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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05화 (60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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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해요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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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나 왔어요~”

마차보다 빠르고 편안한 기에나의 품에 안긴 채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현관에 들어서며 내가 왔음을 모두에게 알렸다.

그렇게 내 코트를 벗겨 팔에 걸친 기에나와 함께 복도를 걸어 안으로 들어가는데.

“생각보다는 빨리 왔군.”

이 층 계단에서 앞치마를 맨 베네오가 터벅터벅 내려오며 특유의 무뚝뚝한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베네오. 저녁 좀 부탁해도 될까요?”

“먹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일찍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밥까지 먹고 오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어느새 우리 앞에 도착한 베네오가 코를 살짝 움찔하더니.

“꽤 즐기다 온 것 같은데.”

“크흠.”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고.

“저는 옷 정리를 하고 내려오겠습니다.”

기에나는 팔에 걸친 내 코트를 방패 삼아 이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이렇게 나를 버리고 가 버리다니. 오늘 밤은 귀로만 가버리도록 만들어 줘야겠다.

“손 씻고 부엌으로 와라.”

“고마워요.”

“…나도 호위 잘 할 수 있다.”

“앗.”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으며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자, 베네오는 허리에 두른 내 손등을 살짝 꼬집더니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방으로 가버렸다.

혼자가 된 나는 일 층에 있는 화장실로 향한 다음 손을 빡빡 깨끗이 문지른 다음 수건에 꼼꼼히 닦고 나왔다.

“스미스.”

“케르낙스.”

그리고 부엌으로 향하는 길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던 케르낙스와 마주쳤다.

나는 얼른 달려가 케르낙스를 부축했다.

“왜 혼자 내려와? 시론은?”

“으음…….”

‘……?’

뭐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겨울아. 아빠 왔어요~”

말하기 꺼려하는 걸 되묻는 취미는 없기에 나는 얼른 케르낙스의 부른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귀를 살짝 가져댔다.

두근─ 두근─

케르낙스의 것이 아닌, 아주 작고 미약한 또 하나의 심장 소리가 들려온다.

퍅─

“어……?”

작은 소리를 듣던 나는 간지럽게 뺨을 톡 친 감각에 놀란 눈으로 케르낙스의 부른 배를 바라봤다.

“후후, 어제는 일찍 자더니. 오늘은 아직 깨어 있었나 보군.”

나는 즐거워하는 케르낙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어찌하지 못하고 케르낙스와 함께 웃고 말았다.

“그런데 겨울이가 안 자면…… 오늘은 못 하겠는데?”

“크흠!! 부, 부엌으로 가자.”

“흐흐, 그래.”

부끄러워하는 케르낙스를 아주 조심스럽게 부축해 나는 부엌으로 이동했다.

“케르낙스. 너도 뭔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라.”

“…그러면 저는 따뜻한 차를 한 잔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베네오는 다시 주방으로 차를 우리러 들어갔고, 나와 케르낙스는 식탁에 앉았다.

“자아.”

“내가 먹어도 되는데.”

나는 케르낙스의 저녁 시중을 거절하지 않고 두툼하게 썬 고기를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네오가 몸에 좋은 약초에 꿀을 탄 몸에 좋은 차와 모유가 담긴 병을 들고 돌아왔다.

“뜨겁진 않나?”

“네에.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케르낙스와 베네오의 친근한 대화에 나는 마음이 절로 흐뭇해졌다.

‘진짜 복 받은 놈이라니까.’

아내들이 얼굴도 이쁜데 마음씨까지 곱다.

솔직히 가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할 때가 많았다.

“음?”

두 아내의 대화를 기분 좋게 들으며 유리병에 담긴 모유를 입에 머금는 순간 나는 평소와 다른 맛에 눈을 크게 떴다.

“케르낙스?”

“…내 것이 맞다.”

살짝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으로 내 시선을 피하며 차를 홀짝 마시던 케르낙스가 대답했다.

그에 나는 유리병에 담긴 케르낙스의 모유를 입에 머금고 아주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그, 그냥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만…….”

“으음~”

부끄러워하는 케르낙스를 향해 나는 고개를 저어준 다음, 아예 눈까지 감고 맛을 제대로 음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요구르트처럼 살짝 톡 쏘는 맛 뒤에 퍼지는 은은한 단맛.

시란의 모유는 진짜 우유에 꿀을 탄 것 같은 맛인 걸 생각하면 정말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맛있어. 매일 마시고 싶을 만큼.”

“…마시고 싶다면 마셔도 괜찮다.”

“진짜?”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대신, 어제처럼 깨물거나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약속할게.”

“하아…….”

최대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케르낙스가 수줍은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가슴을 좋아하는군.”

“정확히는 사랑하는 여자의 가슴을 좋아하는 겁니다.”

“그 말을 믿어주고는 싶지만 그간 지켜본 게 조금 많군.”

“크흠…….”

오랜만에 듣는 베네오의 팩트폭력에 나는 머쓱하게 뺨을 긁적이며 식사를 마저 이어갔다.

“먼저들 올라가라.”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뒷정리를 맡은 베네오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케르낙스를 부축해 천천히 침실을 향해 걸었다.

“황실의 기사들은…… 어떤가?”

“황실 기사?”

“으음.”

케르낙스의 물음에 나는 잠깐 배부름에 퍼질러진 두뇌에 채찍질을 가했다.

“빈말이 아니라 케르낙스 너랑 아르델 곁에 있는 기사들이 더 대단하고 훌륭해 보였어.”

“크흠…… 그, 그럴 리가.”

“진짠데?”

케르낙스가 기뻤으면 하고 의도적인 대답은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었다.

실력 적인 측면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자를 대함에 있어서 절제력은 아르델의 기사들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나한테 최고의 기사는 언제나 너야. 케르낙스.”

“으읏…….”

케르낙스가 제 가슴을 살짝 움켜쥐며 앓는 소리를 냈다.

“…여자의 적.”

“갑자기?”

내가 당황해하며 묻자, 케르낙스는 잠깐 뾰루퉁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편하게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왔다.

“…리나랑 다른 아이들이 생각난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응.”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느린 걸음으로 케르낙스와 함께 복도를 걸어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헉……?!”

“어?”

테이블 근처를 서성이던 시론이 나를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란 눈으로 침대를 향해 뛰어드는 게 아닌가.

문제는 침대에 뛰어는 시론의 왼쪽 뺨에 커다란 손도장이 찍혀 있었다는 거다.

나는 다른 아내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케르낙스를 데려다주는 겸 시론이 엎드린 침대로 다가와 그 허리를 끌어안아 품에 안으려고 했다.

“시론아으으으윽!!”

허리에 팔을 두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시론.

“저기요? 시론양?”

“…….”

대답도 하지 않는 시론.

진짜 무슨 일 있었나?

나는 일단 시론의 허리를 놓아준 다음 소파에 앉아 키득거리고 있는 시란에게 손짓으로 물었다.

‘혹시 훈련하다가 저렇게 된 거예요?’

‘그럴 리가. 나는 때려도 티 안 나게 때린다고.’

음, 시란은 티가 안 나게 때리는구나.

“그으…… 스미스…?”

“어? 왜?”

옆에 앉아 있던 케르낙스가 조금 부끄러운 얼굴로 내 소매를 잡아 당기더니, 슬쩍 몸을 일으켜 내 귀에 입을 가져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게…….”

그렇게 밝혀지는 시론의 뺨에 난 손도장이 생겨난 이유와 범인.

“큭큭…… 난 또 뭐라고.”

시론의 뺨에 손도장을 찍은 범인은 케르낙스였다. 그리고 손도장을 찍게 된 이유는 케르낙스가 모유를 짤 때 옆에서 구경하다가 그걸 입에 물고 쪽쪽 빨다가 그렇게 됐다고 한다.

정확히는 케르낙스가 허락한 거지만, 중간에 그만 멈추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장난스럽게 나를 따라 하다가 무심코 벌어진 사고였다.

“우리 시론~ 엄마 품이 그리웠어요? 응? 우쭈쭈~”

“…….”

정말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에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론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놀렸고.

“으겍?!”

그게 그날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

““추우웅──!!””

평소의 수십 배쯤 기합이 들어간 우렁찬 단원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기사단 건물을 뒤흔들었다.

“…어. 그래.”

나는 욱씬거리는 복부를 문지르며 대충 손을 휘적였다. 그러자 단원들이 자세를 바로 했고, 가장 앞에 서 있던 로안이 나를 향해 다가와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어왔다.

“회원증. 정확히 스무 장입니다.”

“고생했다…… 약속한 건 월요일 날 줄게.”

“예. 그러면 저는 내일을 대비해서 신입들에게 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점심 끝나고 한 번 올라오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하루 사이에 충신이 된 로안의 어깨를 대충 두드려준 다음, 나는 새까맣게 죽은 얼굴을 하고 있는 단원들을 뒤로하고 기에나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 괜찮으십니까. ]

“그럭저럭……?”

시론을 놀린 대가는 혹독했다.

설마하니 뒷발로 정확히 복부를 걷어차 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다행히 네메아가 시스의 도움으로 치유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오늘 출근도 못 할 뻔했다.

그렇게 출근하자마자 의자에 뻗어 잠깐 눈 좀 붙이려는데.

똑. 똑. 똑.

누가 눈치 없이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누구?”

-스미스 경. 오렌이에요.

나는 의외의 인물에 잠깐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출근하고 아직 오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저녀석이 온 걸까.

“…들어와라.”

“헤헤, 안녕하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조금 살이 오른 것도 같아 보이는 오렌이 나를 향해 방실방실 웃으며 다가왔다.

“황자님께서 부르시냐?”

“아뇨. 황자님은 내일 있을 무도회 준비로 바쁘셔요.”

“그러면?”

“이걸 전해드리라고 하셔서요.”

오렌은 어디서 많이 본 황금색 편지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무도회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서신으로 적어 보낸다고 했었던가.’

남자와의 대화는 아무래도 영 기억에 잘 남지 않는 편이었기에 나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거리며 편지 봉투를 받아 대충 봉인된 입구를 찢어버렸다.

『스미스 경. 자네가 나를 돕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것이야.』

소개도 없이 첫 문장부터 나를 칭찬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필요 없는 내용은 대충 훑어 내려가던 나는 두 번째 장으로 넘어와서야 제대로 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일 왕녀들이 말을 걸어온다면 내 눈치를 볼 것 없이 적당히 대꾸해주게나. 그리고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왕녀 또는 여식에게 와인을 권유하게.』

와인을 권유하는 거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건가?

『상대가 받아들인다면 그때부터는 내 곁에 있지 않아도 좋아. 그 상대에 맞춰 행동하도록 하게. 그날은 그걸로 충분해.』

나머지는 다음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둥, 다시 쓸데 없는 미사여구가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다 읽은 후 태워버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대충 편지를 찢어 서랍에 버려둔 후, 얌전히 소파에 앉아 멀뚱멀뚱 눈을 끔뻑이고 있던 오렌에게 물었다.

“무도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와인을 권유하는 거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 행동인가?”

“무도회나 파티에서 상대방에게 술을 권유하는 건 그날 밤을 함께 보내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높으신 분들의 잠자리 시중을 들라는 건가?

내가 황자놈의 의중이 뭔지 곰곰이 생각 좀 해보려던 그때.

“그런데 스미스 경.”

얌전히 있던 오렌이 나를 부르더니.

“저 아침도 못 먹고 경이 오시기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

“헤헤.”

저 녀석이 저렇게 뻔뻔했던가.

나는 잠깐 녀석을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아래에 둔 도시락 바구니를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놨다.

“가져가서 먹어라.”

어이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장기인 녀석을 굶길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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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다음화...드디어 무도회...(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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