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08화 (608/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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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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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 청옥궁 ]

“왕녀님.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알겠다.”

사신단이 머무는 다섯 개의 궁 중에서 첫 번째 궁에 해당하는 청옥궁의 안은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한 왕녀들과 그녀들을 따라온 신하들로 매우 분주했다.

“…역시 귀걸이는 빼는 편이 낫지 않겠나?”

“불편하더라도 참으시지요. 제도의 남성들이 웃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귀한 장신구이오니 분명 1황자를 비롯한 다른 고위 귀족들의 관심을 끌어줄 것이옵니다.”

“쯧…….”

스미스의 두 번째 고향인 몰링타가 소속되어 있는 나라.

비토리오 왕국의 제 1 왕녀인 르피넬은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내가 아닌 귀걸이에 쏠리는 관심에 무슨 의미가 있단 건지…….”

“그렇게라도 우선 시선을 붙잡으셔야지요.”

“하아…… 알겠다.”

갓난아이 때부터 자신을 보필한 전속 시종의 말에 르피넬은 긴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자신의 입장 차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왕녀 저하.”

“…또 왜.”

문을 나서기 전에 자신을 붙잡는 시종의 부름에 르피넬은 조금 전보다 훨씬 가볍고 털털한 자세로 물었다.

그러자 시종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꼭 1황자일 필요 없습니다. 혼기도 차셨으니, 마음에 든다 싶으시다면 그냥 자빠트리시는 겁니다.”

“그만, 그만!! 여기 오는 동안 내가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는 줄 알기나 해?”

“방금 걸 포함해서 여든다섯 번밖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아…… 알겠어. 알겠다고….”

“전하께서 말씀하시길, 꼭 국서로 들일 필요는 없으니 어떻게든 씨앗이라도 받아 오시라고…….”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가자고!! 이러다 늦겠어!!”

“크흠. 가시지요.”

시종이 문을 열었고, 르피넬은 두 눈썹을 살짝 구긴 채 방을 나왔다.

“저하. 무척 멋있으십니다.”

“역시 우리들의 주군!”

“제도의 샌님들 따윈 왕녀 저하의 적수도 되지 못할 겁니다!”

르피넬은 방을 나오기 무섭게 준비를 끝마친 사절단이 조잘거리는 소리에 더욱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 골디아스 왕국의 제 1 왕녀. 페르티샤 드 골디아스 왕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

때마침 자신의 전 순서인 골디아스 왕국의 왕녀가 사신단을 이끌고 무도회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골디아스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음에도 골디아스의 성을 쓰다니. 웃기는군.’

사교도에 의해서 골디아스의 수도가 완전히 망해버린 것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물론이고 세뇌당한 주요 가문의 귀족과 왕을 포함한 왕족 전원이 제물로 바쳐진 사실 역시.

그렇기에 골디아스 왕국은 새로운 왕을 정하기 위해 사교도에게 입은 피해를 복구를 미뤄가면서까지 반년이나 더 피를 흘렸고, 결국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

‘본래는 변경백이었다지.’

왕에게 가장 충성하고 타국의 침입으로부터 국경을 지켜야 할 변경백이 왕위를 차지하다니.

저승에 간 딜라드 왕이 이 사실을 안다면 지옥에서 기어 올라오지 않을까.

“왕녀 저하.”

“…그래.”

골디아스 쪽 인사들이 모두 입장하자, 르피넬은 신하들을 대동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입장을 알리도록.”

“예. 왕녀님.”

금빛 갑주를 걸친 기사가 잠깐 목을 가다듬었고.

[ 비토리오 왕국 제 1 왕녀. 르피넬 드 비토리오 왕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

조금 전 입장한 이들보다 확연히 더 큰 목소리에 르피넬은 속으로 만족하며 무도회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 저 귀걸이는?

-눈매가 조금 사납지만… 나쁘진 않네.

-비토리오… 그 겨울 검을 변경백으로 둔 곳이었던가?

-확실히 조금 전 들어왔던 가짜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군.

사방에서 들려오는 잡음은 특별히 나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좋지도 않았다.

“오늘 하루는 자유롭게 보내도록.”

“예. 왕녀 저하.”

“부디 좋은 인연 만나시기 바랍니다.”

“…닥치고 얼른 꺼져라.”

르피넬은 신하들을 흩어 보낸 다음, 오늘의 주인공인 제 1 황자가 앉게 될 상석 앞에 모여 있는 다른 왕녀들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이군요. 르피넬 왕녀.”

“이 년 전 달맞이 사냥 대회 이후로 처음이군. 닐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왕국인 제투아 왕국의 제 2 왕녀. 닐라 제투아가 연갈색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르피넬과 악수했다.

“너희 둘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그런 둘의 곁으로 필로프 왕국의 제 1 왕녀. 메릴 필로프가 곱슬거리는 금발을 빙글빙글 꼬며 다가왔다.

“이웃 왕국인데 굳이 사이가 나쁠 필요는 없지요?”

“나는 네 언니랑 마주 보기만 해도 칼을 뽑는 사인데 말이야.”

“뭐, 그건 차기 왕들께서 차차 알아서 관계를 개선하시든 하셔요. 저는 관심 없으니.”

“하여튼 싸가지 없는 년.”

“그러는 넌 여전히 입이 험하군. 필로프.”

“내숭 떠는 것보단 이게 낫지 않냐?”

“그건 그렇지.”

메릴이 어깨를 으쓱이자, 르피넬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쪽은 몇 살?”

“아…….”

입을 다물고 먼 산을 바라보듯 무도회장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올려다보고 있던 페르티샤는 갑작스러운 메릴의 물음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아니, 누가 뭐 잡아먹는데? 왜 갑자기 어깨를 떨고 그래.”

“크흠… 오해입니다.”

“오해는 지랄. 그래서 몇 살이냐고.”

“……열아홉입니다.”

“와 씨발. 존나 파릇파릇한 나이잖아?”

“메릴.”

“아, 죄송죄송.”

르피넬이 주의에 메릴은 참석한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조금도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대충 사과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올 사람은 다 오지 않았어요?”

어색한 침묵이 돌기 전에 닐라가 얼른 입을 열었고.

“그러게. 순서상 저년이 마지막이기도 했고, 누가 더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은데.”

잠깐 입을 다물었던 메릴이 얼른 그 말을 주워 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제국의 세 번째 별. 마르비우스 폰 기엘 튤리우스님과 십마성의 여덟 번째 별. 아드리안 경께서 함께 입장하십니다!! ]

무도회장이 떠나가라 우리는 기사의 우렁찬 외침에 르피넬은 물론이고 회장에 모여 있던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입구를 향했다.

또각─ 또각─

고요해진 무도회장에 점차 선명하게 들려오는 구두 소리.

‘저게…… 십마성….’

르피넬의 시선은 묘한 기품과 위엄이 느껴지는 짤막한 3황자가 아니라,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수인족 여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시발. 피부가 저릿하네.”

“오줌 지릴 것 같아요.”

그저 무도회장 안에 들어섰을 뿐인데 공기 자체가 뒤바뀐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물론, 어느 수준 이상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 느낄 수 있는 변화였기에 실제 무도회장의 분위기는 조금 더 긴장감이 더해진 것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근데 남자 꼬실 것도 아닌데 정장은 왜 차려입었데.”

“…메릴. 입 다물어라. 목 위에 붙어 있는 걸 오래도록 달고 다니고 싶다면.”

“쯧…… 이래서 오기 싫었다니까.”

그녀는 뭣 모르고 숙덕이는 사내놈들의 모습에 혀를 찼고, 동시에 귀를 접고 꼬리를 바짝 만 수인족 영애들에게 마음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런데… 왜 이쪽으로 안 오시고 입구에 계시는 걸까요?”

“내가 어떻게 아냐. 어쨌든 이쪽으로 안 오면 우리야 고맙지.”

지금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압박감이 장난 아닌데, 바로 옆에 붙어 있다고 생각해 봐라. 당장 숨이 막혀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젠장…… 저런 거물이 올 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석 안 했을 거라고.”

르피넬 역시 입 밖으로 말은 꺼내지 않았으나, 메릴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중이었다.

왕족의 대를 잇기 위함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런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런데 대륙에서 아홉 손가락에 들어가는 강자가 돌연 황자의 무도회 따위에 참석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심지어 멋모르고 나불거리는 사내놈들 때문에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를 이런 위험한 곳에.

‘우리를 사고사로 위장해 죽일 생각인 건가?’

아주 말이 안 되는 가정도 아니었을뿐더러, 그만큼 아드리안의 등장에 르피넬과 왕녀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대단했다.

[ 제국의 첫 번째 태양이자 적법한 황위 계승자이신 마르비엘 폰 루덴 튤리우스 황태녀께서 입장하십니다!! ]

기사의 우렁찬 외침에 다시 한번 무도회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 시발… 정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저는 괜찮아요.”

“빌어먹을 년이.”

물론, 왕녀들 역시 다른 의미로 혼란스러웠다.

실권이 없는 황자와 다르게, 황태녀는 차기 황제이자 얼마든지 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황제 다음가는 실권자였기에 자칫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는 어떤 식으로 보복을 받더라도 하등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또각─ 또각─

그리고 조금 전과 같이 선명한 구두 소리가 무도회장을 한 번 훑고 지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빛을 머금은 찬란한 금발을 흔들거리며 황태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런데 황태녀 역시 이쪽으로 오지 않고 3황자와 마찬가지로 입구 앞에 멈춰 서는 모습에 르피넬이 의문을 품기 시작한 순간.

[ 제국의 첫 번째 별. 마르비쿠스 폰 율 튤리우스님께서 입장하십니다!! ]

“와…… 시발…….”

“어머….”

메릴의 입에서 상스러운 욕이 나왔으나, 르피넬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아니, 지적하지 못했다.

살짝 기울어진 모자에 반쯤 가려진 얼굴.

딱 벌어진 어깨에 한참이나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큰 체구.

기품이 느껴지는 푸른 코트를 멋스럽게 걸친 채, 평범하게 생긴 금발 남자의 뒤를 따라 걸어 들어오는 이름 모를 남성.

두근──!!

‘딸 하나에 아들 하나가 좋겠어…….’

르피넬의 머릿속에서 황자 따윈 이미 지워 진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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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끼에에엑!!

금요일 킹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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