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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11화 (61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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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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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아드리안 경?”

“으응?”

특유을 졸린 듯한 눈을 끔뻑이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드리안.

나는 그녀의 쫑긋 서 있는 귀를 가리키며 능청스럽게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제가 귀를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응…… 좋아… 여기….”

한 발자국 다가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까치발까지 들고 머리를 내밀어오는 아드리안.

“그러면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당사자의 허락이 떨어졌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어 아드리안의 작고 푹신푹신한 귀를 붙잡았다.

“으응…… 간지, 러워….”

“그만 만질까요?”

“괜찮, 아… 나. 참는 거 잘해.”

“그러면 조금만 더 만지겠습니다. 정말 푹신하고 보들보들하네요. 할 수만 있다면 하루종일 만지고 있고 싶을 만큼요.”

“나, 한가해… 응… 원하, 면… 만져도 괜, 찮아?”

빠드득──!!

아드리안이 타이밍 좋게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 순간, 바로 옆에 서 있던 마르비우스의 깍 다물어진 입 안에서 아주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 러워.”

“윽…….”

아드리안이 장난처럼 내지른 검지에 옆구리를 찔린 마르비우스가 펄쩍 뛰며 비틀거렸다.

‘사이가…… 좋다고 봐야겠지?’

나는 비틀거리는 마르비우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히려 내 곁으로 조금 더 몸을 바짝 붙여오는 아드리안의 행동에 쓰게 웃으며 귀를 만지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더, 안 만져…?”

“좋아하는 건 아끼는 주의라. 마음껏 만지게 해주신다고 약속하셨으니, 나중에 둘만 있을 때 더 만지도록 하겠습니다.”

“……응. 잔뜩, 만져도 괜, 찮아….”

더는 숨길 수 없는 기쁨에 아드리안의 입꼬리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세상에…….

-그, 그, 아드리안 경이…?

-공개된 장소에서 저런 경박한 짓을 하다니!!

-쯧쯧쯧!! 그야말로 남자 망신을 혼자 다 시키는군.

그리고 역시나 확연하게 갈리는 남자와 여자들의 반응.

사타구니에 달린 자지가 아까울 정도로 분칠과 장신구를 덕지덕지 바른 사내놈들의 반응 따위야 조금도 내 관심사가 아니니 가볍게 넘어가고, 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귀, 귀라면 내가 더 푹신푹신할 텐데…….

-무슨!! 귀라면 우리 설토족이 최고라고!!

-꼬리는 안 좋아하려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었다.

“헤헤.”

내가 그렇게도 좋은 걸까.

아드리안은 그냥 나를 바라보며 헤실헤실 미소지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분위기가 많이 환기 된 것 같네.’

뭐가 됐든 아드리안이 원인으로 잔뜩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던 수인 여성들이 슬금슬금 바짝 말았던 꼬리를 내리고, 접었던 귀를 파닥이며 이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드리안 경?”

“으응?”

내가 부르자,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아드리안.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왼쪽 손을 붙잡고 보들보들한 손바닥 위에 검지를 슥슥 움직였다.

“간, 지러어…….”

“잠깐만 집중해 보세요.”

“집, 중…… 응….”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가 눈을 끔뻑이며 내게 붙잡힌 손을 빤히 주시했다. 그에 나는 다시 검지를 움직여 그녀의 손바닥 위에다가 글자를 한자씩 적어 내렸다.

[ 다가오는 수인 여성들에게 겁을 주면 안 됩니다? ]

아주 천천히 문장을 완성시킨 나는 고개를 들어 아드리안의 얼굴을 확인했다.

“…….”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았던 아드리안의 얼굴이 눈에 띄게 뾰루퉁해져 있었다.

[ 응? 부탁해요. 아드리안. 나중에 원하는 거 잔뜩 드릴 테니까. ]

“…….”

잠깐 나를 빤히 바라보던 아드리안은 손을 움직여 반대로 내 손목을 붙잡더니, 그냥 크고 굵기만 한 내 손바닥에다가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 나. 착한 아이. 말. 잘 들어. ]

“흐응…!”

그리고는 어디서 배웠는지 양쪽 허리에 손을 얹으며 콧방귀를 뀌는 그녀. 솔직히 너무 귀여워서 진짜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건 조금 많이 위험했다.

“크흠!!”

내가 다시 아드리안의 손바닥에 글씨를 쓰려는데 옆구리를 찔려 비틀거리고 있던 마르비우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 스미스 경?”

“네. 3황자님.”

아드리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마르비우스를 노려봤으나, 마르비우스 역시 조금 전 아드리안이 그러했던 것처럼 깔끔하게 그녀의 눈총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손바닥에 뭔가 하던데…… 특별한 사막 문화 같은 건가?”

“뭐, 비슷합니다.”

“그러면… 나도 한 번 해주게.”

아주 당당하게 나를 향해 조막만 한 손을 내미는 마르비우스.

“알겠습니다. 대신, 조금 간지러울 수도 있으니 참으셔야 합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으힛…!!”

보들보들한 손바닥에 검지를 가져대자마자 어깨를 흠칫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마르비우스.

“풉.”

“으, 그윽…!!”

그런 마르비우스를 향해 아드리안이 굉장히 얄밉게 피식 웃었고, 마르비우스는 당연히 이를 바드득 갈았다.

“다시 할 테니 집중하시죠.”

“아, 알겠다…… 으, 으히….”

슥슥 글자를 적어 내려갈 때마다 손가락을 꼼찌락거리는 마르비우스.

[ 후반부에 제가 무도회장을 떠나면 아드리안과 함께 청장미 기사단 건물에 있는 제 집무실에서 기다려주세요. ]

“으, 음…… 이, 이렇게 하는 건가?”

어색한 연기를 펼치며 작은 손을 들어보이는 그녀를 향해 나는 손수 몸을 숙이고 손을 내밀어주었다.

[ 1황자가 그대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그대를 이용해 더 큰 것들을 챙기려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

마르비우스의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더니, 슬쩍 내 옆으로 고개를 내빼고서 단상 위에 올라 1황자와 무언가 속닥이고 있는 네 명의 왕녀들을 힐끗 노려봤다.

[ 저 음흉하고 치졸한 놈의 생각이라면 뻔하지. 제 짝으로 불러들인 왕녀들에게 그대의 씨앗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이것저것 뜯어내는 중일 것이야. ]

“능숙하게 잘하시는군요.”

“그, 그런가?”

“예.”

나는 가볍게 웃으며 다시 마르비우스의 손을 붙잡았다.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길. ]

“…….”

“……?”

나름 안심시켜주고자 적은 문장인데 어째선지 마르비우스가 굉장히 뚱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 침대 위의 그대가 무적이라는 사실을 내 이미 겪어 알고 있는데 내가 그걸 왜 걱정한단 말인가. 나는 귀한 시간을 저것들에게 허비하는 게 아니꼬울 뿐이니라. ]

‘아하.’

너무나도 솔직한 대답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자정 전에는 집무실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얼굴을 봤으니,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저를 곁에 두셔야죠? ]

[ 흥. 내일 당장 그대의 소속을 내 직속 호위로 바꿔버릴 것이야. ]

아드리안이 깜찍한 콧방귀를 누구한테서 배웠나 했더니, 바로 앞에 있는 마르비우스에게서 배운 모양이다.

“저, 저어…….”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와 마르비우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 저는…….”

새하얀 머리칼에 쫑긋 솟아 있는 기다란 토끼 귀를 가진 순박한 얼굴의 미녀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나와 마르비우스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름 부분을 말할 때 목소리가 너무 작아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에 내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이름을 물어보려는데.

“순혈 붉은 여우족의 레이미라고 합니다!!”

“저, 저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수인 여성들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귀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래저래 본인들의 소개를 떠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이 다 겹쳐 누가 누구인지 하나도 알아먹지 못했다.

다만.

‘다들 목줄이 잘 어울리게 생겼네.’

나쁜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녀들의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목줄을 채워 산책을 시켜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 다들 물러가라. ]

잔뜩 몰려든 그녀들을 어찌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 1황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무도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아…….”

“조, 조금 더 일찍 올 걸.”

“크윽….”

그리고 이성을 되찾은 수인 여성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약 효과가 좋긴 한 모양이야.’

1황자가 주최하는 무도회인 만큼, 여기에 참석하는 여성 귀족과 수인 여성들은 필수적으로 진정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오렌이 말해줬다.

“스미스 경. 그만 올라오게.”

“예. 황자님.”

본인은 이름을 불러주길 바랐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이름을 불러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멀찍이 물러난 수인 여성들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혹시라도 저와 따로 만남을 바라시는 분은 후에 제 집무실을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아주 예의 바른 청년을 연기한 나는 그녀들을 향해 고개를 아주 살짝 숙여 인사한 다음 몸을 돌려 다시 단상 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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