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06화 (60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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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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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오렌아.”

“네. 스미스 경.”

샌드위치 두 개를 먹고 배부르다며 소파에 앉아 있던 녀석은 내가 이름을 부르자 눈을 반짝이며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 먹었으면 그만 돌아가 봐.”

“헤헤. 알겠습니다.”

녀석은 폴짝 소파에서 내려와 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왔다.

“혹시 따로 시키실 일은 없으세요? 백옥궁에 가는 길이라면 편지 심부름 같은 건 할 수 있어요.”

“음…… 아쉽게도 백옥궁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네. ”

“그런가요.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오냐.”

나는 떠나는 오렌을 향해 손을 두어 번 흔들어 줬고, 녀석은 쫄랑쫄랑 작은 걸음으로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 친절하시군요. ]

“아직 애잖아.”

[ 아이에게 친절…… 그렇군요. ]

뒤에 조용히 서 있던 기에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진 도시락 바구니를 가지고 내 곁으로 돌아왔다.

“잠깐 앉을래?”

[ 스미스님께서 원하신다면. ]

내가 허벅지를 두드리자, 기에나는 뾰족한 귀를 파닥이며 말랑하면서도 탄탄한 엉덩이를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하아, 역시 이 자세가 제일 편하다니까.”

푸딩은 감히 상대도 되지 않는 부드러운 기에나의 젖가슴 위에 턱을 얹은 나는 로안이 넘겨준 상자를 열어 안에 든 회원증을 하나씩 확인했다.

[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종이군요. ]

“그래? 전혀 몰랐는데.”

그냥 좀 많이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에 코팅을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법 처리까지 했을 줄이야.

‘귀찮게.’

단원들의 신상 정보야 어차피 로안을 통해 언제든 알아낼 수 있는 것이었기에 나는 회원증을 모두 상자에 도로 담으며 말했다.

“전부 찢어줘.”

[ 알겠습니다. ]

상대적으로 연약한 나를 대신하여 기에나는 보존 마법이 걸린 회원증을 다섯 개씩 겹쳐 푹푹! 단 네 번 만에 단원들의 회원증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흐아음…….”

왕녀들과 잠자리를 유도하는 황자를 어떻게 엿 먹일지 고민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졸음이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 무의식이 내일 있을 무도회 자체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잠깐 주무시지요. ]

“그럴까…….”

[ 예. 점심에 깨워드리겠습니다. ]

“그럼, 조금만 잘게…….”

토닥토닥.

등을 두들기는 기에나의 다정한 손길에 나는 부드럽고 좋은 살내음이 올라오는 기에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

“흐아으음~”

[ 편히 주무셨는지요. ]

“응…….”

[ 후후. ]

딱히 기에나가 깨우지 않았음에도 눈이 뜨였기에 나는 길게 하품을 토하며 다시 기에나의 가슴에 턱을 괴었다. 그러자 기에나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내며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똑. 똑. 똑.

나는 나른하게 남아 있는 졸음을 다 몰아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들어와.”

“실례하겠…… 뭐 하십니까…?”

막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로안이 괴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그리 물었다.

“뭘 뭐해. 멍때리고 있지.”

“그, 자세로 말입니까……?”

“내 자세가 어때서.”

“…….”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게 얼굴에 훤히 보였다.

[ 스미스님. 저자의 눈에는 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

“아…… 맞다.”

“뭐가… 말입니까.?”

“시끄럽고 문이나 닫고 들어와.”

“…예에.”

녀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문을 닫고 들어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섰다.

“…….”

“…….”

잠깐의 침묵.

나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왔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단장님께서 점심에 올라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예. 단장님께서.”

내가 그랬던가.

머리를 어루만지는 기에나의 상냥한 손길을 느끼며 잠깐 곰곰이 생각을 더듬거려본 결과

“아, 그래. 내일 우리 어디로 가야 하냐?”

“…당연히 백옥궁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옥궁…… 확실히 크긴 하던데, 거기에 무도회를 열 공간이 있나?”

“일 층은 파티홀. 이 층에 발코니가 있는 파티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렇구만.”

단순히 조금 많이 사치스러운 생활 공간 정도로 생각했는데 로안의 대답을 들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사치의 기준은 사실 사치가 아니라 검소한 편이었던 모양이다.

“로안아.”

“예. 단장님.”

“거기 회원 중에 얼굴 좀 알고 지낸 놈들 있냐?”

“안면이 있는 게 기준이라면 서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내일 파티에서 혹시 그 안면 있는 녀석들이 참석하면 잘 기억해뒀다가 월요일 날 와서 보고해라. 그때 밤비노 회원증도 줄 테니까.”

처억──!!

그냥저냥 예의 있게 서 있던 녀석이 돌연 턱을 반듯하게 치켜들고 나를 향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름, 가문, 속해 있는 파벌까지 상세히 적어 보고 올리겠습니다.”

“어…… 그래….”

도대체 도박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지?

나중에 냐호에게 시켜서 사람이나 한 명 붙여 봐야겠다.

“그럼 가서 애들 좀 굴리다가 시간 되면 퇴근하자.”

“예. 단단히 정신을 재무장 시켜두겠습니다.”

“그러던가…….”

뭔가 상당히 신나 보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그럼.”

로안은 정중하게 나를 향해 인사한 다음 몸을 돌려 집무실을 떠났다.

[ 식사하시겠습니까. ]

“그럴까.”

무도회까지 하루.

나는 기에나와 꽁냥거리다가 유유히 퇴근했다.

**

“다녀올게.”

“음…… 조심해서 다녀와라.”

나는 케르낙스와 입술을 맞춘 후.

“겨울아.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내일 보자?”

보름달처럼 둥근 케르낙스의 배에 쪽쪽 입술을 맞추고 몸을 일으켰다.

“…다녀와.”

“흐흐, 아직도 꿍해 있는 거야?”

“뭐, 뭐래…… 빨리 가. 언니랑 더 잘 거란 말이야.”

내가 외박한다는 사실에 이를 갈았던 시론은 이틀 전 내 배를 뻥 차버렸던 사건으로 다시 한번 시란과 다른 연인들에게 꾸중을 들었고 잔뜩 침울해 있는 상태였다.

“우쭈쭈~”

“하, 하지, 마아…….”

턱을 살살 긁으며 이마와 콧등에 입술을 맞춰주자, 시론은 입으로는 싫다면서 슬쩍 내가 입술을 맞추기 편하도록 고개를 위로 들어주었다.

“내일 저녁까진 돌아올게.”

“…그러던가.”

작게 콧방귀를 뀌는 시론의 입술에 다시 한번 내 입술을 겹쳐준 다음, 나는 둘에게 짧은 작별을 고하고 기에나와 함께 저택을 나왔다.

**

“스미스 경.”

“왔냐.”

평소와 똑같이 잉여로운 시간을 보낸 끝에 찾아온 퇴근 시간.

나는 걸어둔 푸른 코트를 걸치고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꽃달린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진짜 멋지세요!!”

“그러냐.”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오렌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과 함께 아래로 내려왔다.

“빠진사람?”

“없습니다.”

“아픈 놈은?”

“없습니다.”

로안이 절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이틀 사이에 군기가 바짝 든 우리 단원 놈들의 앞을 지나며 찬찬히 얼굴과 복장을 살폈다.

“음, 군화 끈이 느슨하군? 나중에 풀리면 다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지.”

“헉?!”

내가 지적하자, 지적받은 녀석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내 뒤를 바라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

“로안 경. 단원들이 다치면 안 되니 복장 검사도 가끔 하게.”

“……예에. 아주 철저히 검사해서 결코 복장 불량으로 다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음, 경이 수고 좀 해줘.”

나는 사람 좋은 미소로 파랗게 질린 단원의 어깨를 두드린 다음 몸을 돌렸다.

“오렌아. 가자.”

“네. 스미스 경.”

나와 둘만 있을 때는 헤프게 웃으며 쫄랑거리던 녀석이 공적인 자리를 알아본 것인지, 딱딱한 얼굴로 몸을 돌려 절도 있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가자.”

“예. 단장님.”

내가 먼저 오렌의 뒤를 따랐고, 로안이 나머지 단원들일 뒤에 줄줄이 달고 내 뒤를 따라붙었다.

-와, 꽃들이 걸어 다닌다…….

-새로운 단장이 그렇게 잘 생겼다던데.

-아, 미란다 공은 못 보셨겠군요.

-진짜 끝내주게 잘 생겼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아랫도리에서 물이 질질 흘러나왔지 뭡니까.

-이 사람아! 밖에서 상스럽게 무슨…….

나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탕한 대화를 대충 흘려들었다.

-으흐으으?!

-가, 갑자기 오한이…….

굳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지금 뒤에서 따라오고 있을 기에나가 알아서 주변을 정리해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오렌을 따라 우리는 몇 번을 봐도 눈이 아플 만큼 새하얀 백옥궁 앞에 도착했다.

철컥──!!

처음 방문했을 때는 나를 가로막았던 근위 기사들이 이번에는 알아서 옆으로 물러나 나와 단원들이 들어갈 만큼의 길을 만들어 주었다.

“스미스 경께서만 따라오시고, 나머지 분들께선 파티장으로 향해 준비하라 황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근위 기사들을 지나 백옥궁 안에 들어오자, 오렌이 뒤를 돌며 우리를 향해 그리 말했다.

“로안.”

“예. 먼저 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거의 충신에 가까워진 녀석은 백옥궁을 둘러보기 바빠 보이던 단원들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놈들을 끌고 멀어져갔다.

“안내할게요.”

“그래.”

단원들이 떠나자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진 녀석이 살짝 웃으며 내 옆에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인가 본 적 있는 분수와 정원을 지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영역으로 쭉쭉 걸어 들어갔고.

-으아아아악!!

굉장히 익숙한 사내놈의 비명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는 게 아닌가.

“스, 스미스 경!!”

“음…….”

황자놈의 비명에 당황한 얼굴로 내 소매를 잡아 당기는 오렌.

나는 귀찮지만 녀석을 옆구리에 끼고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냅다 뛰었다.

“저쪽 모퉁이를 도셔야 해요!!”

“그래.”

더럽게 복잡한 곳 같으니라고.

아무튼, 그렇게 오렌의 안내를 받아 모퉁이를 돈 바로 그 순간.

벌컥──!!

화려한 보석이 박힌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1황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쳐나오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뒤를 따라 나오는 무심한 눈매에 금발 거유녀. 그런데 왼손에 거대한 곰 대가리를 쥔.

“화, 황태녀 전하……!!”

옆구리에 들려 있던 오렌이 복도가 떠나가라 크게 소리쳤고.

“흐음?”

곰 대가리를 든 채 벌벌 떠는 1황자를 따라 걷던 황태녀의 시선이 천천히 이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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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완결까지 한번도 휴재하지 않는게 목표였으나

오후 9시경에 할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아 하루, 혹은 이틀 정도 휴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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