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73화 (57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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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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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톡.

케르낙스가 바늘에 묶어둔 실을 이빨로 살짝 끊어 냈다.

“티는 안 나는 것 같다만…….”

“아니야. 진짜 완전 감쪽같아.”

나는 케르낙스의 손에 들린 제킷을 슬쩍 넘겨받아서 얼른 몸에 걸쳐봤다.

비젤린님이 마법으로 수선하고 케르낙스가 직접 떨어진 단추를 다시 꿰매어 준 자켓.

디자인과 색감은 받았던 그대로지만, 두 사람의 손을 타서 그런지 아침에 입었을 때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 착용감도 좀 더 좋아진 것 같고.

“흐흐, 잠깐만 기다려.”

나는 얼른 옷장으로 뛰어가 빳빳하게 옷걸이에 걸려 있는 코트를 꺼내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챙 넓은 모자를 삐뚜름하게 눌러쓰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때?”

“검은색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만, 그것도 어울린다.”

역시 케르낙스.

나와 마음이 통했다.

장미가 올라간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케르낙스의 말대로 색상이라도 청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면 훨씬 멋져 보였을 텐데.

“으음…….”

“왜 그래? 아파?”

갑자기 배를 감싸며 신음하는 케르낙스의 모습에 나는 화들짝 놀라 얼른 케르낙스에게 달려갔다.

“그게 아니라, 겨울이도 스미스 네 모습이 좋은지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래?”

나는 얼른 모자를 벗어 케르낙스의 배에 귀를 가져댔다.

꾸욱.

“……!!”

소리를 들어보려고 귀를 가져댔던 나는 갑자기 뺨을 눌러오는 감촉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바, 방금 날 만졌어!!”

“푸흡……”

너무 호들갑을 떤 걸까.

케르낙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는다.

아, 참고로 겨울이는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은 아이의 태명이다.

나는 작명에 센스가 없어 전적으로 케르낙스에게 맡겼는데, 시론과 둘이 상의한 결과, 겨울에 태어나니까 겨울이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겨울아. 너무 빨리 나오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늦게 나오지도 마렴.”

딱!

“끄응…….”

나는 욱씬거리는 이마를 쓰다듬으며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살짝 화난 케르낙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크흠…… 건강하게만 나와주렴.”

스윽.

그제야 케르낙스가 다시 얼굴을 풀고 내 이마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곧 태어날 아이도 당연히 소중하지만, 내게는 그래도 케르낙스가 조금 더 소중했다.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케르낙스는 본인보다 뱃속의 겨울이를 더 소중하게 여겼기에 가끔 내가 겨울이에게 이런 말을 하면 저렇게 화를 내곤 한다.

“그러면 내려가서 한 번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아가씨.”

“…오늘 밤에 나도 검으로 찌를 건가?”

“원하신다면.”

“……혹시 모르니까 뒤로.”

케르낙스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내 소매를 살짝 붙잡는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나는 살짝 허리를 숙여 소매를 붙잡은 케르낙스의 손등에 입술을 맞췄다. 그러자 케르낙스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황궁에 있는 다른 기사나 귀족들에게는 하지 마라.”

“질투?”

“……그래.”

오늘 무슨 날인 걸까.

다들 왜 이렇게 요망한 거지.

“다른 건 몰라도 절대 입술은 안 맞출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빨갛게 달아오른 케르낙스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금방 다녀올 테니까 딱 기다려.”

“…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케르낙스의 모습에 나는 확신했다.

아주 높은 확률로 내일 지각하거나 몹시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게 될 거라고.

**

“하아음…… 그럼… 다녀올게….”

모자를 대충 손에 쥔 채 나는 마차에 올라탔다.

“피곤하면 그냥 하루 쉬지 그래?”

함께 마차에 올라탄 비젤린님이 자연스럽게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그러고 싶긴 한데…… 게으름뱅이들이 다 그렇게 하나씩 미루다가 생겨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연인들과 늦은 새벽까지 침대에서 뒹군 건데.

사실 마지막에 시스가 슬그머니 난입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렇게까지 피곤하진 않았겠지만…….

아무튼, 앞으로 태어날 겨울이를 위해서라도 고작 이런 일로 앓는 소리를 낼 수는 없다.

“그런데 확실히 내 정액이 애들한테 좋긴 한 모양이야.”

비젤린님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이 퀭한 나와 다르게 침대에 눕거나 출근, 그리고 지금 마차를 몰고 있는 베네오까지 모두 얼굴에서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억.

나는 눈치를 살피다가 비젤린님의 정수리에 턱을 얹었다.

“도착할 때까지만 이러고 있어도 됩니까?”

“특별히 허락해 줄게.”

“흐흐, 감사합니다…….”

아주 작고 소중한 인형을 품에 안 듯 조심스럽게 비젤린님을 끌어안으며 나는 편하게 그녀의 머리에 턱을 얹고 눈을 감았다.

·

·

·

“…미스야.”

“쓰읍……?”

허벅지를 두들기는 감각에 정신을 차린 나는 습관처럼 침을 삼키며 눈을 떴다.

“내 머리에 침 흘린 건 아니지?”

“……다행히.”

“흘렸으면 아주 꼬집어 줬을 거야.”

시론보다 작은 손을 위협적으로 펼쳐보이는 비젤린님.

‘진짜 어제부터 다들 왜 이래.’

만약 새벽에 쌓아둔 성욕을 모두 풀지 않았더라면 사타구니에 커다란 텐트가 하나 쳐졌을 거다.

“도착했으니까 내려.”

“같이 안 내리십니까?”

“나는 잠깐 들를 데가 있거든.”

비젤린님은 오늘 내 호위 겸 황금 마탑에 볼 일이 있으시다며 따라오셨다.

“그러면 나중에 뵙겠습니다.”

“모자쓰고 내려야지.”

“아참…….”

나는 대충 식탁 위에 던져둔 모자를 삐뚜름하게 눌러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진짜 다녀오겠습니다.”

“그래그래.”

귀엽게 손 인사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나는 마차에서 내린 다음, 마부석에 앉아 있는 베네오에게도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

스윽.

힐끗 나를 곁눈질하던 베네오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고삐를 쥐고 있던 손 중 하나를 들어 아주 살짝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뭐지. 진짜 무슨 큰 사건이라도 터지려는 건가?’

그 단호한 베네오가 나를 향해 손인사를 해주다니.

나는 몹시 기쁘면서도 이제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참아 보긴 해야겠군.’

아무래도 어제부터 너무 행복한 일만 겪은 게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무심코 휘두른 주먹에 진짜 운이 더럽게 나빠서 어떤 놈 대가리가 깨져 죽기라도 하면 그보다 최악인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몸도 피곤한데 오늘은 대충 탐색하는 기분으로 둘러보기나 해야겠다.’

하품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삼킨 나는 몸을 돌려 성문으로 향했다.

철컥─!!

멋진 백색 갑주를 착용한 기사들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붙이며 나를 향해 예를 보내왔다.

‘얼굴은 전혀 안 그렇지만.’

어떻게든 모자에 가려진 내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여기사들.

솔직히 저건 좀 무섭다.

‘근데 인사를 받아줘야 하나?’

보통 이런 건 상급자가 인사를 받아줘야 하급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소속은 다르지만, 직급상 나는 여기사들의 상급자였다.

잠깐의 생각 끝에 나는 그녀들 사이를 지나치며 양손을 살짝 움직였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군.”

툭. 툭.

“헙……?!”

“흡……!!”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두 여기사는 감전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몸을 바르르 떨며 고개를 바짝 치켜드는 기묘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청장미단 건물은 입단 대련할 때 한 번 가보았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안내인 없이 터덜터덜 혼자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어우, 무슨 동물원에 온 기분이네.’

물론, 관람객이 아니라 관찰당하는 쪽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역시 황궁이라 그런지, 집사복을 입은 여성들과 기사나 병사들. 그 밖에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걸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길을 걷다, 혹은 볼일을 보던 그녀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내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뜨거운 시선을 보내왔다.

‘관심 있으면 차라리 와서 말이나 걸어 볼 것이지.’

괜히 뚫어지게 바라만 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몰링타에서의 생활로 이런 시선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황궁에서 받는 시선은 몰링타에서 받던 시선과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끈적하고 기분 나쁜…… 뭐 그런 종류의 시선이랄까.

‘그래도 건물이 가까워서 다행이지.’

성문에서 대략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우뚝 솟아 있는 청장미 기사단 건물.

“콜록, 콜록……!!”

계단을 올라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흘러나오는 지독한 향수 냄새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 씹새들이…….’

사실은 좁은 집무실에 나를 가두고 향수에 중독시켜 암살하려는 게 아닐까?

다른 건 몰라도 내일부터 향수는 금지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익숙한 향수를 불러오는 광경에 잠깐 눈을 끔뻑였다.

“똑바로 서라.”

“하, 목걸이에 반지…… 놀러 왔냐?”

촌스러운 망토와 모자를 쓰고 있는 놈들.

““…….””

똑같이 촌스러운 망토와 모자를 썼지만, 뭔가 신병 티가 팍팍 나는 놈들.

“아, 오셨습니까.”

병아리들을 세워두고 노려보고 있던 꼰대 마인드를 가진 놈들 속에서 저번에 크리스티앙 옆에 달라붙어 있던 놈이 나를 발견하고는 아는 척을 해왔다.

힐끗힐끗.

그리고 나머지 꼰대 마인드를 가진 놈들이 슬쩍 나를 곁눈질하며 고개만 대충 까딱 숙이며 대충 인사인지 뭔지를 해왔다.

“오시자마자 죄송하지만, 할 일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우선 집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름 모를 꼰대놈은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나에게 손짓했다.

나는 바짝 얼어 있는 병아리들을 힐끗 바라보다가 놈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와씨, 3층까지 있다고?’

건물이 높을 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지만, 고작 스무 명의 인원이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곳이 단장님의 집무실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집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시발. 무슨 공주님 방이냐고.’

여성스러웠다.

도대체 기사단장 집무실에 마네킹은 왜 있고 보석과 장신구들은 왜 진열되어 있단 말인가.

‘그보다 저 서류의 산은 또 뭐야.’

거의 내 앉은 키만큼 쌓여 있는 종이의 탑에 슬슬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 이쪽에 앉으셔서 이 도장으로 여기 있는 서류들을 천천히 읽어 보시고 도장 찍어주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점심에 다시 오겠습니다.”

“잠깐.”

나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을 나가려던 이름 모를 놈을 붙잡았다.

“무슨 문제라도?”

“일단 너 이름이 뭐냐?”

“…아, 소개를 깜빡했군요.”

내가 말을 놓아서 그런 건지, 놈의 입꼬리가 순간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로안 디트로트라고 합니다.”

“그래 로안.”

나는 몸을 돌려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내가 일단 단장이잖냐?”

“…그렇습니다.”

“단장의 권한이 어떻게 되냐?”

“……어떤 권한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딱딱하게 경직된 목소리.

그에 나는 똑같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놈에게 말했다.

“기사단 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율 같은 거. 내가 정할 수 있나?”

“……황실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라면 가능합니다.”

“그렇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놈을 놓아주었다.

“로안경.”

“…네. 단장님.”

내가 예를 차려서 그런 걸까.

놈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향해 차렷 자세를 취했다.

나는 서류가 잔뜩 쌓인 책상에 대충 걸터앉으며 놈을 향해 말했다.

“내일부터 향수 금지다.”

“……예?”

“향수 금지라고. 향수 뿌리고 출근하는 새끼는 내가 개인 지도해 줄 거라고 내려가서 전해.”

“…….”

“싫냐? 싫으면 너부터…….”

“아, 아닙니다!! 저, 전하겠습니다…….”

내가 주먹을 쥐며 일어나려고 하자, 놈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신입들부터 한 명씩 올려보내. 면담 좀 하게. 누가 누군지는 알아야 굴려 먹을 거 아니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로안경 자네는 오후까지 단장이 해야 하는 업무가 뭐뭐 있는지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있게 간추려서 보고하고.”

“…알, 겠습니다.”

“표정이 어둡다? 싫냐?”

“아, 아닙니다…… 하, 하하.”

“그래. 웃어. 웃어야 복이 온다고.”

나는 녀석을 노려보며 마주 웃어주었다.

“그럼 가 봐.”

“……네.”

놈은 내게 인사하는 것도 잊은 채 도망치듯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혼자가 된 나는 조금 상쾌해진 기분으로 의자에 앉아 서류더미를 바라봤다.

‘이렇게 많이 주면 나야 고맙지.’

잘 찾아보면 저 속에 쓸만한 정보 몇 개는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더럽게 많네…….”

로안이라고 했던가.

‘그 새끼는 당분간 간식 셔틀로 써먹던가 해야지.’

나는 모자를 대충 던져두고 서류를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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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즐거운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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