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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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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황자님……!!”
황태녀를 불러 시선을 이쪽으로 끌어왔던 오렌은 이젠 어딘가로 뛰어 가버린 황자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나를 두고 그쪽으로 뛰어 가버렸다. 기껏 배불리 먹여 줬더니 나를 버리고 가버리다니.
“…….”
“…….”
덕분에 지금 나는 거대한 곰 대가리를 손에 쥐고 있는 황태녀와 뜨거운 시선을 교환하는 중이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가 서로의 눈을 빤히 바라보기를 잠깐.
“너…….”
황태녀의 도톰한 입술이 달싹이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성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청장미 기사단의 단장인가.”
“예. 스미스라고 합니다.”
그제야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던 나는 슬쩍 머리를 숙여 이름도 모르는 황태녀를 향해 예의 바른 척 인사했다.
또각─ 또각─
고개를 들 타이밍을 생각해두지 않아 계속 새하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점차 단화의 뒷굽이 바닥을 두들기는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그림자 앞에 드리운 또 하나의 그림자.
스윽.
‘……?’
내 코앞에 들이 밀어진 윤기 나는 검을 털로 뒤덮은 검은 곰 대가리의 정수리에 나는 눈을 끔뻑였다.
“마르비쿠스의 선물이다. 네가 들고 있다가 나중에 주거라.”
“아, 예. 알겠습니다.”
중성적이지만 굉장히 귀에 잘 들어오는 황태녀의 목소리에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곰 대가리를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너는…… 놀라지 않는군.”
“예? 아, 뭐어…….”
슬쩍 고개를 들어 손에 든 곰 대가리를 구경하는데 황태녀가 묘하게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그리 말했다.
“사막에는 이보다 더 흉측한 놈들이 많다 보니…… 거기에 적응해서 그렇습니다.”
“흐음.”
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함일까.
황태녀는 제 턱을 쓰다듬으며 한동안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황태녀인 나를 언제까지 내려다볼 생각인지 궁금하여 보는 중이다.”
“아…….”
솔직한 직구에 당황하긴 했지만, 시스에게 비밀을 들켰을 때처럼 화들짝 놀라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고, 그제야 황태녀는 내 정수리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제가 아직 황실 예법 같은 거에 무지한 상태라 죄송합니다.”
“이해하겠다.”
황태녀는 아주 덤덤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너. 내 국서가 될 생각은 없느냐.”
“…국서라면. 남편이 되라는 말씀이신지?”
“그렇다.”
정말 덤덤하게 엄청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황태녀.
“황태녀님……!!”
‘……?’
어떤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내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철컥─! 철컥─!
묵직한 쇳소리가 연신 가까워지더니, 바로 옆으로 금색 견장을 단 멜버른 경이 내 옆에 나타났다.
“1황자님께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무슨 짓……?”
멜버른 경의 물음에 황태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았다. 솔직히 나였다면 벌써 답답해 뭐라 눈치라도 줬을 상황이었지만, 멜버른 경은 꽤나 익숙하다는 얼굴로 황태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딱히. 선물을 보여 준 것 말고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선물…… 그러시군요. 그래서. 선물은 무엇인지?”
스윽.
황태녀가 눈동자를 굴려 나를 슬쩍 내려다 봤다.
그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곰 대가리를 들어 멜버른 경에게 내밀며 말했다.
“황태녀님께서 1황자께 전해주라 하신 선물입니다.”
“하아…… 스미스 경. 가능하면 그건 1황자님께 보여드리지 말고 처분하게.”
“내가 준비한 선물이다만.”
“…황태녀님. 상식적으로 저런 걸 받고 좋아할 만한 남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을 괴롭히는 거라 생각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확실히.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곰 대가리의 크기가 대충 내 머리통의 세 배 정도 되니 어지간한 놈들은 보기만 해도 기겁할만한 크기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황태녀의 시선이 다시 한번 나를 향하는 게 아닌가.
“새로운 청장미 기사단장은 그다지 놀라지 않던데.”
“그건…… 스미스 경이 특이한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살짝 상처받습니다만.”
“아… 그, 스미스 경… 그, 그런 의도는 아니네만…….”
나도 모르게 끼어들고 말았는데 멜버른 경은 거기에 또 반응해서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에 순간 피식 웃음이 흘러나올 뻔했다.
“꽤 친해 보이는군.”
“…업무상 몇 번 얼굴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얼굴 몇 번 봤다고 보여줄 반응이 아니었으니 한 말이다.”
“…우선 나가시지요. 무도회 시작 전에는 황태녀님을 들이지 말아달라고 황자님께서 당부하셨습니다.”
“황태녀인 나보다 마르비쿠스의 말을 우선하겠다?”
“황제폐하게서 무도회의 전권을 1황자님께 주셨으니, 무도회와 관련된 사항은 적어도 1황자님의 명이 우선입니다.”
“고지식한 녀석.”
황태녀님은 짧게 혀를 몇 번 차시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도회에서 다시 본다면 그때는 조금 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아주 시원스럽게 나를 지나쳐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 가버렸다.
“…신경 쓰지 말게.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분이시니.”
이어서 황태녀를 따라 빠르게 멀어져 가는 멜버른 경.
‘…….’
다시 혼자가 된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들린 곰 대가리를 멀뚱히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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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황태녀와 멜버른 경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버리고 떠났던 오렌이 도망쳤던 1황자를 데리고 다시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도중에 내 손에 들린 곰 대가리를 보고 다시 한번 입에 거품을 물기는 했다만.
아무튼, 곰 대가리를 잠깐 응접실 문 밖에 두는 것으로 해결한 나는 그 둘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아…… 추태를 보여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누구라도 그런 걸 봤다면 놀랐을 겁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마르비쿠스는 이때다 싶어 의자의 팔걸이를 탁! 내려치고는 바득바득 이를 갈며 황태녀를 욕하기 시작했다.
뭐, 개인적인 첫인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은 황태녀였기에 나는 대충 한 귀로 듣고 흘리며 고개만 끄덕이는 식으로 반응할 뿐이었지만.
“크흠, 사담이 조금 길었군.”
본인도 알긴 아는 모양이라 다행이다.
“스미스. 자네는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중에 나와 함께 입장하면 된다네. 그 후에는…… 알고 있겠지?”
“예. 제대로 숙지했습니다.”
“하하! 그래! 그 미친년 때문에 심란했던 마음이 자네 덕에 다시 활기가 돌아!!”
1황자. 마르비쿠스는 팔걸이를 팡팡 두들기며 한참을 웃다가 눈 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는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서 조금 후에 돌아올 터이니, 거기. 그 아이와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편히 쉬고 있게.”
“예. 알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봄세.”
놈은 사람 좋은 미소를 남기고는 응접실을 나가버렸다.
-으헉?!
그리고 들려오는 짧은 비명.
-오, 오렌!! 당장 이 흉측한 걸 치워버려라!!
내가 문 앞에 놔뒀던 곰 대가리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란 모양이다. 솔직히 저만큼 봤으면 적응할 만하지 않나?
“오렌아. 가서 들고 와라.”
“네? 아, 네에.”
마르비쿠스의 부름에 밖으로 나가려던 녀석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몸을 반만 내밀어 손을 휘적였다. 그리고 고대한 곰 대가리를 두 손으로 질질 끌고 들어왔다.
“으윽…… 여, 여기 가지고 왔어요…!!”
끙끙 곰 대가리를 내 앞에 내려놓으며 긴 숨을 토하는 오렌.
나는 바닥에 놓인 그걸 번쩍 들어다가.
쑤욱─!!
“으악?!”
그걸 녀석의 머리에 씌웠다.
“스, 스미스 경?!”
“그러고 잠깐 있어라.”
나는 휘청거리다가 머리부터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거리는 녀석을 방치하고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대었다. 조금 전 나를 버리고 간 벌이다.
‘그나저나…… 대뜸 남편이 될 생각이 없냐고 묻는 건 좀 당황스럽긴 했지.’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아차린 건데, 황태녀는 나를 보고도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오렌의 어그로에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그녀는 살짝 매섭게 휘어진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는 게 전부였다.
‘가슴은…… 컸지.’
인간이면서도 임신한 케르낙스보다 두 컵은 더 커 보였다.
아내들과 비교한다면 베네오보다 조금 작은 정도랄까.
가슴의 크기가 곧 강함과 직결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황태녀는 인간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강자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그런 황태녀가 내게 남편이 될 것을 제안해 왔다는 점인데.
‘딱히 상관은 없지만…… 마르비우스가 화내겠지?’
아니, 아니다.
마르비우스보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남아 있었다.
‘아드리안이 들이박아 버릴, 지도……?’
“스미스 경!! 그, 그만 빼주세요!!”
나는 아직도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오렌을 내려다봤다.
마침 선물이랍시고 가져온 것도 곰 대가리.
그리고 아드리안이 백웅…… 전혀 흰색을 찾아볼 순 없지만, 아무튼 곰이다.
잘 보니까 무뚝뚝하고 말이 느린 것도 묘하게 서로 닮았고.
‘……진짜 무슨 일 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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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 : 누구에게나 그럴 듯한 계획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