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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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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그러니까.
‘이게 그 고백해서 혼내주기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생각도 못 한 황태녀의 폭탄 발언.
사람이 너무 당황스러우면 오히려 차분해진다던데, 지금 내가 딱 그랬다.
황태녀의 공개 고백을 듣는 순간, 당황스러운 한편으로 등골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차가워졌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지만, 이 자리에는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폭탄과 같은 존재인 아드리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 찮은 건가……?’
당장에 주먹을 날려 황태녀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아드리안은 그저 졸린 눈을 조금 날카롭게 뜬 상태로 황태녀를 노려보기만 할 뿐. 그 이상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 하하, 하하하하──!!”
‘……?’
방금 누구 하나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 눈치라고는 고블린 똥만큼도 없는 1황자가 돌연 미친놈처럼 처웃는 게 아닌가.
덕분에 필요 이상으로 귀족과 수인족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악단의 연주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큭큭…… 아, 내 얼마 만에 이리 웃는 것인지 모르겠어.”
1황자는 눈에 살짝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으며 화려한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대어 거만한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황태──”
“스미스. 성이 없으니 이름으로 부르지.”
“황태녀!!”
다시 한번 자신의 말을 끊어 먹고 제 할 말을 내뱉는 황태녀의 행동에 단단히 분노한 1황자가 드디어 폭발한 듯, 의자의 팔걸이를 내려치며 황태녀를 크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멈춰버린 음악.
‘진짜 나중에 찾아가서 쥐어 박던가 해야지.’
농담이 아니라 은신을 이용해 정말로 찾아가 놈의 정수리에 혹을 여럿 만들어줄 생각이다.
“너와 할 이야기는 없다.”
“…하!!”
황태녀의 단호한 대답에 마르비쿠스는 과하게 코웃음 치며 입을 열었다.
“스미스 경은 나의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런데도 나와 할 이야기가 없다?”
“하…….”
누가 씨 다른 남매 아니랄까 봐.
황태녀가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 치는데 그 모습이 조금 전 마르비쿠스가 코웃음 친 것과 몹시 닮아 있었다.
“네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나 역시 줄 수 있다.”
“그래. 권위와 물질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거라면 말이야.”
우리 1황자가 상당히 얄밉게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황태녀의 눈매가 한층 더 사납게 변했다.
“스미스 경.”
이 눈치 없는 새끼가.
나는 한마디 실수도 해서는 안 될 상황에서 나를 끌어들인 놈의 빌어먹을 행동에 속으로 화를 삼켰다.
“……예.”
“그대에게 직접 묻지. 자네가 바라는 걸 황태녀가 충족해 줄 수 있는가?”
아니, 그래서 내가 바라는 게 뭐냐고.
마음 같아서는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놈의 정수리에 진심 꿀밤을 먹여주고 싶었으나.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내 대답에 1황자가 기분 좋은 듯 크게 웃었다.
그래서일까.
“…….”
“…….”
녀석은 사납게 휘었던 황태녀의 눈매가 다시 본래의 각도로 되돌아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보였다. 그리고 날 향한 시선이 더 뜨거워 진 것도.
‘진짜 뇌가 꽃밭에 있나?’
불가능이 아닌, ‘어렵다.’라고 말한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린 황태녀와 다르게 우리 나이만 먹은 1황자는 마냥 좋다고 끅끅 웃기 바빴다.
“흐흐, 황태녀. 이제 알겠나? 네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
황태녀는 도톰한 입술을 살포시 다물고, 잠깐 1황자를 노려보다가 슬쩍 푸른 눈동자를 굴려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1황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로 몸을 돌리는 황태녀.
또각─ 또각─
“쯧…… 끝까지 고고한 척 구는군.”
마지막까지 본인의 말을 무시하고 멀어지는 황태녀를 향해 나직이 욕을 지껄인 1황자가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을 그대로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잠깐 소란이 있었다. 다시 즐기도록.”
그러자 멈췄던 음악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침묵하던 귀족들 역시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시 활기를 되찾은 무도회장.
물론, 소란스러워진 것과는 별개로 그녀들의 시선은 여전히 이쪽을 향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하하, 이거 멀리서 온 손님들 앞에서 못난 꼴을 보였군.”
내가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있을 때, 마르비쿠스는 바로 아래에 서 있는 네 명을 향해 말을 이었다.
“르피넬 왕녀. 와주어서 고맙소.”
“저야말로 초대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목 아래까지만 자라난 금발을 땋은 준수한 외모의 미인이 1황자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예의를 표했다.
“메릴 왕녀는 삼 년 만에 보는 것 같군.”
“예에. 미궁 관련으로 제도에 올라왔을 때 뵈었었지요.”
“그때보다 더욱 멋져졌어. 메릴 왕녀.”
“황자님의 외모 또한 더욱 빛이 나십니다.”
“하하! 빈 말이라도 고맙게 듣지.”
양쪽 옆머리만 곱슬인 멜버른 경과 다르게, 앞머리를 제외한 모든 머리칼이 곱슬인 미인은 조금 전 르피넬이라는 이름의 왕녀가 그러했듯이 1황자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닐라 왕녀.”
“처음 뵙습니다. 황자님.”
“그대의 누이에게 혼인을 축하한다고 전해주게.”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으음.”
앞선 두 사람보단 사무적인 태도.
“그쪽이 새롭게 골디아스의 성을 이어받은 왕녀인가.”
“그, 그렇습니다…… 페르티샤 드 골디아스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긴장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하게 경직된 얼굴로 스스로를 페르티샤라 소개한 단발 소녀가 황자를 향해 허리가 직각이 되도록 숙여 인사했다.
“그래.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다.”
앞서 사무적이었던 닐라라는 이름의 왕녀는 그래도 몇 마디 주고라도 받았으나, 페르티샤라는 이름의 소녀로 보이는 왕녀는 그마저도 없이 형식적인 인사가 전부였다.
‘골디아스라…….’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페르티샤를 힐끗 곁눈질했다.
반쯤 망한 거나 다름없는 골디아스 왕국의 새로운 왕족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런 자리에는 선물을 가져오지 않나?’
황태녀 역시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단 곰 대가리를 선물이라고 가져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무도회에 참석한 그 누구도 선물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보다 수인족들은 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건데.’
내가 사랑하는 아내들을 두고 이 귀찮은 곳에 직접 온 이유가 뭔가.
바로 다양한 수인족 여성들과의 만남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ㅁ나르비우스와 아드리안을 만나기 위함이지만.
아무튼.
‘…저렇게 떨어져 있으면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게다가 귀를 접고 꼬리까지 돌돌 만 게, 꼭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겁?’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르비우스의 옆에 서 있는 아드리안에게 향했다.
파닥파닥.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짧고 뭉뚝한 귀를 움직여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는 귀여운 아드리안.
‘…아드리안이 범인이구나.’
그녀가 의도적으로 무도회장에 참석한 수인 여성들에게 위협을 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존재 자체가 수인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1황자의 주변에 수인 여성들이 모여있지 않은 원인은 아드리안이 분명했다.
“…미스 경?”
“아, 예.”
잠깐 수인 여성들을 생각하고 있던 중에 흐릿하게 들려온 1황자의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대꾸했다.
“긴장한 것인가?”
“예. 이렇게 화려하고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건 처음인지라.”
“하하. 너무 긴장하지 말게. 자네 옆에는 내가 있지 않은가?”
“아하하. 예.”
최대한 성의 있게 대답하려 노력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잘되지는 않더라. 다행히 1황자는 그럭저럭 내 대답이 마음에 든 것 같아 보였지만.
“스미스 경. 잠깐 왕녀들과 따로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그래. 저기 내 동생과 잠깐 담소라도 나누고 있게.”
분명 나를 소개해 달라는 마르비우스의 부탁에 1황자는 무도회가 끝난 후에 개인적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내게 마르비우스 곁에 가 있으라니.
‘뭐, 나야 좋지만.’
“알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단상에서 내려와 눈을 반짝이고 있는 마르비우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스미스, 경.”
이제는 소년보다 소녀에 확연히 가까워진 목소리.
그러나 황족 특유의 외모와 작은 체구 때문에 그녀가 여자라고 의심하는 이는 없어 보였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평평해 보이는 가슴이겠지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3황자님.”
“으, 음…….”
내가 살짝 미소 지으며 허리를 굽히자, 마르비우스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씰룩거렸다.
“스미스…….”
“아, 위대한 십마성 중 한 분인 아드리안 경을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나는 일부러 모자까지 벗으며, 아드리안의 오른손을 아래에서 위로 살포시 받쳐 든 다음.
쪽.
그녀의 손등에 입술을 맞췄다.
“으, 으응…….”
키스를 받은 손의 손가락을 연신 꼼지락거리며 기뻐하는 아드리안.
-헉!!
-지, 지금 손등에 이, 이, 이이, 입술을……?
-쯧, 사막 출신이라 그런지 경박하군.
-딱 청장미 기사단 다운 행동이야.
여성과 남자들의 확연하게 엇갈린 반응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다시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썼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혀를 차면 곤란하지.’
한눈에 봐도 다양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개성 넘치는 미녀들.
나는 그녀들에게 충분한 용기를 심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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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귀와 꼬리...?
못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