무지한 내가 봐도 정말 끔찍한 디자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열다섯. 모두 모인 것 같군.”
혼자서 머리에 장미 두 송이를 얹은 놈이 제 딴에 목소리를 내리깔고는 그리 말했다. 아마도 저 장미 두 송이가 대장인지 단장인지 하는 놈일 테지.
“그럼, 대련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타다닥─!!
장미 두 송이 옆에 나란히 서 있던 녀석들이 두 걸음 앞으로 튀어나왔다.
“순서는 이곳에 도착한 순서대로 진행하도록 하지. 첫 번째는 앞으로 나와라.”
그러자 내가 서 있는 라인에서 흔하디흔한 금색 단말 머리의 소년으로 보이는 녀석이 잔뜩 굳은 얼굴로 걸어 나갔다.
“이 앞에 있는 자들 중에 원하는 상대를 지목해라.”
“저는…….”
생긴 건 다르지만, 하나 같이 성격이 더럽게 생긴 눈매를 가진 녀석들의 얼굴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소년.
‘괜찮네.’
상대가 누구든 정수리에 꿀밤을 먹여줄 생각이었으나, 바짝 얼어 있는 병아리들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살짝 약해진 건 사실이다.
반대로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봤던 녀석들에게는 제대로 예절을 주입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합법적으로 한 놈을 잡고 예절을 주입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저분으로 하겠습니다…….”
“아만. 중위권 실력을 가진 녀석이지.”
장미 두 송이의 짧은 설명이 끝나자, 아만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두 자루의 목검을 가지고 무대 위에 섰다. 그리고 아주 도도한 걸음으로 자신을 지목한 청년에게 다가가 그것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방어만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전력으로 덤비도록.”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 목검을 쥐고서 거리를 벌렸다.
‘뭔가, 뭔가 기대가 되는데……?’
진짜 피가 튀고 목숨을 건 영지 전도 경험했다.
그뿐일까?
틈만 나면 치고받는 시론과 케르낙스의 싸움을 수 없이 지켜봤고, 골디아스 왕국에서는 누님 삼 인방이 시란에게 일방적으로 제압당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린아이 재롱이나 다름없을 저 둘의 대련에 흥미가 가는 걸까.
‘좆밥 싸움이 가장 재밌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건가.’
사실 여태까지의 싸움은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고 너무 수준이 높아 내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그런 부류의 전투였다.
하지만 지금 진행될 대련은 다르다.
조금도 긴장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는 대련.
뭐, 대련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일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서 무대 위를 지켜봤다.
“언제든 편할 때 들어와라.”
“…가겠습니다!!”
소년이 두 손으로 꽉 쥔 검을 높게 치켜들더니, 그대로 아만이라는 남자를 향해 뛰어들었다.
탁! 타악! 탁─!!
너무나도 정직한 머리, 어깨, 허리를 노린 공격.
그리고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공격을 받아낸 아만.
‘너무 느린 거 아닌가……?’
처음 머리를 노리고 내리그은 검은 나름 힘도 조금 실리고 속도도 있었지만.
“허억, 허억, 허어억……!!”
스무 번은 휘둘렀을까.
소년은 구슬땀을 흘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래도 저쪽은 조금 봐줄 만하네.’
비록 수비만 했다지만, 아만이라는 남자는 처음과 같은 얼굴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같은 자리를 계속 지키듯 서 있었다.
“져, 졌습니다…….”
“나쁘지 않은 검이었다.”
몇 번 더 검을 휘두르다 패배를 인정하는 소년과 그런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형식적인 위로를 건네는 아만.
“자리로 돌아가 편히 앉아 쉬어도 좋다.”
“……네.”
이름을 밝힐 기회조차 없던 소년은 터덜터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벽에 등을 기대고서 두 무릎을 끌어 앉은 자세로 앉았다.
‘어지럽구만…….’
그래도 기사를 노리고 와서 그런지 다들 기생오라비에서는 조금 먼 얼굴상이었으나, 지독하게 향수를 뿌리고 저렇게 무릎을 끌어안은 채 풀이 죽은 얼굴은 봐주기 조금 힘들었다.
“다음.”
그리고 이어지는 대련.
목검과 목검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뭉툭한 소리가 약간의 텀을 두고서 계속해서 들려왔다.
첫 대련을 보고 생각보다 훨씬 볼 게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것도 잠깐.
“거기까지.”
“큭…….”
“후우…….”
놀랍게도 나름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병아리도 존재했다.
거기서 한 가지 알아낸 건 저 머리에 장미를 단 녀석들도 제각기 실력이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하압!!”
“끄윽…….”
그리고 조금 전 내 옆에 서 있던 녀석이 휘두른 목검에 장미를 머리에 단 녀석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확실히 좆밥 싸움이 재밌네.’
여유가 있으니까 보는 맛도 있다랄까?
“거기까지.”
“…감사합니다.”
“……그, 래.”
머리에 장미를 단 녀석이 겨우 표정 관리를 하고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고, 턱 끝에 맺힌 구슬땀을 닦으며 한껏 밝아진 이름 모를 옆자리 녀석이 당당하게 이쪽으로 걸어왔다.
“……훗.”
‘……?’
잠깐 내 앞에 멈춰서더니, 녀석은 대뜸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제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마지막. 나와라.”
이름 모를 녀석의 곱슬머리를 모두 펴버릴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장미 두 송이의 부름에 고개를 들고 무대 위에 올랐다.
‘근데 누굴 고르지.’
누가 조금 더 맷집이 좋아 보이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너는 이 크리스티앙 비발로가 직접 평가해 주도록 하지.”
“……?”
갑자기 장미 두 송이를 얹은 녀석이 성큼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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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로 백작이 직접 평가한다고……?’
지앙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놀란 나머지, 손바닥의 욱씬거림과 전신의 근육통까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크리스티앙 비발로가 누구인가.
최연소로 단장의 지위에 오른 남자이자, 무려 ‘여자 도적’을 제압한 진짜 실력자였다.
‘젠장…… 벌써부터 특혜를 받다니!!’
대련으로 몸을 풀었기 때문일까.
지앙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대의 태산 같은 덩치에 위축되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검은 머리 사내를 향해 이를 갈았다.
“나 역시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수비만 할 것이다.”
크리스티앙이 목검을 뽑아 들었다.
‘역시 비발로 백작…….’
검을 들고 서 있는 자세조차 기품이 넘쳐 보였다.
“또한, 나를 한 발자국이라도 뒤로 물러나게 만든다면 이 자리에서 너를 단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조하지.”
““……!!””
크리스티앙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지앙과 다른 지원자들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크리스티앙의 실력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익히 알고 있다지만, 이름 모를 검은 머리 남자의 태산 같은 체구 역시 위압감이 대단했기에 지앙과 지원자들은 혹시나 이 자리에서 크리스티앙이 망신을 당하는 건 아닐까 작은 기대를 품었다.
“이번에 내 단원이 될 녀석들은 나를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
크리스티앙의 발언에 지앙과 지원자들은 얼른 두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혹시라도 여기서 잘 못 찍혀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몸을 납작 엎드린 것이다.
“다들 고개를 들어라. 오늘 너희에게 청장미 기사단장이 어떤 남자인지 보여줄 테니.”
오만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지앙과 지원자들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나도,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서고 말 테다…….’
지앙은 예술 그 자체인 모자를 눌러쓰고, 오연히 목검을 든 채 서 있는 크리스티앙을 어느새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저…….”
여태껏 조용히 서 있던 검은 머리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만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길게 늘어트린 목검을 쥔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묻는 예의 없는 행동.
‘근데 왜 품위 있어 보이는 거지……?’
분명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었으나, 어째선지 그 행동이 몹시 품위 있게 보였다.
“…내가 말이 길었군. 준비되면 시작하도록.”
“아, 예.”
검은 머리 남자는 늘어트리고 있던 목검을 바로 잡더니.
또각─ 또각─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정확히 크리스티앙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높이 치켜드는 팔.
“……하.”
대놓고 머리를 노리겠다는 그 행동에 크리스티앙이 목검을 바로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어디 한번 쳐……”
파아앙──!!
귀가 저릿한 굉음과 함께 무대 위로 비산하는 나무 조각과 푸른 장미 잎.
털썩.
그리고 한 박자 느리게 허물어지는 금발의 사내.
“어……?”
누가 소리를 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모두가 같은 소리를 내었으니까.
마치 시체처럼 바닥에 엎어진 크리스티앙을 향해 검은 머리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엎어진 그를 바로 눕혔다.
그리고 이마가 새빨갛게 물든 그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숨을, 안 쉬네……?”
황궁이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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