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71화 (57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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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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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그러니까…….”

나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며 말을 이었다.

“원래 단장이었던 분께서 내려오시고, 부단장이랑 나머지 단원들이 저를 단장으로 추천했다……?”

“그, 그렇습니다…?”

내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는지, 여기사는 안절부절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이쪽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이 새끼들이 무슨 생각이지?’

장담하는데 좋은 의미로 내게 단장 자리를 준 게 아닐 거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게 분명하다.

‘애초에 이제 막 입단하는 놈이 기사단장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아니, 상관없나?

말만 기사단이지, 사실 명예직에 더 가깝고.

하는 일이라고는 같은 고추 달린 새끼들이 난동 부리면 적당히 목검으로 두들겨 주는 게 전부인데…….

생각해보니 딱히 안 될 건 또 없어 보이기도 했다.

“호, 호호,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닙니다. 조금 놀라서.”

“아!! 그, 그러셨군요… 하, 하하……!!”

본인이 무슨 말실수라도 저질렀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던 것인지, 창백하던 여기사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아오는 것을 넘어 다시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수틀리면 전부다 대가리를 깨버린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쉽다.

게다가 대가리가 깨지긴 했지만, 크리스티앙인지 뭔지 하는 놈이 멀쩡히 살아 있기도 하니 이제 거리낄 게 없다. 물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상생활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처럼 들리긴 했다만.

‘신전에서 요양 좀 하면 괜찮아지겠지.’

나는 사제님들의 따스한 약손을 믿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놈들의 뚝배기를 후려칠 생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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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지, 이렇게 땡땡이를 쳐도 되는 건가?

나는 헤실헤실 웃는 여기사를 뒤로하고 붉은 가죽과 황금으로 꾸며진 화려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아, 청장미 기사단에 입단한 스미스라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이 지긋한 귀부인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해 왔고, 나는 얼른 예의를 갖춰 나를 소개했다.

“소문으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잘생겼다고 칭찬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기품 때문인지, 귀부인의 칭찬은 여태껏 들었던 아부와 사심이 반반 섞였던 그런 종류의 칭찬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오늘 스미스님을 담당하게 된 벨마 이드리온이라고 합니다. 혹, 제가 불편하시다면 남성분으로 교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그럼.”

의외였던 걸까.

귀부인은 잠깐 나를 말 없이 올려다보더니, 이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뭔가 백화점에 온 것 같네.’

여러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마네킹과 그 마네킹을 꾸미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예복들.

벨마 귀부인은 나를 커다란 거울이 세워져 있는 곳에 멈춰 세웠다. 그리고 정장 주머니에서 내가 익히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눈금이 그어져 있는 줄자를 꺼내며 내게 말했다.

“혹, 걸치고 계신 외투를 벗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다른 뜻은 없고 조금 더 정확한 치수를 재기 위해 필요한지라.”

“물론입니다.”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나는 시론이 골라준 롱코트를 벗어다가 옆에 있던 마네킹 위에 살짝 걸쳤다.

“아, 혹시 다른 곳에 걸어야 합니까?”

“…그럴 리가요.”

벨마 귀부인은 희귀 동물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나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으셨다.

“음,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그녀는 어딘가로 가더니, 딱 봐도 푹신해 보이는 방석이 깔린 커다란 의자를 가지고 돌아왔다.

“팔의 치수를 재야 하는데 스미스님께서 너무 크신지라, 이곳에 앉아 주시겠습니까?”

“이런, 말씀하셨으면 제가 그냥 숙였으면 되는데.”

“귀한 분을 함부로 숙이게 할 수는 없지요.”

나와 귀부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뭔가 대화하기 엄청 편한 분이시네.’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진 연인들 만큼은 아니지만, 단언컨대 초면에 이토록 편하게 대화를 나눠본 사람은 벨마 귀부인이 처음이다.

그 덕인지 치수를 채는 건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끝이 나 있었다.

앉아서 팔을 펴고 몇 마디 나누고 하하호호 웃었을 뿐인데 끝나 있더라.

“스미스님.”

“예?”

마네킹에 걸어두었던 코트를 다시 걸치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르비우스 황자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

귀부인은 품에서 특별한 꾸밈없는 편지지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내가 그것을 받아들자, 귀부인이 예의 그 인자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황자님께서 특별한 분이라고 말씀하시더니, 확실히 스미스님께서는 다른 남성분들과는 많이 다르신 분이시군요.”

“뭐어…… 조금?”

“하하.”

짧게 웃던 귀부인은 내가 앉아 있던 의자를 집어 들었다.

“편지는 이곳에서 읽으신 후 다시 제게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편지를 읽는 동안 자리를 피해 주기 위함인지 귀부인은 의자를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

‘저게 연륜이라는 건가.’

나는 그녀의 배려에 감탄하며, 손에 쥔 편지를 펼쳐봤다.

『들어오자마자 사고를 쳤다는 소식은 들었느니라.』

‘마르비우스가 알고 있을 정도면…….’

대충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대의 뒷배가 비젤린 공작이라 다행이지, 황금 마탑주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뇌옥에 갇혔을 것이야. 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황궁이 주춧돌 하나 남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일 테지만.』

대충 예상은 했지만, 그날 내가 아무 일 없이 황궁을 나올 수 있었던 건 비젤린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였다. 그보다 비젤린님이 작위도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는데.

『스미스, 그대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비렁뱅이 놈들이 그대를 쫓아내기 위해 그대를 단장으로 추대했느니라.』

이 빌어먹을 놈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뭐, 그대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겠지만, 그 비렁뱅이 놈들은 그 사실을 모르니.』

‘그래서 그게 뭐죠?’

『어쨌든, 그대가 청장미 기사단에 입단한다는 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느니라. 그러니 딱 열흘만 기다리거라. 내가 꼭 그대를 데려올 터이니.』

‘…….’

결국, 비렁뱅이들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 없이 편지는 끝이 났다.

‘…나한테는 타격이 없을 거라고 하니 그걸로라도 위안을 삼아야지.’

그리고 내가 편지를 반으로 접으며 마음을 추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벨마 귀부인이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화르르륵──!!

손에 쥐고 있던 편지지가 귀부인의 손에 들어가자, 순식간에 불이 붙더니 잿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해버렸다.

“황자님께서 스미스님의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무척이나 즐거워하십니다. 저는 황자님께서 그토록 환하게 웃으시던 걸 그날 처음 보았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황자님과는 무슨 관계이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대단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건 황자님께 직접 여쭤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출구로 모시지요.”

나는 걸음걸이 하나에서조차 기품이 느껴지는 귀부인의 뒤를 조심히 따라 걸었다.

‘매우 높은 확률로 높으신 분 같은데…….’

마르비우스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정도라면 꽤 신뢰받고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게다가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시다니.

“제복은 이틀 후에 저택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출근은 언제부터 하면 됩니까?”

“제복을 받으시고 불편함이 없으시다면 다음날 바로 출근해주시면 됩니다.”

즉, 사흘 후에 출근하라는 소리였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시길.”

“아, 예…….”

나는 얼른 귀부인에게 마주 인사한 다음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

·

·

·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

“유모요?”

“응. 내 기억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라면 유모가 맞아.”

나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비젤린님께 벨마 귀부인의 정체를 물어봤고, 방금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갓난아이일 때부터 지금까지 쭉 돌봐준 사람이지. 젖 물리는 시녀는 따로 있었지만.”

“…그럼, 황자가 사실 황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아는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 기저귀도 직접 갈고 다 했을 테니까.”

“…보니까 마법도 사용하시는 것 같던데.”

“맞아. 우리 마탑 출신이거든. 그래서 말하는 건데 너무 경계하지 마. 그 아이가 조금 깐깐하게 생겼어도 속이 깊고 착하거든.”

“그, 렇군요…….”

딱히 경계한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소녀와 다를 바 없는 비젤린님께서 벨마 귀부인을 ‘아이’라고 칭하니, 새삼 비젤린님의 정확한 나이가 궁금해졌다.

“그보다 얼핏 들었는데, 단장으로 추대됐다면서?”

“아, 맞다.”

대충 마음에 안 들면 대가리를 깨버리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슨 꿍꿍인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제 잘난 거 뽐내는 거랑, 이간질해서 싸움 붙이는 게 전부인 놈들이 해봤자 뭘 하겠어.”

비젤린님이 콧방귀를 뀌며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셨다.

“끽해봤자 아무 일감이나 다 물어오고, 너 아무것도 모를 때 서류 잔뜩 제출해서 지치게 만드는 게 전부겠지.”

스윽.

비젤린님께서 슬쩍 고개를 드시더니, 보들보들한 두 손으로 내 뺨을 잡으며 맞추셨다.

“단장으로 추대한 다음, 네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려는 거니까 말리지 말고 잘 붙어 있어. 알겠어?”

이대로 조금만 더 고개를 숙이면 입술을 맞출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대답이 없어?”

“아, 네. 제가 버티는 건 또 잘합니다.”

“그래. 혹시라도 누가 와서 꼽주면 나한테 말하고.”

“알겠습니다. 벌써 든든하네요.”

“흐흥~”

비젤린님의 말대로 누가 꼽을 준다고 해서 일러바칠 생각은 없지만, 나는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 살짝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렇게 오늘도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마음껏 비젤린님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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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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