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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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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민트, 캐러멜, 시나몬 세 사람과 적당히 잡담을 나눴던 바로 다음 날 아침.
“흐아으음~”
예상보다 늦어진 귀가에 잔뜩 화가 난 시론과 연인들에게 늦은 새벽까지 어울려서 그런지 틈만 나면 하품이 나왔다.
‘시스 녀석…….’
나는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마지막에 나타나 내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쥐어짜 간 도둑을 향해 이를 갈았다.
시스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피곤하지도 않았을 텐데.
“에잉…….”
빠르게 지나가는 제도의 거리를 멍하니 구경하고 있으니, 마차의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적당히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스미스. 손이 멈췄는데?”
“아, 죄송합니다.”
겨울이지만 따스한 햇볕에 점차 노곤노곤 졸음이 몰려오던 나는 무릎 위에 앉은 비젤린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비젤린님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냥 낮에 만나자고 할 걸 그랬나.’
민트, 캐러멜, 시나몬.
내가 관심을 표하기 무섭게 말을 더듬거리며 자신들의 일정을 줄줄 읊던 귀여운 삼총사.
밤의 요람을 지키는 가드와 문지기는 사교대 근무라는 몹시 좋은 환경에서 근무중이었다.
한나절만 일하면 하루를 쉴 수 있다니.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 셋과는 오늘 퇴근 후에 곧장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미리 갈아입을 옷도 챙겨왔고.
“근데 스미스야.”
“넹.”
기분좋게 내 손길을 즐기시던 비젤린님이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검은 갈기 단장이랑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소문이 쫙 났던데.”
“도움받을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비젤린님의 귀에까지 들어간 것을 보면 이제 대충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뭐 도와줄 일 없어?”
“아직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
“흐흐, 물론입니다. 제가 비젤린님을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데요.”
“히히, 그래그래. 나만 믿으렴.”
비젤린님은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배시시 웃으시고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 내게 몸을 기대어 왔다.
‘이게 힐링이지…….’
나는 황성에 도착할 때까지 비젤린님의 체온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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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그래. 다들 좋은 아침이다.”
조만간 대가리를 깨 버릴 놈들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어준 다음, 나는 곧장 내 집무실로 올라왔다.
똑. 똑. 똑.
“들어와.”
모자를 벗고 의자에 앉기 무섭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로안과 신병 하나. 저놈 이름이 지앙 리만드였나.
입단 대련 때 내 옆에 서 벌벌 떨고 있던 놈이라 다른 녀석들보다 기억에 남는 놈이었다.
“그건?”
“오늘 처리해주셔야 할 서류들입니다.”
서류 같은 소리 하네.
그냥 망나니 같은 귀족 놈들 징징거리는 요청서지.
“시, 실례하겠습니다.”
지앙인지 지단인지, 신병이 꽤 두껍게 층을 이룬 서류들을 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나는 그중 가장 위에 있던 걸 집어 대충 훑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의 누구인데 내 기념일에 좀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로안 경.”
“네. 단장님.”
나는 손에 든 서류를 팔랑이며 녀석에게 말했다.
“앞으로 누구 파티에 와달라느니, 클럽에 초청한다느니 하는 내용의 서류는 로안 경에 알아서 파기해.”
“…그건 조금 곤란합니다.”
“뭐가 곤란한데.”
“그, 그게…….”
늘 웃던 내가 정색하며 묻자 녀석이 흠칫 뒤로 물러나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뭐가 곤란하냐고.”
“그으, 저, 저희에게 할당되는 예산 일부를 그분들께서 지원해주시는 거라…….”
“다 거절하면 예산이 줄어든다?”
“예에…….”
예산이 줄어든다?
내 알 바인가.
아니, 애초에 이 자식들에게 예산이라는 게 필요하긴 한 건지부터 의문이 든다.
‘예산이 아니라 유흥비겠지.’
쉴 곳도 점심도 전부 황성에서 지원해주는데, 훈련을 한다고 목검이나 허수아비 같은 훈련 비품을 보충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로안 경이 알아서 간추려 와. 그럼 내가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에 도장 찍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그, 그럼…….”
“어디가?”
“……예?”
나는 도망치듯 문을 열고 나가려는 녀석을 불러 책상 위 서류를 가리켰다.
“가져가야지. 잘 분류해서 점심 끝나기 전에 가져오는 거 잊지 말고.”
“……알, 겠습니다.”
어쭈.
이마에 핏대도 세울 줄 아네.
“로안 경. 웃어야지.”
“하, 하하…….”
나는 입꼬리를 파르르 떠는 녀석을 향해 피식 웃어주며 신병에게 손짓했다.
“가져가.”
“예, 옛!!”
우리 신병은 얼른 서류를 다시 들어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핏대나 세우고 있는 건방진 놈에게 시키고 싶지만, 그랬다간 내려가서 저 신병이 대차게 까일 게 뻔했기에 우리 얼타고 있는 신병을 시켰다.
저놈은 내가 지 살려준 건 알랑가 몰라.
**
똑. 똑. 똑.
“쓰읍……?”
기에나와 베네오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을 배불리 먹고 푹신한 소파에 잠깐 누운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런데 왜 창문 밖 하늘에 샛노란 걸까.
-단장님?
“…어, 들어와.”
대충 입가에 흐른 침을 닦고 바로 앉으니, 문이 열리며 우리의 로안이 얼굴을 내보였다.
“퇴근 시간인가?”
“네? 아뇨. 아직 한 시간 남았습니다.”
“근데 왜 왔어?”
“…급히 전해드려야 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주 불만 가득한 얼굴로 녀석은 내게 다가와 금색 편지지 하나를 내밀었다.
“황자님들 중 한 분께서 보내신 건가?”
“……그렇습니다.”
방금 저 새끼 눈빛이 매우 불손했다.
딱 봐도 ‘저 무식하게 힘만 쌘 놈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라는 의미가 내포된 눈빛이었다.
“한 시간 뒤에 내려갈 테니까. 퇴근 준비해서 1층에 모여 있어.”
“…알겠습니다.”
녀석이 문을 닫고 퇴장했고, 나는 지성인답게 단검을 꺼내 봉투의 입구를 막고 있는 실링왁스를 깔끔하게 잘라냈다.
“어디, 우리 귀여운 황녀님께서 어떤 편지를 보냈나 볼까.”
나는 정갈한 글씨체가 빼곡히 적혀 있는 편지지를 활짝 펼쳤다.
[ 나는 제 3 황자인 마리비우스 폰 기엘 튤리우스라고 한다. ]
[ 우선, 새롭게 청장미 기사단의 단장이 된 것을 축하하마. ]
“음, 공적인 일인가 보네.”
아마도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헀던 그 건인 것 같아 보였다.
[ 본래 청장미 기사단은 우리 황자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다. ]
[ 하지만 우리가 황궁을 떠나는 일이 좀처럼 없기에 청장미 기사단은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는 대신 제도의 치안과 귀족들의 일일 호위를 맡는 일을 담당하게 됐다. ]
[ 그런데 나흘 뒤에 제 1 황자의 24번째 탄생일을 기념하여 무도회가 준비되어 있다. ]
[ 초대장을 통해서 인원을 선별하긴 했다만, 술이 들어가면 정상처럼 보였던 놈도 미친개가 되는 법. ]
[ 그런 이유로 청장미 기사단은 나흘 뒤인 일요일, 퇴근하지 말고 전원 대기하고 있도록.]
“무도회라.”
따로 언급은 안 되어있지만, 남자끼리 손을 잡고 춤을 출 건 아니니까 필연적으로 여성 귀족들에게도 초대장이 갔을 것이다.
아니면 초대한 남성 귀족과 파트너인 여성이 함께 온다던가.
‘시론이 또 투정 부리겠구나.’
무도회니까 적어도 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테니까.
게다가 오랜만에 만난 마르비우스가 나를 그냥 보내려고 하진 않을 거다.
‘근데 다른 황자들도 우리 마르비우스처럼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놈들인지 모르겠네.’
비록 마르비우스가 첫 만남에서 굉장히 까칠하게 나를 대하긴 했지만, 인정할 건 깨끗하게 인정하고, 까칠한 것만 제외하면 그냥 귀여운 미소녀… 아니, 미소년이었다.
근데 이번 무도회의 주인공인 1황자는 나이부터가 귀여움과 멀었다.
‘마르비우스 옆에 붙어 있어야지.’
어차피 황녀가 아니면 황권을 노릴 수 없는 몸이기도 하고, 아무리 나이가 많다지만 아드리안을 거느린 마르비우스에게 덤비진 못할 테니 말이다.
“퇴근 준비나 해야지.”
**
옷을 갈아입고 적당히 시간을 보낸 후, 집무실을 나온 나는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 빌어먹을 단원들에게 편지의 내용을 알려준 후에 성문을 나왔다.
달그락─ 달그락─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기사들을 뒤로하고 성문 앞에 서 있으니, 저 멀리 떨어져 있던 곳에서 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멈춰선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연녹색 머리칼의 민트가 나를 향해 수줍게 인사해왔다.
“타, 타시죠.”
민트는 내게 점수를 따고 싶은 건지, 일부러 마차에서 내리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그에 나는 꽤 값이 나가 보이는 시계에 멋들어진 회색 코트까지 걸친 그녀를 향해 미소로 화답하며 마차에 올랐다.
내가 자리에 앉은 후, 우리 민트가 다시 올라타며 마차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음에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마차.
“식사…… 하, 하셨습니까?”
“아직.”
“제, 제가 좋은 곳을 예약해 뒀습니다!! 그,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 가게도 예약해 뒀고, 또, 또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는 민트.
참고로 나는 셋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동성에 면역이 없던 셋은 함께 만난다는 사실이 꽤 거북했던 모양인지라 오늘은 보는 것처럼 민트와 먼저 약속을 잡게 됐다.
“민트.”
“네, 네…?!”
나와의 만남을 정말로 기대했다는 걸 표현하듯 오늘의 일정을 줄줄이 읊고 있던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에 나는 바짝 오므리고 있는 그녀의 종아리를 발로 쓸어올리며 말했다.
“밤비노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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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노=고오오오급 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