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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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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저택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아하하핫!! 아, 콜록, 콜록……!! 푸하핫!!”
눈물까지 흘리며 시원하게 웃으시는 비젤린님.
“꺼흑, 끅, 아이고 배야…… 킥킥…….”
십 분쯤 흘렀을까.
겨우 웃음을 멈춘 비젤린님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시더니, 자연스럽게 내 허벅지 위에 앉으며 말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었다지만, 어떻게 머리를 깨 버릴 생각을 해?”
“…머리까지 깰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이건 진심이다.
가능하면 머리에 혹 하나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휘두르기는 했지만, 설마 거기서 목검이 부러질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아아~ 정말 오랜만에 실컷 웃었네.”
“딱히 웃을 일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크리스티앙인가 뭔가 하는 놈이 쓰러진 후, 나는 몹시 찰진 손맛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녀석의 상태를 확인해 봤고, 정말 놀랍게도 녀석의 호흡은 멈춰있었다.
‘…목검에 머리 한 대 맞았다고 숨이 멎는 게 말이냐고.’
물론, 들려온 소리가 심상치 않았고 내가 휘두른 목검에도 실금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숨이 멎다니.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가 살인범이라니.
하지만 내 적절한 조치로 다행히 나는 살인범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푸흐흐, 거기서 인공호흡도 안 하고 그냥 냅다 가슴을 치는 구조 법이 어딨니?”
“…인공호흡 할 바에는 차라리 살인법이 되고 말죠.”
그래, 나는 숨이 멎는 놈의 가슴을 냅다 후려쳤다.
-어, 어? 야!! 숨셔! 숨 쉬라고 새꺄!!
-윽, 큭, 억, 커억……!!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신속하고 현명한 응급조치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놈의 갈빗대 여러 개에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아무튼, 장미 두 송이를 잃은 녀석은 내 덕에 목숨을 다시 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였기에 나는 적당히 넋이 나가 있는 장미쟁이 놈들 하나를 붙잡고 대충 자리를 마무리 짓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병사나 기사들을 불러 일을 키우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놈들은 합격자는 후에 거주하고 있는 저택으로 통지서를 보내겠다며 나와 지원자들을 모두 내보냈다.
“합격하겠죠?”
“단장의 대가리를 깨버렸는데 떨어트리겠니?”
“…보통은 떨어트리지 않습니까?”
“후후, 스미스 네가 보통은 아니잖아.”
비젤린님께서 편하게 내 가슴팍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네 뒤에 내가 있는걸 아는데 널 떨어트린다? 그건 나랑 전쟁하자는 거야.”
“역시 비젤린님. 든든합니다.”
“뭐, 내가 좀 그래~”
나는 작은 두 다리를 까딱이는 행동이 귀여워 비젤린님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는데, 평소였다면 아이 취급하지 말라며 거절했을 비젤린님께서 고롱고롱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내 손길을 받아주셨다.
‘비젤린님은 칭찬에 몹시 약하시구나.’
인형이었던 시오린의 몸으로 관계를 맺은 적은 있지만, 비젤린님은 진짜 육체로는 나와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시란의 말로는 비젤린님의 종족과 관련된 문제라고 하던데.
‘아직은 조금 무리지.’
이제야 겨우 머리 쓰다듬는 걸 허락받았는데 그걸로 들떠서 일을 망치는 실수를 저지를 정도로 눈치가 없지 않다.
‘그래도 뭐…….’
“흥흥~”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
“흐아으음~”
따스한 아침 햇살에 눈을 뜬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허전한 주변에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버텨라 스미스…….’
이틀 전, 그러니까 크리스티앙인지 뭔가 하는 놈의 대가리를 깨부수고 저택으로 복귀한 나는 발정나서 사나워질 대로 사나워진 아내들에게 정액 한 방 나오지 않을 때까지 쥐어 짜였다.
정확히는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있던 시스에게 털린 거지만.
아무튼, 충분히 본인들의 욕구를 해소한 연인들의 피부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고, 어제는 평소처럼 안마를 받고 함께 잠들었다.
“그런데 케르낙스까지 없는 건 조금 서글프네…….”
적어도 누구 한 명은 함께 있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오늘따라 시린 옆구리를 슥슥 문지르며 침대 옆 탁상에 놓여 있는 통신구를 붙잡았다.
“기에나?”
-편히 주무셨습니까.
언제 어디에서든 기에나를 호출 할 수 있는 나만의 호출기.
말 그대로 호출하는 용도였기에 대화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다.
“토스트와 우유 가지고 왔습니다.”
왜냐면 기에나가 직접 찾아오니 말이다.
바사삭─
입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부드러운 풍미와 곁에 앉은 기에나의 체온 덕분에 나는 금방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케르낙스는 산책?”
“제도에 오신 건 처음이시라, 아기용품을 직접 보실 겸 거리로 나가셨습니다. 호위로는 시론과 시란님께서 함께 가셨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둘이라면 안심할 수 있지.
스윽.
토스트 다섯 개를 깔끔하게 먹어 치우고 우유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기에나가 가슴골 사이에서 푸른색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오늘 아침에 스미스님 앞으로 도착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파란색은 거기에 넣지 마.”
“알겠, 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싫어하니 하지 않겠다고 대답하는 기에나.
‘딱 봐도 그 새끼들이 보낸 편지잖아.’
다른 건 몰라도 사내놈의 손이 탓을 물건이 내 연인의 살결에 닿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치이익──
나는 대충 편지 봉투를 찢어 안의 내용물을 펼쳤다.
파닥파닥.
옆에 다소곳이 앉은 기에나의 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같이 읽어도 괜찮아.”
“……그럼.”
기에나가 수줍게 뺨을 붉히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왔다. 그렇게 우리 둘은 사이좋게 글을 읽어 내려갔다.
“축하드립니다.”
편지에 적힌 글은 몇 줄 되지 않았기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기에나가 말했듯, 편지의 내용은 대충 합격했으니. 제복을 맞추기 위해 내일 황성에 들려 치수를 측정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게 전부였다.
“으음.”
“왜 그러시는… 꺄흣?!”
나는 내게 기댄 기에나의 뾰족한 귀를 입에 물고 오물거렸다.
“스, 미스으, 니임……♥”
조금씩 체온이 올라가는 기에나.
나는 입에 물고 있던 기에나의 귀를 뱉어낸 다음, 그대로 기에나를 번쩍 안아다가 내 다리 사이에 앉혔다.
“걔들 제복 진짜 촌스러웠거든.”
“…스미스님께선 뭘 입으셔도 멋지실 테니 괜찮을 겁니… 하읏!!”
계속해서 기특한 소리만 하는 기에나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앞치마 속으로 두 손을 넣고 볼륨감 넘치는 기에나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근데 기사단이면 출퇴근은 되려나?”
“처, 청장미 기사단은, 되, 되는 것… 읏♥”
얇은 천 위로 조금씩 오뚝하게 솟아오르는 딱딱한 돌기를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조금 강하게 꼬집자, 기에나의 허리가 음탕한 곡선을 만들어냈다.
“그럼 다행이고.”
그 이상한 모자는 마음에 안 들지만, 출퇴근을 할 수 있다면야 그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지.
“오늘은 위 말고 아래로 먹어줄래?”
“……네에.”
기에나는 위아래 모두 배불리 먹은 탓에 그날 점심을 걸렀다.
**
다음 날.
“다녀올게.”
어제 받은 편지에 적힌 내용대로 나는 내가 입을 제복의 치수를 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비젤린님과 함께 황성으로 향했다.
“졸리시면 더 주무시지.”
“흐아으음~ 됐어. 다른 사람 딸려 보냈다가 무슨 사고 칠 줄 알고.”
“흠흠, 역시 비젤린님. 의지가 됩니다.”
“흥~”
나는 황성에 도착할 때까지 품에 안겨 하품하는 비젤린님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그럼.”
베네오와 비젤린님께 인사한 다음, 나는 바짝 긴장해 있는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저번에도 이 사람들이었던 거 같은데.’
묘하게 얼굴이 익은 여기사들을 향해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침부터 고생하시네요.”
““……!!””
뭐지.
몰링타에 있을 때는 리나랑 다른 병사들에게 매일 해주던 인사였는데.
나는 과할 정도로 두 눈을 부릅뜨며 얼굴을 붉히는 여기사들의 반응에 뺨을 긁적였다.
“청장미 기사단 제복을 맞추러 왔는데…….”
“그, 괘, 괘, 괘괘, 괜찮으시면……!!”
“……?”
뭐가 괜찮다는 걸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말을 하다 말았던 여기사가 두 눈을 질끈감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제가 직접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아, 네. 바쁘신 게 아니라면야.”
“가, 감사합니다!!”
너무 티나게 기뻐하는 여기사.
그리고 주변 동료들은 그녀를 몹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누가 봐도 오늘 내가 올 걸 알고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반응이었다.
‘귀엽네.’
나는 새삼 아르델라의 부관인 벨라니스경과 요새의 기사들이 얼마나 인내심이 강한지 알게 되었다.
‘아니, 옷 빨도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그녀들이 호의적이면 내게도 좋은 일이기에 나는 코트를 괜히 한 번 펄럭여준 다음 여기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스윽.
“힉……?!”
“…….”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여기사의 옆에 바짝 붙자, 여기사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내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 죄송합니다. 제가 옆에서 함께 걷는 걸 좋아해서.”
“아, 아아, 아닙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주변을 지나던 기사와 집사, 그리고 귀족으로 보이는 여성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럼, 계속 안내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 무무, 물론입니다…….”
여기사도 주변의 시선을 인지한 것인지, 잔뜩 붉어진 얼굴로 한껏 낮춘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조심스럽게 쭈뼛쭈뼛 내 곁으로 다가왔다.
‘경매장에 섰을 때 기분이네.’
뭔가 그리우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반응에 살짝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사와 나란히 길을 걷기를 잠깐.
“그, 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앞에 주어가 생략됐지만, 눈치껏 내가 청장미 기사단에 입단한 걸 축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입단과 동시에 단장이시라니…… 대, 대단하십니다……!!”
“그런…… 네?”
“……네?”
나와 여기사는 서로 다른 이유로 한동안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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