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인G크리티카//감사!!
-=-
튤리우스 제국
“지, 진짜…… 그냥 나가도 괜찮은 거지?”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성공한 이리나는 축축하게 젖은 의자와 식탁보. 그리고 물기가 가득한 바닥과 이쪽을 불안한 시선으로 번갈아 보며 그리 물어왔다.
“괜찮다니까. 나만 믿어.”
“그, 쪼, 쪽팔린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나 기사 단장이니까……? 들키면 정치적으로…… 위, 위험해지거든…?”
나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이리나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렇게 될 일도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지, 진짜지……?”
“그렇다니까.”
원한다면 평생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금화를 그녀에게 안겨줄 수 있다. 또한, 황궁 내의 문제라면 비젤린님과 마르비우스의 이름과 권력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혼자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당장에 황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근위 기사들의 단장인 멜버른 경과 몹시 가까운 사이가 됐으니.
하지만 그런 자신감과는 별개로 당사자인 이리나만 입을 조심한다면 오늘 일이 밖으로 세어나갈 일은 없을 거다.
“그만 나가자.”
“…으으.”
종업원 쪽에서 부탁했던 마차가 왔다는 소식을 알린 지 꽤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어차피 이런 시간조차도 나중에 청구하기에 추운 날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마부에게 딱히 미안하진 않았다.
대신, 지금 나가야 밤의 요람에서 적당히 한 시간 정도 보낸 후에 저택으로 복귀할 각이 나오기 때문에 급히 움직이려는 것이다.
다른 아내들이 화가 났을 때는 그냥저냥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만 들 뿐이지만, 시론이 토라지고 화가 난 모습을 볼 때면 살짝 무섭기도 하고 미안함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때문에 심장에 몹시 해롭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성대하게 가버리는 바람에 허리를 살짝 삐끗해 거동이 어색한 이리나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특별실을 나왔다.
-와, 뭐야?
-저거 그 사막 출신 단장이잖아.
-미친…… 존나 내 취향이야….
시간이 꽤 흘러 해가 떨어지고 제대로 된 저녁 시간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들어올 때 한산했던 홀에는 어느새 식사 중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것들이…….”
-쉿! 쉬잇!!
-야야야, 잘못 잡혀 들어가면 한 달은 썩어야 한다고!!
-따먹지도 못할 거에 목숨 걸지 마라…….
조금 전까지 불안한 얼굴로 내게 안겨 입을 우물거렸던 여자는 사라지고,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한 마리의 맹수가 품에 안겨 있었다.
덕분에 나를 노리던 다른 암컷들은 이리나의 시선을 피해 다들 접시에 코를 처박고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하기 바빴다.
“크흠!! 도, 돌아가십니까……?”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던 우리의 곁으로 이졸데가 다가왔다. 근처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친분을 맺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 먹었으면 가야지. 뭘 그런 걸 묻고 있냐?”
“…….”
“뭐, 눈이라도 찔러주랴?”
“아, 아닙니다…….”
굉장히 오묘한 시선으로 이리나를 힐끗 노려보던 이졸데는 이리나가 왼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갈고리 형태로 만들자 얼른 두 눈을 내리깔았다.
“오늘 식사는 정말 즐거웠다.”
“그,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예에….”
내가 말을 걸자, 불만 가득하던 이졸데의 얼굴이 한순간에 화끈 달아오른다. 피부가 건강한 구릿빛임에도 확연히 티가 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피가 쏠린 건지 모르겠다.
“얼마지?”
“어? 내, 내가 계산할게!!”
황금 고목에서 내 이름으로 발급된 백지 수표를 꺼내자 이리나가 적잖게 당황하며 나를 만류했다.
“됐어. 이렇게 좋은 식당을 소개받은 데다가…….”
안 보고 안 듣는 척하지만 모두의 이목이 이쪽에 쏠려 있다는 것쯤은 이제 나도 느낄 수가 있다. 그렇기에 나는 보란 듯이 이리나의 뺨에 얼굴을 가져대고 화끈 달아오른 귀에 나직이 속삭였다.
“열심히 봉사까지 해줬는데 돈까지 내게 할 수는 없지.”
“……?!”
설마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내가 그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는지, 이리나가 부릅뜬 눈으로 얼른 주변을 훑었다.
“이리나?”
“어, 어?”
한 년만 걸리라는 듯이 눈을 부라리고 있던 이리나는 내가 부르자마자 순한 양이 되어 수줍게 눈을 끔뻑였다.
“내가 계산해도 괜찮지?”
“…다, 다음에는 내가 꼭 사게 해주면 그렇게 해.”
“그래. 다음에는 이리나 네가 계산해.”
내가 알기로 이곳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남자에게 대접받는 거라고 들었다. 거기에는 당연히 오늘처럼 밥값을 계산하는 행위도 포함되고 말이다.
실제로 민트의 경우엔 내가 밤비노의 모든 금액을 계산하자 입이 귀에 걸려라 좋아하지 않았던가.
‘기사라서 그런가?’
그 왜, 지구에서도 있지 않은가.
남자가 여자에게 무언가를 얻어먹거나, 여자 쪽에서 먼저 그런 행동을 취하려고 하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하는 부류가.
뭐, 적당히 수줍어하고 적당히 기뻐하는 걸 보면 완전히 그런 쪽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만.
치익──
나는 백지 수표 두 장을 찢은 다음, 코트 안쪽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는 펜을 꺼냈다.
“그래서 얼마라고?”
“그, 금화 한 닢입니다…….”
“금화 두 닢.”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금화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마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확실히 맛있긴 했지만…… 무슨 식사 한 끼에 금화 한 닢이나 해?’
아니면 특별실을 대여한 것 때문에 그런 건가?
아무튼, 가격만 제외하면 모든 게 완벽했기에 나는 펜으로 금화 세 닢을 지불한다는 내용을 적어 이졸데에게 건네주었다.
“그, 애, 액수가 조금 많습니다만……?”
손에 들린 수표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곤란해하는 이졸데를 향해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나를 조금 더 즐겁게 해준 보답 겸……다음에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거니 그냥 받게.”
“아…….”
고개를 푹 숙이는 이졸데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들어왔던 종업원들에게도 조금 나눠주는 거 잊지 말고.”
“예, 예에…… 그, 그러, 겠습니다…….”
“뭐야? 얼마를 줬길래 저래?”
“동전 하나 더 얹었을 뿐이야.”
“뭐야. 동전 하나…… 자, 잠깐?! 그러면 금화를 하나 더 줬다는 소리잖아?”
“됐어. 빨리 나가자.”
“아, 아니… 그렇게 팁을 많이 주면 버릇 나빠진다니까…?”
“그래그래.”
“진짜아…….”
충분히 힘으로 벗어날 수 있음에도 나에게 끌려와주는 이리나가 귀여워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으로 엉덩이를 토닥여주자, 이리나는 급격히 조용해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이졸데에게 인사를 한 후, 나는 이리나와 함께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로샨테 운송’이라는 글자가 적힌 빛나는 푯말을 달아둔 마차로 향했다.
“으흐으……? 아, 황금 모래에서 마차를 부르신 분들이십니까?”
“그래.”
추위에 떨고 있던 마부는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그리 물었고, 대충 레스토랑의 이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단어에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밤의 요람 앞에서 멈추도록. 이후에는 그녀가 가자는 곳으로 가면 된다.”
“예에. 알겠습니다. 얼른 타시지요.”
나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이리나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우선은 마차에 올라탔다. 우리가 문을 닫마자마 움직이기 시작한 마차.
“스미스……?”
“어. 말해.”
“…밤의 요람은 왜 가려는…… 꺅?!”
순간 아주 괘씸한 시선으로 나를 흘겨보기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이리나의 탐스러운 젖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어버렸다.
‘음, 역시 기분이 좋아지네.’
장담하는데 여자의 가슴에는 분명 정신을 안정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다른 여성의 가슴을 만짐에도 항상 기분이 좋아질 수가 있을까.
“조사 때문에 가는 거니까 오해하지 마.”
“읏, 조, 조사아… 하앙…!!”
“아차.”
습관적으로 가슴을 주무르다가 발기한 유두를 찾기 위해 손을 더듬거리던 나는 이리나의 달뜬 교성에 정신을 차리고 내 손을 삼킬 듯 가득 쥐여 진 이리나의 가슴을 놓아주었다.
“으으…… 또, 또 젖어버렸잖아….”
“닦아줄까?”
“……돼, 됐거든.”
대답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그, 그러니까. 조사를 위해서 가는 거라고?”
“어. 아까 식당에 가면서 내가 물어봤던 거 기억나지? 그게 진짜인지 확인해보러 가는 거야.”
“가지 마.”
조금 전까지 내 손에 주물러졌던 가슴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삐죽이던 이리나가 얼굴을 굳히고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위험해. 게다가 안으로는 마도구 같은 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면 죄를 입증할 증거도 수집하지 못하잖아.”
“오늘은 확인만 하려는 거니까 괜찮아.”
“그래도!!”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언성을 높였다.
“…처음부터 말해주려고 했던 건데. 너는 조금 더 조심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아무리 네가 비젤린 공작님의 비호를 받고 있다지만, 사고 대부분은 원래 앞뒤 생각 없는 미친놈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알아?”
살짝 화가 났으면서도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이리나.
“…적어도 낮에 가. 비젤린 공작님께 말씀도 드리고.”
생각도 못 했던 그녀의 진심 어린 걱정에 나는 살짝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그만큼 그녀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니.
‘그래도 넘어갈 수는 없지.’
안타깝게도 그녀의 걱정과는 별개로 밤의 요람에는 반드시 들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다른 목적으로 회원이 되었다는 의심을 덜 받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
**
“딱 한 시간이야.”
“오 분 정도는 늦을 수도 있다?”
“…그 정도 눈치는 있어.”
“그래.”
“으응…….”
나는 마차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주기로 한 이리나의 뺨을 어루만져준 다음 마차에서 내렸다.
‘민트랑 시나몬은 근무중이라고 했었지?’
대충 안쪽만 훑어본 다음 나와서 둘과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나오기로 계획을 잡고서 화려한 간판이 깜빡이고 있는 밤의 요람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음……?”
굉장히 익숙한 체구에 때려주고 싶은 익숙한 뒤통수가 나보다 몇 발 앞서 밤의 요람으로 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에 나는 주변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뒤통수의 주인으로 추측되는 이름을 크게 불러봤다.
“로안 경!!”
“……?!”
당당히 걷던 뒤통수가 위로 크게 뛰어 오른다.
뒤통수의 주인은 우리의 로안이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11월25일(금)깡나무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는 겁니닷
아, 물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핫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