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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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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어디 보자…….”
나는 검집에서 뽑아낸 예리한 단검을 문틈 사이로 집어넣은 다음, 불기둥을 만들어 단검에 연결했다.
‘고생한 값은 하는 구나.’
예전 같았으면 폼 안 나게 사타구니에 가져대야 마력 주입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불기둥을 살짝 연결하는 거로 간단히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
우우우웅──!!
손안에서 부드럽게 진동하기 시작한 단검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종이를 벤 듯 아주 가벼운 손맛이 느껴졌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의 주둥이가 힘없이 벌어진다.
“뭐야?”
‘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려오는 중성적인 목소리.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거 절대로 남자는 아니다.
그야 이곳에서 들었던 중성적인 목소리의 주인은 죄다 여자였기 때문이다.
“망가…… 지진 않았군.”
아니나 다를까.
살짝 열린 문을 열고 나오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
조금 빡빡해 보일 정도로 타이트하게 옷을 입었음에도 흉부의 크기가 내 손바닥으로 담아내지 못할 정도의 크기인 것을 보니 실력에 조금 자신이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잠금쇠는 멀쩡한데…… 흠….”
이름 모를 가드는 설마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잘려 나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지, 안쪽의 잠금쇠 부분만 똑딱똑딱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면 실례.’
나는 단검을 검집에 넣고 간발의 차이로 가드의 몸에 닿지 않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데 성공했다.
‘계단부터 화려하네.’
계단 하나하나에 고급스러운 붉은 카펫이 깔린 건 기본이고 천장에 달린 것도 일반적인 마법등이 아니라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는 초고가의 샹들리에가 일정 간격으로 설치되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어이, 문이 고장 난 거 같으니까 업자 좀 불러.
“멀쩡한 문이 왜 고장 나.”
“저년 심심하다고 문 발로 차고 그런 거 아냐?”
‘오우…….’
보통은 다음 층으로 바로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지만, 이곳은 백화점처럼 긴 복도를 하나 지나야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는 구조였다.
거기다 그 입구를 또 다른 가드들이 지키고 있었고.
“귀찮네. 다녀온다.”
“올 때 위스키 한 병 가져와라.”
그리고 의도치 않게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고 있던 가드 중 한 명이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기횐가……?’
아직 2층도 둘러보지 못했지만, 느낌상 지금이 아니라면 꽤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해야만 3층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가드 한 명이 위로 올라가면서 생긴 틈으로 얼른 뒤쫓아 올라갔다.
-뭔데, 뭔 일 났냐?
“몰라. 출입문이 망가졌다고 수리 업자 불러라던데.”
복도 끝, 4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지키고 있던 가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집어넣는다.
“시발, 빨리 교대했으면 좋겠네.”
짧은 단발이 인상적인 가드는 앞쪽이 아닌 왼쪽으로 쭉 걸어가더니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뭔가 좀 재밌어지기 시작하는데.’
절대로 들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 이 상황이 꽤 재밌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에 쥔 초-진동검으로 허벅지를 툭툭 때리며 기감을 펼쳤다. 그리고 조금 전 방으로 들어간 가드를 제외하면 주변이 텅 비어있다는 걸 확인했다.
달칵.
“안 잠겨 있네.”
딱 봐도 별거 없는 방인 모양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예상대로 술잔과 음식을 담는 식기 같은 것들이 잔뜩 보관되어있는 선반을 확인하고는 얼른 문을 닫고 나왔다.
‘여기도 열렸네.’
두 번째 방은 와인과 다른 주류들이 보관된 방이었다.
그 다음 방은 포션과 의약품.
다른 건 몰라도 포션의 경우에는 몇 개 슬쩍 할까도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그 사소한 것 때문에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접고 장소를 옮길 수도 있었기에 나는 깔끔히 그것들을 포기했다.
또각─ 또각─
약제 방을 나가려던 나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잠깐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아, 위스키 한 병 가져오라고 했었지.
새로운 사람은 아니고 조금 전 복도 끝 방에 들어간 가드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려 가드가 아래로 내려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약제 방을 나와 조금 전 가드가 들어갔던 방으로 향했다.
덜그럭.
“빙고.”
문고리를 돌려도 열리지 않는 문에 나는 웃으며 손에 쥔 단검을 뽑아 문틈 사이로 집어넣으려다가 잠깐 멈췄다.
‘…여기부터는 의심 살 거 같은데.’
약간의 고민 끝에 나는 찔러넣은 단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 아예 성물 분해를 이용해 재료로 환원시켜버렸다.
화르르륵──!!
대신, 이제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불기둥을 이용해 그것을 문틈 아래로 집어넣었다.
‘으음…… 감각 공유가 안 되는 게 흠이네.’
시야까진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통각 정도는 공유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으나,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나는 문에 바짝 달라붙어 한참이나 불기둥을 이리저리 움직여야만 했다.
달칵.
“나 이런 거에 좀 소질 있을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정확히 잠금쇠를 돌리는데 성공한 나는 작은 성취감에 피식 웃으며 잠겨 있던 문을 손쉽게 열었다.
“와…… 이게 다 뭐야?”
방 자체는 넓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방 안에 놓여 있는 길쭉한 책상이 내 눈길을 끌었다. 정확히는 그 위에 놓여 있는, 보석을 담아둘 때나 사용할 법한 고급스러운 상자들이.
‘메데이아 상회?’
상자 위에 메모처럼 적혀 있는 작은 글씨들.
“로디운 자작…… 드골 백작? 와, 귀족들도 있네.”
상자 위에 적힌 이름들을 찬찬히 읽던 내 눈에 정말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하나가 걸려들었다.
“길레나 사제……?”
혹시라도 내가 잘 못 본 것은 아닌지, 나는 손등으로 두 눈을 몇 번이고 문지른 다음 다시 상자의 글씨를 확인했다.
‘길레나 사제.’
하지만 당연하게도 상자 위에 적힌 글씨가 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에 나는 이마를 찌푸리고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봤다.
‘통신구?’
그렇다.
상자의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연락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장거리 통신구였다.
수상하다. 그것도 굉장히.
‘길레나라는 사제가 만약 남자라면 인정.’
그렇다면 여기 있는 수정구는 그저 단골 또는 VIP고객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근데 남자 사제가 있긴 한가.’
나중에 아가사에게 물어보도록 하고, 나는 일단 이 방을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더 있어봤자 딱히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없을뿐더러 둘러봐야 할 곳들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달-칵.
문을 잠그는 건 여는 것보다 더 쉬웠다.
나오기 전에 잠금쇠에 미리 불기둥의 가지를 감아두고 나와 문을 닫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음…….’
잠겨 있던 방을 제외하면 나머지 곳은 그저 어디에서나 사용될 법한 비품들을 보관해두는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그에 나는 조용한 복도를 지나 4층과 이어진 계단이 있는 곳에 도착했고 그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는 두 명의 가드에 뺨을 긁적였다.
‘이건 무리지.’
내 몸이 작고 얇았다면 가랑이 사이로라도 한 번 들어가 보려고 시도는 해봤을 텐데.
아쉽게도 두 여성이 서 있는 틈으로는 내 팔뚝조차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저들 중 한 명의 자리를 비우게 만들자고 소란을 일으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젠장…… 혼자서 하려니까 걸리는 게 왜 이렇게 많냐.’
누님이나 다른 연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그냥 대충 조금 전 들어갔던 방 중 하나에 들어가 깽판을 쳐 사람들을 끌어모아 위로 올라가면 그만이다.
왜냐면 위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교도와 관련된 시설이라면 당장 시스에게 알려 사람들을 불러오면 그만이니까.
‘…위로 올라가는 다음을 노려야겠네.’
괜히 의구심을 심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거나, 이 위에 있을지 모를 사교도와 관련된 무언가를 치워버리면 나만 손해 보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접고 돌아가기로 했다.
‘위로 올라갈 방법도 대충 생각해둔 게 있고.’
나는 계단을 지키고 있던 가드들의 얼굴을 잊지 않도록 뇌리에 단단히 새겼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들이 입구를 지키는 거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어찌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발, 근데 어떻게 나가지.’
나는 2층 계단 입구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가드들의 정수리를 빤히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틈이 있을 때는 일단 좋다고 따라 올라왔는데, 올라와서 생각해 보니 작은 소란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극악의 조건이 따라붙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버렸다.
‘누가 이쪽으로 안 와주려나.’
그렇게 머리를 굴리며 계단 모퉁이에 앉아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때.
“큭큭, 신입 새끼들 정신을 못 차리네.”
“당연하지. 귀족이라고 다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어이, 우리 얼굴 알지? 빨리 비켜.”
굉장히 낯익은 얼굴의, 촌스러운 푸른 모자를 눌러쓴 다섯 놈이 줄줄이 나타났다.
‘오…….’
나는 저들끼리 키득거리며 계단을 지키고 선 가드에게 험한 말을 내뱉는 놈들을 내려다보면서 일어났다.
“회원증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아이씨, 매번 존나 귀찮게 하네.”
“…죄송합니다. 규칙인지라.”
“야야, 그만하고 회원증이나 꺼내.”
놈들은 주머니에서 은색 카드를 꺼내 가드에게 보여주었다.
“……확인되셨습니다.”
두 가드가 계단 아래로 내려와 멀찍이 비켜섰다.
“다 마음에 드는데 저년들만 어떻게 갈아치우면 안 되나?”
“내 말이. 그리고 꼭 여자를 써야 해?”
“그러게. 미친년들 아니고서 누가 여기에 들어온다고.”
그리고 멍청한 소리를 아무렇게 내뱉으며 사이좋게 올라오는 우리 좆같은 단원님들.
“준비하고~”
나는 계단의 난간과 벽을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은 다음.
“그런데 새로 들어온 단……케흑?!”
그대로 점프해 양발로 가장 앞에 서 있던 놈의 복부를 걷어찼다.
“어어어?!”
“그아악!!”
“큭, 억, 으그극!!”
나는 성대하게 계단을 굴러떨어지는 우리 좆같은 단원님들을 내려다보며 한쪽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었다.
“스트라이크~”
아주 만신창이가 된 우리 단원들 덕분에 두 가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후, 나는 2층에서 놀고 있던 병아리들에게 업혀 밖으로 이송되는 놈들의 뒤를 따라 안전하게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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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바보인척 했던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