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99화 (59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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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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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추천하는 음료로 하나.”

“알겠습니다.”

뚱한 눈으로 내 주문을 기다리던 소년은 다시 메뉴판을 챙기고는 카운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단장님.”

“또 왜? 그보다 얼굴 가까이 들이밀지 마라.”

안 그래도 소름 돋는 시선들 때문에 예민한데 거기서 느끼한 얼굴을 들이밀면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나라도 무심코 주먹을 내질러 버릴지도 모른다.

“…예에.”

“그래서. 왜?”

내 경고를 충분히 알아들은 로안은 얼굴을 뒤로 살짝 물린 대신, 입 주변을 손으로 가리며 아주 작게 소곤거려왔다.

“…밖에서는 몰라고 이곳에서는 아무리 단장님이라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냥.”

나는 여전히 불쾌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잠깐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이야기하라는 의미로 턱을 까딱였다.

“…손님으로 있는 작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방금 우리에게 주문을 받아 가고, 지금도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종업원들은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왜?”

“저 녀석들 말 몇 마디면 가드들이 들어와 회원증을 빼앗고 쫓겨납니다. 그리고 여길 거쳐 간 위쪽의 회원들과도 꽤 친분이 있기도 하니, 눈 밖에 나면 여러모로 귀찮아 진단 말입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그렇구만.”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다음 피식 웃었다.

“…진지하게 말씀드린 건데 왜 웃으십니까?”

“아니. 나 엿 먹이려고 수작 부리던 녀석이 갑자기 걱정해주는데 안 웃기겠냐.”

“누, 누가 엿을 먹이려고 했다는 건지…….”

“너요. 너.”

“크흠……!!”

몹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헛기침을 토하는 녀석을 향해 나는 의자의 등받이에 다시 편하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로안아.”

“…경은 붙여주십시오.”

“목검?”

“…생각해보니 단장과 부단장의 관계라면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관계군요.”

이 자식은 꼭 한마디 더 욕을 먹으려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게 문제다.

“무슨 의도로 그런 충고를 해준 건지는 모르겠는데, 니가 한 번 도와줬으니까 나도 한번 기회는 줄게.”

“…경청하겠습니다.”

“뭘? 여기 말고 내일 출근해서 말해줄 건데?”

“으그극…….”

“큭큭!!”

바득바득 이를 가는 녀석을 향해 시원하게 웃어준 나는 주변을 뽈뽈 돌아다니면서도 눈동자는 계속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소년의 탈을 쓴 양아치들을 대놓고 살펴봤다.

‘확실히 평범하게 생긴 오렌지…… 아니, 오렌이랑 비교하면 얼굴은 타고났네.’

그리고 로안의 말대로라면 놈들은 타고난 얼굴을 활용할 줄 아는 양아치 새끼들이었다. 나는 처음에 웬 애새끼들이 있길래 잡혀 왔거나,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주문을 기다리면서 꿀밤 마려운 태도에도 그냥 넘어간 거고.

‘오렌같은 상황인 줄 알고 팁도 주고 좀 도와주려 했는데… 양아치 유망주란 말이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솜털 보송보송한 녀석들이 지금도 얼굴 믿고 여자들을 좋을 대로 이용해 먹는다는데 조금 더 대가리가 자라면 어떤 식으로 암흑 진화를 하게 될지.

‘…뭔가 내 얼굴에 침 뱉는 거 같은데.’

물론, 나는 확실하게 보상을 지불하기에 꿀릴 게 없다. 없긴 한데 뭔가 말을 하고 나니 조금 거시기한 기분이 들었다.

“살몬 샐러드하나, 아드비뇽 화이트 와인 한 잔. 그리고.”

이름 모를 소년은 로안의 앞에 먼저 음식과 와인 잔을 내려놓은 다음, 내 앞에 겉보기에도 꽤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앱솔루트 크리스탈 한 병 나왔습니다.”

“푸흡……?!”

생긴 것 만큼이나 더럽게 고급져 보이는 이름이었는데, 그 이름을 들은 로안이 돌연 기침을 토하며 소년에게 말했다.

“자, 잠깐. 이건 조금 지나친 것 같은데?”

“요구사항대로 제가 추천하는 음료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병을 가지고 나오는 건 조금 경우가 없군.”

“그리 생각하신다면야.”

우리의 소년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 앞에 내려놓은 앱솔 어쩌고 크리스탈을 다시 주워들었다.

“소문이 자자하신 새로운 청장미 기사단장님정도 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감당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가져나온 건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그으윽…….”

내 신경을 긁으려고 저러는 모양인데 유감스럽게도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나보단 저놈이 먼저 사고 치겠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로안.

뭐, 패도 내가 패야 한다…… 같은 심리인 건지. 테이블에 앉은 후로 녀석은 얼굴을 구긴 것과는 다르게 나를 위해 충고하고 지금은 나를 대신해서 화를 내는 중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건가.’

그런다고 해서 내 팔까지 안으로 굽을 일은 없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의 로안은 조금 기특했기에 마지막이 될 유흥을 위해 그만 보내주기로 했다.

“얼마지.”

“금화 50닢입니다.”

나는 매달 영문도 모르고 금화를 도둑맞고 있는 황금 고목에서 발행한 백지 수표를 한 장 찢어 그 액수를 적었다.

“다. 단장님……!!”

“시끄럽다.”

참고로 황금 고목에서 백지 수표를 발행해주는 조건은 최소 금화 1,000닢 이상을 예금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안 냐호의 아이들이 내가 만든 스타킹을 각 나라의 귀족과 왕족들에게 열심히 팔아서 내 재산을 그만큼 불려놓았고.

“이름은?”

“…딜런입니다.”

“그래. 딜런.”

나는 금화 50닢짜리 수표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었다.

“혹시 개인적으로 종업원인 네 시간을 내가 살 수 있나?”

“……단장님.”

당장에 죽빵을 날려주고 싶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로안.

‘역시 저놈은 굴리는 게 답이야.’

내 계획을 알 리 없는 녀석의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손에 들린 수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우리 건방진 딜런에게 다시 물었다.

“네 시간을 사고 싶은데. 안 된다면 하는 수 없고.”

“아니에요. 가능해요. 네.”

뭐야. 누구세요.

내가 수표를 도로 넣으려고 하자, 계속해서 아니꼬운 표정을 하고 있던 녀석이 아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나긋나긋하게 대답해왔다.

“그래?”

“네에. 옆자리에 앉을까요? 아니면… 객실?”

허락도 없이 내 어깨를 더듬거리는데,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애송이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손모가지를 분질러버렸을 거다.

“객실로.”

“잠깐 준비 좀 하고 올게요.”

내가 손에 수표를 쥐여주며 대답하자, 녀석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카운터로 달려갔다. 물론, 앱솔 뭐시기 크리스탈을 챙긴 채로.

치익.

그에 나는 수표 한 장을 더 뜯어 대충 금화 2닢을 적어 로안 녀석에게 던졌다.

“내일 늦지 말고 출근해라.”

“…저는 딱히 그런 쪽 아닙니다.”

“야. 내놔.”

“줘, 줬다 뺏는 건 품위 없는 행위입니다……!!”

내가 도로 수표를 뺏으려고 손을 뻗자, 녀석은 얼른 샐러드 앞에 놓인 수표를 챙겨 제 촌스러운 코트 안주머니에 쏘옥 넣어버렸다.

“품위는 지랄.”

“…크흠. 아무튼,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또 뭘.”

“……주신 수표는 감사히 사용하겠습니다.”

“아니, 말은 마저──”

“가실까요?”

언제 돌아왔는지, 애송이가 싱긋 웃으며 내 팔을 붙잡아 당겼다.

그런다고 끌려갈 내가 아니었지만, 내 시선을 피하고 샐러드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묻는다고 로안 저놈이 대답할 것 같지 않았기에.

퍽!

“악?!”

테이블 아래로 놈의 정강이를 한 번 걷어찬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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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방으로 준비했어요.”

“그러냐.”

“네에~”

금화 50닢이라는 엄청난 거금을 챙기게 된 딜런은 활짝 미소 지은 얼굴로 스미스의 팔을 손을 붙잡고서 바 뒤쪽에 있는 복도를 걷는 중이었다.

‘병신 야만인 자식.’

그러나 웃고 있는 낯과는 달리, 딜런은 여자조차 따라 하지 못할 무식한 덩치의 스미스를 속으로 비웃기 바빴다.

‘제 발로 지금 노예가 되러 가는 줄도 모르고 좋다고 따라오는 꼴이라니.’

모든 객실에는 기록용 수정구슬이 숨겨져 있다. 방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는 고스란히 기록되고, 다들 그렇게 노예가 된다.

‘대충 손으로 만져주다 나와야지.’

금화를 잔뜩 받았지만, 얼마나 함께 있어 주겠다고 직접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언제 나오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소리였다.

“이 방이에요.”

객실 중에서도 가장 큰 객실의 문을 열쇠로 연 다음, 딜런은 스미스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달칵.

‘변태 같은 놈.’

등 뒤에서 들려온 잠금쇠 돌아가는 소리에 딜런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침대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갔다.

아니, 걸어가려 했다.

“켁?!”

뒷덜미가 쑤욱 잡아 당겨졌고, 두 다리가 바닥에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무게가 쏠리면서 셔츠가 목을 졸라왔다.

“내려줄 테니까 얌전히 있어야 한다?”

“켁!! 케헥!!”

점차 조여오는 숨구멍에 딜런은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투욱.

“케흑! 콜록, 콜로옥!! 푸하아! 하아!!”

두 다리가 다시 바닥에 닿았고, 딜런은 얼른 입을 크게 벌리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숨을 고른 딜런은 표독스러운 얼굴로 저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스미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이거 다 기록되고 있거든?! 감히 날 죽이려고 해? 넌 이제 끝났어!!”

“아하. 로안 그 자식이 조심하라는 게 이런 거였나 보네.”

“뭐, 뭘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건데!!”

당장에 겁을 집어먹을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몹시 태연한 얼굴로 제 손바닥에 주먹을 내려치는 스미스의 반응에 딜런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래그래. 형도 우리 애새끼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많단다.”

“애, 애새끼? 이게 미쳤──”

뻐억!!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가랑이를 중심으로 감히 자신의 지식으로는 표현하는 것조차 역부족인 끔찍한 고통이 등허리를 타고 뇌를 찔러왔다.

“억, 어억…….”

엄청난 고통에 비명은커녕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잔뜩 벌어진 입가로 침을 떨어트리며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딜런.

“거긴 맞아도 티가 안 난단다.”

그런 딜런의 귀에 악마가 속삭였다.

“그런데 우리 딜런이 형이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면 너무 화가 나서 터트려버릴지도 모른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딜런의 사타구니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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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 구슬 수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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