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91화 (59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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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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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들어와라.”

1황자의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는 건 전혀 반길 일이 아니었으나, 자연스럽게 이리나와 멜버른 경의 기 싸움이 흐지부지 된 것은 꽤 고마운 일이었기에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녀석을 우선 안으로 들이기로 했다.

‘말은…… 놔도 괜찮은 모양이다.’

이리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침부터 찾아와 내 걱정을 하던 멜버른 경이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만히 있는 걸 보면 그냥 그저 그런 시종인 모양이다.

달칵.

빠르게 눈을 굴려 대충 분위기의 파악을 끝내자, 집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그때 끌려왔던 소년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는 녀석이 쭈뼛 얼굴을 들이밀어 왔다.

문 너머에서는 그래도 제법 당당하게 소리 내더니, 문을 열고 들어온 녀석은 내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이리나와 멜버른 경을 발견하자마자 바짝 얼어붙고 말았다.

“우리는 그만 가보겠네. 스미스 경.”

“컥……?!”

자연스럽게 몸을 바로 하는 멜버른 경과 그런 멜버른 경의 팔꿈치에 옆구리를 가격당한 이리나가 짧은 신음을 토했다.

“이리나 경.”

“끄윽……!! 나, 나중에 봐…….”

팔꿈치에 가격당한 옆구리를 부여잡은 상태로 멜버른 경을 노려보던 이리나는 결국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몹시 아쉬운 얼굴로 나를 향해 그리 말하고는 멜버른 경과 함께 몸을 돌렸다.

“앗…….”

문을 열고 들어와 그 앞에서 그대로 얼어버린 이름 모를 소년 시종은 두 사람이 다가오자 흠칫 몸을 떨고는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달칵.

시종을 지나쳐 집무실을 나간 둘은 매너 있게 문을 닫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그래서?”

“……네?”

네? 지금 네? 라고 한 거냐?

보송보송한 솜털이 아니라 거뭇한 털이 자라났을 나이였다면 꼰대 서민수로 돌아가 우리의 로안을 갈구듯 시원하게 기선 제압에 들어갔을 텐데.

‘이 형님이 한 번 봐줬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갈 법한 녀석을 갈군다면 그건 그거대로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다.

정확히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시종의 앳돼 보이는 얼굴과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내 탄탄한 네 번째 복근에 정수리가 닿을까 하는 왜소한 체구가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래. 괜히 적을 만들어서 좋을 게 없긴 하지.’

나는 멜버른 경이 선물로 주고 간 상자를 슬쩍 연 다음, 대충 한입에 먹기 좋은 동글동글한 도넛을 꺼냈다.

“이리 와봐.”

주황빛이 감도는 찰랑이는 머리칼에 코 주변에 있는 옅은 주근깨. 그리고 순둥순둥해 보이는 눈망울을 봤더니,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기가 껄끄러워져 나도 모르게 편하게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아, 네, 네에…….”

다행스럽게도 우리 소년 시종은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내 손에 들린 도넛에 눈이 고정된 채 이쪽으로 총총 걸어와 앞에 섰다.

“먹어라.”

“…가, 감사합니다?”

먹고 싶고, 또 주니까 일단 받기는 받았는데 이걸 왜 주는지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힐끗 내려다보며 녀석은 도넛을 입에 밀어 넣었다.

“……!!”

입에 넣은 도넛을 몇 번 씹더니, 녀석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안에 든 것을 그대로 꿀떡 삼켜버렸다.

“이름은?”

“아, 저, 저는…… 오렌이라고 합니다.”

“오렌지?”

“네? 아, 아뇨. 오렌……입니다?”

“어, 그래. 오렌.”

오렌지.

아무리 봐도 오렌 보다는 오렌지가 더 어울린다.

“그래서. 오렌?”

“네.”

“네. 가 아니라 백옥궁에서 왜 왔는지를 말해야지.”

“……아!!”

엄청난 사실을 깨달은 듯 입을 딱! 벌리고 놀라 하는 모습 하나로 나는 우리 오렌지가 어울리는 오렌이 몹시 허당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파악했다.

“그, 마르비쿠스 황자님께서 청장미 기사단장님을 오찬에 초대하셨습니다.”

“오찬? 점심?”

“네. 그렇습니다.”

“지금?”

“지금.”

“지금은 반말이고.”

“앗…… 죄, 죄송합니다…!!”

그냥 다른 곳에 가서 조심하라는 의미로 지적했을 뿐인데 녀석은 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 나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여 사과해왔다.

“됐다. 다음부터 조심하고.”

“으아으… 가, 감사합니다아…….”

하는 짓이 얼빵해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녀석은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방향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안 그래도 살짝 출출하던 참이긴 했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가서 배나 좀 채우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애초에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초대도 아니지만.

“그래. 가자.”

“안내하겠습니다.”

“어, 잠깐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상자의 뚜껑을 연 다음, 그 안에 들어 있는 도넛과 빵의 개수를 확인했다.

꿀꺽.

그리고 옆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에 조금 전에 꺼냈던 작은 걸 하나 더 빼낸 다음 상자를 닫았다.

“자, 먹어라.”

“가, 감사합니다!!”

그냥저냥 맛있는 수준인데 그렇게도 좋은 걸까.

‘황자 시종이면 맛있는 거 많이 먹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네.’

그게 아니라면 우리 오렌지가 어울리는 오렌이 평민 출신이라 차별 대우를 받거나, 시종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당장에 이리나만 보더라도 사막 출신이라고 인력난에 허덕이며 단장이 직접 현장을 뛰고 있으니, 그녀보다 못한 시종은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을 거다.

“다 먹었으면 그만 가자.”

“아, 네, 네!!”

눈이 반짝이는게 누가보면 내가 제 상관인줄 오해할 것 같은 그런 눈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녀석은 당찬 걸음으로 집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뒤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 다음.

콰앙──!!

“으악?!”

“뭐, 뭐야!!”

“쓰읍……?”

2층 휴게실 문을 발로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꼴들이 좋구나.’

소파는 기본이고 침대에 해먹, 그리고…… 인형들은 또 뭐야?

아무튼, 나는 갑작스럽게 들어온 나를 보고 굳어버린 단원들 틈에서 햇볕이 들어오는 가작 목 좋은 곳에 누워 반쯤 몸을 일으킨 로안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무, 무슨 일이신지……?”

“단장이 부단장을 부르는데 꼭 이유가 필요한가?”

“……예?”

무슨 그런 당연한걸? …이라는 의미를 담아 나를 올려다보는 놈을 향해 말했다.

“내가 1황자님 오찬에 초대를 받아서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한다. 그러니 오후 업무 역시 우리 로안 경이 좀 대신 해줘야 겠어.”

“…알, 겠습니다.”

인상 펴 새꺄.

어차피 팔 일도 없는 게.

“아, 그리고 내 집무실에 빵이랑 도넛이 담긴 상자 있거든?”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미쳤냐?”

“……예?”

“아니아니.”

나도 모르게 순간 흥분해서 꼰대 서민수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선물 받은 거니까. 놓아둔 자리 그대로 내버려 두도록 해. 돌아와서 확인했는데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알지?”

“……예.”

“그래.”

“윽, 으윽……!!”

나는 로안의 어깨를 팡팡 두들겨 준 다음,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흠칫!

흥미진진한 눈으로 이쪽을 구경하고 있던 우리의 오렌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몸을 펄쩍 떨더니 얼른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기껏 쌓은 호감도를 날려버린 기분이네.’

나중에 돌아와서 로안을 조금 더 굴려보도록 하자.

**

“모친께서도 시종이라고?”

“그, 그렇습니다.”

건물을 나와 한동안 겁에 질린 듯 입을 닫고 안내에만 집중하던 오렌이었으나, 내가 먼저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자 금방 기운을 차리고 이것저것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금 알게 된 놀라운 사실.

바로 그녀의 모친이 둘째 황녀를 모시는 시종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오렌 이외에도 황녀와 황제를 모시는 시종들이 낳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 또 다른 시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까지.

“그렇군.”

“…스, 스미스 경께서는 정말로 저 먼 사막에서 건너오셨습니까?”

“어? 아, 뭐. 그렇지.”

“사막은 어떤 곳인가요?”

처음에 보였던 거리감 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내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질문에도 나름 성실하게 대답해줘서 그런지, 오렌은 정말로 내 수하라도 된 듯 눈을 반짝이며 내게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에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조금 전 들은 것에 대해 조금 생각해 봤다.

‘남자가 귀한 곳에서 시종들이 아이를 가졌다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중범죄 이상의 죄를 저지른 남자들은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제국으로 이송된다. 그리고 평생 정액을 착취당하는, 남자판 씨받이로 굴려진다고 들었다.

그리고 일부 놈들은 다른 이종족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물품 취급을 당해 몰래 보내지기도 하고 말이다.

실제로 엘프의 숲에서 과거 나를 갈궜던 수수깡 1호가 제국으로부터 엘프의 숲으로 보내져 종자 노예 생활을 하고 있기도 했고.

‘…생각 이상으로 꺼림직한데.’

아이를 가지고 싶은 여성들에게 씨앗을 제공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 부분은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갓난아이 때부터 교육해 시종으로 키우는 건 확실히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황성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고?”

“네…… 저, 저는 황자님의 시종이고… 황자님께서 언제 무엇을 시키실지 몰라 항상 곁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엄청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오렌지… 아니, 오렌의 모습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심지어 간식이라고는 먹다 남은 과일이나 설탕 발린 빵이 전부라고 했다.

‘이 자식이…….’

그런 건 좀 일찍 말을 할 것이지.

그랬다면 빵이라도 잔뜩 먹이고 데려 나왔을 텐데.

“스, 스미스 경……? 누, 눈에 먼지라도 들어가셨습니까?”

“크흥…!! 그래….”

젠장.

케르낙스의 배에서 조만간 태어날 겨울이 때문인지, 오렌의 이야기가 예비 아빠 스미스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놨다.

“아! 저곳이 백옥궁입니다!!”

자기 처지가 어떤 줄도 모르고 커다랗고 화려한 궁을 자랑스럽게 가리키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코를 크게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렌지야.”

“…오렌입니다만.”

“그래. 오렌지.”

“……스미스 경께서 그리 부르고 싶으시다면 그리 부르십시오.”

마음까지 착한 녀석.

나는 칼름보다 조금 큰 녀석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이 형님이 나중에 황궁 밖으로 데리고 나가주마.”

“……지, 진짜요?”

내 손에 이끌려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던 녀석이 눈에 띄기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되묻는다.

“그래.”

외출이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말 나온 김에 잘 됐다. 근무 시간에는 조금 그러니까, 이번 주말…….”

“주말……?”

고개를 살짝 기울인 상태로 내가 말을 끝맺기를 기다리는 녀석.

그러나 나는 쉽사리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출근을 한다고…?’

물론, 하는 일이 없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지.

‘미친 블랙기업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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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놀고 먹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주말에도 출근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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