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
튤리우스 제국
“이런 우연이 있나.”
“다, 단장……님?”
내가 어깨동무를 하자, 파랗게 물들인 두꺼운 코트와 목도리로 무장하고 있던 녀석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시발, 그런데 저런 건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지?’
벨마 귀부인께서 특별히 신경써 만들어주신 코트도 색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데, 녀석은 평소 두르고 다니던 푸른 망토보다 더 짙은 색으로 물들인 파란 코트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만약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놀고 먹고 싸고 있는 내 부랄 친구 중 한 놈이 이런 색의 옷을 입고 다닌다면 단박에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면상에 발도장을 찍어줄 자신이 있다.
“표정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픈가?”
“아, 아닙니다. 하, 하하… 너무 놀라서 그랬습니다.”
억지로 말아 올린 녀석의 입꼬리가 부르르 떨려왔다.
“저녁은 먹었나?”
“…예. 먹었습니다.”
“나도 먹었다네.”
“…아, 예.”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 라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우리의 로안. 하마터면 그대로 박치기를 내리꽂을 뻔했다.
“그런데 어딜 가는 길인가?”
“…산책을 조금.”
“이 추운 날씨에?”
“…옷을 두껍게 입은지라 그다지 춥지는 않습니다.”
목도리, 장갑, 몇 겹을 껴입었는지 모를 살짝 부푼 코트까지.
만약 저렇게 껴입고도 추위를 느낀다면 그건 저주에 걸렸거나 죽기 직전의 인간이 분명할 것이다.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고. 내일 황성에서 보자고.”
“하, 하하…… 살펴 가십시오……!!”
그저 가볍게 인사만 하고 물러나는 내가 의외였던 건지, 녀석은 혹시라도 내 맘이 돌아설 것을 우려하는 얼굴로 평소보다 더 예의 있게 경례 해왔다.
반대로 나는 평소보다 더 힘을 뺀 손으로 설렁설렁 대충 손을 흔들어준 다음, 그대로 녀석을 지나쳐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밤의 요람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로안의 당황한 목소리.
‘씹새끼. 안으로 들어오기만 해 보라.’
솔직하게 밤의 요람으로 가는 길이라 말했다면 넘어가 줄 생각이었지만, 녀석은 아주 괘씸하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구라로 나를 우롱했다.
내가 부르지 않는 이상 2층에서 꼼짝도 안 하는 자식이 이 춥고 늦은 밤에 산책하러 나왔다고?
차라리 시스가 사실은 허접보지였다는 말을 믿고 말지.
【열 시 전에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방금 시스의 목소리로 살벌한 환청이 들렸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두꺼운 철문을 손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드르륵.
익숙한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작은 창이 열렸고.
-허, 헙……?!
민트색 눈동자를 가진 민트가 나를 발견하더니, 허둥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창을 닫아버렸다.
달칵!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스르륵 열리는 철문.
“어, 어서 오십시오…….”
“그래.”
등 뒤로 여전히 로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보란 듯이 민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쿵!
내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 잠금쇠를 걸어버리는 민트.
나는 뒤돌아 서 있는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헙……?!”
분명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민트는 정말 놀란 사람처럼 어깨를 흠칫 떨어 보였다.
그에 나는 그녀의 어깨에 얹었던 턱을 떼어내며 말했다.
“미안하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다만.”
“아, 아닙니다……!! 제, 제가 원래 좀 잘 노, 놀라…… 는 편은 아닌데…….”
점수를 따기 위해 나를 편들어주려던 민트는 차마 내 앞에서 스스로를 겁이 많은 겁쟁이라 소개할 수는 없었는지 도중에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그래. 나를 위해서 일부러 놀란 척해준 거 다 알고 있다.”
“……하, 하하!! 드, 들켰군요!!”
도움을 주자 얼른 받아먹는 그녀의 눈치 빠른 행동에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손을 뻗어 민트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크게 한 번 주물렀다.
“스, 스미스 경……?”
“그날은 술에 너무 취해서 조금 과격했는데.”
꽈악!!
“흐읏…….”
손안 가득 들어온, 말랑하면서도 탄력 좋은 민트의 엉덩이를 쥐어짜듯 강하게 움켜쥐자 그녀가 몸을 부르르 한 번 떨었다.
“여기는 조금 괜찮나?”
“괘, 괜찮습니다…….”
잔뜩 상기된 암컷의 얼굴이 되어버린 민트.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고 붉어진 귀에 속삭였다.
“그럼. 다음에도 내가 맛을 조금 봐도 괜찮겠군?”
“어, 언제든… 준비해 두겠습니다….”
찰싹!
“윽……♥”
조금 힘을 주어 엉덩이를 때려준 다음 나는 뒤로 물러났다.
“이번 주는 황성에서 열리는 무도회 준비로 바쁘니, 무도회가 끝난 후에 다시 찾아오지.”
“월, 워, 월수금이 제 근무일입니다…….”
“기억했다. 그때는 저번처럼 셋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으면 좋겠군. 그러면 어디 갈 필요도 없을 테니까.”
꿀꺽!
민트는 여전히 나에게 등을 보여준 채 서 있었지만, 나는 방금 그녀의 목울대가 아주 크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부탁 하나 괜찮나?”
“무, 무, 물론 입니다……!!”
“어려운 건 아니고. 혹시라도 우리 부단장… 그러니까 로안이 찾아온다면 내게 좀 알려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2층에 계신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맙다. 그러면 나중에 보지.”
“흐읏……!!”
‘……?’
손도 안 댔는데 갑자기 몸을 흠칫거리는 그녀를 잠깐 이상한 눈으로 바라봐준 다음, 터벅터벅 2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긴 복도를 지나오니.
“어, 어서 오십시오!!”
“그래.”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고 있던 시나몬이 나를 향해 인사해왔다.
“캐러멜 대타는 없나 봐?”
“그, 그렇습니다. 3층에도 따로 지키는 인원들이 있다 보니.”
그보다는 2층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고, 3층에 있는 그녀들의 휴게실로 이용되던 공간 역시 따로 열쇠가 필요하니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리라.
“시나몬.”
“네, 넵!!”
마치 기사처럼 턱을 살짝 치켜들고 차려자세를 취하는 그녀.
“내일 기대하고 있겠다.”
꿀꺽!
크게 움직이는 그녀의 목울대.
나는 흥분과 긴장을 동시에 한 시나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오늘 캐러멜처럼 되면 곤란하다. 다음 주부터는 내가 조금 바쁘거든.”
정확히는 바빠질 예정이다.
무도회가 끝나는 시점부터는 자연스럽게 마르비우스와의 연결고리가 생길 테니 바빠질 수밖에.
물론, 나를 회유하려 했던 1황자로부터 특별 회원 자리를 얻기 전까지는 비밀로 할 생각이지만.
“거, 걱정하…….”
아래위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시나몬이 돌연 하던 말을 끊고 내 어깨 너머를 주시했다.
“…누군가 올라옵니다.”
“그러면 나가기 전에 잠깐 보지.”
“읏…….”
‘……?’
민트와 똑같이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흠칫 몸을 떠는 시나몬.
도대체 뭣 때문에 그러는지 궁금했으나, 사람이 올라온다고 하니 나는 그만 바로 옆 일반 회원 실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헉?!
막 붙잡은 문고리를 돌리려던 내 귀로 들려오는 아주 반가운 소리.
“으음~?”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세상에.
“로안 경?”
뒷걸음질 치던 로안이 복도 끝에 딱 서 있는 게 아닌가.
“하하.”
“하, 하하…….”
내가 사람 좋게 웃자, 하얗게 질린 녀석 역시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고 나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서서 웃던 나는 웃는 낯 그대로 손을 휘적이며 말했다.
“그만 처 웃고 빨리 뛰어와~”
**
후다닥 달려온 로안과 사이 좋게 어깨동무를 한 나는 녀석과 함께 일반 회원 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냥저냥 평범한 바(Bar)네.’
바닥과 벽지가 검은색이라 조금 칙칙하긴 해도, 천장에 달린 조명이 꽤 화려했기에 의외로 분위기가 있는 장소였다.
-저분은……?
-그 로안 경과 어깨동무를 하고 계신 걸 보니 새롭게 청장미 기사단장이 되신 분이 저분인가 보군.
-소, 소문으로 듣기는 했는데…… 정말로 크, 크고… 용맹하게 생기셨네요….
대충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평범한 내부를 구경하며 빈자리를 찾아가던 나는 몇몇 소름 돋는 품평에 이마를 구겼다.
“그, 다, 단장님……?”
“왜.”
“보는 시선이 많으니, 객실을 대여하심이 어…… 컥?!”
이놈이 감히 나를 객실로 데려가려고 하다니.
원래는 없었지만, 이곳에 온 후로 나는 고추 달린 놈과 단둘이 같은 공간에 놓이면 화를 주체할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어깨에 두르고 있던 팔로 놈의 목을 조른 건, 어떻게 보면 나보다는 녀석을 위한 행위라고 말할 수 있겠다.
“헛소리 그만하고 대충 저기에 앉자고.”
“켁, 켁!! 예, 예에…….”
조르던 팔을 풀어주자, 녀석은 기침을 토하며 잔뜩 주눅 든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놈과 함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는 빈 테이블에 착석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던 소년이 우리를 향해 메뉴판을 내밀어왔다.
“살몬 샐러드에 후추 가득 넣고 레몬 드레싱 뿌려서. 그리고 아드비뇽 화이트 와인 한 잔.”
“살몬 샐러드 후추 가득 레몬 드레싱, 아드비뇽 화이트 와인 한 잔. 일행분께서는?”
순식간에 주문을 끝마친 로안과 별 까탈스러운 주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적은 소년이 동시에 이쪽을 바라봤다.
“시원한 맥주 한 잔.”
“죄송하지만 맥주는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
“…….”
시발. 맥주를 팔지 않는 곳이라니.
역시 이곳은 사특한 곳이 분명하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중세 판타지에..맥주가 없다?
이건 죄악이 마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