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74화 (57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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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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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시킨 대로 한 명씩 집무실을 찾아오는 단원들과 가벼운 대화 겸 호구 조사를 진행했고, 수북이 쌓인 서류를 훑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다.

똑. 똑. 똑.

“들어와.”

절반도 읽지 못한 서류를 대충 책상 위에 던지며 의자에 몸을 기대자, 집무실 문이 열리며 부단장인 로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내가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들은 거 같았는데.

“여기 식당도 있나?”

“정오가 되면 황실 시종들이 요리를 가져와 홀에 세팅합니다. 그보다 나오셔서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를 것 같습니다만…….”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나를 바라보는 놈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눈은 왜 그렇게 뜨나? 불편하면 내가 한 번 봐줘?”

“…잠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놈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더니 얼른 두 눈을 크게 뜨며 다급히 대답했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로안을 따라 ‘홀’이라고 부르고 있는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을 끔뻑였다.

‘이게 그 판타지식 출장 뷔페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길게 나열되어있는 다양한 종류의 요리와 주류를 비롯한 후식들.

나는 벌써 넓은 유리 접시 하나씩 손에 쥔 채 일렬로 나란히 서 있는 놈들에게 말했다.

“눈치보지 말고 먼저들 먹어라.”

팰 때 패더라도 밥은 먹이고 패야지.

“로안경도 가서 식사하고.”

“……예.”

내 눈치를 살피던 놈은 거의 도망치듯 뛰어가더니 후딱 제 몫의 접시를 쥐고 당당히 가장 앞자리로 향했다.

그걸 가지고 한소리할까 잠깐 고민해 보았으나, 그래도 짬 대우는 해주는 게 맞겠다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뭔 풀떼기밖에 없냐.’

그렇다. 내가 고개를 돌린 이유다.

종류가 다양한 건 맞지만, 정말 놀랍게도 하나 같이 샐러드 아니면 고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샌드위치들만 가득했다.

저런 걸 먹어서 어떻게 힘을 내라는 건지.

나는 조용히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절묘하게 홀에서 볼 수 없는 위치에 반듯하게 서 있는 열 명의 여성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쓰읍, 기에나랑 베네오한테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중에 저택으로 돌아가면 그 둘에게도 집사복을 한번 입혀봐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뒤로하며 내 등장과 동시에 눈을 바닥으로 내리까는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내일부터는 고기 종류도 몇 개 넣어줬으면 하는데,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시종이 대표였던 건지, 내 물음에 곧장 대답해왔다.

“그러면 부탁 좀 하지.”

“네.”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해질 정도의 단호한 대답과 대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집무실에서 좀 편히 쉬라고 해주고 싶은데.’

이곳에는 이곳만의 규칙이 있을 텐데, 첫날에 오자마자 그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행동하는 건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내가 규칙을 잘 지켜야 놈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와도 덜 눈치 보일 테니 말이다.

‘혹시 모르니까 베네오한테 도시락 좀 부탁해야겠다.’

나는 여전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시종들을 뒤로하고 홀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충 샌드위치 몇 개와 버터 바른 빵으로 허기만 적당히 달랬다.

그리고 식사가 모두 끝났을 때, 나는 또 하나의 아주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두 시까지 휴식 시간이라고?”

“그렇습니다만……?”

내 물음에 로안은 ‘뭐가 문젠데?’ 같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뭔데 점심 시간이 두 시간이나 되냐?”

“…그거야 식사 후 바로 활동하면 소화에도 좋지 않고 복부에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닙니까?”

“허…….”

농담이 아니라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헛바람을 내뱉고 말았다. 그에 다시 말투가 띠꺼워지던 로안과 다른 단원들이 얼른 두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누가 보면 벌써 나한테 몇 대 처맞은 줄 알겠네.’

나는 아주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서 다들 쉬어라.”

“그럼…….”

“아, 로안경은 남고.”

“…….”

놈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으나,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아주 기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지간히도 맞기 싫은 모양이다.

“빨리들 올라가라.”

“그, 그럼…….”

로안 다음으로 짬이 많은 녀석이 다른 단원들을 데리고 2층으로 사라졌다.

“로안경.”

“…네. 단장님.”

나는 놈의 어깨에 다시 팔을 두르며 물었다.

“내가 시킨 일은 다 끝냈나?”

“…그렇습니다.”

“오, 유능하네.”

“윽, 가, 감사, 합니다…….”

정말, 아주 살살 등을 쳤을 뿐인데 놈은 이마를 잔뜩 찌푸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농담이 아니라 혹시라도 대가리 깰 일이 있다면 적당히 깨야지, 잘 못 하다가는 진짜 이놈들 골로 보내버릴 것 같다.

“그러면 어디 한 번 읊어 봐.”

“…단장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 매월 첫날에 있는 기사단 정례 회의에 참석.

둘. 귀족들이 요청하는 호위 지원 검토.

셋. 경범죄 범의 처벌.

실제로는 정수리를 한 대 쳐주고 싶을 만큼 잡설이 길었으나, 대충 요약하자면 저런 내용이었다.

‘어쩐지 뭔 클럽 모임에 호위를 보내달라느니, 어디 누구 파티에 호위를 보내 달라는 시답잖은 내용이 적힌 서류들만 잔뜩 있다 했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로안에게 물었다.

“그런데 로안경.”

“…네. 단장님.”

“매월 첫날이라면 바로 오늘 아닌가?”

“……그렇습니다.”

놈이 슬쩍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회피했다.

“그럼 오늘 저 정례 회의에 참석해야겠네?”

“……휴식이 끝나고 말씀드리려고 했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나는 팔을 두른 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로안경.”

“……네. 단장님.”

“나랑 대련하고 싶으면 말해.”

“아, 아닙니다!! 저, 정말 정신이 없어서 아침에 깜빡 잊고 있었던 겁니다!! 고의가 아닙니다!!”

“누가 뭐라고 했나? 나는 로안경을 믿어.”

꿀꺽.

누가 봐도 거짓말인 게 티가 났으나, 나는 마음이 매우 넓은 남자이니 웃는 얼굴로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로안경. 이 경범죄 범의 처벌 말이야. 어디까지 처벌이 가능하지?”

“…단원을 향한 욕설이나 폭행이 아니라면 구보 한 시간. 단원에게 욕설이나 폭행을 가했다면 태형 세 대까지 가능합니다.”

“…….”

“…무슨 문제라도?”

“…아니.”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았지만, 이놈에게 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그냥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시발…… 무슨 중학교도 아니고.’

구보 한 시간?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꼴에 귀족들이라고 자기들을 건드리면 태형까지 때릴 수 있다고 한다.

‘…태형이라.’

그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합법적으로 칠 수 있다는 거에 일단은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대충 다 이해했고, 그러면 이제 로안경이랑 다른 단원들이 하는 일이 뭔지 좀 들어 볼까?”

“저희도 세 가지로 나뉩니다.”

로안은 힐끗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황궁에서의 호출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다섯 명의 대기 인원이 있어야 하고 호위 업무에 파견 보낼 수 있는 단원의 수도 다섯 명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 이번에 추가된 다섯 명까지 포함해서 열 명은 이인 일조로 제도를 순찰합니다.”

나와 달리 그래도 좀 그럴듯해 보이는 업무이긴 했다.

“순찰 나가면, 점심은? 설마 그 전에 돌아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품위 유지비에 식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세금 도둑이 여기 있다.

‘품위 유지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리고 안 봐도 뻔하다.

순찰은 무슨, 분명 어디 남성 전용 가게 같은 곳에 짱박혀 적당히 시간 보내다가 복귀할 게 뻔했다.

‘내가 그 꼴은 또 못 보지.’

다른 건 몰라도 냐호의 상단이 내는 막대한 세금의 일부가 이놈들에게 사용된다고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머리통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아올랐다.

‘…스미스야. 오늘 첫날이라는 거 잊지 마라.’

그래. 이제 겨우 첫날이다.

대충 놈들의 성향을 파악했으니, 합법적으로 팰 방법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순찰 나가는 놈들 뒤에 따로 병사들을 붙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들키지 않도록.

‘…내일이 아주 기대가 되네.’

나는 로안의 어깨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어내며 물었다.

“그래서 회의는 몇 시에 어디로 가야 하는데?”

“…오후 5시 30분에 수정궁에서 진행됩니다.”

“수정궁?”

굉장히 예쁜 이름이었다.

“예. 퇴근하면서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태껏 억지로 올리고 있던 놈의 입꼬리가 그 순간만큼은 아주 자연스럽게 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로안경은 바쁠 텐데 내 안내를 맡길 수는 없지.”

“…저 안 바쁩니다만?”

“아니야. 로안경. 잘 생각해 봐. 로안경은 부단장이니까 단장의 업무도 어느정도 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치?”

“……그, 그렇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서류 보다가 오늘 다 못 보는 건 로안 경이 회의 끝날 때까지 남아서 결재 좀 대신해 놔.”

“예에……?!”

놈은 못 들을 걸 들은 사람처럼 기겁하며 나를 돌아봤다.

“뭘 그렇게 놀래?”

“아니, 그, 다, 단장님께서 계시는데 제가 어떻게…….”

“오늘 막 단장이 된 나보다는 지금껏 부단장으로 있었던 로안경이 더 잘 알 거 아니야. 그리고 전부 다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회의 다녀올 때까지 좀 맡아달라는 건데…….”

내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화들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녀석이 흠칫 어깨를 떨며 고개를 숙였다.

“싫어? 억지로 시키는 건 아니니까 싫으면 싫다고 말…….”

“아, 아닙니다!! 제, 제가… 단장님께서 돌아오실 동안 서류… 결재하고 있겠습니다.”

“역시 로안경.”

“윽……!!”

나는 놈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로안경이 잘 좀 도와줘.”

“…예에.”

“어째 표정이 어둡…….”

“하, 하하!! 저, 저만 믿으시죠!!”

“아주 든든해!! 하하!!”

“하하, 하하하……!!”

나는 지진 난 듯 흔들리고 있는 놈의 눈을 쳐다보며 한동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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